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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왕-47화 (47/293)

47화. 실력 발휘 ― 뭐 하는 사람이야 (1)

‘저놈은 뭐지?’

신욱은 자신과 수하들을 향해 다가오는 한천을 보며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다른 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상황, 그렇다면 지금 홀로 단엽을 돕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순간 다가오던 한천의 손가락이 검 손잡이를 끝까지 밀어냈다.

타악.

솟구쳐 오른 검을 가볍게 쥔 그를 보며 신욱은 고개를 갸웃했다.

‘좌수검?’

오른손으로 검을 사용하는 걸 우수검, 왼손으로 사용하는 걸 좌수검이라 칭한다. 이 넓은 무림에 좌수검을 사용하는 이는 당연히 존재한다.

허나 좌수검을 사용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무공 때문이다.

단순히 왼손잡이니까 왼손으로 검을 쓰면 되는 거 아니냐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대부분의 검법은 오른손으로 사용하는 걸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내공의 흐름과 검로 자체가 그에 맞춰져 있다는 소리다. 종종 좌수검법이 있긴 하지만 극히 한정적이고 무림에 알려져 있는 대부분의 절정 무공들 또한 오른손을 기반으로 맞춰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설령 왼손잡이라 할지라도 검법은 오른손으로 배우며 양손잡이에 가깝게 변하는 것이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수검을 쓴다는 건 둘 중 하나일 확률이 크다.

특이한 좌수검법을 익혔거나, 아니면 애매한 실력자거나.

하지만 단엽이 도움도 안 된다며 빠지라고 고함친 걸 보아하니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만한 자라고는 전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신욱이 한천이 다가오는 길목 쪽에 있는 수하들을 향해 짧게 명령을 내렸다.

"귀찮은 일 생기지 않게 지금 처리해."

"넵, 대주님."

말과 함께 한천과 가까운 쪽에 있는 아홉 명의 구마대 무인들이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한천이 자신을 향해 살기를 뿜어내는 그들을 향해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설 때였다.

단엽이 다급히 소리쳤다.

"아저씨! 가라고!"

수십여 일을 함께하면서도 딱히 친분은 없던 사이. 그리 친한 관계는 아니지만 다른 누군가가 자신 때문에 죽는 건 원치 않았다.

허나 들리지 않는다는 듯 한천은 걸음을 옮겼고, 결국 구마대의 무인들이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파라락!

십여 명의 무인들이 솟구치는 걸 본 순간 단엽이 주먹을 꽉 쥐며 그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멍청한 자식이! 개죽음……."

단엽의 몸이 막 그들을 향해 치솟으려는 그때였다.

달려드는 적들 사이로 한 걸음 내딛는 한천의 모습을 보는 순간 그쪽으로 움직이려던 단엽이 움찔했다.

보고야 만 것이다.

그 한 걸음에 담긴 의미를.

떨어지는 많은 무기들을 향해 오히려 몸을 들이미는 그 걸음걸이는 마치 자살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손에 들린 검이 움직였다.

순간…….

쿵쿵쿵.

하늘로 솟구쳐 올랐던 구마대의 무인들이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아홉 명 중에 절반이 넘는 다섯은 그대로 곤두박질쳤고, 나머지 네 명 또한 비켜 나간 공격에 가까스로 목숨만 건질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단엽은 어느새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싹.

소름이 돋았다.

옷으로 가려져 있어 눈으로 확인하지 못해도, 팔 전체에 닭살이 돋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저건 배운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움직임이 아니다.

생과 사의 갈래를 수도 없이 겪어 본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 놀랍게도 한천은 그러한 걸 보여 준 것이다.

거기에 빛처럼 빠르게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검의 움직임까지.

‘……저런 자가 고작 적화신루의 부총관이라고?’

적화신루에서 부총관이라는 직위는 그렇게 높은 직책이 아니었다. 총관만 해도 여럿이고, 그들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부총관들.

단순히 적화신루에서만 봐도 서열 삼십 위 정도 되는 자라는 소리다.

헌데 지금 보여 준 저 움직임은 고작 그 정도 수준의 무인이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때 한천이 입을 열었다.

