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시험 ― 설마…… (1)
자운은 허공에서 막혀 있는 자신의 검을 놀랜 눈으로 바라봤다. 아무리 전력을 다한 건 아니었다고는 해도 이렇게 아무에게나 막힐 정도로 허접한 공격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공격이 너무도 맥없게 막혀 버렸다.
그것도 고작 칠(七)급으로 분류되는 하찮은 작자에게.
‘젠장, 또 정보가 틀린 거야?’
백아린에 이어 한천이라는 이 작자까지.
물론 얼굴을 확인하지는 못했기에 정말 한천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천무진 일행이 섬서성 쪽으로 움직인 정황을 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 눈앞에 있는 이가 천무진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으니 그저 막연하게 한천이라 예상하고 있는 것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자운은 자신의 생각이 팔 할 이상 맞을 거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적으로 칠급 이상이라는 건 확인한 상황.
그렇다면 과연 이자는 어느 정도 되는 걸까?
어느 정도 허용 범위 안에서의 오차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이상하게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확인해 봐야겠군.’
백아린처럼 삼급 이상의 실력자인지, 아니면 그 중간 정도 되는 수준일지 알아내야 했다. 물론 이런 이름 없는 자까지 삼급 이상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올 확률은 없을 거라 애써 생각을 정리했다.
잘해야 오급.
그 정도만 해도 놀라기엔 충분하다.
상대의 실력을 확실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힘을 조절해 가며 손을 섞어 보는 것이 최고다. 직접 공격의 강도를 조절하며 어느 정도까지 막아 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체감함으로써 진짜 실력을 알아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하나 걸리는 것이 있다면 직접 손을 섞어 보기엔 뭔가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는 거다. 상대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인물, 그런 이에게 연달아 막히는 모습을 다른 이에게 보이는 것도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허나…….
‘지금으로선 다른 방도가 없군.’
결국 다시 검을 고쳐 잡은 자운이 한천을 지그시 응시했다. 묘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그를 향해 한천이 재빠르게 손사래 쳤다.
"자자, 말씀드렸잖습니까. 거기까지만 하시죠."
한천 또한 굳이 자운과 싸울 생각이 없었기에 그가 이쯤에서 그만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쉽게도 자운에게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자운이 말했다.
"그러진 못하겠군. 그쪽이 멈추지 않는다면 나 또한 어쩔 수 없어서."
"으으윽!"
자운이 말을 내뱉는 것과 동시에 뒤편에서 들려오는 나환위의 고통 어린 신음 소리.
점점 깊게 박혀 가는 도 때문인지 나환위의 안색은 더욱 나빠져 있었고, 덩달아 그걸 잡고 있는 손바닥도 피투성이였다.
한천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거참, 골치 아프네."
피하고 싶었지만 저쪽에서 싸움에 개입하려고 한다면 한천 또한 어쩔 수 없었다. 단엽이 멀쩡한 상태라면 모를까 그래도 이미 한 차례 격한 싸움을 벌인 직후다.
그런 그에게 다른 자도 아닌 우내이십일성의 하나인 자운이 공격을 하도록 두고 볼 순 없었다.
자운이 나지막이 말했다.
"어디 내 검을 막은 실력 한번 볼까? 얼마나 대단한지 말이야."
"대단할 게 뭐 있겠습니까. 그냥 검 하나 든 무명소졸인데 말이죠."
"그래서 문제라는 거야. 그 무명소졸이…… 방금 내 검을 막았잖아."
대답에서 느껴지는 건 스스로의 실력에 대한 진한 자부심. 한천은 자신을 노려보는 자운을 가만히 응시했다.
‘자운이라…….’
화산파가 자랑하는 검객.
나이는 한천과 비슷했고, 그 실력은 우내이십일성 중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뛰어나다. 한천은 왼손으로 검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했다.
‘왼손으로 버티긴 힘든 상대인데 말이야.’
대장군의 자리에 있던 그때라면 모를까 지금의 몸 상태론 상대하기 버거운 자다.
그 순간 자운이 입을 열었다.
"그럼 어디 이것도 한번 받아 보라고."
말과 함께 느껴진 것은 진한 매화향이었다.
화산파 무공의 특징, 그리고 동시에 보법을 밟는 자운의 움직임을 보며 한천은 무공이 드러나기 전부터 이미 상대가 펼치고자 하는 것이 뭔지 눈치챘다.
‘이십사수매화검법(二十四手梅花劍法)인가?’
이십사수매화검법은 화산파가 자랑하는 검공이다.
화려하면서도 날카로운, 그리고 동시에 그만큼 위협적이기도 한 무공으로 이름에서 드러나다시피 스물네 개의 초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천이 무공을 눈치챈 그 순간 자운의 손에 들린 검이 움직였다.
파앗!
날카롭게 파고드는 검공을 보는 순간 한천이 움찔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 공격은 뭐야?’
