소설리스트

해남검귀-160화 (160/167)

< 160. 건곤일척의 성전 >

“재미있구나...”

천마가 폐관을 깨고 나온 후 거대한 대전 태사의에 삐딱하게 앉아 저 밑에 오체복지 하고 있는 광명좌우사, 오행기주, 사대마가주와 무력대주들을 내려다 보았다.

“천마께서 폐관으로 자리를 비우신 사이 불측한 정사연합맹의 무리들이 황실과 무림을 어지럽히고 있었나이다.”

마군사 포일락이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를 하였다.

“황제가 정신이 돌아왔다? 후후후... 황제 놈 머리에 심어둔 암혼마기를 누군가 몰아냈다는 거군.”

“자금성에 투입 되었던 신녀 뿐 아니라 천마사령대와 칠백이 넘는 신교도들과 지근거리에 지원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추혼단까지 쓸려 나갔습니다.”

광명우사가 마군사의 말을 받아 보고를 이어갔다.

“그만들 징징거리고... 좌사! 대책을 말해 봐라.”

엎드려 있던 좌사가 고개를 들고 온 몸에서 유형화된 마기를 뭉클 거리며 뿜어대는 천마를 향해 입을 열었다.

“최악의 경우 두 가지를 상정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황제가 정신이 돌아 왔기에 분명 대군을 일으켜 저희 신교를 공격할 것입니다. 예측 하기에 국경에 최저 병력을 남긴다면 오십만 정도의 대군이 움직일 것으로 사료 됩니다.”

“오, 오십만....”

광명우사가 좌사의 말에 저도 모르게 숫자를 중얼 거렸다.

“다음은?”

천마의 말에 좌사가 다시 침착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여기에 정사연합맹의 잔당들이 저희 신교 지부를 지우면서 세를 불리고 있는 바 황군이 움직이면 지금까지 저희 신교의 힘에 눌려 봉문하고 있던 수 많은 무림문파들이 거기에 동참할 것입니다.”

광명좌사의 상정한 최악의 경우에 천마를 제외한 좌중에 인물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대책은?”

천마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먼저 천마께서 황군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자금성에 행도 하셔서 황제를 눌러 놓으셔야 합니다. 그 후 저희 신교 지부 몇 개를 문질러 기운이 상승하고 있는 정사연합맹의 잔당들을 빠른 시간 안에 잡아 내야 합니다.”

광명좌사의 말에 마군사가 호응하여 말을 이어갔다.

“좌사의 말대로 황궁을 먼저 손 보시고 저희 신교 지부를 방문하여 잘라내고 있는 이십인의 정사연합맹 놈들의 목숨을 취해야 합니다.”

목철군의 육신을 빼앗은 천마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포일락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십인의 정사연합맹 놈들이 우리 신교 지부 문을 닫고 있다?”

“그러하옵니다.”

천마가 차분한 표정의 광명 좌사를 일별하고는 입을 열었다.

“본좌가 책임질 터이니 오십만이건 백만이건 한꺼번에 처리 하도록 할 것이다. 지금 중원 무림에 나가 있는 신교도들과 신교에 귀의한 문파들을 다 이곳으로 불러 들이거라.”

그 때 엎드려 있던 신임 환천마가주가 벌떡 고개를 들었다.

“천마시여! 오십만이 넘는 대군에 정사연합맹의 잔당들이 합하여 이 곳으로 몰려 온다면 승산이 없을 것으로 사료 되옵니다. 말씀 하신대로 저희 신교의 정예와 신교도, 귀의한 문파를 다 합친다 해도 오만이 겨우 넘을 정도 인데 광명좌사의 말대로 황궁에 먼저 손을 쓰시는 것이... 컥!”

환천마가주의 말에 인상을 찡그린 천마의 오른손 엄지와 검지가 튕겨지자 ‘퍼어억’ 머리가 터져 나가며 그 자리에서 엎어져갔다.

“시끄러운 놈이군....”

단 일수에 사대마가 중 환천마가주의 머리를 터뜨려 버린 만행에 좌중의 인물들이 숨소리도 내지 못했다.

“또 다른 의견이 있는 자가 있으면 입을 열어 보도록!”

