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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왕-147화 (146/293)

147화. 격돌 ― 실수였거든 (1)

나환위는 붉어진 얼굴로 상대인 단엽을 매섭게 노려봤다. 자신이 휘두른 도를 손가락으로 잡아 내는 이 모습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아무리 권갑을 끼고 있다고 해도 이런 방식으로 공격을 받아 내는 건 무림에서 제법 잔뼈가 굵다 자부하는 나환위조차도 당황스러움을 금하기 어려웠다.

찰나 밀려오는 놀람.

허나 동시에 화도 치밀어 올랐다.

‘……날 우습게 보다니!’

굳이 이런 방식으로 공격을 받아 냈다는 것 자체가 화를 돋게 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나환위의 생각은 정확했다.

도를 꽉 쥔 채로 단엽이 놀리는 듯 웃고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단엽 또한 상대의 실력을 얕잡아 보고 있는 건 아니었다.

중원을 대표하는 우내이십일성의 하나.

그에게 이런 식으로 도발을 한 건 그저 상대를 우습게 만들려는 의도만 있는 건 아니었다.

도와 주먹의 간격.

무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게 선점해야 하는 건 다름 아닌 거리다. 상대보다 자신이 더 유리할 수 있는 거리를 잡는 건 그만큼 중요하다.

나환위의 무기는 도, 그리고 단엽은 주먹.

가뜩이나 도 중에서도 큰 걸 휘둘러 대는 나환위였으니, 거리가 벌어질수록 유리해지는 것 또한 그일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이런 식으로 공격을 받아 내며 순간적으로나마 단엽은 자신에게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것이다.

물론 이렇게 계속해서 손으로 도를 잡고 있다면 곧 위험해질 거라는 것도 잘 알았다.

순간적으로 나환위가 도에 내력을 불어넣는 걸 느끼는 순간 단엽의 손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파앙!

단엽은 손가락으로 도를 튕겨 냄과 동시에 회전하며 아래로 파고들었다.

부웅! 붕!

막 도를 움직이려던 나환위는 단엽이 손을 놔 버리며 아래를 파고들자 일순 당황했지만, 노련한 무인답게 빠르게 방어에 나섰다.

파앙!

도를 급히 아래로 세워 곤(丨)자 형태로 만들어 방어를 해내고는 균형을 낮추고 있는 단엽을 향해 빠르게 발을 내뻗었다.

파앙!

가벼워 보이는 발길질이지만 거기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내력이 쏟아져 나왔다.

단엽은 껑충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동시에 그가 있던 바닥이 폭발하며 치솟아 올랐고, 흙먼지와 함께 날아오른 단엽이 허공에서 재빠르게 주먹을 들어 올렸다.

단엽의 주먹에 새빨간 불꽃이 피어올랐다.

열화신공의 첫 번째 초식인 열화낙뢰(熱火落雷)였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불꽃들이 단엽의 주먹에서 피어오르더니, 이내 그 기운들은 유성우가 되어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콰콰콰콰쾅!

순식간에 주변을 휩쓰는 파괴력에 인근에 가득 자리하고 있던 나무들이 뽑혀져 날아갔다.

순간적으로 모든 걸 태울 듯 주위를 집어삼키는 새빨간 불꽃.

하지만…….

바닥에 착지한 단엽은 자신이 공격을 쏟아 낸 곳을 향해 가볍게 시선을 던졌다. 순간적으로 내력을 집중시켜 공격을 펼쳤지만, 성공적인 결과는 아님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쏟아 낸 불꽃이 무엇에 막힌 듯 서서히 주변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으니까.

휙휙.

소리와 함께 불꽃 속에서 한 명의 인물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전혀 타격을 입지 않은 나환위가 도를 휘젓고 있었고, 그 움직임에 의해 불꽃은 옆으로 밀려 나갔다.

나환위가 입꼬리를 비튼 채로 말했다.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이런 공격이 나에게 통할 거라 생각했더냐?"

그의 말에 단엽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겨우 이 정도 막아 놓고 뭐 그리 유세야. 그냥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 하나 터트린 수준인데."

"과연 그 자신감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 한번 보고 싶군그래."

