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왕-93화 (93/293)

93화. 암습 ― 안 될 것 같죠 (1)

무림맹의 별동대는 빠르게 본거지로 돌아가고 있었다. 별동대를 이끌며 나름 혁혁한 공을 세운 이지강이었지만…….

늦은 밤, 보초를 서는 수하들을 제외한 모두가 잠이 들었을 시간에도 그는 천막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다.

가만히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이지강이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위험에 처했던 아이들을 구해 냈고, 세상에 있어선 안 될 청아원이라는 곳을 박살 내는 데 일조했다.

분명 너무나 뿌듯한 일을 해냈거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이 계속해서 불편한 건 역시나 그곳에 두고 온 천무진 일행 때문이리라.

선뜻 따라가겠다며 나섰던 셋과는 달리 이지강은 사해도로 들어가겠다는 천무진을 두고 무림맹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왠지 모르게 동료를 두고 도망친 듯한 기분에 그는 계속해서 기분이 좋지 못했다.

별동대의 수장으로서 수하들의 목숨 또한 그가 책임져야 할 몫이었기에, 그는 너무도 무모한 작전에 수하들을 투입하지 못한다는 반대의 의견을 냈다.

차라리 무림맹 쪽에 연락을 취해 확실한 지원 병력을 받자며 말이다.

물론 자신도 알고 있었다.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상대는 도망칠 거라는 것 정도는. 허나 알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이 바로 무리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내려야 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그걸 알기에 천무진 또한 이지강을 탓하지 않았다.

이지강은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그들이 부럽군그래.’

백아린과 한천, 그리고 단엽까지.

자신과는 달리 곧장 천무진을 따라간 그 세 사람의 모습이 떠오름과 동시에 부러움이 밀려들었다.

차라리 자신도 그렇게 혼자였다면 그것이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해도 몸을 던졌을 게다. 정말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별이 가득한 밤하늘로 다시금 시선을 돌린 이지강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무사하십니까?"

너무도 무모해 보이는 임무였다.

고작 네 명이서 사해도를 치겠다니…… 그곳에 있는 흑마련은 결코 우습게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 생각하는 이유는 그곳에 들어간 이들 중 일부가 너무 특별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천룡성의 천무진.

그리고 대홍련의 부련주 단엽까지.

나머지 적화신루의 두 사람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자라는 건 파악한 상황.

머리는 복잡했지만 이지강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지금 자신의 위치에서라면 옳은 판단을 내린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다.

아쉬움과 미안함이 공존하는 묘한 기분이 드는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이지강은 너무도 잘 알았다.

빠르게 무림맹으로 복귀하고 그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상세히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이 일에 개입되어 있을 이들을 발본색원하여 다시는 무림에 이런 끔찍한 일이 자행되지 않도록 해야 했다.

그것이 천무진 일행을 그곳에 두고 온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도움이었다.

긴 시간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이지강이 막 몸을 돌렸을 때였다.

투둑, 투둑.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내리는 빗방울을 느낀 그가 재차 고개를 돌렸다. 평온해 보였던 하늘에서 조금씩 빗방울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이런, 비인가?’

이지강은 다들 곤한 잠에 빠져 있을 시간 찾아온 비가 그리 반갑지 않았다. 쏟아지는 빗방울이 가볍길 바랐거늘, 그런 그의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빗줄기는 순식간에 두터워졌다.

두두두두두!

대지를 두드리듯 쏟아져 내리는 비 때문에 잠에 빠져 있던 별동대 무인들은 하나둘씩 천막 바깥으로 걸어 나왔다. 간단하게 세워 둔 천막으로 버텨 낼 수준의 비가 아니었다.

긴 여정으로 인해 피곤했던 그들은 수면까지 방해받자 무척이나 짜증스러운 표정들이었다.

방금 천막에서 걸어 나온 당자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순식간에 머리를 적시는 빗방울들에 머리끝을 툭툭 치며 중얼거렸다.

"젠장, 끝까지 마음에 드는 거 하나 없네."

처음 알던 것과는 다른 임무를 수행하게 된 그때부터 계속 불만을 품어 왔던 그다. 어쩌다 보니 중요한 일을 잘 끝마치긴 했지만 그게 자신의 공로가 될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뭔가 다른 누군가가 움직이고 자신은 그저 뒷마무리만 한 느낌이랄까?

