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남검귀-167화 (완결) (167/167)

< 167. 저 잘했지요.... (完) >

여지껏 숨 죽이고 있어 완전히 소멸 된 줄 알았던 목철군의 득의양양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이런 개 같은.....”

’슈아아아아아앙‘

천마방탄강기가 먼저 쏘아낸 백열하는 태극에 와해되고 찰나의 순간 진기가 끊어짐에 천마검에서 뿜어낼 아수라탈명십삼검이 한 호흡 늦게 발현되었다.

“아, 안돼!”

뒤이어 날아든 맑디 맑은 선 하나가 자신의 정수리를 스쳐 지나가는 느낌에 천마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크크크큭....천하가 바로 내 손 앞에 있었는데......”

천마가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천하를 잡기 위해 오른손을 뻗어내자 ’푸스스스스스‘ 손끝부터 먼지로 화해 갔다.

’푸스스스스스스‘

천마가 손을 내 뻗은 자세 그대로 건곤무극검륜삼절 중 최절초인 건곤태극무허검륜에 의해 먼지로 화해 바람에 날려 사라지자 전장의 모든 군웅들이 숨죽이며 이 광경을 바라 보았다.

“이,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

정사연합맹이 군웅들이 먼지로 화해 사라져버린 천마를 보며 함성을 내질렀다.

’푸시시시시 푸스스스스스스 퍼버버벅 퍼버벅‘

천마가 먼지로 화하는 순간 저 뒤에 대기하고 있던 오십만이 넘는 시체병과 강시, 해골맹수들이 그 자리에서 허물어 지고 공중에서 날갯짓을 하며 떠 있던 괴조들이 땅으로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아, 안돼.....”

광명우사가 자신의 등 뒤에서 힘없이 쓰러져 버리는 천마가 소환한 시체병과 강시, 괴조등을 보며 자신의 머리를 감싸쥐었다.

광명좌사가 자신의 뒤를 돌아 보니 오만이 채 안 되는 신교와 신강무림의 전사, 신교에 귀의한 문파의 무사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보며 고개를 내 저었다.

“이보시오!”

광명좌사 냉면혈조 사공백이 자신의 혈조를 벗어 땅에 내려 놓고는 북리준의 앞에 섰다.

“우리를 돌려 보내 준다면 향후 이백년간 십만대산을 내려 오지 않겠소이다.”

“흥, 무슨 개소리냐? 이 참에 마교의 씨를 말려야지.”

왼쪽 팔이 날아가 붕대로 감싼 공동의 장천진인이 앞으로 나서려 했다.

“잠깐! 천무맹은 모두 뒤로 물러 서시오. 이 모든 일의 전권을 북리봉공에게 일임하겠소이다.”

천무맹주인 남궁휘가 앞섭을 피에 물들인 채 입을 열었다.

“누구 마음대로 그런 결정을 하는 것이오? 천무맹주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용퇴를 하시오. 추후 새로운 천무맹주가 일을 주재 할 것이오.”

화산장문인 청양진인의 호통에 남궁휘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주 개판이로군.... 우리 사황련은 북리봉공에게 전권을 위임한다. 사황련 문도들은 뒤로 빠지도록.”

팔비곤마 북궁추가 한껏 비웃음을 베어 물고는 명을 내리자 사황련 소속 무사들이 북궁추의 뒤에 도열했다.

“천무맹 내부 문제는 추후 논의를 하는 것이 좋겠소이다... 아미타불...”

여기 저기 베인 상처에서 피를 흘리고 있던 소림장문인 법우대사의 말에 청양진인이 다시 입을 열려는 찰나 옆에 서 있던 무당 장문인 천옥진인이 손을 들어 말을 막았다.

“무량수불.... 법우대사의 말이 옳소이다.”

“끄응....”

화산장문이 주위 사람들의 눈빛이 우호적이지 않음을 느끼며 뒤로 물러섰다.

“아직까지 천무맹주는 남궁휘 시주시오.”

“감사하오, 대사!”

남궁휘가 법우대사와 천옥진인에게 포권을 취했다.

