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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왕-51화 (51/293)

51화. 사두마차 ― 주사위는 던져졌다 (1)

"뭐? 밖에서 의원을 데리고 왔다고?"

당문추가 수하 당희도의 보고에 눈을 치켜뜨며 되물었다. 모든 감시망을 동원하고 있었던 탓에 당소련 쪽의 움직임을 읽어 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녀가 밖에서 의원을 불러들였다는 소식이 바로 전달되어 온 것이다.

이 행동이 의미하는 게 과연 무엇일까?

‘외부의 의원을 끌어들다니…….’

당문추는 불편한 표정으로 탁자를 툭툭 두드렸다.

세가에 실력 좋은 의원들이 즐비한데 굳이 바깥에서 다른 자를 불러올 이유라면 아무래도 하나밖에 없었다.

세가 내부에 적이 있다는 걸 알아 버렸고, 그 상대에게 당율의 상태를 감추려 한다는 것.

당문추가 물었다.

"뭔가 알아낸 건 딱히 없고?"

"아쉽게도 더는 접근이 어려워 내부의 상황까지는 알아낼 방도가 없었습니다. 다만 뭔가 분주하게 달이고 있는 약재들이 기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거나 몸을 보양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더군요."

"……그 말은 점점 회복되고 있다는 소리군."

생명이 오가는 상황에 쓰일 법한 것이 아닌 회복에 치중된 약재들.

당율이 일어나면 곤란한 당문추의 입장에선 그리 유쾌하지 않은 소식이었다.

흘러가는 모든 일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 안을 서성이다 중얼거렸다.

"당율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가 문제인데."

그가 일어나면 금장전에 출입했던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그건 가주의 자리를 노리는 당문추의 발목을 붙잡을 것이 분명했다. 허나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아주 만약에라도 당율을 죽이러 갔던 그들의 입에서 자신과 연관된 무슨 이야기라도 흘러나왔다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당문추는 화가 치밀었다.

"망할, 그깟 계집 하나 처리하지 못해서 상황을 이렇게 만들다니."

당소련을 죽일 완벽한 기회였다.

그녀를 죽이고 이를 당율과 엮어 가주파의 인원들을 찍어 누르려 했다. 허나 당소련은 살았고, 오히려 뭔가를 알고 있을 당율의 목숨까지 구해 냈다.

상황이 이렇게 되긴 했지만 사실 당문추는 지금의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들이 짜 놓은 계획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당소련이 살 수 있었을까?

자신이 아는 그들은 결코 이런 실수를 할 이들이 아니었다. 당소련의 무공 실력 정도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는 소리다.

초조해하는 당문추의 모습에 눈치를 보던 당희도가 조심스레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이대로 뒀다가 만약에라도 당율의 입에서 곤란한 말이 나오게 된다면……."

말을 하며 당희도가 마른침을 삼켰다.

당문추의 최측근으로 모든 일을 함께해 온 당희도다. 그가 무너지면 당희도 또한 끝이었다.

"기다려. 상황 설명은 해 뒀으니 아마 또 다른 이들을 보내 줄 게야."

당문추가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

가문 내부에서 상대들을 죽여야 하는 상황, 가능하면 뒤탈이 생기지 않게 직접 손을 쓰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그랬기에 우선은 위에 이 사실을 알리고 또 다른 인원을 투입해 달라 요청해 둔 상태였다.

다만 걱정되는 건 그들이 움직이는 것보다 당율이 먼저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스스로 말을 하고도 불안했는지 당문추가 말을 이었다.

"그쪽의 감시는 계속 잘 진행하고 있는 거겠지?"

"물론입니다.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인원들을 이용해서 당소련과 당율의 거처를 감시하고 있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곧바로 보고가 올라올 겁니다."

대답을 들은 당문추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방 안을 서성이던 그가 다시금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당문추가 마주 앉아 있는 당희도를 바라봤다.

"바깥이 좀 시끄러운데."

"제가 나갔다가 오도록 하죠."

"그렇게 해."

말을 마친 당문추가 고갯짓을 했고, 당희도는 곧장 일어나 바깥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그가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울려오기 시작했다.

