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1. 협잡(挾雜)의 밤 >
예전 삼왕부였던 전각 군을 정사연합맹에게 내어준 황실의 배려에 하나 둘 무림군웅들이 몰려 들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뵙소이다.”
예전 삼왕야의 회의를 위해 사용되었던 대전에 천무맹주와 사황련주, 창천수사 왕석산, 병호서생 야율제, 천산파의 도문주, 북리준, 도교교, 독고우, 막대광등이 한 편에 앉아 있고 맞은 편에 치욕스런 봉문을 깨고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의 장문인들과 가주들, 사황육문의 수장들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
“이렇게 긴급히 회의를 소집하게 된 배경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천무맹의 군사인 왕석산이 천무맹주와 사황련주가 각 십인의 고수들과 함께 여덟 개의 마교 지부를 지운 일과 북리준이 황제의 정신을 일깨운 경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무량수불... 정말 잘 된 일이군요.”
청성장문인 청현도장이 불진을 품에 안은 채 도호를 외웠다.
“그 후 마교에서 각 지부를 비우고 마교에 동참한 문파들을 아울러 십만대산으로 속속 집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안휘성에 적사당주가 제보한 내용에 의하면 마교가 곧 ‘건곤일척의 성전’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건곤일척의 성전이라....”
“이 놈들이 정말 작정을 한 모양이군요.”
“황궁에서는 어찌 하려는지...”
좌중의 인물들이 두런 두런 말을 하기 시작 하자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자자, 잠시만 아직 이야기가 안 끝났소이다.”
천무맹주의 말에 각자 이야기를 나누던 장문인과 가주들이 다시 시선을 왕군사에게 돌렸다.
“황제는 자신이 천마에게 조정 당했다는 것에 극노하여 오십만 대군을 준비하여 마교를 뿌리 뽑겠다고 합니다.”
“오십만이라.... 그럼 결과야 뻔한 일 아닙니까?”
종남장문 현오도장의 말에 중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개방방주님께 여쭙겠습니다. 개방이 파악하고 있는 십만대산에 웅크리고 있는 적도들이 대략 몇 정도라 보십니까?”
하후세가의 장문이며 하후상의 아비되는 하후강이 질문을 던졌다.
“십만대산에 기존에 있던 마교도 들이 많아야 이만이 넘을 것이고 각 성 지부에 있던 인원들과 마교에 넘어간 문파들이 약 삼만 오천 정도 될 것입니다. 도합 오만 오천 정도가 되지 않을까 본 개방에서는 추측 하고 있소이다.”
“왕군사께 묻겠소. 우리 정사연합맹에 속하여 마교와의 최후의 결전에 참여할 인원이 대략 얼마나 될지 말씀해 주시오.”
하후강의 말에 왕군사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지난 번 일차 대전에 많은 인원이 상하여 중소문파들까지 전부 다 해도 일만 오천이 안될 듯 합니다.”
“대략 오십만대 오만 정도로 귀결되는데.... 뭐 준비할 것도 없지 않소이까?”
사황팔문 중 두 개가 마교로 돌아가 졸지에 사황육문이 되어 버린 진영의 유령마문주가 입을 열었다.
“나도 유령마문주의 말에 동의 하오. 결전의 시기에 청조의 오십만 대군이 합류한다면 필승일 것이오. 아무리 악마 같은 천마라는 자도 오십만 대군을 당해 낼 수는 없을 것이오.”
사황련주인 북궁추의 자신 있는 어조에 중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청조와 논의 하여 십만대산에 우리 정사연합맹의 고수들이 합류할 시기를 조율 하겠습니다. 각 문파와 세가에서 결전에 참여할 인원들은 저와 야율군사에게 통보해 주십시오.”
왕군사의 말에 구대문파의 장문들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고 오대세가와 사황육문의 가주와 장문들도 대전을 나섰다.
“불안합니다....”
회의 내내 아무말 하지 않고 있던 북리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북리봉공, 무엇이 불안하다는 말이오?”
천무맹주가 극강의 고수들이 주군으로 모시는 북리봉공에게 존경의 염을 담아 입을 열었다.
“천마라는 자가 이리 무모한 싸움을 할 자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누가 봐도 승산이 없는 싸움을 먼저 거론한 것 부터가 찜찜합니다.”
