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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왕-42화 (42/293)

42화. 잔꾀 ― 드시지요 (3)

사공량의 모습을 확인한 백아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한동안 몰래 쫓아다니며 귀찮게 하는 건 그나마 애교로 봐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아니었다.

그때 사공량의 질문에 사내 중 하나가 답했다.

"안에서 잘 자고 있으니 걱정 마시오."

"그 여자한테 손댄 건 아니지?"

"걱정 마시오. 우린 물건은 깨끗하게 전달하자는 주의라."

씩 웃으며 답하는 사내를 향해 사공량은 어서 가 보자는 듯 손짓했다. 그러자 그자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물건을 확인하기 전에 돈부터 주셔야지."

"……."

사내의 말에 사공량은 품에서 전낭 주머니 하나를 꺼내 그에게 툭 던졌다. 날아드는 전낭을 받아 든 사내가 안의 금액을 확인했다.

"정확하군. 좋소, 창고에 던져 놨으니 알아서 데리고 가시오."

돈도 받았겠다, 굳이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더 술자리를 이어 갈 필요가 없다 판단했는지 세 사람은 시선을 주고받고는 이내 옆에 놔둔 짐을 챙기려고 했다.

그때 사공량이 서둘러 말을 걸었다.

"잠시만. 하나 더 부탁을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말과 함께 사공량이 꺼내어 든 또 하나의 전낭.

겉에서만 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전낭은 묵직해 보였다. 적지 않은 금액이 들어 있다는 걸 안 세 명의 사내의 눈동자가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그중 하나가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부탁이 뭐요?"

"아무래도 그냥 이대로 구해 가는 것은 확 잡아당길 뭔가로 좀 약한 것 같아서. 그쪽들이 나한테 당하는 시늉을 좀 해 줬으면 하는데?"

"젠장, 우리 보고 칼이라도 맞으라는 소리요?"

아무리 돈이 좋아도 칼까지 맞아 줄 생각은 없었기에 사내는 질색을 하며 답했다.

그런 그를 향해 사공량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마비산에서 천천히 풀리는 과정에 싸움을 벌이면 되니, 아마도 정신이 없는 상황일 거야. 그러면 대충만 합을 맞춰도 눈속임 정도는 충분하지. 몇 대 맞는 시늉을 하고 그대로 나자빠지면 돼. 왜? 어렵겠어?"

칼에 맞을 생각은 없었지만 주먹질 몇 방 맞고 저 정도의 금액이라면 이건 충분히 남는 장사였다.

세 사내는 눈빛만으로 대충 의견을 나누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할 것 같긴 하오."

"좋아. 그럼 그렇게 부탁하지. 전낭은 끝나는 대로 쓰러진 너희들 쪽에 던져두고 갈 테니 알아서 챙기고."

"아, 그런데 극적인 효과를 내려면 이건 어떻소?"

세 사내 중 하나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관심 있다는 듯 사공량이 바라보는 그때, 말을 꺼냈던 그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멀쩡하게 나타나는 것보다는 다쳐서 등장하는 게 더 멋지지 않겠소? 구해 주기 위해 부상을 무릅쓰며 달려온 사내라. 크으, 끝내줄 거 같은데?"

"……그거 나쁘지 않군."

엉망이 돼서도 그녀를 구하러 나타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던 사공량은 마음에 들었는지 씩 웃었다.

아무래도 부상이 있으면 더욱더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것이고, 또 그런 와중에도 구해 냈다는 사실이 사내다워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공량이 거침없이 자신의 옷의 일부를 찢기 시작했다.

찍찌익!

마치 칼에 베인 것처럼 몇 군데를 뜯어낸 사공량이 손을 내밀었다.

"어이, 단도라도 하나 있음 빌려주지?"

휙.

사공량의 행동을 보고 있던 사내 하나가 품에 있는 단도를 꺼내 그에게 던졌다.

단도를 주워 든 사공량의 손이 거침없이 움직였다.

스윽 슥.

찢겨진 옷 안 쪽으로 단도를 밀어 넣은 사공량은 입술을 꽉 깨물고는 직접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 깊지는 않고, 적당한 출혈이 있을 정도긴 했지만 스스로의 몸에 상처를 내는 사공량의 모습은 확실히 기괴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세 사내들 또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손바닥에 상처 하나 정도 내고 대충 옷에 문질러 대는 수준을 생각했는데, 그 이상의 행동을 보여 줬기 때문이다.

