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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왕-52화 (52/293)

52화. 사두마차 ― 주사위는 던져졌다 (2)

천무진이 얼굴을 드러내고 당문추와, 암살대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때였다. 뒤편에 있던 백아린이 마차 한쪽에 놓여 있던 죽립을 집어 천무진에게 던졌다.

"받아요!"

휘리릭.

날아드는 죽립을 가볍게 받아 낸 천무진은 그걸 머리에 눌러썼다. 잠깐 얼굴을 드러내긴 했지만 중요한 건 뒤에 있는 당소련은 아직 보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앞에 있는 이들에게 잠깐 얼굴을 보인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어차피 이들은 오늘 이곳에서 마무리될 테니까.

죽립을 어루만지던 천무진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상태가 엉망이구만."

대검의 방어 범위 바깥에 놓여 있었던 탓일까?

죽립 곳곳에 암기로 인해 듬성듬성 구멍이 나 있었다.

허나 이 정도로도 얼굴을 가리기는 충분했기에 천무진은 대수롭지 않았다.

죽립을 쓴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릴 때였다.

뒤편에 있던 당소련이 치가 떨린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복면을 쓴다고 알아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숙부님?"

"……."

자신을 부르는 당소련의 목소리에 당문추는 꽤나 복잡했다. 이미 뻔히 알고 있을 터인데 아닌 척하는 것도 우스운 상황이었다.

당문추는 숨기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설마 이 모든 것이 함정이었던 거냐?"

"그럼. 그리고 그 함정에 넌 멍청하게도 훅 빠져 버렸고."

당소련 대신 천무진이 답했다.

그에게 잠시 시선을 돌렸던 당문추가 대꾸했다.

"함정에 빠졌는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는 법이지."

생각지도 못한 수에 당해 뒤통수가 얼얼한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결국 이곳에서 이들 모두를 죽이고 살아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결국 처음 자신이 계획한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이왕 이렇게 된 것 당문추는 자신의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미안하구나, 련아. 하지만 나는 형님이 가진 그 자리를 가지고 싶구나."

"아무리 권력에 욕심이 난다고 해도 인간으로선 해선 안 될 짓이 있는 법입니다, 숙부."

"안타까운 일이지. 나 또한 당백 형님과 당율 전주를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허나 어쩌겠느냐. 그들이 나의 앞길에 방해가 된다면…… 혈육이라 한들 죽일 수밖에."

"……갈 데까지 갔군요."

애초에 대화로 풀 수 있을 거라 생각지도 않았고, 또한 그럴 상황도 아니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당문추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하나 더 미안할 일을 해야겠구나."

말과 함께 당문추가 품에서 비수를 꺼내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뒤편에 서 있던 다른 수하들 또한 마찬가지로 무기를 뽑았다.

흉흉한 살기를 뿜어내며 당문추가 말을 이었다.

"나를 위해…… 너도 죽어 줘야겠구나."

그의 말을 들으며 당소련은 끔찍하다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둘의 대화를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던 천무진이 말했다.

"이제 저자의 신변, 제 마음대로 해도 되겠습니까?"

아무리 적이라고 해도 사천당문의 직계.

자신이 천룡성의 사람이라는 건 모르지만 추후에 불거질 수 있는 일을 대비해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천무진의 말에 당소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대로 하세요."

"……허락이 떨어졌으니 그럼."

말과 함께 천무진이 검을 뽑아 들었다.

뒤편에 서 있던 백아린이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저도 도울까요?"

"아니, 공격은 내가. 그리고 방어는 당신이."

"흐음, 뭐 그렇게 하죠."

백아린은 단번에 천무진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차렸다. 당소련의 실력 또한 나쁘진 않았지만 어제 있었던 일로 부상이 꽤나 심했고, 그와 더불어 상대의 숫자도 많았다.

아마도 저들의 일차 목표는 결국 당소련이 될 것이다. 그녀만 죽인다면 오히려 추후의 이 모든 일을 자신들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다 여길 테니까.

그랬기에 천무진은 자신이 마음껏 날뛸 수 있도록 백아린에게 당소련의 호위를 부탁한 것이다.