거기다가 같이 움직여야 할 천무진과 백아린이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 혹시나 청아원의 싸움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했지만 또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대체 그 둘이 무슨 임무로 사라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또한 당자윤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별동대 대장 이지강이 그 둘을 특별 대우해 준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당자윤이 멀리에 서 있는 이지강을 바라보고 있는 그때였다.

"어떻게 할까요? 쉽게 그칠 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지강에게 다가가 말을 건 것은 삼조 조장인 남궁격이었다. 그의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겼던 이지강이 한숨과 함께 말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쉬기는 그른 것 같군."

"떠날 채비를 하라 명할까요?"

"그래 주겠는가? 아무래도 움직여야 될 것 같아."

"알겠습니다. 그럼 곧바로 혜정 신니에게도 전하도록 하지요."

"부탁함세. 모두에게 좀 고생스럽겠지만 지금 움직이고, 대신 오늘 저녁엔 좀 일찍 객잔을 찾아 쉬며 여독을 풀 수 있는 방향으로 가지."

"그리하겠습니다."

말을 끝낸 남궁격은 곧바로 다가오던 혜정에게 다가가 이지강의 뜻을 전했고, 곧바로 수하들에게 떠날 채비를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아직 해가 뜨기엔 이른 시각.

지금 움직인다는 사실이 불만스럽긴 했지만 이지강의 판단대로 어차피 이 상태라면 잠을 자는 것도 어렵다.

차라리 지금 더 빠르게 움직여 저녁에 보다 편한 잠자리에 드는 것이 이득이었다.

결국 잠자리에 든 지 두 시진도 채 되지 않아 별동대들은 다시금 짐을 싸서 움직여야만 했다. 예상대로 빗줄기는 점점 거세졌고, 이내 비는 한 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칠게 쏟아져 내렸다.

쏟아지는 비 때문에 바닥은 금세 질척질척해졌고, 말을 타고 빠르게 달리는 것 또한 어려워졌다. 자연스레 말의 속도를 늦추면서 일행들의 움직임 또한 더뎌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반 시진 가까운 시간을 움직이며 이지강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대로 가다가는 오늘 밤에도 객잔에서 쉬는 것은 어려울 터인데…….’

신경은 쓰였지만 지금으로써는 그저 나아가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 그저 묵묵히 별동대를 이끌고 목적지를 향해 움직일 뿐이었다.

그렇게 빗길을 뚫고 나아가던 이지강의 시선에 맞은편에서 멈춰 서 있는 달구지 하나가 들어왔다.

소가 끌고 있는 달구지에는 커다란 짐 몇 개가 올라가 있었고, 그 주변으로 세 명의 사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쏟아지는 비로 인해 웅덩이에라도 빠졌는지 움직이지 못하는 중이었다.

선두에 선 사내가 버럭 소리쳤다.

"아, 거 피죽도 못 먹었는가. 뒤에서 좀 힘껏 밀라니까!"

"그리 쉬워 보이면 자네가 와서 한번 해 보게. 구덩이가 얼마나 깊은지 씨알도 안 먹혀."

쏟아지는 비를 막기 위해 죽립과 우의로 둘러싼 그들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왔다. 그런 그들을 향해 별동대 무인들이 다가갈 때였다.

마찬가지로 기척을 느껴서인지 세 명의 사내는 다가오는 별동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가 움찔했다.

늦은 밤 수십여 명의 칼을 차고 다니는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으니 놀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무슨 일인가 확인하려는 듯 남궁격이 말에서 뛰어내려 먼저 다가갔다.

세 사내가 놀란 듯 주춤거릴 때였다.

남궁격이 손을 들어 올리며 걱정 말라는 듯 말했다.

"겁먹지 마시오. 무림맹의 무인들이오."

"아……."

그제야 탄성을 토해 낸 그들을 향해 다가간 그가 이내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무슨 일 있으시오?"

"어구 물건을 옮기는 길에 이놈의 바퀴가 구덩이에 푹 빠졌지 뭡니까. 하필이면 비가 이렇게 억수같이 쏟아져서 구멍이 있는지 모르고 지나가다 이런 사고가 났습니다요."

"흐음."

가볍게 상태를 살핀 남궁격이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 말라는 듯 말했다.

"내가 도와줄 테니 비켜들 있으시오."

