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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왕-55화 (55/293)

55화. 반조 ― 변하고 있다 (1)

상대방의 입에서 떨어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천무진의 전신이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찌릿거렸다.

그만큼 정체불명 사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두 번째 목숨?

그 말이 어떠한 뜻을 지녔는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천무진 본인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한 번 죽었다가 과거로 다시금 돌아온 걸 어찌 저자가 알고 있단 말인가.

환생을 한 이후 그 누구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발설한 적이 없거늘, 놀랍게도 초면인 사내가 이 같은 말을 꺼낸 것이다.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찾기 힘들 정도로 천무진의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 버렸다.

그만큼 사내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사내가 손에 든 술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이거 내가 알고 있어서 너무 놀란 눈친데."

"……지금 네가 한 말, 그게 무슨 의미지?"

"뭐야. 모르는 척하기로 작전을 바꾼 건가?"

배 위에 앉은 채로 여전히 여유 가득한 모습을 내보이는 상대, 그런 그를 노려다보던 천무진이 이내 짧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래에서 듣지."

말과 함께 천무진은 곧바로 돌다리를 박차고 허공으로 치솟았다. 하늘 높이 날아올랐던 그의 몸이 빠르게 아래로 떨어져 내리다가 이내 물 위에 떠 있는 배 위에 가볍게 착지했다.

꽤나 높은 곳에서 떨어져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배는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자그마한 나룻배였기에 천무진과 사내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져 있었다.

"이렇게 만나게 돼서 반갑군그래. 천룡의 후예."

자리에 앉아 술잔을 쥐고 있는 그가 씩 웃으며 지척으로 다가온 천무진을 맞았다.

천무진은 자신과 상대 사이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나이 든 사공을 향해 말했다.

"내리시오."

"예? 이건 제 배인데……."

사공 또한 지금 흘러가는 상황이 뭔가 위험하다는 걸 직감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를 놔두고 가는 것은 석연치 않았는지 작게 중얼거렸다.

천무진이 품에 있는 전낭 하나를 꺼내서 그에게 휙 던졌다.

"어차피 이 배가 멀쩡하긴 그른 것 같으니 내가 사겠소. 이거면 이 배 값으로 모자라지 않을 거요. 그러니 내리시오."

슬쩍 안에 든 돈을 살펴보니 분명 이런 자그마한 나룻배 두어 척은 충분히 살 정도의 금액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지금 물 위에 떠 있는 이 상황에 어디로 내린단 말인가.

사공이 어정쩡한 자세로 물과 천무진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본 천무진이 사공을 향해 성큼 다가갔다. 놀란 그가 손을 들어 올리며 주춤할 때였다.

천무진이 사공의 허리춤을 감싸고 있는 끈으로 된 요대를 잡아챘다.

"으앗!"

놀란 사공이 소리를 지를 때였다.

허공으로 붕 떴던 그의 몸이 곧바로 가까이에 떠 있는 다른 나룻배 위로 던져졌다.

순식간에 사공을 다른 배로 보낸 천무진은 아직도 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있는 상대를 응시했다.

사내가 말했다.

"이거 생각보다 화가 많이 난 모양이네."

"아까부터 네가 하고 싶은 말만 지껄이고 있는데 내가 한 질문에는 언제 답할 생각이지? 대답할 생각이 없으면 말하고. 그 입, 내가 열리게 해 줄 테니까."

천무진은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상대에게 묻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았다.

대체 너희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또 원하는 게 뭔지도.

거기다 방금 이 사내가 내뱉은 한마디로 인해 또 하나의 커다란 의문이 생겨 버렸다.

어떻게 자신이 두 번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말이다.

사내가 섭선을 든 손을 가볍게 흔들며 말을 받았다.

"우선은 앉지. 너 키가 커서 그렇게 서 있으면 보기가 좀 힘들거든. 그러면 내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겠어?"

궁금한 것이 많았기에 천무진은 애써 들끓는 감정을 추스르며 그의 맞은편에 자리했다.

딱히 누군가가 노를 젓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배가 물살을 따라 점점 커다란 물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천무진을 향해 사내가 술잔을 휙 들이밀었다.

놀랍게도 잔은 바닥에서 살짝 뜬 상태로 빙글빙글 회전하며 천무진에게 날아들었다. 그리고 천무진은 그 잔을 손바닥으로 받아 냈다.

