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화. 확신 ― 투입할 수 없습니다 (1)
두예진과의 싸움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그곳으로 한천과 함께 이지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전신의 혈도를 제압당해 사지를 움직일 수 없게 된 그녀는 사당 한구석에 거의 던져져 있다시피 자리하고 있었다.
무림맹 무인들에게 자신들이 두예진을 제압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직접적으로 수장인 이지강만을 불러온 것이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상황을 파악하는 그를 향해 천무진이 입을 열었다.
"청아원 내부는 어떻게 됐습니까?"
"아, 그쪽은 이미 상황 정리 끝났습니다. 그곳에서 일을 하는 이들은 모두 포박해 뒀고, 갇혀 있던 아이들의 안전도 확보했습니다. 다만 일부 아이들의 상태가……."
말을 내뱉던 이지강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수백 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몇 개의 창고에 갇혀 있었다. 더럽고 좁은 곳에 뭉쳐 있었으니 건강 상태가 그리 좋을 리는 없다.
허나 그들보다 일부 격리되어 있던 아이들의 상태가 더욱 좋지 못했다. 직접적으로 손찌검을 당한 흔적이 있거나 크게 다친 아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옆에서 듣고만 있던 백아린이 걱정스레 물었다.
"왜요? 위중한가요?"
"그래 보이더군. 특히 한 아이의 상태가 많이 좋지 못하네. 그 어린아이를 얼마나 때려 놨는지 온몸이 퉁퉁 부어 있을 정도야."
"……가지가지 하는군요."
말과 함께 백아린의 시선이 뒤편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두예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백아린이 채 움직이기도 전에 그보다 먼저 옆에 자리하고 있던 단엽이 발을 휘둘렀다.
퍽!
순식간에 두예진의 복부를 발로 걷어찬 그가 불쾌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망할 자식이네, 이거."
혈도를 점혈당한 탓에 어떤 반응은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부릅떠진 눈동자는 지금 그녀가 얼마나 큰 고통을 삼키고 있는지 말해 주는 듯싶었다.
그런 두예진을 향해 단엽이 비웃으며 말했다.
"아프냐? 그런데 어쩌냐. 난 안 아파서 내 주먹이 아플 때까지 널 패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자신의 쇳덩이 같은 주먹을 들이밀며 단엽이 살기를 터트렸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곤죽이 되게 만들어 버리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주먹을 거두는 단엽의 모습을 바라보던 이지강이 시선을 천무진에게 돌려 물었다.
"뭐 더 얻으신 거라도 있으십니까?"
비밀리에 두예진과 그녀의 측근들을 쫓은 천무진이다. 뭔가 찾아냈냐는 질문에 천무진은 들고 있던 장부를 쥐고 흔들었다.
이지강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비밀 장부입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꽤나 중요하게 여기더군요."
"내용이 뭡니까?"
"글쎄요. 여러 가지가 꽤나 복잡하게 적혀져 있는 것 같아서 생각보다 알아내는 게 쉽지 않아 보이는군요."
"흠 그렇다면 우선 맹으로 돌아가서 뒤처리에 관련된 조사를……."
"그럼 너무 늦습니다."
이지강의 말에 천무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오랜 시간 이곳을 거점 삼아 아이들을 납치해서 넘기던 세력들을 발본색원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구해 낸 고아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지금 위험에 빠져 있던 아이들이야 구해 내는 것에 성공했지만 이전에 당했던 이들의 행방은?
그것까지 마무리되지 않는 이상 이 일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천무진은 이내 들고 있던 장부를 근처에 있는 백아린에게 내밀었다.
비밀 장부는 총 두 권으로 되어져 있었는데, 각자가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듯싶었다.
두 권의 장부라고는 하지만 이 안에는 꽤나 많은 숫자들과 거래 내역들이 복잡하게 적혀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내용 파악조차 어려울 정도로 난해한 자료.
허나 천무진은 여태 보아 온 백아린의 능력에 희망을 걸었다.
얼결에 장부 받아 든 그녀가 눈을 크게 뜬 채로 천무진을 응시할 때였다.
"무림맹에 돌아가기 전에 파악 가능하겠어?"
"……생각보다 복잡하다면서요?"