"바, 방법이 있으십니까?"

"이 정도야 무인인 나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오."

남궁격이 혹시 다칠지도 모른다며 물러서라는 듯 손짓했고, 그 세 명의 사내가 서둘러 옆으로 움직였다. 사내들이 자연스레 무림맹 무인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온 그때 남궁격이 달구지를 움켜잡고 힘을 불어넣었다.

드드득.

꽤나 무거운 짐이 실려 있는 마차를 남궁격은 손쉽게 구덩이 바깥으로 들어 올렸다.

그런 그를 보며 사내들이 감탄하듯 박수를 쳤다.

"역시 무림맹 무인 분들은 보통 분들이 아니시라더니 실로 대단하군요."

놀랍다는 듯 중얼거리는 그를 향해 말 위에 자리하고 있던 이지강이 입을 열었다.

"이 늦은 시간에 어디들 가는 겐가?"

"인근 마을에 팔 물건이 있어서 일찍부터 움직이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비를 만나 가지고 일정이 이렇게 꼬였지 뭡니까."

웃으며 말하는 사내를 지그시 바라보던 이지강이 툭 말을 내뱉었다.

"뭘 팔려고?"

"아…… 소금, 소금입니다."

사내가 서둘러 대답했다.

여전히 죽립 아래 보이는 웃고 있는 입꼬리.

그런 상대를 바라보던 이지강이 마찬가지로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재미있는 친구로군. 이렇게 비 오는 날에 소금이라……."

의미심장해 보이는 그 한마디에 웃고 있던 사내의 입꼬리가 움찔했다. 자신이 내뱉은 말에 결정적인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서다.

그는 방금 저 볏짚을 꼬아 만든 부대 자루에 소금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금이 물과 만나게 되면…… 녹아 없어지는 건 너무도 간단한 이치다.

그리고 현재 부대자루는 아무런 방비도 없이 방치해 둔 탓에 흠뻑 젖은 지 오래였다. 당연히 안의 소금은 녹아서 사라지고도 남았을 상황이라는 거다.

이지강의 말을 아무렇지 않게 듣고 있던 무림맹의 별동대원들이었지만, 그들 또한 이내 이지강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별동대원들이 놀란 듯 눈을 치켜뜨는 그 순간 이지강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물건을 팔러 간다는 건 거짓말 같고 우리를 기다린 게냐?"

세 명의 사내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이내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가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들켰네. 이러면 안 되는데 말이지."

스르르릉.

걱정스러워 보이는 말투. 하지만 그의 움직임에는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고작 세 명뿐이었지만 여기 있는 별동대 무인들과는 그 급이 달랐다.

처음부터 일부러 정체를 숨기고 접근했다.

조금 더 쉽게 일을 마무리 지으려 했기 때문이다.

상대들을 방심하게 만들어 거리를 좁히고, 이렇게 도움을 받은 후 옆을 지나쳐 가는 그때 순간적으로 기습을 하여 별동대 수장 이지강의 숨통을 끊으려던 것이 원래의 계획이었다.

허나 이지강의 질문에 실수로 대답을 하며 그 모든 것이 어그러졌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결과는 같을 테니까.

그자가 별동대들을 향해 검을 겨눈 채로 말했다.

"자, 무림맹의 귀하신 분들. 여기서 죽어 달라고."

그의 손에 들린 검이 섬뜩하게 빛났다.

* * *

천무진 일행이 타고 있는 배는 광동성의 선착장으로 들어섰다. 단엽의 부탁대로 최대한 운남성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방진이라는 마을이었다.

갈 때는 하루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위치를 아예 바꾸는 통에 제법 먼 거리를 움직여야 했고 배 위에서 사흘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바람이 도와준 덕분에 시간은 꽤나 단축된 상황이었다.

배가 선착장으로 들어선 이후, 백아린을 통해 적화신루가 곧장 움직였다.

그들은 가장 먼저 백방으로 의원을 구했고, 더불어 대홍련의 도움을 받기 위해 그들에게도 연락을 취했다.

이틀 만에 어느 정도 뒤처리를 끝낸 천무진 일행은 곧바로 무림맹이 있는 사천을 향해 움직이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떨어진 식량을 채웠고, 미리 봐 뒀던 마차까지 준비가 끝이 났다.

순식간에 짐을 싣는 것까지 마친 일행들이 떠나기 위해 막 마차로 올라서는 그때였다.