탁.

가벼운 움직임들이었지만 천무진은 잔을 막아 내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날아드는 이 잔에 적잖은 내공이 담겨져 있다는 사실을.

맹렬하게 회전하던 잔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이내 그 속도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거의 꽉 차 있던 잔에서는 단 한 방울의 술도 떨어지지 않았다.

날아든 잔을 받아 낸 천무진은 술잔에 든 술을 마시지 않고 잔을 그대로 옆으로 밀어 뒀다.

그런 천무진의 모습에 사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술 안 좋아하나 보네?"

"아니, 최소한 즐길 줄은 알지. 다만 너하고 마실 생각이 없는 것뿐이야."

"하하! 이거 미운털이 잔뜩 박혔군그래."

"미운털 말고 검을 박아 버리기 전에 묻는 거에 대답이나 해."

살기등등한 천무진의 모습에 사내가 자신의 잔에 술을 채우며 중얼거렸다.

"뭐가 그리 궁금한 건가. 우리의 정체? 아니면 내가 아는 다른 것들에 대해 궁금한 것 같기도 하고……."

"당연히 전부 다 말해야지."

"하하! 욕심이 많은 친구군. 그런데 어쩌지? 오늘의 난 너의 궁금증에 대한 대답을 해 주려고 온 게 아닌데."

사내의 말에 천무진이 뭔가 반응을 하려고 할 때였다. 그가 곧바로 말을 이었다.

"오늘의 난 어르신의 말을 전하러 왔다."

"……우선 들어 보지."

천무진의 대답 이후 사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얌전히 있어. 어차피 모든 건 이미 정해져 있고, 넌 그저 그 미래를 받아들이면 돼. 날뛰어 봤자 변하는 건 아무런 것도 없고 오히려 너만 더 힘들 뿐이다, 하고 전하라 하시더군."

"그게 끝인가?"

"응, 이게 내가 너에게 할 수 있는 말의 전부. 아, 내 이름 정도는 말해 줄 수 있겠군. 내 이름은 반조다."

"반조?"

과거의 생에서도 들어 본 적 없는 이름.

그렇지만 지금 이 상황에 굳이 자신이 먼저 이름을 밝히면서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그것이 진짜 저 사내의 이름이라는 것은 맞는 것 같은데…….

천무진이 표정을 찌푸린 채로 말을 이었다.

"이해가 안 가는군."

"뭐가?"

"이런 식으로 경고를 할 거면…… 차라리 죽이는 게 맞지 않나? 왜 굳이 날 살려 두고 이런 경고를 하는 거지?"

"당연하지, 널 죽여선 안 되니까."

"날 죽여선 안 된다고?"

"그럼, 넌 절대 죽어선 안 되지. 넌 우리한테 아주 많이 필요한 사람이거든."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었다.

저번 생에서라면 모를까, 이번 생에서 자신은 그들의 일을 방해하는 골칫거리에 불과하다. 그런 자신이 필요한 사람이라니?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랬기에 천무진이 물었다.

"그게 무슨 의미지?"

"안타깝게도 그건 자세히 말해 줄 수 없는 부분이네. 그냥 내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면 돼. 넌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이고, 그래서 죽이지 않는 거라고. 그러니까 너무 설치고 다니지 마. 이건 어르신의 경고니 새겨들으라고. 그분은…… 아주 무서운 사람이거든."

"그래서 지금까지 한 말이 네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이건가?"

"응, 할 말도 전했으니 내 용무는 여기서 끝이군."

말을 마치고 반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배는 물줄기를 따라 움직여서 강까지 흘러 들어와 있는 상황. 아직 주변에 여러 척의 배들이 있긴 했지만 거리들은 제법 떨어져 있었다.

일어서며 주변을 슬쩍 둘러보는 반조를 향해 천무진이 입을 열었다.

"네 용무는 끝났을지 몰라도…… 내 용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말과 함께 천무진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런 그를 곁눈질로 힐끔 살핀 반조가 말했다.

"어쩌려고 그래. 방금 말했던 경고를 벌써 잊은 건가? 얌전히 있으라니까 그러네."

"애초부터 너도 내가 그냥 보내 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거 아냐."

"……물론 그렇긴 한데."

말과 함께 반조가 씩 웃어 보였다.

그를 향해 천무진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간다."

팍.

