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흑마신 ― 이제야 안 거야 (2)
천무진의 대답에 흑마신의 얼굴은 당황스러움으로 물들었다.
천룡성이라니?
놀라는 건 당연했다.
상상했던 그 무엇보다 훨씬 더 커다란 존재였으니까.
자신과 적대시하던 세력에서 보낸 자가 아닌 천룡성의 무인이라면 이자가 이곳에 온 이유는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천룡성이 개입했다는 건…… 이곳의 비밀을 알았다는 건가?’
세상 바깥으로 결코 드러나서는 안 되는 비밀.
그것이 들통 나 버린 것이다.
흑마신의 얼굴에 맴돌던 당황스러움은 이내 짙은 살의로 변했다.
상대의 정체를 알자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죽인다. 반드시 죽여야 해.’
이곳의 비밀에 대해 알려진다면 자신은 모든 걸 잃는다. 그러니 이자를 죽이고, 감춰야 할 것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이전시켜야 한다.
"흐아압!"
검을 맞대고 있던 상황에서 흑마신은 거칠게 천무진을 밀어젖혔다. 천무진과 거리가 벌어지는 그 순간 그가 버럭 소리쳤다.
"공격해!"
말과 함께 흑마신이 선두에서 천무진을 향해 다시 달려들었다. 손에 들린 검에서 빛이 쏟아져 나왔다.
천무진은 곧바로 땅을 박차며 날아올랐다.
동시에 쏟아져 나온 흑마신의 검기가 주변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허공으로 솟구친 천무진을 향해 뒤이어 다른 이들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슈슈슉.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그들의 공격이 꼬리를 물듯 연이어 날아들었다.
샥샥.
허공에서 몸을 비틀며 공격을 피해 내던 천무진의 손이 움직였다.
으드득.
스쳐 지나가는 찰나 흑마련 무인 셋의 목이 꺾여 나갔다.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손에 들린 검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검기가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아래에 있던 흑마신과 흑사귀들은 재빠르게 자신들의 무기를 휘두르며 날아드는 검기를 받아 냈다.
콰콰쾅!
폭발과 함께 주변으로 먼지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안으로 천무진이 빠르게 파고들었다.
스윽.
귀신처럼 다가온 그의 검이 한 명의 복부에 틀어박혔다가 빠져나갔다. 하지만 그 순간 뒤편에서 누군가가 확 하고 천무진을 덮쳤다.
흑사귀의 하나인 사귀였다.
그의 창이 천무진의 옆구리를 베고 지나갔다.
빙글.
하지만 천무진은 멈추지 않고 그 상태로 몸을 회전시키며 주먹을 상대방의 안면에 정확하게 틀어박았다.
뻐엉!
입에서는 피와 박살이 난 이가 섞여 날아올랐다.
바닥을 데굴데굴 구른 사귀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주르륵.
침과 뒤엉킨 피가 길게 이어져 흘러내렸고, 눈에는 독기가 서렸다.
"이 노오옴!"
거친 고함과 함께 육중한 그자의 신체가 성난 황소처럼 달려들었다.
쿵쿵쿵.
소리와 함께 거리를 좁힌 사귀는 곧장 창을 찌르고 들어왔다. 하지만 천무진은 이번엔 전혀 피해 없이 날아드는 창을 고개만 비틀어 피함과 동시에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아우야!"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이귀가 위험에 빠진 사귀를 돕기 위해 철퇴를 휘둘렀다.
부웅!
아슬아슬하게 철퇴가 천무진의 머리통을 가격하려는 찰나였다. 그곳에 있던 그가 갑자기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살짝 몸을 숙인 것이다.
그러고는 곧바로 사귀의 뒤편으로 움직이며 팔꿈치를 이용해 상대를 강하게 앞으로 밀쳐 냈다.
그 때문에 날아들던 철퇴는 천무진이 아닌 사귀의 얼굴로 날아들고 있었다.
쩌엉!
소리와 함께 사귀의 얼굴이 으깨지며 피가 터져 나왔다. 그의 신체가 뒤로 쿵 소리가 나게 쓰러졌다. 스스로의 손으로 사귀의 얼굴을 박살 낸 이귀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이, 이게 무슨……."
그 순간 무너진 사귀의 뒤에서 천무진의 검이 튀어나와 이귀의 심장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카앙!