말을 끝낸 나환위가 내력을 실은 도를 휘젓기 시작했다.

부웅, 부웅! 붕!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주변으로 퍼져 나가는 은은한 도기가 날카로운 기운이 되어 인근에 있는 것들에 흔적을 새기기 시작했다.

떨어져 내리던 나뭇잎들에도, 인근에 있는 바위나 나무에도 마치 할퀸 듯한 잔흔이 모습을 드러냈다.

츠츠츠츠!

스산한 분위기가 일순 퍼져 나가는 화산의 중턱에서 단엽이 주먹을 추켜올렸다.

지지 않겠다는 듯 피어오르는 단엽의 투기.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번쩍! 쾅!

순간적으로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느껴진 나환위가 어느새 벼락처럼 도를 내리쳤다.

허나 이미 그곳에 단엽은 없었다.

쿠우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단엽의 주먹이 나환위의 안면으로 날아들었다. 허나 나환위는 재빠르게 도를 위로 들어 올리며 그 공격을 쳐 냈다.

캉!

권갑과 도가 충돌하며 만들어 낸 귓가를 울리는 강렬한 쇳소리. 그리고 곧바로 두 사람의 공격이 상대를 향해 재차 날아들었다.

카카캉! 캉!

서로를 향해 마구 휘두르는 공격들이 쉼 없이 쏟아져 나왔다. 단엽의 주먹과 나환위의 도가 상대의 빈틈을 연신 파고들었다.

스윽.

나환위의 도가 아슬아슬하게 단엽의 앞섬을 베고 지나가는 그 순간 나환위의 안쪽으로 파고든 그가 손을 추켜올렸다.

들어 올린 손이 대각선으로 강하게 떨어져 내렸다.

퍽!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충격을 최소화시키긴 했지만 단엽의 주먹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볼에 일격을 허용하며 나환위의 고개가 휙 하니 돌아갔다.

동시에 입 안이 터져 나가며 입술 사이로 피가 흘러나왔다. 순간적으로 머리가 멍해질 정도의 충격이었지만 나환위는 빠르게 정신을 다잡았다.

그의 눈앞으로 바람을 가르며 주먹이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부웅!

귓가를 울리는 소리에 나환위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피해야 한다!’

이 주먹에 적중당하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거란 걸 알았기에 그는 황급히 몸을 움츠리며 어깨 위로 공격을 흘려보냈다. 동시에 나환위는 곧바로 도를 위로 올려 쳤다.

휙!

빠르게 얼굴로 날아드는 도, 그렇지만 단엽은 침착하게 그 공격을 받아 냈다.

카앙.

오른쪽 손등으로 도를 밀쳐 낸 단엽은 곧장 어깨로 상대를 들이받았다. 간단해 보이는 공격, 그렇지만 발을 내딛는 순간 주변 땅이 쩍 갈라질 정도로 강한 발 디딤과 함께였다.

단순한 공격이 아닌 내력이 담긴 꽤나 강력한 일격이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걸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나환위는 황급히 도로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동시에 강렬한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쩌어엉!

어깨에 밀려 나간 나환위는 수십 걸음이나 뒷걸음질 쳐야만 했다. 동시에 주변으로 퍼져 나간 기운으로 인해 단엽의 머리카락이 하늘로 떠올랐다가 나풀거리며 떨어져 내렸다.

밀려 나가던 나환위가 황급히 도를 바닥에 꽂아 넣으며 균형을 잡았다.

그리고 그 또한 그대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몸의 균형을 잡는 것과 동시에 나환위는 땅에 박아 넣었던 도를 뽑으며 빠르게 회전했다. 동시에 도에 맺힌 도기가 맹렬하게 불타올랐다.

‘구룡이팔기(九龍利八氣)!’

도기가 순식간에 아홉 개로 늘어나는 듯싶더니 그것들은 곧장 단엽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콰콰쾅!

단엽이 서 있던 곳을 중심으로 주변의 모든 것들이 폭발해 나가는 순간 그 안에서 새카만 그림자 하나가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단엽이었다.

"어딜!"