자그마한 나룻배 위에서 천무진의 몸이 쏜살같이 움직였다. 그의 주먹이 빠르게 반조에게로 날아들었다.

그리고 반조는 기다렸다는 듯 손바닥을 펼쳐 날아드는 천무진의 주먹을 받아 냈다. 두 개의 손이 마주치는 그 찰나, 커다란 힘이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파악!

나룻배를 중심으로 하여 사방으로 물줄기들이 파도처럼 치솟아 올랐다. 강물이 아래에서부터 위로 치솟아 오르며 순간적으로 비어 버린 강바닥 쪽으로 나룻배가 빨려 들어갔다.

두 절대고수의 충돌에 강줄기가 미친 듯 요동쳤다.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던 배들조차도 그 영향을 피하지 못해 사방으로 밀려 나갔고, 곧이어 치솟았던 물이 두 사람이 타고 있는 나룻배를 집어삼켰다.

쾅!

치솟았던 물줄기가 얼마나 많았는지 마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강바닥 아래로 끌려가던 나룻배가 곧바로 충격으로 박살이 나 버렸다.

배가 박살이 나는 것과 동시에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던 천무진과 반조의 몸이 위로 튕겨져 올랐다.

파바박!

하늘부터 집어삼켜지는 물줄기 속에서도 두 사람의 손이 쉬지 않고 움직였다.

서로를 향해 날아드는 날카롭고 매서운 공격들이 그 짧은 찰나에 수십여 합을 넘었다.

그리고 이내 하늘로 솟구쳤던 물줄기가 비어 버렸던 공간을 모두 채우는 순간 두 사람의 신형이 물속에서 치솟아 올랐다.

타악. 탁.

두 사람은 물 위에 떠 있는 나룻배의 파편에 가볍게 올라섰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 선 채로 천무진과 반조는 상대방을 응시했다. 반조가 젖어 버린 머리카락을 가볍게 위로 쓸어 올리며 죽는소리를 내뱉었다.

"이 옷 꽤나 비싼 건데 결국 망쳐 버렸네."

말을 하면서 그는 슬쩍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봤다. 처음 일격을 주고받았을 때 느꼈던 그 묵직한 힘.

자신도 모르게 입가가 씰룩였다.

‘재미있네.’

십천야의 일원으로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반조.

많은 이들과 싸워 봤지만 눈앞에 있는 천무진이라는 사내는 참으로 재미있는 상대가 아닐 수 없었다.

수십여 합을 터트리는 그 와중에 느껴졌던 박력이 아직도 느껴진다.

순간적으로 손속을 겨룬 상황이기도 했고, 쏟아지는 물줄기에 집어삼켜지기 전이라는 특이성 때문에 내공 또한 폭발적으로 쏟아 내지 못한 대결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라니…….

마음 같아서는 이 자리에서 조금 더 싸워 보고 싶은 개인적 욕망이 들끓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럴 순 없었다.

반조가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 하지."

"무슨 개소리야. 난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아쉽게도 난 너와 제대로 싸워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거든. 아까도 말했다시피 나는 널 죽여선 안 되잖아. 하지만…… 죽이지 않으려고 싸우면서 널 이길 순 없으니까."

반조는 인정했다.

이 사내는 자신이 전력을 다하지 않고서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천룡의 후예라기에 궁금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왜 어르신이 그토록 천룡을 두려워하는지를.

아직 미완성인 천무진조차도 이런 강렬함을 뿜어 대고 있는데, 이런 자가 진정한 천룡이 되어 버린다면 그때는 과연 얼마나 더 강해져 있을까.

단계가 올라갈수록 비견할 수조차 없이 강해진다는 천룡성의 무공이니 아마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 있을 게다.

천무진이 반조의 말에 싸늘하게 대답했다.

"그건 네 사정이고. 난 널 잡아서 어떻게든 내가 궁금한 것에 대해 들어야겠다."

예상대로 절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이를 드러내는 천무진의 모습에 반조가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내가 왜 배에서 널 만났을까?"

천무진을 만날 수 있는 장소는 많았다.

그런데 굳이 배를 빌려서 그를 강으로 유인했다.

그토록 번거로운 일을 한 건 천무진과 분위기 좋은 술자리를 가지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촤르르륵.

순간 반조가 준비해 둔 뭔가를 손가락 사이사이에 끼어 넣었다. 그것은 새카만 구슬 모양을 한 정체 모를 물건이었다.