시끄럽다는 이유로 머리를 터뜨려 죽여 버린 천마의 만행에 광명좌사가 머리를 들었다.

“천마시여. 여기 있는 저희들은 신교와 천마님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자들입니다. 천마의 명대로 시행 하겠사오니 전장에서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영광을 주셨으면 하옵니다.”

‘저, 저 겁없이....’

‘아이구....’

광명우사와 마군사가 좌사의 머리가 터져 나갈 것임을 짐작하며 속으로 애도를 보냈다.

“그래, 좌사 말이 옳다. 전사들은 전장에서 죽어야지. 네 놈들이 본좌의 힘을 의심하니 확신을 주겠다. 따르도록!”

천마가 태사의에서 신형을 일으켜 미끄러지듯 대전을 벗어나자 광명좌사가 신형을 일으켜 그 뒤를 따르고 나머지 인원들이 두려운 얼굴로 바삐 신형을 날렸다.

“여, 여기는....”

예전에 십만 황군와 정사연합맹의 적도들이 진입하다 산화한 북로와 남로가 저 아래 보이는 산 정상에 일행들이 멈춰섰다.

북로와 남로에 약 구만이 넘는 시체들이 까마귀와 독수리에게 쪼이고 썩고 백골이 드러난 채 방치 되어 있는 참상이 눈에 들어왔다.

“보거라! 본좌의 미증유의 힘을....”

천마가 바람이 세차게 날리는 산 정상에서 두 팔을 들고 진언을 외우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이잉 부아아아아앙’

천마의 벌린 양손에서 시작된 기이한 바람이 저 아래 널부러져 썩어가는 시체들 사이를 누비기 시작하자 믿기지 않는 광경이 눈에 들어 왔다.

‘크흐흐흐흐 키히히히 크허허’

저 유부에서 들려오는 듯한 귀곡성이 북로와 남로를 가득 메우기 시작하더니 백골이 드러난 채 썩어 가던 시체들이 하나 둘 신형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 이럴수가....”

마군사 포일락이 저 밑에 신형을 일으키는 구만이 넘는 시체를 보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보았느냐? 오십만이 아니라 백만이 몰려 와도 본좌를 어찌하지 못하느니라....”

‘키헤에에에에엑 크에에에엑’

저승에 안착하지 못하고 강제로 이승으로 끌려온 망자들의 혼이 처절하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

자금성 태화전!

북리준의 추궁과혈과 황궁어의의 시침과 탕약으로 기력을 회복한 황제가 문무백관들이 엎드려 있던 태화전 경내를 내려다 보며 분노의 일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마교의 천마라는 자가 본 황의 정신을 침습하여 이 나라를 자신의 뜻대로 희롱하려 하였다. 다행이 선황들의 보살피심으로 내 정신을 일깨운 은인이 나타나 본황의 맑은 정신으로 명하노라.

가용한 모든 팔기군을 동원하여 십만대산에 웅크리고 있는 마교를 멸하라!”

“존명!”

일천여명의 문무백관이 한 목소리로 명을 받드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 보던 유공공과 금대인이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십만이 실패했으니 오십만이면 필승이지요.”

“이번에야말로 마교를 뿌리 채 뽑아내야 한다.”

금대인과 유공공이 서로를 바라 보며 다짐을 하였다.

****

“엥? 빈집일세....”

막대광이 마교 지부를 지우는 다음 순서인 안휘성 마교 지부에 당도 하고는 어이없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정말 비었군요.”

사황련주 팔비곤마 북궁추 또한 황당한 표정으로 텅 비어 버린 안휘성 마교지부에 발을 들이 밀었다.

현천금강 공야무와 단혼절백도 단리목, 천운뇌격창 관자룡, 선풍금사편 나백상이 느긋하게 비어버린 마교지부로 들어섰다.

“소문이 난 모양이군. 버티고 있어 봐야 죽음 뿐이라는 것을...”

단리목의 말에 관자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면 재미 없는데.... 앞으로 다 이럴 거 아냐?”

그 때 자신들이 들어선 안휘 마교지부의 정문을 누군가 쭈뼛 거리며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누구신고?”

맨 뒤에 서 있던 독고우가 바짝 긴장 한 채 저 만치에서 다가 오지 못하는 한 장한에게 말을 건넸다.

