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분류 ― 별일 있었어 (2)
"……뭐라고요?"
생각지도 못한 말에 백아린이 되물었다.
찾아오다니? 자신이 찾는 그들이 직접 나타났다고?
놀란 그녀의 얼굴을 보며 천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말했다.
"상상도 못 했는데 직접 나타나더군. 거기다 내가 누군지도 알고 있고."
"그들의 수장을 만난 건가요?"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아. 꽤나 젊기도 했고 위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은 말을 했거든."
"제가 자리를 비웠을 때 적화신루 쪽에 반조라는 자를 찾아 달라고 의뢰를 넣었다고는 들었는데 설마 그자인가요?"
"맞아. 자기 이름도 말하더군."
"반조…… 들어 본 적이 없는 이름인데."
"그럴 것 같았어."
애초에 대놓고 이름을 말할 때부터 쉽사리 찾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닐 거라는 건 예상했다.
사실 더욱 놀랄 일이 있긴 했지만 그건 백아린에게 말하지 않았다. 자신이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안다는 걸 그녀에게 어찌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으니까.
백아린이 천무진의 상태를 확인했다.
혼자 검무를 출 때 이미 보긴 했지만, 그들을 만났다는 사실에 재차 확인하게 된 것이다.
딱히 어딘가를 다친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고, 그랬기에 물었다.
"그냥 보내시진 않았을 거 같은데 어떻게 된 거죠?"
자신이 본 천무진은 찾고 있는 그들에 대해 꽤나 강경한 태도를 보여 왔다.
결코 그냥 보내 주지는 않았을 터, 그런데 그런 천무진이 제압하지 못하고 놓쳤다면 꽤 큰 싸움이었을 텐데 상태가 멀쩡하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백아린이 말하고자 하는 게 뭔지 알아차렸는지 천무진이 대답했다.
"미리 도망칠 채비를 단단히 하고 나타났더군. 어떻게 손도 쓰기 전에 도망쳤어. 물 위에서 사라진 거라 도망친 흔적조차 남지 않았고."
"물 위에서 도망이요?"
백아린은 물 위에서 도망을 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최소한 물 위를 달리는 수상비 이상의 경지에는 올라야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만큼 뛰어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
‘대체 그들은 무슨 생각이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존재자체를 몰랐던 이들이다.
허나 그들이라는 존재를 알게 된 이후 백아린은 놀람의 연속이었다. 구파일방과 무림맹, 그리고 아마도 사파와 마교 깊숙이까지 박혀 있을 이들의 존재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이토록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이들의 존재를 적화신루는 왜 아직까지 알지 못했을까?
아니, 비단 적화신루뿐만이 아닐 것이다.
역시나 정보를 취급하는 개방이나 하오문, 귀문곡조차도 이들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들 중 누군가가 그들과 연관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토록 비밀스럽게 움직이던 자들이 천무진의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단다.
대체 어떠한 연유에서?
그것이 궁금했기에 백아린이 물었다.
"그들이 왜 당신 앞에 나타난 거죠?"
"경고를 하더군. 얌전히 있으라고. 자신들의 일을 더는 방해하지 말라면서 말이야."
"그리고요?"
"나머진 크게 없었어. 아, 하나 더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그들은 날 죽일 생각이 없다는 거야."
자신들의 일을 방해하지 말라는 것까지는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이어진 천무진의 말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질문을 던졌다.
"왜요?"
"나야 모르지. 다만…… 내가 필요하다는 듯한 말투더군."
"아, 모르겠네."
백아린은 답답했는지 머리를 부둥켜안았다.
얼마 전 단엽을 기습한 사건으로 인해 그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는 건 이미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그랬기에 비밀 문파, 천룡성의 인물인 천무진을 찾아간 것까지는 이해가 됐다.
그런데 왜 그런 그들에게 천무진이 필요한 걸까?
오히려 방해만 되는 지금 말이다.
그리고 굳이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면서까지 그런 말을 한 이유를 모르겠다. 물론 이 부분은 천무진이 자신이 환생을 했다는 사실을 백아린에게 감추고 있기에 풀 수 없는 문제기도 했다.
