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3. 절망 >
“멈춰라!”
쏜살같이 황제의 침전이 있는 전각 앞에 북리준이 표표히 떨어져 내렸다.
“호오, 네 놈이구나!”
천마가 자신의 앞에 떨어져 내린 북리준을 보며 반색을 했다.
“그래, 이 싸움이 이렇게 싱거우면 안되는데 라고 생각 중이었는데 네 놈이 있었구나.”
“목철군이라 해야 하나 백무흔이라 해야 하나 아니면 역천혈마지체의 마주라고 불러들이오리까?”
북리준이 침중한 어조로 입을 열자 천마가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하, 아주 절묘한 인연이로구나. 이 몸의 주인과의 악연에 이어 내 머리에 대침을 박아 산골에 처넣은 쌍괴의 전인이라... 하늘은 참 무심치 않으시군.”
자신의 역천혈마지체에 대해 아는 자라고는 자신을 이백년 전에 마교에 데려왔던 당시 천마 외에는 없었다.
눈 앞에 청년이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쌍괴의 전인이라는 사실에 아주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아주 좋구나. 좋아! 네 놈이 황제의 머리에 집어 넣은 암혼마기도 제거한 놈이구나.”
“그렇다. 네 놈의 악행은 여기에서 종지부를 찍게 해 주마.”
“가소로운 놈! 네 놈의 사조 되는 쌍괴가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내 상대가 되지 않을진대....쯧쯧쯧.”
“모두들 뒤로 물러서시오!”
북리준의 말에 황실 친위대와 동창, 금의위의 고수들이 자신들의 무기를 앞세운 채 슬금 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누구 마음대로!”
천마의 양 손이 쫙 펴지자 순식간에 북리준의 뒤에서 물러 가던 황궁의 고수 열 명의 머리가 순식간에 터져 나갔다.
“잔인한 놈 같으니라고....”
“막을 수 있다면 막아 보거라.”
천마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지워지자 황실 친위대와, 동창, 금의위 고수들이 불안한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어, 어디에.... 커헉!”
순간적으로 황궁 고수들의 배후를 점한 천마의 좌수가 등에서 가슴을 꿰뚫고 솟아 올랐다.
‘크아아아아악 커허허헉’
다시 열 다섯의 황궁 고수들이 피분수를 뿜어내며 그 자리에 허물어져 가는 순간 북리준의 양 손에서 떠오른 일월쌍륜이 자신의 반대편 빈 공간을 직격했다.
‘카아아앙 카앙’
북리준의 일월쌍륜이 헤집은 공간에 두 손을 치켜든 천마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역시 네 놈은 날 찾을 줄 알았다.”
광오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천마를 향해 건곤무극칠절의 최절초인 건곤무극이 쏟아져 내렸다.
‘부아아아아앙’
천마를 향해 밀려 가는 무극의 기운에 주위에 있던 황궁의 고수들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 재간 하는 놈이군.”
천마가 처음으로 허리에 꽂아 놓은 천마검을 뽑아들고 무겁에 한번 내리 그었다.
‘사아아아악’
건곤무극 앞에 선 그 무엇도 남아 나지 않았던 극강의 검강이 힘없이 두 조각으로 갈라져 양 옆 전각으로 날아갔다.
‘콰르르르르릉 콰르릉’
순식간에 갈라지 두 개의 검강에 직격당한 전각이 그대로 허물어져 부서져 나가는 모습에 북리준이 소리 쳤다.
“황상을 모시고 이 곳을 벗어나시오.”
북리준의 외침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황실 친위대주가 급히 대원들과 함께 황제의 침전으 향해 몸을 날렸다.
“그 검이 네 끝이라면 재미 없는데....”
극성의 건곤무극을 갈라내 버린 천마의 빙글거리는 웃음을 보며 북리준이 이를 악물었다.
‘건곤무극곤륜삼절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곳에서 저 놈의 목을 취할 수만 있다면....’
마지막으로 금아가 찾아내어준 건곤무극곤륜삼절의 운기법에 따라 건곤무극기를 맹렬히 돌려 내었다.
“호오, 기대가 되는구나....”
천마검을 빙글 빙글 돌리며 웃음 짓는 천마를 향해 북리준의 양손에 떠오른 일월혈륜이 먼저 서로를 희롱하며 바람과 구름을 일으키고 그 안을 일월신검이 우유빛 회오리를 일으키며 천마를 향해 날아갔다.
‘건곤풍운회류검륜! 쌍륜의 칼날이 만든 비바람을 뚫고 뿜어지는 신검의 회오리 앞에 그 무엇이 남아나겠는가?’