이귀의 심장으로 향하는 천무진의 공격을 받아 낸 건 일귀였다. 그가 황급히 자신의 검을 휘둘러 공격을 밀쳐 낸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못했던 탓인지 이귀는 천무진의 검에 어깨를 베이고야 말았다.
"크윽."
"정신 차려!"
일귀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이귀의 어깨를 잡아서 뒤로 밀쳤다. 바닥에 주저앉았던 이귀는 이내 눈에 독기를 피우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일귀의 검에 공격이 막히는 그 찰나 천무진은 이미 다음 목표들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촤르르륵.
검이 끌리는 소리와 함께 주변으로 검기가 파도처럼 밀려 나갔다.
쏟아져 나온 검기가 주변에 있던 흑마련의 무인들을 도륙했다. 무너져 가는 무인들의 신형, 그런데 그 뒤편에서 흑마신이 날아올랐다.
차차창!
떨어져 내리는 검을 천무진은 연달아 막아 냈다.
그 순간 일귀가 빠르게 파고들었다.
일귀는 정확하게 천무진의 목을 노리고 검을 움직였다.
파앙!
천무진은 주먹으로 검을 내리침과 동시에 발로 다가온 일귀를 밀쳐 냈다.
그런데 그 순간 옆에서 이귀의 철퇴가 날아들었다.
부웅.
‘칫!’
막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일귀의 검을 막기 위해 들어 올렸던 손의 방향을 틀었다.
팔꿈치가 철퇴를 막았다.
쩡!
내공이 실린 일격을 팔꿈치로 받아 낸 천무진의 몸이 흔들렸다. 순식간에 세 명의 공격을 받아 낸 탓에 완벽한 방어는 힘들었던 것이다.
천무진이 움찔하며 뒷걸음질 치는 그때 흑마신의 무공이 쏟아져 들어왔다.
적파삼해(赤波三海)라는 무공이었다.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며 밀려드는 그 너머로 날카로운 그의 검이 언제든 천무진의 목숨을 앗아 가기 위해 번뜩였다.
실려 있는 묵직한 내공을 느끼며 천무진은 곧바로 검을 정면으로 세운 채로 바닥에 힘껏 꽂아 넣었다.
순간 검이 꽂힌 곳을 기점으로 하여 새하얀 빛이 방패처럼 크게 퍼져 나갔다.
쿠웅!
두 개의 힘이 충돌하면서 주변으로 폭풍이 휘몰아쳤다. 그러고는 이내 결국 두 개의 힘은 폭발해 버리고야 말았다.
쾅!
천무진은 바닥에 꽂았던 검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고, 그대로 검은 땅을 가르며 밀려 나갔다.
드드득.
천무진을 지켜 준 그 하얀 막은 천강기(天剛氣)라 불리는 천룡비공의 방어 초식이었다.
순간적으로 서로 내상을 입은 상황.
흑마신은 곧바로 숨을 돌렸지만 아쉽게도 천무진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흑마련의 다른 무인들이 달려들고 있었으니까.
순식간에 열 명의 무인들이 천무진을 향해 공격을 펼쳤다.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카카캉.
검과 도가 날아들었고 천무진은 유려한 움직임으로 그사이를 파고들어 헤집으며 오히려 손을 움직였다.
슈슈슉.
손에서 터져 나간 지공이 상대들의 가슴에 틀어박혔다. 그는 아주 잠깐 여유가 생긴 틈을 이용해 검을 움직여 나머지 적들의 숨통마저 끊어 버렸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천무진은 연이어 다른 이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가 검을 번쩍 추켜올렸다가 내려쳤다.
쾅!
검이 향하는 곳에 있던 이들이 주변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런 천무진의 모습을 보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던 흑마신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미친 자식. 하지만 네놈이…… 날뛰는 것도 얼마 안 남았다.’
지금은 어떻게든 내공이 받쳐 주니 저런 활약을 하고 있지만 결국 인간인 이상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 벌써 수차례 막대한 내공이 들어가는 무공들을 뿌려 댔다.
과연 얼마나 더 이런 위력을 보여 줄 수 있을까?
이곳에 있는 이들만이라면 천무진을 막아 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곧 이곳으로 돌아올 삼귀와, 그가 데리고 올 천여 명에 달하는 지원 병력까지.
흑마신이 버럭 소리쳤다.