허공으로 날아오른 단엽의 몸이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그의 두 주먹에는 이미 새빨간 불꽃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단엽의 몸 주변으로 회오리가 밀려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내 주먹에 피어오르던 불꽃과 합쳐지며 커다란 불 회오리를 형성해 냈다.

요동치는 불 회오리는 모든 걸 불태울 것처럼 뜨거운 열기를 토해 냈고, 동시에 주변 것들을 빨아들였다.

하늘을 나는 단엽의 몸 주변에서 벌어지는 그 기묘한 풍경은 가히 압권이었다.

쿠쿠쿠쿵!

불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들을 눈앞에서 마주한 나환위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눈으로 보고도 쉬이 믿기 힘들 정도의 박력. 그리고 이같이 보고도 믿기지 않는 장면을 만들어 내려면 어마어마한 내공이 있어야 가능했다.

그랬기에 쉬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어린놈이…….’

허나 놀라고만 있을 순 없었다.

그 불 회오리가 곧장 쏟아져 나오고 있었으니까.

나환위는 이를 악문 채로 자신의 내공을 끌어올렸다. 보통 공격은 그대로 무(無)로 만들어 버릴 정도의 초식이다. 어지간한 무공으로 대적할 순 없다는 소리였다.

우드드드!

기괴한 소리와 함께 나환위의 도에서 강기가 솟구쳐 올랐다.

금빛의 강기는 밀려드는 회오리를 향해 십(十)자의 형태로 쏘아져 나갔다.

금혼십자강(金魂十字罡).

나환위가 우내이십일성의 자리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무공이다. 십자 형태로 쏟아지는 강기는 형용하기 어려운 위력을 뿜어냈다.

순식간에 펼쳐진 초절정의 무공.

이런 것이 가능한 건 지금 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의 수준이 워낙 높기 때문이었다.

쿠웅!

화산이…… 뒤흔들렸다.

두 개의 힘이 충돌하며 주변에 자리하고 있던 것들이 미친 듯이 밀려 나갔다. 그 안에는 화산파의 무인들과 나환위를 따르는 비월조 또한 자리하고 있었다.

뛰어난 정예들, 허나 그런 그들조차도 두 사람의 격돌로 인해 생겨나는 충격파를 버텨 낼 재간이 없었다.

모두가 물러나는 와중에 여전히 제 자리에서 버티고 선 이는 오로지 한 명.

우내이십일성의 하나이자 십천야의 일원이기도 한 화산파의 자운이었다.

그가 피어오르는 흙먼지 속에서 미간을 찡그린 채로 나지막한 소리를 토해 냈다.

"흐음."

겉으로 보기엔 백중지세.

그렇지만 자운은 알고 있었다.

이 싸움의 분위기를 잡아 가고 있는 건 단엽이었다.

그리고 그런 자운의 생각은 곧 가라앉은 흙먼지 안에서의 모습으로 증명될 수밖에 없었다.

서로를 향해 날아들었던 공격으로 인해 곳곳에 자리하고 있던 나무나 바위들은 뽑혀 날아가거나 부서져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동시에 서로를 향해 공격을 날렸던 두 사람 모두 반대쪽으로 밀려 나간 상황.

그렇지만…….

위에서 떨어져 내리며 균형을 잡기 어려웠던 단엽은 오히려 멀쩡하게 서 있는 반면, 반대편에 자리하고 있던 나환위의 입 주변은 피투성이였다.

수염은 피에 젖어 새빨갛게 물들었고, 몸은 부들부들 떨고 있다.

이내 떨고 있던 나환위가 짧게 기침과 함께 피를 토해 냈다.

"콜록."

손등으로 입을 틀어막았지만 피가 튀어 올라 볼을 적셨다. 도를 든 그가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단엽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단여어업!"

자신의 이름을 목청 높여 부르는 나환위의 모습.

단엽의 입가가 씰룩였다.

그가 천천히 주먹을 쥔 채로 싸울 자세를 잡았다.

순간적으로 과거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당시 나환위는 피투성이가 된 자신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꼬마라고.

그렇지만 지금 저자의 상태를 보라.

분노에 찬 얼굴로 자신의 이름을 울부짖는 저 모습을.

단엽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로 말했다.