"맞아. 그래서 당신한테 보여 주는 거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쪽이라면 다르니까."
천무진의 말에 백아린은 픽 웃었다.
다른 이도 아닌 그에게 인정을 받은 듯한 느낌이 썩 나쁘지 않았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인정을 해 주는 건지, 아니면 그런 식으로 부려 먹으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보죠."
말과 함께 백아린은 들고 있던 장부 두 권을 살피기 위해 가볍게 한천을 향해 손짓했다.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이미 눈치챈 한천이 그녀의 옆으로 다가와 빠르게 나머지 장부를 들어 줬다.
장부의 내용을 훑는 백아린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덩달아 그녀의 손가락도 휙휙 종이를 넘기고 있었다.
그저 가볍게 스윽 스윽 보고 넘기는 듯한 모양새.
그걸 보고 있던 이지강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별동대도 기다리고 있는 지금 저렇게 봐서 뭘 알기는……."
"시간을 잠시만 주시죠."
천무진은 걱정스러워하는 이지강을 향해 대답했다.
누가 봐도 그냥 대충 휙휙 넘기는 것으로 보일 만큼 빠르게 보고 있지만 천무진은 분명 기억하고 있다.
그녀의 뛰어난 기억력을.
백아린이 있었기에 그들에 대한 많은 단서들을 찾아냈고,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던가. 홍천관의 관주였던 금호의 거처에서 얻어 낸 장부에 적힌 숫자들마저도 모두 기억하던 놀라운 능력.
과거로 돌아오고 적화신루와 손잡기로 했던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몇 번이고 느끼게 해 준 여인이다.
두 권의 장부를 이 각 정도의 시간 동안 살펴 본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기다렸던 천무진이 곧바로 물었다.
"장부 내용을 파악하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자세히는 좀 걸려요. 하지만 간단하게는…… 이미 끝났어요."
끝났다는 말에 뒤편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지강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고작 이 각 정도밖에 안 되는 시간이다. 저 장부 두 권을 다 읽는 것만으로도 모자랄 법한 그 시간에 그 내용까지 어느 정도 파악했다는 말이었으니까.
깜짝 놀란 이지강과는 달리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듯 천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내용이 뭔데?"
그의 질문에 백아린이 장부 하나를 든 채로 간단하게 설명했다.
"이건 아이들의 거래 시기와 인원이 적혀져 있어요. 역시 이런 종류로 고아들을 납치한 건 고작 일이 년 정도 사이에 벌어진 게 아니에요. 이 장부로만 봐도 무려 십오 년이 넘는군요."
"……십오 년이나 말인가?"
놀란 듯 물어 오는 이지강을 향해 백아린이 설명을 이어 갔다.
"네, 매년 세 번에서 네 번씩 천 명에 달하는 아이들을 옮겼어요. 그렇게 이들의 손으로 넘어간 아이들의 숫자는 오만 명이 넘는 걸로 되어 있네요."
"오, 오 만?"
이들의 손에 사라진 고아들의 숫자가 수만이 넘을지도 모른다는 말은 이미 맹주를 통해 전해 들었었고, 이지강 또한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정말로 구체적인 숫자를 직접 귀로 듣자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대체 그 많은 아이들을 잡아다가 무슨 짓을 벌였단 말인가.
무림 역사상 그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한 사건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지강의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 갔다.
백아린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녀가 다른 장부를 들고 말했다.
"이건 자금줄에 관련된 거예요. 당장에 봤을 때는 그냥 이런저런 용도로 쓰인 돈들에 대한 내역이긴 한데…… 조사해 보면 자금의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해 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운이 좋다면 이들의 돈이 들어오고 나간 것을 통해 모종의 세력을 찾아낼 수도 있고요."
아쉽게도 이 부분은 좀 더 세밀한 정보가 필요했고, 단순히 머리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이 자금 쪽 조사는 적화신루를 통해 보다 깊게 파고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백아린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 장부에는 청아원의 숨겨진 재산도 정리돼 있어요. 그런데 하나 중요한 게 있더군요."
"그게 뭐지?"
중요한 게 있다는 말에 천무진이 서둘러 물었다.