“저, 정사 연합맹의 고수분들이신지요? 요새 마교 지부를 지우고 다니신다는....”

“그렇다네. 난 사황련주 북궁추라 하네. 자네는 누구인가?”

아무리 봐도 마교도는 아닌 자라 확신한 북궁추가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아, 사황련주시군요. 영광입니다. 저는 예전 사황련 소속 문파였던 적사당의 현 당주 이옵니다.”

안휘성에 중소문파 중 하나로 사황련 소속 이었으나 마교 안휘지부의 강압에 의해 봉문을 하게 되었던 적사당주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반갑군. 그래, 여기 있던 마교놈들은 어디로 간 것인가?”

허리를 굽실 거리며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북궁추에게 과하게 예를 표하던 적사당주가 고개를 들었다.

“사흘 전인가? 갑자기 부산스럽게 놈들이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이 곳을 비우고 떠났습니다.”

“떠나? 어디로?”

적사당주가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대답을 했다.

“십만대산, 십만대산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그걸 자네가 어찌 아는가?”

막대광이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되묻자 적사당주가 당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마교에 귀의한 문파들도 함께 떠났습니다. 저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흑루라는 사파의 루주가 떠나기 전 저와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마교의 본산인 십만대산에서 건곤일척의 성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건곤일척의 성전?”

“네. 분명 그리 들었습니다.”

“이 곳 안휘에서 몇 명이나 떠났는가?”

뒤에 서 있던 유령마문주의 질문에 적사당주가 황급히 대답을 했다.

“본래 안휘 마교 지부 일천에 마교에 귀의한 문파 백이십개 정도로..... 대략 삼천이 조금 안 되어 보였습니다.”

“정말 고맙네. 이제부터 정사연합맹이 부활 하여 다시 마교와의 전쟁을 시작 할 터이니 꼭 참전해 주게나.”

“당연하지요. 사황련의 기치 아래 다시 검을 들겠습니다요.”

적사당주가 북궁추가 어깨를 두드려 주며 공치사를 하는 동안 독고우가 막대광에게 다가갔다.

“보아하니 마교 지부 지우는 일은 멈추어야 겠다. 북리봉공에게 이 사실을 빨리 알리고 마교에서 이야기하는 성전을 우리도 준비 해야 겠다.”

“맞아. 이번에는 제대로 한번 붙을 수 있겠군.”

****

“천무맹주와 사황련주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자금성에 머물며 마교와의 전쟁에 대해 유공공, 금대인과 논의를 하던 북리준에게 유검패가 두 통의 전서를 건네었다.

“으흠... 보시지요!”

유공공과 금대인이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빼자 북리준이 두 통의 편지를 내밀었다.

“마교 지부를 다 비우고 있다고? 마교에 귀의한 문파들과 같이 십만대산으로 향하고?”

금대인의 말에 유공공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건곤일척의 성전?”

“천마라는 자가 황궁과 무림에서 저희가 양동작전을 펼친 것을 인지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청조와 무림을 건 한판 승부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천마라는 놈, 이거 미친 거 아냐? 황상의 진노가 극에 달해 당장 오십만대군을 일으키시려는데 건곤일척의 성전?”

“편지의 내용대로 라면 살아남은 지부와 마교에 귀의한 문파들에 귀속된 무인들을 다 합쳐야 삼만 정도로 보이고 십만대산에 이만의 마교도들이 있다고 가정해도 오만일텐데....”

유공공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오만대 오십만인데 성전을 일으키시겠다? 하아, 아예 뿌리 채 뽑아주마.”

금대인이 분기탱천한 목소리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천마라는 자가 그렇게 무모하거나 모자란 자는 아닙니다. 무엇인가 승산이 있다고 판단 하기에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닐까요?”

북리준의 말에 유공공이 코웃음을 쳤다.

“어디서 얼마만큼의 조력자를 얻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 봐야 일, 이만을 더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천마라는 자가 무모한 일을 벌이는 걸세.”

“유공공의 말씀에 나도 동의 하네. 이 참에 황상의 진노가 얼마나 무서운지 제대로 보여 줄 수 있겠군.”

‘너무 무모해....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군.’

북리준이 찜찜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갔다.

< 160. 건곤일척의 성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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