벌컥.

"원주님!"

소리를 내지르는 건 방금 전 바깥의 소란을 확인하러 움직였던 당희도였다. 당문추는 다급해 보이는 그 모습에서 뭔가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다.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뭐야?"

"당소련이 은밀히 마차를 준비시키라고 했답니다."

"마차를?"

"예, 그것도 사두마차(四頭馬車)랍니다."

네 마리의 말이 이끄는 사두마차를 준비시켰다는 건 그만큼 큰 뭔가를 움직이겠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당율을 외부로 빼돌릴 생각이군."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환자인 그를 눕혀서 이동시키기 위해 큰 마차를 준비하는 것이 분명했다.

외부에서 데리고 온 의원부터 해서 갑작스럽게 마차를 이용해 바깥으로 빼돌리려는 움직임까지.

당문추는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대체 노리는 게 무엇이더냐.’

도통 감은 오지 않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을 벌인다는 건 적어도 자신에게 좋지 않은 뭔가가 벌어질 거라는 의미였다.

표정을 잔뜩 일그러트린 채로 고민에 잠겨 있는 그를 향해 당희도가 조급한 어투로 말을 걸었다.

"이대로 보내실 생각이십니까?"

"……."

"원주님! 이러다가 정말로 당율이 눈을 떠서 우리에 대해 뭔가를 발설하게 된다면……."

"조용!"

쾅!

당문추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치며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 정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다. 그런 상황에 자꾸 옆에서 닦달을 하자 짜증이 치민 것이다.

당문추의 머리가 급하게 굴러갔다.

그가 물었다.

"마차는 한 대만 움직인다고 하더냐?"

"예, 확실하진 않지만 저희 쪽에 알려진 바로는 그렇습니다."

사두마차가 제법 크긴 하지만 한 명을 눕혀서 움직일 생각이라면 그 안에 자리할 수 있는 인원은 몇 명으로 국한된다.

마부와 환자인 당율까지 해서 기껏해야 다섯 명 안팎일 터.

"지금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인원은?"

현 사천당문의 실세 중 하나인 당문추다. 아무리 늦은 밤이라고 해도 그의 명령에 따라 움직일 무인의 숫자는 꽤나 많았다.

허나 지금 당문추가 물어보는 건 그런 일반적인 무인들의 숫자가 아니었다.

비밀리에 움직이고도 뒤탈이 없을 정말 극소수의 측근들을 묻는 것이다.

지금 그가 하려고 하는 건 같은 가문의 사람을 치는 일이었고, 그건 결코 드러나선 안 될 비밀이었다. 당연히 아무나 데리고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

그 사실을 알기에 당희도가 서둘러 숫자를 헤아렸다.

얼추 계산을 끝낸 그가 말했다.

"열…… 아니, 열한 명 정도 됩니다."

대답을 들은 당문추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미 어느 정도 답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은 결정. 그만큼 이번 결정은 중대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쉼 없이 몰아치는 당소련의 움직임은 당문추에게 고민을 할 수 있는 여유조차 주지 않았으니까.

결단을 내린 당문추가 입을 열었다.

"……움직인다. 애들 모아. 마차가 어디로 움직일지 비밀리에 쫓을 놈도 붙여 두고."

"옙! 원주님!"

대답을 끝낸 당희도가 서둘러 바깥으로 달려 나갔다.

방 안에 홀로 남은 당문추는 한쪽에 걸어 두었던 장포를 몸에 걸쳤다. 그의 눈동자가 어두운 빛을 쏟아 내고 있었다.

당문추가 창 너머의 캄캄한 바깥을 응시했다.

‘참으로 오래도 걸렸구나.’

사천당문의 주인이 되고 싶었지만 형이자 가주인 당세종의 그늘에 가려 언제나 이인자로 살아야 했던 삶. 그 지겨웠던 삶에 이제는 마침표를 찍을 시간이 온 것이다.

당문추는 옆에 놓여 있던 명패를 손에 쥐었다.

지금 그가 이끄는 독륜원의 수장을 상징하는 물건.