"뭣들 해! 더 몰아붙여!"
체력을 한계까지 달하게 만든다.
그렇게 되면 결국 천무진 또한 점점 무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너무도 강렬한 무위에 주춤거리던 이들도 흑마신의 명령에 다시금 앞다퉈 천무진에게 달려들었다.
카카캉.
연달아 휘몰아치는 상대들을 향해 천무진 또한 지지 않고 검을 움직이고 있었다. 검이 움직이는 길을 따라 그 인근에 있는 이들이 나가떨어졌다.
순식간에 많은 숫자의 무인들을 제압해 냈지만 실상 이들의 숫자는 처음에 비해 그리 줄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천무진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이래서 사해도가 싫다니까.’
흑마련의 련주인 흑마신의 거처가 소란스러워지자 인근에 있던 무인들 또한 서둘러 이쪽으로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적의 본거지에서 싸우고 있으니, 인원이 계속 충원되는 건 당연했다.
지금 천무진은 이곳 사해도 자체와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몇 번의 움직임으로 흑마련의 무인 일부를 쓰러트린 천무진의 시선이 슬쩍 뒤편으로 향했다.
일부러 최대한 적들을 밀어붙이며 바깥으로 향하고 있었던 그다.
다름 아닌 뒤편에 있는 전각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곳에 있는 비밀 공간 안에는 살아 있는 아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내공을 마구 쏟아 대는 싸움의 여파로 건물이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그 안에 있는 아이들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랬기에 천무진은 일부러 싸움의 장소를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조금씩 바깥으로 옮기고 있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어느덧 천무진은 담장 지척까지 도달해 있었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동안 흑마련 무인들이 뿌린 피는 적지 않았다.
"차압!"
달려드는 흑마련 무인의 공격을 가볍게 받아넘기며 천무진의 손이 그의 뒷목을 움켜잡았다.
쾅.
그대로 담장 벽에 상대의 머리를 박아 넣은 천무진은 곧바로 그자의 등을 밟으며 껑충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이내 가볍게 담장 너머로 착지했다.
허나 담장 너머에서도 이미 주변은 완벽히 포위되어져 있었다.
천무진을 쫓던 안쪽의 무인들이 담장 위로 뛰어올라 자세를 취했다. 그들은 빠르게 비수를 들어 올려 천무진을 겨눴다.
그가 손가락을 까닥였다.
마치 어서 던지라는 듯이 말이다.
그런 천무진의 도발에 담장 위에 서 있던 스무 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동시에 천무진을 향해 비수를 뿌렸다.
촤촤촤악!
날아드는 비수의 위치를 모두 눈으로 확인한 천무진이 검을 움직였다.
타타탓!
방향을 바꾸며 천무진은 몸을 힘껏 뒤로 젖혔다.
비수들이 빠르게 그의 위를 스쳐 지나갔다.
천무진은 상대들이 던진 비수의 방향만 조금 바꾼 채로 보다 힘을 실어, 뒤편에 있는 적들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노렸던 대로 비수들은 뒤편에서 다가오던 이들에게 날아들었다.
아슬아슬하게 피해 낸 이들도 있는 반면에 일부는 날아드는 비수에 신체 곳곳을 적중당하고야 말았다.
동시에 몸을 일으켜 세운 천무진이 검을 앞으로 뻗으며 중얼거렸다.
"어딜."
재차 비수를 던지려던 이들이 서 있던 담장을 향해 쏟아진 긴 검기가 팍하고 스치고 지나갔다.
동시에 두터운 담장은 마치 두부처럼 깨끗하게 잘려져 떨어져 나갔다.
"으앗!"
위쪽에 있던 이들이 균형을 잃고 비틀하는 사이 천무진이 날아들었다.
위쪽에서 그의 발이 정확하게 그들의 얼굴을 향해 움직였다.
파바박!
얼굴에 발이 틀어박히며 그들은 무너지는 돌담 사이에 파묻히고야 말았다.
가볍게 자리에 착지한 천무진은 곧바로 달려드는 흑마신과 흑사귀들을 뒤로한 채 도리어 반대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의 몸이 검과 하나가 되어 공간을 휩쓸었다.
파파팡!
주변이 터져 나가며 그 자리에 있던 흑마련의 무인들이 볼품없이 쓰러져 나갔다.