그녀가 장부를 통해 알게 된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소유한 배가 있어요. 그것도 세 척이나요. 크기도 꽤 큰 걸 보아하니 아이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구입된 물건이 분명해요."
"육로가 아니라 수로로 이동을 했다는 건가?"
"네, 애초부터 이곳 청아원이 최종 목적지가 아닌 이상 어딘가로 또 이동을 해야 했겠죠. 그 상황에서 아무리 마차에 꽁꽁 감춰 두고 움직인다 해도 천 명이 넘는 고아들을 움직인다는 건 분명 눈에 띄는 일일 거예요. 아마도 가까운 곳까지만 마차를 이용했고, 그 이후엔 배로 한 번에 이동시켰겠죠."
백아린의 말은 분명 일리가 있었다.
청아원이 있는 지금 이곳 합포에서 관도를 타고 남쪽으로 쭉 내려가면 바다가 나온다. 이곳만큼 바닷길을 이용하기 용이한 장소는 그리 많지 않다.
애초부터 이곳 합포에 이 같은 장소를 만든 것 자체가 바로 그 뱃길을 이용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지강이 안타깝다는 듯 탄식을 터트렸다.
"하아, 배를 타고 움직였다면 그 뒤를 어찌 쫓는단 말인가."
아쉽게도 수로는 흔적이 남지 않는다.
물길이란 언제나 원래대로 돌아오는 법이니까.
배를 타고 움직였다면 그 후에 그들이 어디로 향했는지는 다시 오리무중이다. 그들이 그 배를 타고 광동이나 남만으로 넘어갔는지, 아니면 아예 다른 나라로 갔을지 모르는 일이니까.
결국 먼저 끌려간 고아들의 행적을 알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생각하는 이지강을 향해 백아린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뇨, 이미 답은 나왔어요. 그들은 분명 섬으로 갔을 거예요."
확신 어린 그녀의 말에 이지강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물었다.
"섬? 대체 그걸 어찌 그리 장담하는가."
"이처럼 많은 아이들을 납치했어요. 그리고 어딘가로 옮겼죠, 뭐 한두 번이었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십오 년이에요. 그 긴 시간 동안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였는데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은밀하고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장소로 갔다는 말이니까요. 이 모든 것에 부합되는 곳으론 바로 외딴 섬이 최적이죠."
백아린의 긴 설명을 들으며 이지강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 맞아. 총관 말대로 그럴 공산이 아주 크겠어. 자네 아주 대단하군."
실로 감탄스러웠다.
장부를 빠르게 파악해 낸 것만으로 모자라 조각나 있는 정보들을 모아 이처럼 하나의 그림을 완성시키는 능력은 가히 발군이다.
그제야 이지강은 천무진이 보였던 그녀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 왜 생겨난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다.
백아린은 자신이 알아낸 것에 대해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 나갔다.
"이렇게 많은 숫자의 아이들을 잡아 가둘 정도라면 섬 크기 또한 꽤나 커야 될 거예요. 그리고 이 근처에 그만한 크기의 섬은 두 개가 있죠. 우선은 가장 큰 섬인 해남도예요."
해남도는 중원 최남단에 위치한 곳이자, 구파일방의 하나인 해남파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해남도는 말이 섬이지, 하나의 자그마한 나라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커다란 땅을 지니고 있었다.
허나 이곳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백아린이 말했던 전제 조건인 은밀함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섬에는 많은 이들이 살고 있고, 또한 해남파가 있다.
아주 만약에 해남파가 그들과 깊게 연루되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야 해남도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을 거라 보기는 어려웠다.
백아린은 곧바로 다음 장소를 입에 올렸다.
"그리고 다른 한 곳은 사해도(四海島)라는 곳이에요. 이곳은……."
사해도라는 이름이 나오는 바로 그 순간 천무진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흑마신(黑魔神)?"
말을 내뱉은 천무진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런 그의 묘한 표정을 읽은 백아린이 조심스레 답했다.
"맞아요. 사해도는 흑마신의 거점이죠.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
어찌 사해도와 흑마신이라는 이름을 잊을 수 있을까. 사해도는…… 자신이 저번 생에서 수백이 넘는 무인들을 궤멸시켰던 곳이다.