"보고 싶었다고. 지금처럼 웃음기 사라진 얼굴로 날 보며 분노하는 네 모습이."

"이익!"

화가 난 나환위가 달려들었다.

그의 도에 맺힌 도기가 연신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쾅쾅쾅!

순식간에 달려들며 휘두르는 그의 공격에 단엽은 권갑을 낀 주먹으로 맞상대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운은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침착하게 상황을 읽어 내려갔다.

‘우내이십일성 수준인 사(四)급에 들어섰다는 보고는 들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란 말인가?’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이 애써 짜 놓은 계획들이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으니 자운으로서는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한심하긴. 고작 저런 놈 하나를 어쩌지 못해서.’

같은 우내이십일성이라 불리는 것이 불쾌할 정도다.

물론 자신은 개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였고, 나환위는 간신히 끝자락에 위치한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같은 우내이십일성이라 불리는 이들.

왠지 그가 진다면 자신 또한 단엽보다 아래가 되는 것 같으니 좋을 리 만무했다.

엇비슷하거나, 나환위가 우위일 거라는 예상이 빗나가자 자운으로서는 속이 복잡해졌다.

‘이대로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하나?’

나환위를 통해 얻을 이득도 중요하지만, 천무진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단엽의 제거 역시 엄청난 이득을 줄 터였다.

그건 십천야 내에서 자신의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였다.

무림의 많은 이들은 말한다.

무림맹주가 되어 무림을 이끌 재목이라고.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 천하제일인이 될 무인이라고도 말이다.

하지만 그건 모르는 이들의 헛소리에 불과하다.

분하지만…… 자운은 알고 있다.

자신보다 강한 무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무림에서는 최고의 무인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십천야 안에서 보자면 자신은 평범한 한 명에 불과할 뿐이다.

자운은 욕심이 많았다.

진정한 의미의 천하제일인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십천야의 주인이 되어야만 한다. 그걸 알기에 자운은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천무진의 편인 단엽을 죽이는 공을 차지해서 어르신에게도 더욱 인정받고 십천야 내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흘러가는 이 분위기를 어떻게든 바꿔야 할 터인데…….

그렇게 격돌하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있던 자운의 시선에 스치듯 누군가가 들어왔다.

반대편에 자리하고 있는 한천이었다.

팔짱을 낀 채로 대결을 바라보고 있는 그 광경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쳐 갈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자운 또한 그럴 뻔했다.

뭔가 이상한 점 하나를 발견해 내지 못했다면 말이다.

스쳐 지나가던 시선이 다시금 한천에게로 향했다.

자운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까 그 자리 아닌가?’

자운이 의아해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밀려 나갔어야만 했다.

화산파의 무인들이나 비월조가 그랬던 것처럼. 이 충격파는 그만큼 위협적이었다.

자신조차도 내공을 끌어올리며 어렵사리 버텨 냈던 상황. 아무리 반대편이라고 해도 저쪽으로 퍼져 나간 충격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터다.

고작 칠(七)급으로 분류될뿐더러 별다른 특별한 점도 없는 저 한천이라는 자가 이 충격 속에서도 자리 이동 없이 버텨 낼 리 만무했다.

‘잘못 본 건가?’

지금으로서 머리가 내릴 수 있는 최고의 답은 자신이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한천이라는 저자 또한 자신들의 정보와는 다르게 엄청난 고수라는 건데…….

‘진짜 아무런 것도 없는 놈인데 아무리 요즘 귀문곡의 일 처리가 별로였어도 그 정도의 고수를 놓쳤을 리가 없지.’

중원의 사대 정보 단체 중 하나인 귀문곡이다.

그런 그들이 아무 것도 없다 판단을 내린 상대, 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 스스로 결론지었다.

그렇게 생각을 마무리 지은 자운은 이상할 정도로 한천에게 향하는 시선을 애써 다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자운의 신경을 바로 돌려 버릴 정도로 커다란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쾅쾅!

들려오는 두 번의 충돌음.

자운의 시선이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 전장을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연달아 좌우로 나환위의 얼굴을 후려친 단엽이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나환위가 이를 악문 채로 도를 움직였다.

"이잇!"

팡!