가주인 당세종이 독륜원을 맡기면서 축하한다며 직접 건네줬던 명패였다. 언제나 허리에 차고 다니던 그 명패는 당문추에겐 애증의 대상이었다.

사천당문 최고의 세력인 독륜원을 이끄는 명예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자신의 한계를 말해 주는 것이었으니까.

나무로 된 명패를 당문추가 강하게 움켜쥐었다.

콰드득.

소리와 함께 명패가 조각조각이 나며 손가락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박살이 난 명패를 내려다보며 그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형님, 이해하시오. 난 이인자의 삶에 지쳤거든."

바닥에 흩어진 명패 조각들을 바라보자 우습게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는 물러서는 자가…… 죽는다.

* * *

당소련이 타고 있는 사두마차는 빠르게 달렸다.

사천당문을 빠져나오기 무섭게 관도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한 마차는 곧장 남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만큼 마차는 꽤나 크고, 빨랐다. 그렇지만 그 마차보다 더욱 빠르게 움직이는 일련의 무리가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당문추가 이끄는 암살대였다.

그들은 모두 검은 복장을 하고 있었고, 하나같이 빼어난 실력자들이었다.

뛰어난 경공 때문에 마차를 어렵지 않게 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위험 부담이 큰 암습이니 만큼 결코 실패해서도, 누군가의 눈에 자신들의 존재가 드러나서도 안 됐다.

혹시나 번화가로 움직이면 어떻게 하나 하는 일말의 걱정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마차는 오히려 인적이 드문 길을 따라 점점 마을에서 멀어져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문추는 한 시진 가까이 마차를 은밀히 뒤쫓기만 했다. 그만큼 더욱 완벽한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었다.

슉슉슉!

적당한 거리를 벌려 자신들이 뒤쫓는다는 걸 들키지 않게 하면서 내달리는 암살대의 움직임은 은밀했다.

암살대가 뒤쫓는 마차는 이미 마을에서 한참은 떨어진 곳에 왔고, 이제는 오히려 인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외곽으로 들어섰다.

거기다 시간은 늦은 밤.

모든 것이 딱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양쪽의 길 중 한쪽은 나무들이 가득했고, 덕분에 그곳에서 최대한 몸을 감추며 뒤쫓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게 몸을 감춘 채로 한참을 뒤쫓던 중.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르는 이상 슬슬 움직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수십 장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뒤쫓던 당문추가 결국 결정을 내렸다.

선두에서 달리던 그가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리고 신호와 함께 당문추가 속력을 올렸다.

파바박.

일부러 벌려 놓았던 마차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고 들어가는 당문추, 그리고 수신호를 받았을 때부터 수하들 또한 더욱 빠르게 경공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거리는 제법 떨어져 있었지만 순식간에 마차와 일직선상에 위치하게 된 암살대들. 그들은 속력을 유지한 채로 당문추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의 명령이 떨어지면 곧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말이다.

당문추의 시선이 슬쩍 앞으로 향했다.

지금 자신들이 달리는 길목에 즐비한 우거진 나무들이 순간적으로 한산해지는 공간이 보였다.

당문추는 목 언저리에 둘러 놓았던 복면을 입가까지 끌어 올렸다. 혹시 모를 상황이 닥쳐도 얼굴이 들통나지 않기 위함이었다.

촤르륵.

당문추가 순식간에 손가락 사이사이에 비수를 끼워 넣었다. 각 손마다 세 개씩해서 여섯 개의 비수를 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란히 달리고 있던 여타의 암살대 무인들 또한 복면을 쓴 채로 순식간에 각자의 암기를 뽑아 들었다.

목표는 오직 하나.

달리고 있는 저 마차였다.

이윽고 눈여겨봐 뒀던 장소에 도달하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당문추의 손이 움직였다.

쒜엑!

동시에 옆에 있던 수하들 모두 마차를 향해 순식간에 암기를 쏟아 냈다. 날카로운 침을 시작으로 해서, 묵직한 힘이 실린 비수까지.

백여 개에 가까운 암기들이 거의 동시에 마차의 한쪽 벽면을 향해 날아들었다.