정체 모를 그녀의 부탁으로 자신은 이곳 사해도로 들어가 그곳에 있는 흑마신과, 그의 수하들을 모두 죽였다. 그리고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그녀에게서 자령신공(紫靈神功)이라는 반쪽짜리 무공을 받았다.
바로 처음 마공을 익히게 되었던 그때다.
그리고 그 대가로 천무진은 얼굴을 잃었다.
괴물처럼 녹아 버렸던 얼굴.
그렇게 다른 이들이 자신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던 결정적 사건이 벌어진 장소.
그곳이 바로 사해도였다.
천무진은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얼굴을 어루만졌다. 당시 손가락에 느껴졌던 그 끔찍한 감촉이 너무도 생생했다.
‘사해도와 흑마신…….’
백아린의 판단은 정확했다.
자신이 저번 생에서 정체 모를 그녀의 부탁으로 없앴던 사해도와 지금 가장 유력한 후보지가 일치한다.
이것이 우연일 리가 없지 않은가.
저번 생에서는 알지 못했던 진실.
사해도는 그저 사파의 거두인 흑마신의 거점이라고만 생각했거늘…….
‘그곳이…… 그런 곳이었구나.’
수많은 아이들이 실험에 사용되고 죽어 나간 슬픈 섬. 그걸 긴 시간이 지난 이제야 알았다.
천무진이 확신 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해도다. 거기로 아이들이 끌려간 게 분명해."
"저도 그럴 확률이 높다 생각하긴 하지만 아직 확실한 증거는……."
"아니, 거기가 맞아."
백아린은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딱 잘라 말하는 천무진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자신이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는 사내다.
그리고 그건 지금 또한 마찬가지인 듯싶었다.
천무진이 급하게 말했다.
"서둘러서 움직여야겠군. 사해도라면 그리 멀지 않으니……."
그때였다.
"설마 사해도로 들어가실 생각이십니까?"
놀란 듯 질문을 던진 건 다름 아닌 이지강이었다.
천무진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그가 절대 안 된다는 듯 말했다.
"무립니다. 아무리 무림맹의 별동대라고 하지만 이들만으로 사해도에 들어간다는 건 곧 죽겠다는 소립니다. 추가적으로 병력을 요청하여 들어가셔야 합니다."
사해도는 흑마신의 땅이다.
그곳에는 뛰어난 흑마신의 수하들 또한 즐비해 있었기에, 지금의 별동대 정도로는 근처에 가는 것조차 목숨을 걸어야 할 일이다.
안다.
그렇지만 과연 그들이 가만히 기다려 줄까?
지금 추가적인 병력을 받아 내기 위해서는 꽤나 긴 시간이 소요된다. 가장 가까운 해남파를 움직이기 위해서도 무림맹주의 정식적인 요청이 있어야 한다.
허나 서찰이 오고 가는 데에만 해도 무려 한 달 이상은 걸릴 거리.
바깥에 있는 이들이 당했다는 사실이 곧 사해도로 들어갈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그들에게는 도망치고도 남을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
천무진이 답했다.
"지원군을 기다리기엔 시간이 없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그때라면 이미 놈들은 모두 사라질 겁니다."
"……죄송합니다. 수하들의 목숨을 책임지는 것 또한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뻔히 모두 죽을 걸 아는 작전에 수하들을 투입할 수는 없습니다."
천무진을 돕기 위해 이곳까지 온 이지강이다. 그리고 어떻게든 그를 도우라는 임무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허나 별동대의 수장으로서 수하들을 지켜 내는 것 또한 그가 해야 할 일. 자신이 보기에 전혀 승산이 없는 싸움에 괜한 무림맹의 소중한 무인들을 죽게 놔둘 수는 없다 판단을 내렸다.
물론 천무진 또한 그런 이지강의 생각을 이해했다.
말대로 사해도에 들어서는 건 분명 위험한 일이다.
저번 삶에서 그 역시 정체 모를 그녀의 부탁에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었고, 결국 마공을 익혀 더욱 강해진 후에서야 그들과 싸움이 가능했다.
그만큼 위험한 장소.
무리라며 손사래 치는 이지강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때였다.
뒤편에서 백아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죠."
천무진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백아린이 담담하니 말을 이었다.
"우리 넷이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