십여 개의 구슬을 손가락 사이에다가 끼워 넣은 그가 말을 이었다.

"물 위에서라면 도망칠 자신이 있어서지."

말과 함께 반조가 빠르게 오른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던 구슬들이 사방으로 날아가 물속에 빠졌다.

구슬이 모습을 감추기 무섭게 물 위로 하얀 안개가 마치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도 살펴보기 힘들 정도로 짙은 안개였다. 천무진이 피어오르는 안개를 보며 막 반응하려는 찰나, 그 속에서 반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만나고 싶군. 어르신의 경고 새겨듣고. 잘 지내라고, 천룡의 후예."

"가긴 어딜 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천무진이 밟고 있던 나룻배의 조각을 박찼다. 다른 곳으로 확 하고 날아오르는 그 순간 안개 속에서 반조가 왼손을 휘둘렀다.

마찬가지로 물속으로 날아든 정체 모를 구슬들.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폭발이 일기 시작했다.

콰콰쾅!

물줄기들이 사방으로 솟구쳤고, 이내 그건 안개와 함께 천무진을 방해했다. 순식간에 방금 전 반조가 있던 부근의 나무 파편 위에 착지했지만, 이미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연달아 물이 터져 나갔다.

사방에서 솟구치는 물줄기, 그리고 앞을 분간하기 힘들게 만드는 안개까지.

순간적으로 사라진 반조의 기척을 감지해 내는 건 불가능했다.

물줄기들이 터져 나오며 다시금 파도가 일듯 주변의 물들이 출렁였다. 천무진은 그 와중에서도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물 위에서 버티고 서 있었다.

이윽고 안개가 서서히 걷혔을 무렵…….

천무진이 나룻배의 파편 중 하나에 올라선 채 가만히 물 위에 떠 있었다. 그는 분한 듯 이를 악문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직까지 출렁이는 물길 때문에 천무진의 몸은 당장이라도 물속에 빠질 것처럼 흔들렸다.

그렇지만 막상 나뭇조각 위에 서 있는 그는 마치 땅 위에 서 있는 것처럼 안정적이었다.

꽉 다문 잇새로 천무진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망할……."

자신이 할 말만 하고 사라진 반조라는 사내.

그리고 완벽하게 준비해 둔 움직임 때문에 천무진은 그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안개와 물줄기를 이용해 시야와 움직임을 방해했고, 거기다 그런 고수가 기척까지 죽였다.

천무진이라고 해도 쉽사리 쫓기 어려운 건 당연했다. 거기다 땅도 아닌 강 위에서 도주를 했으니 흔적 또한 남지 않았다.

시야에서 사라진 그가 어디로 도망쳤는지는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반조가 사라지고 혼자 남게 된 천무진의 머리는 복잡했다. 그들이 먼저 이런 식으로 자신을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확실하게 알게 된 것들이 있다. 찾고 있던 그들이 이미 자신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것.

모습을 최대한 감춘 채 움직이고 있었거늘 이미 그들은 천무진의 움직임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사실 이 부분도 의아하긴 했지만 조금만 생각을 해 보면 결론이 나왔다.

자신이 무림에 나온 지 그리 긴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그 시간동안 자신에 대해 이미 파악하고, 또 천룡성과 관련되었다는 정체까지 알아내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가능했다면, 의심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하나.

그들은 자신이 아닌 천룡성을 감시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움직임을 파악해 내고, 또한 천룡성과 관련된 자라는 걸 순식간에 알아내는 것 또한 말이 되었으니까.

자신의 정체를 파악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의문은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했지만…… 해결할 수 없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대체 어떻게 자신이 과거로 돌아온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그 사실이 천무진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여전히 나뭇조각 위에 선 채, 천무진은 방금 전 사라진 반조가 남긴 어르신이 전하라고 한 말을 곱씹었다.

"변하는 건 없다고?"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자신이 이렇게 날뛰어도 과거와 똑같은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허나 최소한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을 거라는 그 말은 틀렸다.

이미 한 가지가 변했으니까.

천무진이 고개를 들어 어두운 강 저 너머를 응시했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과거의 너희들은 이런 식으로 날 찾아오지 않았었다."

그들은 모르고 있겠지만 이미 미래는 변하고 있었다.

그것이 아주 조금씩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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