“천무맹 소속 군웅들께서는 뒤로 물러서 주시오.”

남궁휘의 말에 불만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몇몇이 마지 못해 물러서는 군웅들 뒤를 따랐다.

“그대에게 스러진 천마라는 자는 우리 신교에서도 용인할 수 없는 죄를 지었소이다. 전대 천마를 흡성하고 자신의 무공을 위해 무고한 양민들을 희생했소이다.

이후 우리를 놓아 준다면 우리는 신교의 율법에 따라 내부를 정화하겠소이다. 또한 중원무림에 향후 이백년 내에 발걸음을 하지 않겠다고 성화의 이름으로 맹세하겠소이다.”

“아니 되오!”

“마교의 씨를 말려야 합니다.”

뒤에 서 있던 무림군웅들이 뒤에서 고함을 지르자 북리준이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군웅들을 진정시켰다.

“그 맹세, 정녕 지킬 자신이 있소이까?”

“신교의 성화에 맹세하오.”

“지금 광명좌사의 그 뜻이 뒤에 있는 다른 신교도들과 같은 뜻이오이까?”

북리준의 말에 광명좌사가 신형을 돌렸다.

“여기서 장렬하게 개죽음을 당하겠다면 나도 말리지 않겠다. 우리 신교의 성화를 정화하고 그 정화한 성화로 우리를 먼저 깨끗이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강의 전사들은 왔던 곳으로 돌아가고 신교도들은 우리의 성지인 십만대산에서 성화로 스스로를 정화하자는 것이 내 뜻이다.”

“뜻을 같이 하겠소이다.”

광명우사의 말에 살아남은 오행기주들, 사대마가주, 무력부대의 대주들이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의 뜻이오!”

광명좌사의 말에 북리준이 신형을 돌려 정사연합맹의 군웅들을 바라 보았다.

“저들의 목숨을 여기 있는 우리가 없앨 수는 있습니다. 허나 지금 흘린 피에 더 많은 피가 더해질 것입니다.

저들이 믿는 성화에 맹세를 하고 이백년 동안 봉문을 하겠다는 뜻을 저는 받아들이려 합니다. 무엇 때문에 우리가 서로 싸우며 피를 흘렸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북리준의 잔잔하지만 힘 있는 어조의 말에 대다수의 무림군웅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우리가 싸운 이유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를 지키기 위함이잖아.”

“이백년 후에 또 무림을 피로 씻으려고 하면 그때 또 다시 이런 일을 반복해야 하잖아? 이 참에 마교도들의 씨를 말려야 후환이 없지.”

무림군웅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여 소란스러움이 극에 달할 때 천무맹주인 남궁휘가 앞으로 나섰다.

“천무맹은 북리봉공의 결정에 따르겠소이다.”

“사황련도 뜻을 같이 하겠소.”

두 정사연합맹의 맹주들이 입을 열자 불만이 있던 군웅들이 하나 둘 입을 다물었다.

“본 제독은 수락할 수 없다.”

어느새 군웅들을 헤치고 나온 오십만 대군의 총사령관인 영호진 제독이 입을 열었다.

“본관에게는 황상의 명을 받들어 마교도들을 섬멸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다. 그만 너희 정사연합맹의 무림인들은 빠지거라. 이 후 우리 팔기군이 마교도들을 씨를 말리겠노라.”

“아뿔사.... 팔기군이 있었어....”

천무맹주가 자신의 등 뒤 군웅들 너머 도열해 있는 삼십만 대군을 보며 탄식을 터뜨렸다.

“사태가 이렇게 된 것에 대해 북리봉공을 탓할 생각은 없소이다. 이렇데 된 이상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밖에.....”

광명좌사가 자신이 벗어두었던 혈조를 집어들며 비장하게 입을 열었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북리준의 광명좌사를 말린 후 품 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들었다.

“영호제독은 황상의 어지를 받들라!”

북리준의 손에 들린 꿈틀거리는 황금용이 양각된 육각패에 찬연하게 빛나는 皇(황)이라는 글자를 보고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무릎을 꿇었다.

“용황패주의 명을 받드오이다.”