잠시 머리를 쥐어짜던 백아린은 도저히 모르겠는지 이내 다른 쪽으로 이야기를 바꿨다.
"그래서 앞으로 어쩌실 생각이에요?"
"어쩌긴. 그만 까불고 얌전히 있으라는데…… 더 날뛰어 줘야지."
애초에 그 말을 들어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숨죽이고 지내다 다시금 전생처럼 비참한 인생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천무진의 말에 백아린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자들이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머리는 복잡해졌지만 덕분에 적어도 하나는 확신하게 됐네요. 이렇게 나타난 걸 보면 최소한 저희의 움직임이 그들을 귀찮게 만들기는 했다는 소리가 되니까요."
"나도 같은 생각이야."
천무진 또한 그날 이후 비슷한 생각을 몇 번 했었고, 백아린의 말을 들으며 동조의 뜻을 내비쳤다.
그녀가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어떤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실 생각이에요? 사천당문에서는 아직 뭔가 추가적인 단서를 얻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당문추를 잡아냈지만 그는 자신들이 찾는 그들의 존재에 관해서는 딱히 뭔가를 발설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침묵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는 것이 정말 거기까지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몇 가지 고민이 있긴 한데……."
전생에 자신이 벌였던 일들을 되짚어갈 수도 있었고, 잡아 놓은 양휴를 통해 양가장을 조금 더 들쑤시는 것도 염두하고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천무진이 백아린에게 물었다.
"아직 그 돌에 대해서는 알아내지 못했지?"
"아쉽게도요. 전력을 다하고 있긴 한데 예상대로 너무 단서가 적어요."
홍천관 창고에 감춰져 있던 의문스러운 돌.
그 돌이 뭔지를 찾아내기 위해 적화신루는 백방으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뭔가를 찾아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돌에 대한 단서를 아직 찾지 못했다는 말에 천무진의 얼굴에 아쉬움이 감돌 때였다.
백아린이 입을 열었다.
"돌에 대해서는 아직 오리무중이지만 대신 다른 것에 대한 단서를 하나 얻어 왔어요."
"뭔데?"
"고아들에 대한 의뢰를 넣었던 거 기억나죠?"
"설마 뭘 찾은 거야?"
"네, 아주 어렵게 찾아냈더라고요."
천무진의 질문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관주 금호의 비밀 거처에서 찾아낸 장부, 그곳에 적혀 있던 실종된 고아들에 대한 것이었다. 십오 년 정도를 기한으로 해서 대량으로 실종된 그들에 대한 정보를 찾아 오겠다고 했던 백아린이다.
그리고 적화신루의 총회를 다녀오며 그것에 대한 단서를 얻어 왔다.
아무래도 고아는 찾는 이들도 없고, 또 실종된다고 해서 관아에 고하는 경우도 별로 없어서 그걸 조사하는 것 또한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조사를 하는 시기가 십오 년 전부터였으니 그 또한 너무 옛날이라 더더욱 정보를 구하는 건 어려웠다.
허나 적화신루는 천무진의 그 의뢰를 성사시키기 위해 많은 인원과 정보력을 동원했고, 덕분에 중요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백아린이 말했다.
"실종된 아이들의 일부가 광서성 합포(合浦)에서 발견된 기록이 있었어요. 물론 다른 곳에서도 그런 정보가 있었지만 이곳이 가장 의심스러워요. 감숙이나 청해, 하북 같은 광서성과 반대편에 위치한 지역에서 실종된 아이들이 그곳에 나타난 건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일이죠. 어린아이가 혼자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니까요."
힘없고, 돈 없는 아이 혼자서 그리 먼 길을 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거기다가 합포 인근에서 유달리 실종된 아이들과 비슷한 이들의 목격담이 있는 건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긴말을 내뱉은 백아린이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내 어렵사리 말을 이었다.
"그런데…… 찾다 보니 또 하나 발견한 게 있어요. 최근 합포에서 다른 지역에서 실종된 어린아이와 비슷한 얼굴을 한 누군가를 본 적이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어요."
지금 백아린이 한 말의 의미는 간단했다.