내공이 실린 공격, 당연히 나무로 된 마차의 외벽이 버텨 낼 리가 없었다. 순식간에 마차의 외벽으로 암기들이 파고들었다.

퓩퓩퓩.

헌데…….

캉캉캉.

외벽을 뚫고 들어간 직후에 들려오는 소리가 이상했다. 이건 분명 쇠끼리 부닥칠 때나 날 법한 그런 소리였으니까.

‘캉?’

허나 그런 의아함은 길어지지 않았다.

히이잉!

말이 놀란 듯 다리를 치켜들었다가 내렸고, 마부는 다급히 말고삐를 쥐며 버티다 이내 마차에서 떨어져 내렸다.

마차가 달려 나갈 걸 염두에 둔 당문추가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재차 날아든 비수가 말과 마차를 연결해 둔 고리를 전부 끊어 버렸다.

놀란 말들은 각자 사방으로 달려 나갔고, 마차는 그 자리에서 균형을 잃고 앞으로 기우뚱 기울어졌다.

이미 한쪽 벽면은 암기가 꿰뚫고 지나가 구멍이 송송 뚫린 상태.

당문추와 수하들은 성큼 마차를 향해 다가갔다.

그가 입을 열었다.

"안에 확인하고 살아 있는 놈들이 있으면 모두 죽여."

이미 넝마가 되어 버린 마차의 외관.

안에 있는 이들이 살아 있을 리 없었다.

그렇게 마차를 향해 거리를 좁혀 가고 있는 그때였다.

쿵.

마차의 외벽이 울리며 들려온 묵직한 소리.

당문추가 미간을 찌푸렸다.

‘누군가가 살아 있는 모양이군.’

어차피 안을 확인할 생각이었기에 그대로 성큼 다가서는 순간.

콰앙!

갑자기 자신들이 암기를 쏟아 부었던 마차의 외벽의 한 쪽이 통째로 날아들었다. 마차를 향해 다가가던 이들이 놀라 양옆으로 갈라졌다.

쿵.

그리고 이내 날아든 외벽이 바닥을 나뒹굴었고, 그렇게 드러난 마차의 내부.

그쪽으로 시선을 돌린 당문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커다란 대검 한 자루였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큰지 마차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허나 문제는…….

"어휴, 갑갑해 죽을 뻔했네."

대검의 뒤편에서 죽는소리와 함께 자리에 누워 있던 누군가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때 마차의 절반 가까이를 가리고 있던 대검이 움직였다.

쿠웅.

대검을 가볍게 바닥에 꽂아 넣으며 백아린이 마차에서 껑충 뛰어내렸다.

당문추는 죽립을 쓰고 있긴 했지만 그 대검의 주인이 여인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대검이 사라지며 드러난 마차 내부의 모습.

한쪽은 날아든 암기들이 관통하며 엉망이었지만, 대검이 막아서고 있던 공간은 달랐다. 오히려 파고든 암기들이 망가진 채로 마차 내부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당문추는 알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날린 그 많은 암기가 저 대검 하나에 막혔다는 사실을.

마차를 타고 이곳까지 온 건 단 세 명이었다.

당율의 인피면구를 쓴 천무진과 당소련. 그리고 대검을 쥔 채로 마차에서 뛰어내린 백아린까지.

지금 이 모든 상황들이 선뜻 이해가 안 갔는지 당문추는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게 대체 어떻게……."

"왜? 놀랐어?"

말과 함께 천무진이 마차에서 내려 당문추를 향해 성큼 다가갔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당문추는 뭔가 평소 당율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이질감을 느꼈다.

말투도, 분위기도 너무나 달랐으니까.

그제야 당문추는 알 수 있었다.

"네놈…… 당율이 아니구나."

그의 중얼거림을 듣는 그 순간이었다.

천무진이 얼굴에 뒤집어쓰고 있던 인피면구에 손을 가져다 댔다.

찌이이익.

인피면구가 찢겨져 나가며 이내 감춰 왔던 천무진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가 살기 가득한 얼굴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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