검기와 검강을 뒤섞어 쏟아 내는 천무진의 무위를 보통의 무인들이 막아 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 그를 막기 위해 달려들었던 흑마신의 검이 정확하게 천무진의 등 뒤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슉.
천무진은 기다렸다는 듯 그대로 검을 휘둘러 날아드는 공격을 받아쳤다.
동시에 두 사람의 검이 상대를 향해 밀려들었다.
스스슥.
검이 흑마신의 가슴 언저리를 스치듯 베고 지나갔고, 동시에 그 또한 천무진의 팔을 베는 데에 성공했다. 물론 둘 다 그리 깊지 않은 상처였기에 둘의 검무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파라락! 캉캉!
상대를 향해 마구 날아드는 검.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공격이었지만 둘 모두 빼어난 집중력으로 치명상은 피해 내고 있었다.
하지만 둘의 대결에서 결정적으로 다른 하나가 있다면 천무진은 그 와중에서도 흑마련의 무인들 일부를 베어 넘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예 여유가 없는 흑마신에 비해 천무진은 틈이 날 때마다 주변에 있는 다른 이들까지 공격했다.
물론 그런 천무진을 향해 그들 또한 공격을 가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서둘러 흑사귀의 일귀와, 이귀도 싸움에 끼어들었다.
캉캉!
숫자가 많은 이들이 몰아붙이니 천무진은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미약하긴 하지만 잔부상들도 하나씩 늘어갔다.
그런데 왜일까?
이 지고 있는 듯한 기분은.
분명 자신들이 몰아붙이고 있는데 그 와중에서도 천무진의 검은 차근차근 흑마련 무인들의 숫자를 줄여 나가고 있었다.
때마침 천무진은 휘두르는 흑마신의 검에 밀려 나가듯 훌쩍 뒤로 뛰어오르더니 오히려 흑마련 무인들 사이로 들어가 날뛰기 시작했다.
콰콰쾅!
터져 나가는 수하들을 보며 흑마신이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젠장! 추가 병력은 왜 이렇게 늦는 거야!"
분명 일정 수준 정도 무인들이 충원되고는 있지만 그 숫자는 결코 많지 않았다. 자신의 계획대로라면 천무진에게 죽는 것보다 몇 배는 많은 인원들이 계속해서 투입되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죽어 나가는 이에 비해 인원수가 확 줄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그 숫자가 줄어 나가는 건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상황에 고개를 젓던 그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삼귀 그 녀석은 왜 대체 아직도……."
흑마신이 중얼거리고 있는 그때였다.
갑자기 옆에서 커다란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으앗!"
경악에 가까운 비명 소리.
자연스레 흑마신의 시선 또한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데굴데굴 굴러오는 누군가의 머리가 보였다. 그리고 그 머리의 정체는…….
"……삼귀?"
자신의 명을 듣고 흑마련의 무인들 모두를 집합시키기 위해 움직였던 그가 목이 베인 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그 뒤편에서는 머리를 가지고 온 당사자가 등장하고 있었다.
이미 꽤나 많은 수를 상대하며 온 건지 피가 잔뜩 튀어 있는 옷차림의 사내.
한천이었다.
그가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으기에 먼저 손을 써 놨는데 저렇게 놀라는 걸 보아하니 정답이었나 봅니다?"
나타난 한천을 향해 천무진이 물었다.
"나머지 두 사람은?"
"저야 모르죠. 인근에 있던 제가 신호탄을 보고 지금쯤 도착했으니 아마 한참 오고 있지 않을까요?"
천무진과 함께 임무를 하기 위해 내려와 있었던 덕분에 누구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었던 한천이다.
그리고 흑마신의 계획과는 달리 많은 숫자의 무인들이 한 번에 지원 오지 않는 이유 또한 그 때문이었다.
그가 그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돌아다니던 삼귀의 목을 베어 버렸으니까.
한천이 멍한 얼굴로 잘린 삼귀의 머리를 바라보는 흑마신을 향해 입을 열었다.
"지원군은 포기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막았거든요. 그리고……."
한천은 슬쩍 먼 곳을 바라봤다.
아직은 보이지 않지만 확신할 수 있다.
백아린과 단엽 또한 지금 이곳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걸.
그랬기에 자신할 수 있었다.
한천이 말을 이었다.
"이제는 뭘 해도 그쪽은 우리한테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