아직까지도 고아들의 납치가 성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방건에게도 했던 사람의 정신을 이상하게 만드는 독의 실험 재료로 쓰기 위해서. 그리고 그 이후에 아이들이 어떻게 됐을지는 불 보듯 뻔했다.
무인인 방건조차도 피를 토하며 죽어 나가던 독이다.
그런 독을 어린아이에게 사용했다면 어찌 멀쩡할 수 있겠는가.
아마도 싸늘한 시체가 되어 불에 태워졌거나, 대충 어딘가에 버려져 동물의 먹이나 되었을 게다.
"개자식들이……."
천무진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인두겁을 쓴 괴물들이다.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그런 악인들.
천무진이 짧게 말했다.
"뭐해? 확실하면 바로 움직이지."
당장에 광서성 합포로 움직이자고 말하는 천무진을 향해 백아린이 제안했다.
"급한 건 알지만 이 일은 저희끼리 해결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그러면?"
"아마 이 일에 얽힌 이들이 분명 있을 거예요. 처리해야 할 일들도 상당히 많을 수 있고요. 그냥 단순하게 저희끼리 움직이면 당장의 피해는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더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지금 천무진은 천룡성의 무인으로 정체를 숨기고 움직이는 중이었다.
그렇지만 이 일은 그래선 안 됐다.
음지에 묻어 둬서는 안 될, 세상 밖으로 꺼내 다시금 벌어지지 않게 방비해야 할 그런 일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에 이 같은 일에 대해 확실하게 알릴 조력자가 필요했다.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천무진을 향해 백아린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무림맹을 움직여야 해요."
* * *
휘장 안의 사내는 손에 들린 종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비틀린 입꼬리에서 재미있다는 듯 흥미를 담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흐음."
종이에 적혀 있는 건 다름 아닌 천무진 일행에 대한 분류표였다. 그들의 능력치를 수치화 하고, 주의할 점 정도를 정리해 둔 보고서라 봐야 했다.
보고서의 내용은 이러했다.
천무진
무공 등급 ― 얼마 전까지 사(四)급으로 파악되었었으나 삼(三)급으로 정정.
특이 사항 ― 천룡성의 후예. 최근 상황으로 추측건대 위험 등급으로 분류 요망. 현재 두 번째 목숨으로 파악됨.
단엽
무공 등급 ― 사(四)급.
특이 사항 ― 대홍련의 부련주, 최악의 경우 련주와 대홍련 자체가 그를 돕기 위해 움직일 가능성이 농후함. 불안 요소. 제거 대상.
구마대의 암살 실패 이유 파악 불가. 추후 조사를 통해 구마대의 궤멸이 단신으로 이뤄 낸 일이라면 무공 등급 상향 조절 가능성 있음.
백아린
무공 등급 ― 육(六)급.
특이 사항 ― 적화신루 루주의 총애를 받는 총관. 적화신루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꽤나 빠르게 총관직에 오름.
전투 정보가 많지 않아 정확한 파악은 불가능하나, 절정고수 수준으로 보임. 머리가 비상한 것으로 추측 됨. 현재 천무진의 두뇌로 움직이고 있으며,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주고 있음.
조사 후 제거 대상으로 분류 가능성 있음.
한천
무공 등급 ― 칠(七)급.
특이 사항 ― 적화신루 부총관. 과거 불분명. 변방의 이름 없는 무관에서 무공을 익혔을 가능성 농후. 오른손이 다소 불편해 보임. 술을 좋아함. 그 밖에 특이 사항 없음.
이들의 분류표는 간단했다.
우선적으로 무공의 단계는 최상(最上)부터 하하(下下)등급까지 도합 열 개로 나눈다. 그리고 위에서부터 일부터 십까지 숫자로 그 등급을 간략하게 표시한다.
한마디로 가장 높은 등급이 일(一), 낮은 것이 십(十)이라는 소리다.
개중에 한천이 받은 칠(七)등급은 일류 정도의 무인을 뜻하는 수치였다. 백아린의 등급인 육(六)은 절정의 경지에 오른 무인을 뜻했다.