‘……지독한 새낀데 이거.’

몸에 상처 내는 걸 끝낸 사공량은 곧바로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거친 싸움을 한 것처럼 준비를 끝낸 그는 이내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만족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좋아, 이 정도면 됐고. 나가서 흙이나 좀 문대고 시작하면 되겠군. 아 참, 마비산의 해독약은?"

"여기 있소."

떨떠름한 표정의 사내가 건넨 해독약을 받아 든 사공량은 그걸 곧바로 품 안에 넣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서두르자는 듯 말했다.

"자자, 피 마르기 전에 시작하자고."

말을 끝낸 사공량은 사내 셋과 함께 방 바깥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백아린은 말없이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다.

건물 밖에 숨어 모든 이야기들을 전해 들은 백아린은 이 모든 정황들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몇 번이고 자신에게 거절당한 사공량이 돈을 써서 납치를 지시했고, 마치 위험을 무릅쓰고 구해 낸 것처럼 행동하며 생명의 은인인 척 관계를 만들어 나가려 했던 것이다.

이런 더러운 수로 말이다.

바깥으로 나온 사공량이 흙을 옷에 묻히기 위해 바닥에 누워 굴러 대는 모양새를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흘러나올 뻔했다.

‘가관이구나, 정말.’

백아린은 그들이 움직이기 전에 미리 몸을 돌렸다. 그들이 짠 계획을 모두 들었으니,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는 이미 머리에 모두 그려졌다.

곧바로 자신이 갇혔던 창고로 돌아간 그녀는 자신이 부쉈던 천장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허공에서 뛰어내리는 와중에도 최대한 천장에 난 구멍을 나무판자가 막고 있을 수 있도록 손을 써 뒀다.

그렇게 바닥에 착지한 백아린은 자신이 있었던 지푸라기 위쪽에 누웠다.

예상대로 곧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비켜라 이놈!"

캉캉!

사공량의 외침 이후 쇠끼리 충돌하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뒤이어 고함과 비명이 뒤엉킨 소리들이 연신 들려왔다.

눈을 감은 채로 그 소리를 듣고만 있는 백아린은 절로 실소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내 닫혀 있던 창고의 문이 열렸다.

덜컹!

큰 소리가 나게 문을 열어젖힌 사공량이 안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아까 미리 만들어 둔 것처럼 엉망의 행색을 한 그가 백아린의 옆에 와서 서둘러 그녀를 부축했다.

"백 소저, 괜찮으십니까? 백 소저!"

고함을 질러 대던 사공량은 납치를 한 이들에게서 미리 받았던 해독약을 꺼내 백아린의 입에 가져다 댔다.

애초부터 독에 중독당하지도 않았던 그녀였지만, 억지로 먹는 척 시늉을 해 보였다. 그리고 이내 힘겹게 눈을 뜨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여, 여긴……."

"정신이 드십니까? 백 소저가 수상한 괴한들에게 납치를 당하는 걸 알고 구하러 왔습니다. 어서 여기서 나가셔야…… 크윽!"

말을 하던 그가 갑자기 자신이 직접 상처를 낸 어깨 부분을 움켜잡으며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토해 냈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였는지 신음 소리가 터져 나오기 무섭게 세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한 사내가 소리쳤다.

"이놈, 네놈이 단단히 미쳤구나! 감히 이곳이 어딘 줄 알고! 용기는 가상하다만 결코 살아서 나가지 못할 것이다!"

고함과 함께 살기를 쏟아 내는 사내.

그 와중에 사공량은 서둘러 백아린의 앞을 막아서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는 힐끔 뒤를 바라보며 걱정 말라는 듯 말했다.

"제 뒤에 있으십시오 소저. 제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대를 지켜 줄 테니."

앞을 가로막으며 비장한 척 말하는 사공량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백아린이 도저히 못 참겠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 같은 상황에서 갑작스레 들려온 한숨 소리.

사공량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뒤로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상체만 일으켜 세운 백아린이 웃으며 말했다.

"재미있는 연극 잘 봤어요."

"……연극이라니요?"

되묻는 사공량을 향해 앉은 채 손가락으로 데굴데굴 구르는 사람 흉내를 내며 백아린이 답했다.

"스스로 몸에 상처도 내고 땅바닥을 막 구르고 재밌던데요."