말과 함께 앞으로 다가오는 천무진을 보며 당문추가 비웃음을 흘렸다.

사천당문은 오대세가 중의 하나다.

거기서도 특별히 실력 있는 이들로 구성된 암살대. 당연히 이들의 실력이 약할 리가 없다. 그런 자신들을 막겠다며 홀로 나선 젊은 무인 한 명, 실로 우습지 않은가?

잠깐 본 무척이나 낯선 얼굴.

그에 반해 자신은 누구인가?

사천당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이자, 전 중원으로 치면 백 위 정도에 근접한 실력자다.

거기다 뒤에 있는 수하들까지.

그때 이곳까지 동행한 측근인 당희도의 전음이 날아왔다.

『당소련은 어떻게 할까요?』

『싸움이 시작되면 도망치려 할 공산이 크니, 내가 시선을 잡는 사이에 재빠르게 제거해. 가장 먼저 죽여야 할 목표니까.』

당문추의 말에 당희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음을 주고받은 그는 곧바로 점점 거리를 좁혀 오는 천무진을 향해 조롱 섞인 말을 내뱉었다.

"네놈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기가 막히는군그래. 고작 혼자서 우리를 막을 성싶더냐? 적어도 우리를 잡으려고 했다면…… 갑절은 되는 스무 명 이상의 인원은 배치했어야지."

말과 함께 비수를 치켜드는 당문추.

그런 그를 향해 천무진은 입가에 비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로 대꾸했다.

"기가 막히는 건 이쪽이라고. 날 상대할 거였다면……."

싸아아.

갑자기 밀려오는 바람에 당문추와 암살대 인원들의 옷자락이 펄럭였다. 순간 알 수 없는 묘한 불안감이 그들을 뒤덮었다.

천무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주변의 모든 걸 조금씩 뒤흔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가 입을 열었다.

"……사천당문 전원이 움직였어야지."

"무슨 개소리야?"

말과 함께 천무진의 검이 아래에서부터 대각선 위쪽으로 휘둘러졌다. 먼 거리에서 허공을 베는 묘한 움직임, 그렇지만 그 안에는 신묘한 힘이 담겨져 있었다.

일순 검이 움직인 검로에 맞춰 아지랑이가 일 듯 주변이 흔들거렸다.

그리고 이내 밀려드는 거대한 힘.

스윽.

천무진의 주변으로 자잘한 꽃잎의 형상을 한 기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천룡비공(天龍飛功) 무수화(無數花).

처음엔 바람에 휘날리듯 움직이던 꽃잎의 기운이 갑자기 거친 파도가 되어 밀려 나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공격을 마주하고 있던 당문추는 섬뜩했다.

‘이건…… 뭐지?’

허나 고민할 여유는 없었다.

촤아아악!

밀려오는 기운.

그가 다급히 비수를 앞으로 들이밀며 빠르게 검기를 쏟아 냈다.

파라라락!

허나 검기는 꽃잎에 파묻히며 형체도 없이 사그라졌다. 그제야 당문추는 갑작스레 자신에게 찾아온 이 불안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가 소리쳤다.

"호신강기를 펼쳐라!"

말과 함께 앞으로 내민 그의 손에서부터 주변으로 막이 형성됐다. 그리고 그 순간 당문추를 시작으로 하여 그 주변에 있던 이들이 모두 꽃잎에 휩쓸렸다.

바로 그때였다.

콰앙!

폭발음과 함께 주변의 모든 것들이 터져 나갔다.

순식간에 천무진의 정면에 있는 공간이 일그러졌다.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고만 있던 당소련은 놀란 듯 눈을 크게 치켜떴다.

직접 뒤에서 보았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이 광경을 믿을 수가 없어서다.

무인이기에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무공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것인지를.

자신도 모르게 당소련이 비명을 내질렀다.

"맙소사!"

기겁한 그녀가 곧이어 옆에 있는 백아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죽립을 쓰고 있는 바람에 코 아래 정도 밖에 보이지 않아 어떤 표정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놀란 듯 슬쩍 벌려진 입.