강호를 떵떵 울리는 최고 고수들인 우내이십일성 중에서도 빼어난 몇 명만이 삼(三)급이었고, 나머지는 사(四)급 정도로 나눈다.
한마디로 천무진은 우내이십일성 중 상위권에 위치한 정도의 수준이고, 단엽은 그들 중 하위권에 있는 이들의 무력을 지녔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거다.
윗 단계로 갈수록 구분이 세분화되지만, 그에 반해 아래로 갈수록 크게 묶어서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아래인 하하 등급인 십은 무공을 모르는 일반인이나, 갓 배우기 시작한 초심자 정도를 뜻한다.
구는 삼류, 팔은 이류의 무인을 묶어서 분류하는 단계다.
그리고 가장 강한 일(一)급에 분류되고 있는 이는 최상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단 한 명만이 자리할 수 있었다.
그 자리의 주인.
그는 바로 천운백(天雲佰)이다.
천무진의 스승이자, 천룡성의 진정한 주인인 그만이 오직 일급으로 분류되고 있었다. 그 사실이 휘장 안에 있는 자는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허나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라는 걸.
분류표를 읽은 휘장 안쪽의 사내가 비웃음을 흘렸다.
"고작 이런 놈들을 데리고 우리와 대적하겠다 이건가?"
단엽은 그렇다 쳐도 나머지 두 사람이 문제다.
백아린은 육급, 한천은 칠급.
물론 일류나, 절정고수의 경지에 오르는 것도 대단한 일이었지만 이곳에 있는 그에겐 ‘고작’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보고서를 다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의아함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정말로 겨우 이 정도 수준의 무인들을 데리고 여태 그 같은 일을 벌였던 걸까?
허나 이 둘의 정체가 적화신루의 사람들이라면 이것보다 높은 등급일 거라는 것이 더 우습다. 고작 총관과, 부총관일 뿐이다.
자신들이 정리한 보고서에 적힌 대로 육급과 칠급이 맞을 게다.
그는 그다지 능력이 빼어나지 않은 두 사람을 머리에서 지웠다.
휘장 속의 인물이 수하에게 물었다.
"이들 말고 다른 조력자는 누구지?"
"무림맹에 그리 쉽게 들어가고 정체를 감춘 채 활동까지 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무림맹주가 돕고 있을 공산이 큰 걸로 파악됩니다."
"맹주라……."
무림맹주라면 단엽 이상으로 번거로운 자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인 점은 그가 쉽사리 움직이기 어렵다는 거다.
맹 내에서도 맹주인 추자후를 견제하는 이들이 많고, 애초에 무림맹이라는 단체 자체가 독단적으로는 일을 처리하기에 어려운 구조를 지니고 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
추자후의 이름을 머리에 떠올리던 그를 향해 수하가 물었다.
"그런데 천무진이 과연 저희의 경고대로 얌전히 있겠습니까?"
질문에 그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 천무진 그놈은 천운백의 제자야. 그리 호락호락할 리가 없지. 허나 어차피 얌전히 있게 하려고 사람을 보냈던 것이 아니니 상관없다. 우리가 알아야 할 건 이미 알았으니까."
그는 말을 마치며 보고서의 한 곳을 바라봤다.
천무진에 관련된 정보, 그리고 그곳에 적힌 두 번째 목숨으로 파악된다는 대목.
바로 이걸 알기 위해 십천야의 일원인 반조를 보냈다.
보고서를 바라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삼급…… 이 녀석 생각보다 제법이구나."
천무진의 무위가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다.
기껏해야 사급 정도가 아닐까 싶었는데 그보다 한 단계 위의 실력이었을 줄이야. 겨우 이십대의 나이에 이처럼 고강한 경지에 오르다니, 실로 대단한 재능이지 않은가.
가만히 보고서를 바라보는 자신의 상관을 향해 수하가 물었다.
"더 시키실 일은 없으십니까?"
"무림맹 쪽에 심어 둔 녀석들에게 조만간 움직일 채비를 해 놓으라고 전해."
수하가 가만히 휘장 속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자의 목소리가 다시금 흘러나왔다.
"슬슬 무림맹주를 바꿔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