‘왜애애애애애앵 뿌아아아아앙’
일월쌍륜이 서로를 희롱하며 맹렬히 돌아 나가는 칼날의 폭풍과 그 안에 숨죽이고 회전을 일으키는 신검의 회오리를 보며 멀찍이 떨어져 보고 있던 황제와 유공공, 금대인의 입에서 감탄성이 터져 나왔다.
“저것이 사람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공이 맞는가?”
“저 무공 앞에 살아날 자는 전무하옵니다....”
황제의 말에 유공공이 시선을 고정한 채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재미있구나.....”
자신을 삼켜 갈갈이 찢기 위해 다가오는 칼날의 폭풍을 보며 천마가 자신의 검에 검붉은 불길한 색의 마기를 밀어 넣었다.
“폭풍에는 더한 폭풍이 제격이지....”
‘폭풍혈마수라검!’
천마의 검에서 몸을 일으킨 거대한 혈마 아수라가 다가오는 건곤풍운회류검륜의 기운에 부딪쳐 갔다.
‘쿠와아아아아아 콰아아아앙 콰콰쾅’
거대한 두 기운이 부딪힌 공간이 팽창하다 터져 나가고는 거대한 폭발에 바로 옆에 서 있던 황제의 침전 전각이 그대로 부서져 내리고 저 뒤에 관망하는 황궁의 고수들이 고막이 터져 나가며 뒤로 나뒹굴었다.
“크윽, 화, 황상.... 괜찮으시나이까?”
폭발의 순간 유공공과 금대인이 황상을 보호 하기 위해 기막을 펼쳐 겨우 나동그라지는 참상을 피했다.
“귀, 귀가.....”
황제의 귀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보고 유공공이 저 앞 전장에 우뚝 서 있는 북리준과 천마를 일별하고는 금대인에게 전음을 날렸다.
‘싸움의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황상을 먼저 안전한 곳으로 모셔야 한다.’
‘알겠습니다.’
유공공과 금대인이 황제를 부축 하여 급히 전장을 벗어나고 그 뒤를 황실 친위대와 동창, 금위위 위사들이 겹겹이 방어를 했다.
‘건곤풍운회류검륜이 와해 되다니....’
거대한 먼지 폭풍이 내려 앉은 후에 자신의 앞에 오연히 천마검을 들고 서 있는 백무흔을 보며 북리준이 침음성을 삼켰다.
“이번 것은 조금 따끔 했느니라. 이게 마지막 인가?”
“한번 더 간다!”
“오너라.”
건곤무극곤륜삼절 제 이식인 건곤금린탈혼검륜을 시전하기 위해 일월혈륜을 자신의 삼장 앞에 띄워 각각 두 개의 회오리를 일으켰다.
이어 일월신검에 진기를 밀어 넣으니 일월신검의 검신에 금빛 용린이 ‘사아아아악’ 일제히 일어섰다.
‘무엇이든 파괴하는 황금용의 비늘이 쌍륜의 비호 아래 쏘아지니 그 무엇이 막을쏘냐?’
수 백개의 검강으로 만들어진 용린이 ‘차하아아앗’ 기합성과 함께 쌍륜이 만든 두 개의 회오리 사이로 쏘아지니 맹렬히 쏘아지던 검강용린이 두 개의 회오리 사이를 통과 하며 그 속도가 배가 되어 천마에게로 쏟아져 갔다.
‘피피피피피핑 피피피핑’
도저히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검강용린이 맹렬히 천마에게로 쏘아지자 천마가 진중한 표정으로 자신의 마검으로 두터운 검막을 만들어 갔다.
‘폭풍쇄혼검막!’
‘뿌아아아아아앙’
천마의 앞에 부피를 키워 가는 마기로 뭉쳐진 쇄혼검막에 쏘아진 검강용린이 박혀들어갔다.
‘푸스스스슥 파사사사삭 파파바바바팍’
수백의 쌍륜의 원심력에 속도가 배가된 검강들이 천마가 펼친 폭풍쇄혼검막에 일부는 튕겨져 나가고 일부는 관통을 하며 검막을 부숴 나갔다.자욱하게 피어오른 먼지 때문에 전장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황궁고수들이 침을 삼키며 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쿨럭 커허억 쿨럭....”
먼지가 내려 앉고 저 앞에 오연히 서 있는 천마의 옷 여기 저기가 베어지고 왼편 얼굴에 한 가닥 그어진 선에서 핏방울이 방울지고 있었고 반대편에 북리준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일월신검을 땅에 꽂아 간신이 넘어지는 것을 버티며 피를 토해 내고 있었다.