그 순간 사공량을 올려다보던 그녀의 말투가 순식간에 돌변했다.

"그러니까 이제 그 연기 집어치우지. 영웅인 척하는 모양새에 구역질이 치미니까."

백아린이 다시 돌아와 원래의 자리에 누워 있었던 이유는 하나였다.

단순히 말로만 해선 들어 먹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으니까.

이런 놈들을 다루는 법은 한 가지뿐이다. 그리고 백아린은 그런 쪽에 꽤나 능통해 있었다.

"……."

갑작스런 백아린의 말에 사공량의 표정이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그러졌다.

대체 어떻게 그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것인가?

자신의 계략이라는 걸 눈치챈 걸로 모자라 스스로 상처를 내고, 땅바닥을 굴렀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건 곧 그 모든 걸 직접 눈으로 봤다는 소리다.

‘이런 망할.’

이건 핑계를 댈 만한 것도, 빠져나갈 구멍도 없었다.

이제는 이 백아린이라는 여인을 가지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이런 일을 벌였다는 사실이 소문이라도 난다면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것들이 무너진다. 무림맹에서 쫓겨나는 건 당연했고, 가문에서조차 버림받아도 이상할 게 없다.

그건 곧 누구보다 빛나길 바랐던 자신이 오히려 모든 걸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뜻이었다.

‘……그럴 순 없다. 내가 이곳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결론은 하나였다.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기 전에 이 여인을 죽여야 한다.

그리고 다행히도 지금 이곳엔 자신과, 자신이 고용한 이들뿐이었다.

그 말은 곧 기회라는 소리였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는 순간 사공량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들고 있던 검을 자리에 앉아 있는 백아린을 향해 찔러 넣었다.

검이 정확하게 그녀의 미간에 닿으려던 찰나.

챙!

옆에서 움직인 백아린의 손바닥이 검날을 쳐 냈고, 동시에 반대편 손이 앞에 있는 사공량을 향해 움직였다.

파앙!

쏟아져 나온 장력에 적중당한 그의 몸이 뒤편으로 밀려 나갔다. 순식간에 상대를 밀어낸 백아린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얼결에 뒤로 밀려 나간 사공량은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비슷한 연배이긴 해도 자신은 잠룡대 소속의 무인. 당연히 백아린이 이 일격을 받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놀란 사공량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은 백아린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무기를 찾는 것이었다.

지금 그녀의 허리춤에는 검 한 자루가 달려 있었다. 하지만 이건 무림맹 무인의 신분으로 활동할 때 차고 다니는 검으로, 튀지 않기 위해 최대한 밋밋한 종류의 것으로 챙겨 들고 다녔다.

그 검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백아린은 다른 뭔가를 찾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그녀의 눈에 이내 뭔가가 들어왔다.

나룻배를 몰 때 사용하는 걸로 보이는 기다란 노 몇 개가 한쪽에 쌓여 있었다.

백아린은 서슴없이 노 하나를 들어 올렸다.

부웅, 붕.

가볍게 흔들어 본 그녀는 노의 널찍한 면적이 마음에 들었다.

백아린이 중얼거렸다.

"두들겨 패 주기 딱 좋네."

놀란 감정을 서둘러 추스른 사공량이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실력이 있군. 인정하지."

"인정은 무슨. 네가 날 인정하고 말고 할 그런 수준은 아니잖아?"

받아치는 백아린의 말에 사공량은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멍청하긴, 차라리 알았어도 모르는 척하고 나갔다면 살 수는 있었을 터인데."

"멍청한 건 너지.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다 박살 내면 될 걸 뭘 그리 어렵게 해? 이곳에 증인들도 다 있겠다, 뒤처리도 뭐 그리 어렵지 않을 거 같은데."

증인들이라는 말을 하며 백아린의 시선이 사공량의 뒤편에 서 있는 셋에게로 향했다.

그들 또한 갑자기 벌어진 이 상황에 어찌할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사공량이 소리쳤다.

"뭣들 해! 일이 틀어지면 우리 다 죽는 거 모르겠어?"

그의 말을 듣고서야 세 사내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확실히 정할 수 있었다. 사공량의 말대로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를 도와 이 상황을 마무리해야만 했다.

마음을 정하자 여유가 찾아왔는지, 사내 중 하나가 투덜거리듯 말했다.