"운 좋은 줄 알라고. 내 오른손이 멀쩡했으면 살아서 바닥을 딛고 선 녀석은 없었을 테니까."

단엽은 한천이 항상 입버릇처럼 떠들어 대던 그 말을 다시금 떠올렸다.

엄청난 고수 백 명과 싸우다가 오른손을 다쳤다는 그 말. 당연히 그걸 진담이라 생각해 본 적 없었고, 언제나 흘려들었던 그다.

허나 이제는 아니었다.

‘그 말이…… 진짜였어?’

단엽의 놀람은 컸지만 그보다 더 당황한 건 역시나 신욱이었다.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곧장 단엽을 향해 시선을 돌렸던 그다.

당연히 수하들이 어떻게 당했는지 눈으로 보지 못했고, 바닥과 충돌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뒤늦게 달려든 수하들의 절반이 죽었고, 나머지들도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서 있는 것을 보고서야 신욱은 자신의 계산이 틀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뭐야, 이건?"

믿을 수 없는 현실에 그가 중얼거렸다.

한천이 검을 비스듬히 든 채로 입을 열었다.

"단 소협, 몸도 안 좋아 보이는데 그냥 쉬실래요?"

자신을 향해 말을 걸어오는 한천의 목소리에 단엽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무슨 헛소리야. 아무리 독에 중독되었어도 이놈은 내가 죽여."

마주하고 있는 신욱을 바라보며 단엽이 살기를 터트렸고, 한천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럽시다. 그럼 나머지 놈들은 제가 처리하죠. 상태가 안 좋아 보이시는데 빨리 못 끝내시면 그때는 허락 안 받고 끼어듭니다."

"……마음대로."

단엽 또한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몸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것 정도는.

아마 몇 번 손속을 나누는 것 정도가 지금 단엽이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사실 몸 상태로 봤을 때는 빠져서 한천에게 뒤를 맡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지만…… 그건 단엽의 자존심이 용납지 않았다.

아직까지 죽어 나자빠진 수하들을 보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신욱을 향해 단엽이 집중하라는 듯 바닥을 강하게 밟았다.

쿠웅!

지진이 난 것 같은 커다란 소리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동시에 신욱의 시선 또한 단엽에게로 돌아왔다.

단엽이 그를 향해 히죽 웃어 보이며 말했다.

"어이, 네 상대는 나라고. 어딜 쳐다보고 있는 거야?"

"……."

신욱은 이를 악문 채로 창을 들어 올렸다.

단엽의 말대로였다.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인물의 무위에 당황을 금키 어려웠지만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바로 눈앞에 있는 상대부터 쓰러트리는 것이었다.

독에 중독되어 오래 버티지 못하는 단엽을 쓰러트린다. 지금 나타난 자의 처리는 그 후의 문제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잔뜩 신이 나 있더니 지금은 왜 이렇게 울상이야?"

놀리는 듯한 말과 함께 단엽의 주먹으로 붉은 기운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내공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다시금 기혈이 들끓었고, 입을 통해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허나 그런 상황에도 단엽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주먹에 힘을 불어 넣었다.

"간다!"

고함과 함께 단엽이 달려들었다.

그의 주먹에 맺힌 붉은 권기가 사방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파바박!

밀려드는 뜨거운 열기.

신욱은 창을 곧추세운 채로 쏟아지는 권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빛에 휩싸인 그의 창이 붉은 권기를 갈가리 찢어발겼다.

쿠쿠쿵!

충격음과 함께 주변으로 먼지가 팍 하고 밀려 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뒤편에 있던 구마대의 무인들 몇 명이 단엽의 뒤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허나 그들의 몸이 단엽이 있는 곳에 채 도달하기도 전이었다.

스윽.

귀신처럼 나타난 한천의 검이 그들의 몸을 반으로 갈라 버렸다.

촤악!

피가 터져 나감과 동시에 주변에 있는 다른 이들의 움직일 길목까지 막아선 한천이 곧바로 검을 좌우로 흔들었다.

단엽을 향해 날아들던 비수들이 순식간에 떨어져 나갔다.

그 모습을 곁눈질로 확인한 단엽은 자신도 모르게 씩 웃었다.