북리준이 품에서 꺼낸 것은 황제가 난어사에 봉할 때 청조를 위해 사용하라고 하사한 용황패였다. 청조에 몸담은 문무백관이 패의 소지자의 명을 황상의 명과 동일하게 받들어야 하는 불문율이 있었다.

“영호제독은 팔기군을 통솔하여 회군하라. 추후 황상께 용황패의 권능을 빌어 명을 내렸음을 고하겠노라.”

“용황패주의 명을 받드오이다.”

북리준이 용황패를 다시 품으로 갈무리하고 엎드려 있는 영호제독과 부사령관이 총병과 군관들에게 입을 열었다.

“그만 일어들 서시지요.”

조심스럽게 신형을 일으킨 영호제독이 북리준에게 다시 한번 포권을 취했다.

“패주님의 명대로 저희 팔기군을 회군을 하겠나이다. 보중하시기를....”

영호제독이 신형을 돌려 부사령관인 총병들과 군관들에게 명을 내렸다.

“전군 회군!”

“전군 회군 하랍신다!”

정사연합맹의 군웅들이 길을 열어주자 그 길을 따라 영호제독과 군관들이 삼십만 팔기군들이 도열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삼십만 팔기군과 무기를 맞대고 장렬하게 산화할 각오를 다지던 광명좌사가 자신을 바라 보는 북리준을 보며 혈조를 늘어뜨렸다.

“약조를 지키겠소이다. 정말 감사하오!”

광명좌사가 허리를 숙이며 정중히 포권을 취하자 뒤에 도열해 있던 오만의 신교도와 신강 전사들이 허리를 숙였다.

“돌아간다!”

광명좌사의 명에 신교도들이 각자의 무기를 추스르고는 힘없는 발걸음으로 십만대산을 향했다.

“과연 이게 맞는 일인지 잘 모르겠소이다...”

북궁추의 말에 남궁휘가 웃음을 지었다.

“충분히 많은 피가 흘렀소. 이백년 후에 일은 후대들이 감당 하겠지요. 휴우, 그나 저나 난 이 천무맹주라는 것을 때려 치울랍니다.”

“후후, 당신을 대신 하려는 자들이 줄을 선 듯 하오.”

“그냥 쉬고 싶구려. 천무맹주라는 자리는 가지고 싶은 자가 가지거나 말거나....”

천무맹주와 사황련주가 저 앞에 오연한 자세로 돌아가는 마교도들을 바라 보고 있는 북리준에게 다가갔다.

“북리봉공.... 무림과 황실이 그대에게 큰 빚을 졌소이다.”

“북리봉공이 천마를 없애지 못했다면 무림과 황실은 기약없는 어둠에 잠겨 있을 뻔 했지요.”

천무맹주과 사황련주의 말에 북리준이 웃음을 지었다.

“제가 아니었어도 누군가는 천마의 악행을 막았을 것입니다.”

북리준이 일월신검을 쥐고 뒷짐을 진 채 저 멀리 십만대산을 바라 보았다.

****

오년 후!

“황상께서 올 해 안에 자금성에 다녀 가시라는 어명을 내리셨다네.”

유공공과 금대인이 광동성 내 남해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거대한 장원 안에 북리준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만삭의 배를 안고 제갈청하와 도교교가 웃음을 지으며 다가 오자 유공공과 금대인이 급히 일어섰다.

“아이고, 몸도 가볍지 않으신 분들이.... 어서 앉으시지요.”

“크하하하, 북리봉공 우리가 왔네.”

천산으로 돌아갔던 도문주, 독고우, 막대광, 곤오가 환하게 웃으면서 장원으로 들어섰다.

“오셨습니까?”

북리준이 낙향하여 몸을 담은 장원에 같이 살게 된 공야무와 공야휘가 일행을 맞이 했다.

“공야 노야, 우리도 왔습니다. 주군! 저희도 왔어요.”

삼년 전 패력천강궁 냉유성과 혼례를 올린 나백상이 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소리를 쳤다.

“쟤는 결혼을 해도 저 모양이네.”