"썩을. 무보수로 일하는 건 적성에 안 맞는데."

자신이 납치해 온 상대가 어떻게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그래 봤자 젊은 여인일 뿐이다. 자신들 셋과, 지금 앞에 있는 사공량이면 제압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여겼다.

애초에 진다는 건 이들의 머릿속에 없었다.

그저 돈을 받지 않고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탐탁지 않을 뿐이었다.

사내 중 하나가 성큼 다가서며 손짓했다.

"아가야, 얌전히 굴면 아프지 않게 보내 줄게. 그러니 그만 까불고 말이야. 아 참, 죽기 전에 재미는 좀 볼 수도 있어. 그냥 보내기엔 좀 아깝잖아?"

키득거리며 다가오는 상대.

둘의 거리가 약 이 장 이내로 좁혀지는 바로 그 순간.

백아린의 손이 움직였다.

짜악! 짝!

번개처럼 움직인 그녀는 노의 널찍한 면으로 상대의 양쪽 볼을 재빠르게 후려쳤다. 순식간에 이가 깨지며 쏟아져 나왔고, 양 볼은 홍시처럼 붉게 물들었다.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양쪽 얼굴을 후려쳤던 노가 어느덧 위로 치솟았다가 떨어졌다.

빠아아악!

산산조각이 난 노의 조각들이 주변으로 튀어져 나갔다. 그 일격에 머리통을 정확하게 맞은 상대는 이미 인사불성이었다.

철퍼덕.

안면을 그대로 바닥에 처박은 채로 상대는 부르르 떨다가 이내 완전히 혼절해 버렸다.

아무렇지 않게 한 명을 보낸 백아린이 손잡이만 남은 노를 휙 집어던졌다. 그러고는 곧바로 새로운 노 하나를 들어 올렸다.

그녀가 까닥거렸다.

"다음 놈 들어와."

"이년이!"

동료가 당한 모습을 굳어서 바라보던 사내 중 하나가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런 그를 돕겠다는 듯 나머지 한 명 또한 반대편으로 움직였다.

둘은 양쪽 방향에서 백아린을 향해 치고 들어왔다.

딴에는 양쪽에서 합공을 할 생각이었겠지만…….

부웅!

백아린은 날아드는 검을 몸을 숙여 피하는 것과 동시에 노를 깊게 찔러 넣었다.

퍽!

그러면서 손을 가운데 부분으로 옮기며 반대편 손잡이 부분으로 다른 한 명의 명치를 후려쳤다.

"켁!"

명치에 정확하게 적중당하자 숨을 쉬기 어려웠는지 그자가 거칠게 숨을 들이켰다. 그 순간 백아린의 손에 들린 노가 폭풍처럼 날아들고 있었다.

뻐걱!

노가 정확하게 그의 목 부분을 후려쳤고, 그는 순간적으로 낫 모양이 되며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끄르르륵."

눈을 까뒤집고 게거품을 문 그가 알아듣기 어려운 신음 소리를 흘려 댔다.

목을 후려치며 노는 반으로 부러져 있었다.

백아린은 떨어져 있는 그 반쪽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이내 먼저 일격을 당했던 상대에게 다가갔다.

고통스럽게 주춤거리던 그자는 백아린이 다가오자 화들짝 놀라 손사래 쳤다.

"오, 오지 마! 더 다가오면……."

그 순간 백아린의 양손이 움직였다.

위와 아래로 동시에 날아든 반쪽짜리 노들이 순식간에 그의 턱과 머리통을 치며 박살이 나서 나뒹굴었다.

떨어지는 나무 파편들과 함께 그 일격을 당한 사내 또한 마치 실 끊어진 인형처럼 픽 하고 옆으로 쓰러졌다.

백아린은 옷에 묻은 나무 파편들을 가볍게 털어 내며 옆에 있는 노 하나를 더 들어 올렸다.

노를 들어 올린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

그곳에는 말도 안 되는 백아린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새하얗게 질린 사공량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가 안타깝다는 듯 입을 열었다.

"허어. 세 개나 더 남았네."

세 명을 제압하는 데 두 개를 사용했고, 손에 든 이걸 제외하고도 아직도 남아 있는 세 개의 노.

백아린이 노를 고쳐 잡으며 말을 이었다.

"어쩌지? 난 오늘 이 노를 하나도 남김없이 다 쓸 생각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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