“너무 과한 걱정이 아닐까요? 생각을 해 보시오. 놈들이 바닥까지 긁어 모은 머리 수가 오만이 조금 넘는데 어디에서 누가 어떻게 조력을 한다고 해도 십만을 넘을 수 있겠소? 이번에는 놈들도 속수무책일 것이오.”
사황련주의 걱정 말라는 말에도 구겨진 북리준의 안색이 펴지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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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파일방의 장문들이 북경성 내 객잔 삼층을 전세 내어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마교 놈들의 멸절은 기정 사실이고 이 후 무림의 재편에 대해 논의가 필요 합니다.”
공동장문 장천진인이 말을 꺼내었다.
“맞습니다. 지금까지는 마교라는 공통의 적이 있기에 사파와 함께 서 있지만 사황련과 선을 확실히 그어야 합니다.”
종남장문 현오도장의 말에 중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명실공히 정파의 기둥은 저희 구파일방일진대 오대세가의 세가 너무 커졌습니다. 마교와의 일전이 끝나면 천무맹주의 교체를 추진해야 할 것이오.”
화산장문 청양진인의 말에 불쑥 개방의 막정천 방주가 술병을 입에 물었다 뱉어내었다.
“조금 이르지 않소이까? 그리고 천무맹주인 남궁휘가 저리 동분서주 하며 천무맹과 사황련을 잘 이어 싸워왔지 않소?”
정도를 걷는다는 구파의 점잖아 보이는 협잡을 적지 않게 보아온 막방주가 삐딱한 시선을 던졌다.
“조금도 이르지 않소. 지난번 일차 정마 대전 때에 남궁맹주의 잘못된 지휘로 우리 정도맹의 사할의 소중한 자원을 잃었소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져야지요.”
공동장문의 말에 막방주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보시오. 그렇게 따지면 십만을 동원하여 팔만을 사지에 몰아 넣은 황제도 자리에서 내려오라 할 것이오?”
“그건 다른 이야기지요.”
막방주와 공동, 화산, 종남장문이 설전을 벌이자 조용히 관망하고 있던 무당장문 천옥진인이 손을 들었다.
“무량수불! 진정들 하시지요.”
무장장문의 말에 막방주는 다시 술병을 병째 입에 물었고 세 장문도 헛기침을 하며 자신의 앞에 놓인 술잔을 들었다 내려 놓았다.
“네 분의 말씀 다 일리가 있소이다. 누군가 책임질 일은 책임 지고 마교의 발호로 피폐해진 강호 무림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것이 맞듯이 새로운 천무맹주를 세움이 옳을 듯 합니다.”
“내 말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화산장문 청양진인이 자신의 편을 들어 주는 듯한 무당장문을 바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우리 구파에서 천무맹주가 나왔으면 하는 것이지요.”
공동장문의 말에 좌중의 인물들이 침묵으로 무언의 긍정을 하는 모습에 막방주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에잉, 우리 개방은 당신들의 행사에서 빼 주시오. 우리는 마교를 먼저 멸절 시키는 것이 우선이오. 우물가에 가서 숭늉 찾고 아전인수 하는 짓을 보기가 역겹구려.”
막방주가 궁시렁 거리며 객잔을 내려가자 아무말 없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소림방장인 법우대사를 향해 화산장문이 불쑥 물었다.
“소림의 입장을 듣고 싶소이다.”
“아미타불.... 소림도 구파와 뜻을 함께 하겠소이다.”
“좋소이다. 난 개인적으로 소림의 법우대사나 무당의 청양진인이 다음 천무맹주가 되었으면 하오이다.”
공동장문의 느닷없는 천거에 화산장문이 인상을 찌푸렸다.
“허허, 천거는 너무 이르지 않소이까? 두 분 외에 천무맹주에 뜻을 두고 계신 장문이 있을 수도 있고 말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화산장문이 뜻이 있으신가 보오.”
종남장문의 비아냥에 화산장문이 얼굴이 붉어졌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구파 장문들의 추잡한 밥그릇 싸움을 탁 트인 객잔 삼층 위 달빛이 처연한 빛으로 내려다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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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가들이 마교와의 결전이 끝나면 구파일방의 위에 서야 합니다.”
남궁세가주 남궁백이 하북팽가, 모용세가, 진주언가, 하후세가, 제갈세가의 가주들과 술자리를 가지다 불쑥 입을 열었다.