“쯧... ”
자신의 왼편 뺨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손을 닦아 눈 앞에 들어 보고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본좌의 몸에 상처를 낼 수 있다니.... 인정하마! 네 놈이 본좌의 일검을 받아 낸다면 다음을 기약 할 수 있게 기회를 주마.”
비틀거리며 겨우 신형을 일으킨 북리준의 얼굴에 암담함이 떠올랐다.
‘아직 완성 되지 않은 이절을 무리하게 펼쳤더니 내상이 심하구나.... 놈의 일검을 견딜 수 있으까?’
쌍괴의 최후의 심득인 건곤무극곤륜삼절 중 이절까지 시전 했음에도 천마를 상하지 못하게 했다는 사실에 북리준의 마음에 절망감이 서서히 몸집을 키워갔다.
“잘 가거라!”
천마의 검에서 한 줄기 검붉은 뇌전이 피어 오르며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어지자 ‘콰르르릉’ 뇌성이 울리며 한줄기 마기를 가득 머금은 검강이 북리준에게 날아 들었다.
‘트, 틀렸어....’
자신에게 날아드는 검강을 보며 검을 들어 보려 노력하는 북리준의 앞에 누군가가 불쑥 일어섰다.
“형아는 안돼!”
어느새 자신의 앞을 두 팔을 벌리고 막아선 공야휘의 등을 보며 북리준이 소리를 질렀다.
“아, 안돼!”
‘콰르르르르르릉’
공야휘의 가슴을 후려친 검강의 기운에 사정없이 북리준과 함께 뒤로 나동그라지는 모습을 일별하고는 천마가 미련 없이 신형을 돌렸다.
“약속은 약속이니..... 만일 살아 남는다면 최후의 성전때 보자꾸나..... 크하하하하하!”
오른발을 들어 ‘쿵’ 땅을 한번 구르고 어기충소의 신법으로 하늘로 뜬 상태에서 ‘쌔애앵’ 육지비행의 신법으로 저 하늘로 날아갔다.
순식간에 폐허가 되어 버린 곤녕궁 여기 저기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신형을 일으켰다.
“부, 북리어사는?”
황제를 안전한 곳에 숨겨두고 온 유공공과 금대인이 주위에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황실친위대주를 다그쳤다.
“저, 저기....”
친위대주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 피범벅이 된 두 사람의 신형이 눈에 들어 왔다.
“북리어사!”
유공공과 금대인이 땅을 박차고 신형을 날려 얽혀 있는 두 사람에게 날아갔다.
“부, 북리어사.....”
쩍 벌어진 가슴 사이로 쉴새 없이 피가 솟아 오르는 공야휘의 몸 아래 입가에 토해낸 각혈로 범벅이 된 북리준이 얕은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었다.
“어, 어의... 어의를 불러라! 빨리.”
금대인의 고함 소리에 황실친위대주가 신형을 날렸다.
“이, 이게 정녕 사람들 간의 싸움인가....?”
금대인이 수십개의 전각이 부서지고 허물어진 가운데 죽어 넘어진 시체들에게서 흘러나오는 피가 내를 이루는 모습에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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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가 황궁에?”
“그렇습니다. 북리봉공이 나서서 겨우 막아내었지만 공야소협과 함께 의식을 회복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검패가 급히 자금성을 벗어나 천산파의 일행들에게 황궁의 일을 고하였다.
“주군이 졌다고?”
대라광천부 과천풍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우리가 다 대들어도 주군을 이길 수 없는데 그런 주군이 깨졌다고....”
“깨진 게 뭐야? 표현을 해도...”
천운뇌격창 관자룡의 말에 선풍금사편 나백상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당장 주군께 가 봐야 겠네.”
공야무가 급히 신형을 일으키지 유검패가 손사래를 쳤다.
“지금 황궁은 전시상태로 돌입 했습니다. 지금은 누구도 자금성에 들 수 없습니다.”
“허허, 천마라는 자의 무공이 하늘에 닿았구나.”
사황련주 북궁추가 시체의 산 가운데 우뚝 서서 앙천광소를 터뜨리던 천마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천마라는 자도 사람일진대 한계가 있을 것이오. 미리 낙망할 필요는 없소이다.”
천무맹주 남궁휘가 애써 가라앉으려는 분위기를 추켜 세우려 노력했다.
“맞습니다. 우리에게는 오십만 대군이 있지 않습니까?”
왕석산이 가슴 한켠에서 스물거리며 피어 오르는 불안감을 애써 내리 눌렀다.
< 163. 절망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