"총관님!"

헐레벌떡 뛰어오는 이는 이곳 방진에서 백아린의 명령을 수행하던 동추라는 자였다. 서른 중반의 젊은 나이었지만 눈치가 좋고 일 처리가 제법 빠른 사내였다.

이미 마차에 올라타 있던 백아린이 창문을 통해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

숨이 터질 듯 달려온 동추가 헉헉거리며 말했다.

"다행입니다. 떠나셨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아직 계셨군요."

"무슨 일 있어요?"

"계속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 달라고 하셨던 무림맹 별동대의 일입니다."

"어제 들었잖아요. 광서성 평과(平果) 인근을 지나쳤다고……."

애초에 헤어지기 직전 백아린은 적화신루를 통해 미리 의뢰를 넣어 둔 상태였다. 무림맹 별동대의 움직임을 최대한 따라가 달라고.

상황에 따라 합류를 해야 할 수도 있었기에 어느 정도 이동 경로와, 속도를 파악해 두려 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이곳에 온 이후에도 몇 차례 무림맹 무인들의 움직였던 경로와, 지금의 대략적 위치에 대해 전달받았었다.

거기다 그들에 대한 이야기라면 그리 급할 것도 없다 생각했던 백아린이었는데, 지금 동추가 이리 다급히 나타난 것이다.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그가 곧장 말을 받았다.

"예, 그랬죠. 그런데 그 보고 이후에 갑자기 별동대가 사라졌답니다."

"……사라져요?"

백아린이 깜짝 놀란 얼굴로 되묻자 동추가 곧바로 답했다.

"네, 저희야 들키지 않기 위해 적당한 거리를 벌리고 흔적을 따라 움직이니 정확한 상황은 아직 파악 중입니다. 다만…… 그 길목에서 싸움의 흔적이 있었답니다."

동추의 말에 마차 안에 가만히 앉아 있던 단엽이 끼어들었다.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무림맹의 별동대를 누가 건드리기라도 했다는 거야?"

"확실하진 않지만…… 저희 예상으론 그렇습니다."

"하, 어떤 미친놈이 그런 짓을 해?"

단엽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말했다.

물론 중간에 구천회에게 잡혀간 적이 있었다. 허나 이곳 광서성에서 가장 큰 세력을 지닌 그들조차도 잡아가기만 했을 뿐 무림맹의 별동대에게 직접적인 해코지를 가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무림맹의 힘이 강대하기 때문이다.

백아린 또한 단엽과 생각이 같았는지 작게 중얼거렸다.

"구천회는 아닐 텐데……."

"그놈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무림맹을 그런 식으로 건드리지는 않겠지."

단엽이 절대 아닐 거라며 확신 어린 말을 내뱉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지금 결론은 자연스레 한 곳으로 쏠렸다. 백아린이 마차 한편에 조용히 앉아 있는 천무진을 바라봤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역시…… 그들이겠죠?"

"아마도."

천무진이 짧게 대답했다.

허나 그런 간단한 대답과는 달리 그의 속은 무척이나 복잡했다.

갑작스레 벌어진 생각지도 못한 사건.

그런데 너무도 이상했다.

왜 제거한다 해서 아무런 이득도 볼 수 없는 별동대를 친단 말인가?

허나 결코 이유 없이 움직일 자들이 아니라는 걸 천무진은 잘 알고 있었다.

뭔가 자신이 모르는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했다.

이미 상황이 이리되었으니 모두가 죽었을 확률이 꽤나 높았지만…….

천무진이 말했다.

"생존자가 있는지 찾아보고 싶은데 가능할까?"

그의 말에 백아린은 곧장 마차 바깥에 자리하고 있는 동추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사라진 곳이 평과 근처라 했죠?"

"마지막 보고가 그곳이었습니다."

"그럼 그쪽에 미리 적화신루의 인원들을 좀 배치해 줘요. 단서를 찾아 두면 더 좋고요. 저희가 가자마자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미리 손써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총관님."

동추에게 말을 전한 백아린은 곧바로 마차 의자에 기대어 앉으며 밖에 있는 마부에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서둘러서 출발해 주세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마차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주변 경관을 바라보며 백아린이 입을 열었다.

"돌아갈 때는 좀 편하게 가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죠?"

그녀의 물음에 천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