“맞는 말씀이지요. 구파일방이 언제적 구파일방입니까? 관무불침의 예외로 우리가 청조의 군세에 도움을 주어 이렇게 조정에서 전폭적인 지지가 나오는 것을 구파의 장문들이 애써 외면하고 있음이지요.”
하후세가의 가주인 하후강이 자신의 잔을 비워내었다.
“들리는 소문이 구파에서 이번 마교와의 결전이 끝나고 새로운 천무맹주를 옹립하려는 시도를 하려는데 구파 중 하나의 장문을 민다고 합니다.”
“허허, 어불성설이지요. 현 맹주이신 남궁휘 대협이 불철주야 천무맹의 위해 저리 애를 쓰고 계신데 새로운 천무맹주라니.... 거기다 구파에서?”
진주언가주 언필중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 여섯세가가 똘똘 뭉쳐 힘을 보여 줘야 합니다. 구파 놈들은 서로 협력 하는 체 하면서 서로 자신의 실속을 챙기기 위해 서슴없이 뒤통수를 때리는 행동도 마다 하지 않습니까?”
하북팽가주 팽두호가 경멸스런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만일 새로운 천무맹주가 필요하다면 당연히 여기 있는 우리들 중 하나가 되어야지요. 그래야 기고만장한 구파놈들의 기를 꺾을 수가 있구요.”
제갈세가주인 제갈윤의 말에 중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물밑 작업을 시작해야 겠군요. 청조 쪽은 아무래도 친분이 있는 저희 쪽에 맡겨 주시지요. 조정에서 오십만 대군을 동원해 중원 무림을 구원해 주는 댓가로 힘을 써 달라 이야기 하겠습니다.”
모용세가주인 모용극의 말에 하후세가주와 하북팽가, 진주언가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청조에서 찍어 누르면 아무리 구파라 할지라도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진주언가주의 말에 여섯 세가주의 얼굴에 득의만만한 미소가 흘러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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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전 자금성에 가 있는 것이 나을 듯 합니다. 혹시라도 천마가 황상께 다시 마수를 뻗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북리준이 도문주와 교교, 제갈청하 등과 식사를 하며 입을 열었다.
“그러시게. 황제가 다시 변심을 하게 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겠지.”
독고우의 말에 막대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같이 갈까? 어차피 이 곳에서 크게 할 일이 없는데....”
“아닙니다. 황상의 주위에 황실 친위대와 동창, 금의위 등이 물샐 틈 없이 황상의 경호하고 있고 저 혼자 가세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도문주님을 도와 마교와의 결전을 준비해 주세요.”
북리준이 간단히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형아, 왔구나!”
공야휘가 껑충 거리며 방안으로 들어서는 북리준을 향해 뛰어갔다.
“그래, 우리 휘아가 고생이 많았다.”
“처음에는 일당백을 못했는데 나중에는 했어, 일당백!”
“장하구나.”
공야휘의 손을 잡으며 자리에 앉은 북리준을 일행들이 반가이 맞이했다.
“주군, 오셨습니까?”
공야휘를 제외한 공야무, 단리목, 과천풍, 관자룡, 나백상, 냉유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했다.
“모두들 수고가 많았습니다. 오늘 밤은 저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시고 편히 쉬세요.”
북리준이 술이 가득 담긴 잔을 들어 건배 제의를 하고 술이 두어순배 돌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기 이어졌다.
“이번에 십만대산에 가면 제대로 몸을 풀 수 있겠군.”
대라광천부 과천풍이 호쾌한 목소리로 입을 열자 천운뇌격창 관자룡이 말을 받았다.
“그래 말이다. 몸을 풀다 말아 찜찜 했는데 이번에는 원 없이 싸워 볼 수 있겠군.”
“호호호, 무슨 싸움 귀신이 붙었나요? 싸우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이군요.”
선풍금사편 나백상이 면사를 풀어 놓은 채 발그레한 얼굴로 웃음을 터뜨렸다.
“주군! 오십만 대군과 화포 일만문을 동원 한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공야무의 질문에 북리준이 안색을 굳히며 대답을 했다.
“네, 공야노야의 말씀대로 청조에서 오십만대군과 일만문의 화포를 십만대산에 투입 한다고 합니다.”
< 161. 협잡(挾雜)의 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