뒤는 신경 쓸 이유가 없다.

그의 모든 신경이 온전히 자신이 목표로 하는 단 한 명, 신욱에게로 향했다.

독에 중독당하고도 구마대의 무인 전원과 신욱의 공격을 받아 내던 단엽이다. 그랬던 그가 자유를 얻고 모든 걸 한 명에게로 집중시킬 수 있었으니 그 파괴력은 아까에 비할 수 없었다.

달려드는 창을 응시하던 단엽의 주먹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어딜!"

슬쩍 변화를 보이며 목을 향해 날아드는 창날을 쳐 낸 단엽은 곧장 반대편 주먹을 움직였다. 주변으로 권기가 거미줄처럼 퍼져 나갔다.

파파팍!

황급히 창으로 원을 그리며 뒤로 밀려 나가던 신욱의 중앙으로 단엽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퍼엉!

터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신욱의 몸이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밀려 나가는 그에게 단엽의 몸이 성난 파도처럼 다가가고 있었다.

‘젠장!’

신욱은 허공에서 날아드는 단엽의 주먹을 보며 서둘러 창을 움직였다.

휙휙.

가벼워 보이는 움직임이었지만 그 파괴력은 엄청났다.

콰콰쾅!

마치 유성우가 떨어지는 것처럼 수십 개의 기운이 창에서 쏟아져 나갔다. 덩달아 아래쪽은 엉망이 되어 터져 나갔다.

허나 허공으로 함께 솟구쳐 오른 단엽은 물러서지 않았다. 한쪽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호신강기를 불러일으킨 그는 쏟아지는 공격을 받아 냄과 동시에 거리를 더욱 좁혀 냈다.

파앙!

복부에 틀어박히는 일격,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밀려 나가려는 신욱의 몸을 단엽이 잡아챈 것이다. 허공에서 붕 뜬 상태로 상대를 잡아챈 단엽, 피할 곳은 없었다.

씩 웃는 단엽의 눈을 마주하는 순간 신욱은 어떻게든 빠져나가기 위해 발로 그를 밀어냈다. 허나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내공이 손을 통해 뿜어져 나갔다.

아까 전 신욱에게 타격을 입혔던 열화폭뢰의 초식이 다시금 펼쳐졌다.

퍼엉!

폭음과 함께 이번엔 신욱의 가슴 부분이 터져 나갔다. 폭발이 일자 둘의 몸이 반대편으로 밀려 나갔다. 단엽은 그대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고, 신욱은 보다 높게 치솟았다가 이내 땅에 처박혔다.

먼저 내려선 단엽이 거칠게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헉."

동시에 입에선 검은 피가 울컥 쏟아져 나왔다.

새카만 피를 토해 낸 그가 소매로 입을 닦아 내며 앞을 응시했다. 뒤늦게 바닥으로 떨어진 신욱이 힘겹게 일어서고 있었다.

"으으으."

고통에 찬 목소리, 그는 자신의 창을 지팡이 삼아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가슴 부분의 살점이 터져 나가며 피가 연신 쏟아져 나왔다.

신욱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구마대! 표적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지금 당장에 저놈부터……!"

명령을 내리던 신욱은 들려오지 않는 반응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치명상을 입으며 반쯤 감긴 눈, 그렇지만 그 좁은 시야로도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건 충분히 가능했다.

나자빠져 있는 수하들.

자신이 데리고 왔던 그 많은 인원들 모두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시체들 사이에 오롯이 서 있는 한 사내.

한천이다.

검에 묻은 피를 툭툭 털어 낸 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덩달아 같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던 단엽이 몸을 일으켜 세우며 자신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피를 토해 냈고, 안색 또한 좋지 못했지만 이 싸움의 승패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신욱이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자신이 살아서 나갈 방도는 없다.

그렇다면…….

신욱이 손에 쥔 창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가 순간적으로 남은 모든 내력을 쥐어짜며 냅다 창을 집어던졌다.

파앙!

창은 정확하게 단엽의 미간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순식간에 창이 지척까지 다다랐지만 단엽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의 손이 날아드는 창을 잡아챘다.

타악.