백아린 또한 천무진의 무공에 적잖이 놀란 것이다. 그녀는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이게 천룡성의 무공인가?’

과연 천하의 주인이라 불리는 그들에게 어울릴 법한 파괴력을 지닌 무공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허나 감탄을 하면서도 백아린은 천무진의 움직임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느끼고 있었으니까.

순간 엉망이 되면서 피어오른 흙먼지 사이로 무엇인가가 날아들었다.

백아린이 성큼 걸음을 내디디며 당소련의 앞을 가로막았다.

날아드는 뭔가가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단순한 비수나 독침 같은 암기가 아니었다.

동그란 구체, 특수 제작된 암기가 분명했다. 그리고 그것의 정체를 당소련은 곧바로 알아차렸다.

"위험해요! 그건……!"

허나 채 목소리가 이어지기 전에 이미 암기에서는 변화가 일어났다.

드르르륵.

소리와 함께 구체에 나 있는 수백여 개의 구멍에서 기다렸다는 듯 비침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천당문에서 특별하게 제작한 암기.

일명 귀사구(鬼死球)라는 물건이었다.

주먹만 한 크기의 원형 구체에 이백 개가 넘는 비침이 숨겨져 있다. 간단한 조작만으로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독이 발려진 비침들이 쏟아져 나오는 대량살상용 암기인 셈이다.

귀신조차 죽인다는 이름답게 엄청난 위력을 가진 물건이었다.

그런 파괴력을 지닌 귀사구가 정확하게 당소련을 노리고 날아든 것이다.

백아린이 앞을 가로막는 것과 동시에 주변으로 이백 개가 훌쩍 넘는 비침들이 터져 나갔다.

팡팡팡!

놀란 당소련의 비명이 들려오는 그때.

백아린은 당소련을 뒤로 슬쩍 밀치며 다른 손에 들린 대검을 움직였다.

파라라락.

미묘할 정도로 적은 거리를 뒷걸음질 치며 백아린의 대검이 날아드는 모든 비침들을 바깥으로 밀어내 버렸다.

그리고 이내 귀사구가 안에 남아 있는 마지막 비침들을 마저 쏟아 내려는 찰나였다.

그녀의 대검이 정확하게 날아들었다.

팍.

대검이 귀사구의 바로 앞에 틀어박혔고, 당연히 그쪽 방향에서 나와야 할 비침들은 곧장 대검에 막혀 백아린과 당소련 쪽으로는 단 하나도 날아들지 못했다.

너무도 깔끔하고 완벽한 방어.

천무진의 무공에 놀랐던 당소련은 이번엔 백아린으로 인해 재차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될 정도로 놀라운 장면들을 연거푸 보여 준 두 사람. 그런데 이런 상황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백아린이 천무진을 향해 툴툴거렸다.

"왜 보고만 있어요?"

"이 정도에 당할 실력은 아니잖아?"

천무진은 백아린의 무공 실력에 대해 아직 전부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겨우 이 정도 공격으로는 그녀의 방어를 뚫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만약 이 정도의 믿음조차 없었다면 애초에 천무진은 당소련의 호위를 백아린에게 맡기지도 않았을 게다.

오히려 당연히 막을 줄 알았다며 뻔뻔스레 대답하는 천무진의 모습에 백아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때였다.

"크윽."

뭉게뭉게 피어오른 흙먼지 너머에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신음 소리는 다름 아닌 당문추의 것이었다. 이윽고 흙먼지가 걷히며 안쪽의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네 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천무진의 공격에 모두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버티고 선 넷조차 그리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당문추의 눈빛은 누가 봐도 알 정도로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단 일격에 자신이 끌고 온 암살대 대부분을 쓸어버린 남자, 거기에 시야가 막힌 상태에서 내던진 비장의 암기마저 다른 인물에게 막혔다.

게다가 자신의 몸 상태 또한 엉망이었다.

피투성이가 된 팔과 다리, 이마에서 터져 나온 피는 계속해서 시야를 가렸다.

가슴을 움켜쥔 채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당문추를 향해 천무진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엄살은. 죽지 않을 정도로 힘 조절을 했는데 벌써 이럴 필요는 없잖아."