서둘러 휘두른 도를 막기 위해 단엽이 주먹으로 가슴 부분을 보호했다. 동시에 밀려 나가는 그를 향해 나환위의 도가 다시 한번 움직였다.

스스슷!

재빠르게 보법을 바꾸며 날아드는 도기의 일부를 흘려보냈지만, 단엽의 목과 팔뚝에는 가벼운 상처가 남았다.

동시에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날아들었다.

순간적으로 단엽과 나환위는 내공을 끌어올려 상대에게 강한 충격을 남겼다.

펑!

폭음과 함께 두 사람의 몸이 반대편으로 날아가 박혔다. 재빠르게 상태를 정비한 두 사람은 가볍게 자세를 취했다.

단엽의 손에 잡혔던 탓에 어느덧 나환위의 상의 일부분은 찢겨져 나갔고, 행색 또한 엉망이었다. 드러난 가슴팍은 단엽의 주먹으로 인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곳곳이 부어오르기도 한 상태였다,

물론 우내이십일성 중 하나인 나환위의 일격을 받아 낸 단엽도 완전히 멀쩡하지는 못했다.

단엽이 팔등으로 가볍게 입가를 훔쳤다.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 낸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살의로 빛났고, 그걸 마주하고 있는 나환위로서는 속이 답답해졌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으니까.

‘대체 내가 언제 대홍련을 건드렸다는 거야?’

다른 이들에게 공명정대한 인물로 알려져 있는 자신이다.

허나 자신은 알려진 것처럼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돈 되는 일이나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알려지지 않은 음지의 일에 개입하곤 했다. 허나 그 모든 일에 있어 나환위는 언제나 신중하게 판단했었다.

절대 뒤를 잡힐 상황은 만들지 않았고, 결코 눈 밖에 나선 안 될 세력과 연관된 일에는 개입하지 않았다.

대홍련은 사파의 거두 중 하나.

그들과 연관된 일이라면 오히려 자신이 먼저 피했을 게다. 하물며 그런 대홍련의 부련주가 얽혀 있다면 더더욱.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 기억.

‘저 얼굴 기억이 안 나는데…….’

단엽의 얼굴을 보면서 잠시 머리를 굴려 봤지만 선뜻 떠오르는 사건은 없었다. 저런 외모라면 분명 자신의 기억에 단단히 박혀 있어야 하거늘…….

단서는 오직 하나.

오른쪽 뺨에 난 저 긴 상처뿐이다.

분명 단엽 스스로가 상처를 가리키며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겠냐고 되물었었다. 그렇다면 저 상처가 자신과 관련이 있는 건 분명할 터.

‘오른쪽 뺨? 상처?’

바로 그 순간이었다.

빠르게 단엽이 거리를 좁히고 들어왔다.

‘이런!’

잠시 생각에 빠진 탓에 반응이 늦어 버렸다. 그렇지만 나환위는 날아드는 단엽의 손을 아슬아슬하게 붙잡아 낼 수 있었다.

동시에 그는 빠르게 손에 들린 도를 휘둘렀다.

그렇지만 단엽은 마주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로 반대편 주먹을 움직였다.

카앙!

대검을 권갑으로 받아 낸 상황에서 두 사람은 한 손을 서로 맞잡고 힘 싸움에 들어갔다.

나환위는 이를 악물었다.

커다란 도를 휘두른다는 것. 그것 자체가 힘에 있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다는 걸 표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나환위는 꽤나 괴력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으드드득!

"으으악!"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왼손가락의 감각이 사라졌다. 정말이지 눈 두어 번 깜짝할 시간조차 버텨 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힘이었다.

순식간에 손가락이 꺾이며 나환위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는 그 찰나.

단엽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 살살 하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힘을 더 줘 버렸네. 미안, 그런데 이해해 줘. 실수였거든."

누이를 죽인 이후 나환위가 내뱉었던 그 말.

그 말을 고스란히 돌려주는 그 순간이었다.

나환위의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기억이 난 것이다.

오른쪽 뺨의 상처, 그리고 웃으면서 내뱉는 실수였으니 이해해 달라는 저 말까지.

나환위가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너…… 설마 그때 그 꼬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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