내공이 실린 공격이었기에 몸이 절로 뒤로 밀려 나가고, 발목까지 땅에 파묻힐 정도로 그 힘은 무시무시했다.

허나 그 와중에도 단엽은 손에 쥔 창을 놓지 않고 끝까지 버티고 서 있었다. 권갑과 창 사이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주르륵.

내공을 끌어올린 탓에 재차 피가 터져 나왔지만…….

콰드득.

단엽의 손에 잡혀 있던 창이 부러지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창을 부러트린 단엽이 신욱에게 성큼성큼 다가서며 주먹을 치켜들었다. 그의 주먹이 하늘을 가린다는 생각이 들 그 무렵.

단엽이 치켜든 주먹을 움직이며 입을 열었다.

"까불지 말라고 이 자식아."

쾅!

떨어져 내린 주먹이 정확하게 신욱의 얼굴을 후려쳤고, 그의 몸은 그대로 뒤로 날아가 처박혔다.

굳이 살아 있는지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즉사다.

비틀거리는 단엽을 향해 한천이 서둘러 달려왔다. 그러고는 쓰러지려는 그를 부축했다.

"하아, 하아."

가까이서 본 단엽의 상태는 더 좋지 못했다.

온몸 곳곳에 침투한 독 기운이 그를 점점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으니까.

새하얗게 변해 있는 단엽의 얼굴을 보며 한천은 지금 그의 상태가 얼마나 좋지 않은지 가늠할 수 있었다.

한천은 슬쩍 주변을 둘러봤다.

분명 자신이 쓰러트린 자들의 숫자도 많았지만 이미 이곳에 도착했을 무렵 반수가 넘게 죽어 있었다.

그 모든 걸 독에 중독된 이 몸으로 해냈다는 소리다.

‘이 몸 상태로 이렇게 싸운 건가?’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는 투지다.

괜히 투견(鬪犬)이라 불리며 무림에서 이름을 날리는 건 아닌 듯싶었다.

몸 상태를 확인했지만 이건 자신들이 간단히 처리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랬기에 한천이 단엽을 부축한 채로 말했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치료할 수 있는 독은 아닌 듯하군요. 거처까지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버틸 수 있겠습니까?"

버틸 수 있냐는 질문에 단엽이 표정을 확 찡그리며 말했다.

"날 뭐로 보는 거야? 나 단엽이야. 대홍련 부련주 단엽."

여전히 투지 가득한 그 모습에 한천은 이런 상황에서도 실소가 흘러나왔다. 그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압니다. 아주 대단한 분이신 거. 뭐 버틸 수 있으시다니 그럼 가죠."

단엽을 부축한 채로 한천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며 움직이던 도중 단엽이 입을 열었다.

"아저씨 뭐 하는 사람이야?"

"아시지 않습니까? 적화신루 부총관입니다."

"그걸 몰라서 물을까. 적화신루 부총관이 보여 줄 무위가 아니잖아."

"그건 그냥 궁금증으로 남겨 두죠. 원래 비밀이 많은 사내가 매력적인 법 아니겠습니까?"

능글맞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한천의 모습을 보며 단엽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한천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지만 더 이상은 그의 개인사를 캐묻지 않기로 했다.

무림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

그 모두에게는 감추고 싶은 비밀 하나쯤은 있다는 걸 너무도 잘 알았으니까.

단엽이 퉁명스레 입을 열었다.

"어쨌든 덕분에 살았어. 고마워 아저……."

평소처럼 아저씨라 부르려던 단엽이 잠시 말꼬리를 흐렸다. 생각해 보니 단 한 번이라도 이 사내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 본 적이 있던가?

단엽이 자신의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뭔가 낯부끄럽긴 했지만…….

결국 그가 재차 입을 열어 말을 이었다.

"고마워, 한천."

생각지도 못한 그 한마디에 한천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이내 웃으며 말을 받았다.

"거 이제 이름 텄으니 나중에 술이나 한잔합시다."

"좋지. 바로 마실까?"

"성격 참 급하시네. 최소한 상처는 좀 낫고 마셔야 될 거 아닙니까."

한천이 기가 막힌다는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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