단 일격에 이 같은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만든 자의 입에서 나온 말에 당문추는 더욱 기가 찼다. 이 믿기 어려울 만한 상황들이 힘 조절을 한 것이었다는 말이 아니던가.

당문추가 입을 열었다.

"……봐줬다고?"

"그럼. 너희를 곧장 죽일 생각은 없거든."

이곳에 있는 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필요했다.

당문추를 통해 자신이 찾고 있는 그들에 대한 단서를 얻어야 했고, 뒤에 있는 수하들은 오늘 있었던 이 암살 계획에 대한 증인이 되어 줘야 했다.

이미 이 장소에 이들이 온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증거는 충분했지만, 저들이 증인이 되어 준다면 보다 설득력이 커질 테니까.

순식간에 궁지에 몰린 당문추가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때였다.

당희도의 전음이 날아들었다.

『워, 원주님 이대로 가다가는 사달이 벌어질 겁니다. 어떻게든 방법을…….』

『망할 새끼야! 좀 닥쳐!』

뒤편에서 들려오는 당희도의 전음에 와락 분노가 치민 그가 욕설을 내뱉었다.

그라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걸 어찌 모를까.

허나 뭔가를 한다 해서 뒤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무도 압도적인 무력 차이를 실감했으니까.

그렇다면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역시나 당소련의 제거였다.

아까도 상황이 좋지 않게 흐르자 어떻게든 당소련부터 제거하려 했다. 허나 놀랍게도 자신이 던진 비장의 암기였던 귀사구가 너무도 수월하게 막혔다.

이것보다 더욱 위력적인 암기는 가지고 있지 않았고, 설령 있다 한들 저 정체불명의 대검을 든 여인이 막아 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남은 수는 단 하나.

당문추가 이를 악물었다.

‘나에게 암기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바로 독이었다.

독이라면 먼 거리에서도 당소련을 중독시킬 수 있었고, 암기처럼 당장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은밀하게만 하독할 수 있다면 막아 낼 수 없다.

슬쩍 왼쪽 손의 손가락을 소매 안쪽으로 당겨 넣으려는 그때였다.

"어디서 수작질이야?"

천무진이 말과 함께 검을 앞으로 내뻗었다.

그러자 무형의 기운이 하얀빛이 되어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당문추가 황급히 손에 들고 있는 비수로 날아드는 기운을 받아 내려 했지만…….

파앙!

비수가 깨어져 나가며 파고들었던 빛이 그의 왼쪽 어깨마저 관통했다.

"으으윽!"

어깨의 힘줄이 끊어지니, 독을 하독하기 위해 소매 안쪽으로 움직이던 손은 덜렁거리며 매달려만 있을 뿐,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천무진이 그런 당문추를 향해 성큼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개인적으로 단둘이 해야 할 이야기가 있을 거 같은데 말이야."

말과 함께 천무진의 주먹이 움직였다.

휙휙.

팔을 몇 번 휘젓는 그 순간 그의 주먹에서 뻗어져 나간 권기가 뒤편에 버티고 서 있던 나머지 암살대를 덮쳤다.

뻗어져 나간 권기는 그들 모두의 가슴팍을 정확하게 파고들었고,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허공으로 치솟았다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쿠웅.

바닥으로 널브러진 수하들을 향해 시선을 주던 당문추가 다급히 앞으로 고개를 돌릴 때였다.

스윽.

"흡!"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상대를 본 당문추가 놀란 듯 숨을 들이켰다. 거리는 지척이었고, 당문추는 비수를 사용하는 데 능숙한 자였다.

분명 자신이 공격을 펼치기 용이한 거리였는데…… 이상하게 손가락 하나 꿈틀할 수가 없었다.

목구멍으로는 마른침이 넘어갔고, 등과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지척에 있는 천무진의 손이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당문추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천무진의 손이 향한 곳은 그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복면이었다.

턱 아래로 길게 내려져 있는 복면의 끝을 움켜쥔 천무진이 그걸 아래로 잡아당겼다.

탁.

복면을 벗겨 낸 천무진이 맨 얼굴의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야 제대로 만나네. 반갑다, 당문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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