광동성 북리준의 장원 주위에 개파를 한 오인의 가주들이 장원 안으로 들어섰다.

대라광천문의 문주인 과천풍, 절백도관의 단리목, 천운뇌격루의 관자룡, 천강선풍문의 공동 문주인 냉유성과 나백상이 보자 마자 서로 티격태격 했다.

“넌 아직도 결혼을 못했다매? 쯧쯧쯧.... 지난 번 소개해 준 처자가 그러더라. 너 대개 무식하다고.”

나백상의 말에 과천풍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남자는 힘이지 머리가 아니야. 그 처자는 나와 연이 닿지 않는 거야. 그러지 말고 다른 처자하고 다리 좀 놔주라.”

“됐거든!”

공야휘가 오랜만에 보는 동료들을 보며 신이 나서 장원을 뛰어 다녔다.

“형아, 잔치하자 잔치!”

“허허, 우리가 먹을 복이 있나 봅니다.”

전 천무맹주였던 남궁휘와 사황련주 북궁추가 장원 안으로 들어서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북리준이 황제가 직접 하사하여 지어준 천하제일영웅루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다 맑디 맑은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쌍괴 어르신들... 저 잘했지요?’

‘아주 마음에 든다, 이놈아! 잘 먹고 잘 살거라.’

‘네 덕에 우리의 업이 해소되어 육도윤회의 사슬에 몸을 잘 실었다. 고생이 많았다.’

천괴와 지괴가 구름이 되어 뿌듯한 표정으로 북리준을 내려다 보았다.

“자, 우리 잔치를 벌입시다. 곳간을 열고 음식과 술을 내오시오.”

북리준이 호쾌한 웃음과 함께 소리를 지르자 황제가 직접 하사한 이름인 용황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大尾(대미)

< 167. 저 잘했지요.... (完) > 끝

작가의말

2020년 12월 30일 해남검귀를 시작 했습니다.

여러 독자님들의 성원에 힘입어 이 글의

완결을 고하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고 제 글을 보아 주신 독자님들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 드립니다, 꾸벅 ^^

더욱 새롭고 재미있는 글로 다시 찾아 뵙겠다고

약속 드리며 독자님들이 원하시는 모든 일들이

다 이루어지시는 2021년이 되셨으면 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 편광(片光) 배상(拜上) -

해남검귀에 나오는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설명 드립니다.

몇몇 독자님들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작가의 착오를

말씀해 주셔서 이 자리를 빌어 바로 잡고자 합니다.

1. 삼번의 난 ( 1673년 ~ 1681년 ) 당시에 강희제의

아들 윤청 황태자(or 윤잉) 는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윤청 황태자는 실제 1674년 출생 하여 1725년 황태

자가 되었습니다.

소설 속 설정을 위해 제가 임의로 가져온 내용 입니다.

2. 동창과 금의위

금의위는 실제 1360년 명나라 홍무제에 의해 창설된

기관으로 이자성의 난으로 명나라가 멸망할 당시

( 1622년 ) 262년 간 존속한 정보 기관 입니다.

동창은 명의 영락제가 1420년 설치하여 명의 멸망인

1644년 까지만 존속한 명의 정보 기관 입니다.

제 소설이 삼번의 난 ( 강희제 )을 배경으로 쓰면서

실제 그 때 당시 존속하지 않았던 기관을 가져 왔습니다.

( 솔직히 저는 청 초까지 존속했던 기관으로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ㅠㅜ )

독자분들이 지적해 주신 부분을 찾아 보니 제가 놓친

부분이 많아 이 자리를 빌어 용서를 구합니다.

동창과 금의위의 경우 청나라때 정보 기관 이름

( 강녕직조소 )이 생경 하여 부득이 독자분들의 눈에

익은 동창과 금의위가 청나라까지 존속 한 것으로

설정을 이끌어 가겠습니다.

작가의 중국 역사에 대한 지식이 일천하여 혹시

추후 라도 상기와 같은 설정의 오류가 발견 된다면

언제든지 지적 부탁 드립니다.

다시 한번 제 글을 읽어 주시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시는 독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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