초식에 생각보다 힘이 실려 있지 않다. 그랬기에 한천은 너무도 수월하게 공격을 받아 낼 수 있었다.
캉!
검이 맞닿은 순간 자운의 표정이 꿈틀했다.
‘막았다 이거지?’
한천으로서는 자운의 실력에 어울리지 않는 공격이라 여겼지만, 애초부터 그는 한천의 실력을 파악하기 위해 차근차근 힘 분배를 하고 있었다.
당연히 한천이 예상하는 수준의 공격을 처음부터 펼칠 이유가 없었다.
지금 이 공격은 사실 처음 검을 날렸을 때보다 조금 더 막기 까다로운 공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쉽게 공격을 받아 냈으니…….
‘오급 정도는 되는군. 그렇다면 어디 속도를 더 올려 볼까?’
생각을 정리한 자운이 검에 조금 더 힘을 불어넣을 때였다. 같이 검을 맞대고 있던 한천이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상한데.’
처음엔 왜 이리도 힘이 없는 공격을 했나 의아하게 여겼다. 하지만 지금 맞대고 있는 검에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기운을 보아하니 이 또한 자신이 아는 자운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 이 모습은 뭐랄까?
그래, 마치 자신의 실력을 시험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무슨 의미지, 이건?’
왜 자운이 자신의 실력을 이런 식으로 시험하며 접근해 들어오는지 의아함이 싹트는 그 무렵 그가 다시금 움직이기 위해 몸을 틀었다.
차앙!
재빠르게 한천을 밀친 자운이 재차 검을 움직였다.
이번에도 이십사수매화검법이 펼쳐졌고, 그 위력은 아까보다 조금 더 강해져 있었다.
스윽, 슥.
한천은 가볍게 발을 놀리며 날아드는 검을 피해 냈다. 그 모습을 눈으로 좇던 자운이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였다.
‘이 정도면!’
어림짐작하고 있던 한천의 실력의 한계.
만약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지금 이 공격은 정확하게 먹혀 들어갈 것이다.
헌데…….
캉!
귓가에 울리는 검의 충돌음을 들으며 자운은 다시금 당황했다.
최소한 어느 정도의 타격은 줄 수 있을 거라 여긴 공격이었다. 그런데 상대는 전혀 당황하는 기색 없이 자신의 검로를 읽어 냈다.
‘이 자식 설마…….’
자운이 죽립을 눌러 쓴 한천의 위아래를 훑어보고 있는 바로 그 순간.
"다들 그만."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검을 맞대고 있던 상황에서 자운이 꿈틀했다. 움찔한 것은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환위의 어깨에 부러진 도를 박아 넣고 있던 단엽이 슬쩍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산 아래에서 모습을 드러낸 한 쌍의 남녀가 눈에 들어왔다.
"뭐야, 여기 어떻게 온 거야?"
단엽이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다친 얼굴을 한 채로 히죽 웃었다.
방금 들려왔던 목소리의 주인공.
천무진이었다.
* * *
며칠 전 여산.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이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천무진의 얼굴을 간질였다. 미묘한 감촉에 그가 서서히 눈을 치켜떴다.
그의 눈에 보인 장소는 무척이나 낯설었다.
‘여긴…….’
그리 크지 않은 방, 자신이 왜 이곳에 있나 순간적으로 의아했던 천무진은 곧 어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서역의 상단으로 위장하여 검산파로 들어갔고, 보석을 얻은 일들을.
그리고 막바지에 갑자기 큰 고통과 함께 자신이 쓰러졌던 일까지도.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무렵 천무진의 시선이 아래쪽으로 향했다.
손에 닿는 미묘한 감촉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선이 향한 그곳에는 놀랍게도 백아린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불 위가 아닌 딱딱한 맨바닥에 누운 채로 그녀가 쌔근거리며 잠에 빠져 있었다. 천무진의 손바닥을 꼭 잡은 채로 말이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천무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그림이지?’
어제 있었던 일들은 대충 기억이 난다.
백아린이 자신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것들까지 모두. 그런데 이렇게 손을 꼭 잡은 채로 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어떤 것과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당황한 듯 천무진이 백아린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였다. 미묘한 움직임을 느꼈는지 바닥에 누워 있던 백아린이 꿈틀했다.
그러고는 이내 그녀가 천천히 눈을 뜨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막 잠에서 깨어난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반쯤 뜬 눈으로 천무진이 있는 곳을 확인하던 백아린은 정신을 차린 그를 발견하고는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깼네요?"
천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까지 확인한 백아린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며 걱정스레 말했다.
"몸은 어때요? 어제 기절하듯 잠들어서 걱정했는데 좀 나아졌어요?"
연달아 질문을 쏟아 내던 백아린은 이내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천무진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고개를 돌린 그녀가 그제야 자신이 아직까지도 그의 손을 꼭 잡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소스라치게 놀란 듯 백아린이 급하게 손을 떼고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일 때였다.
천무진이 이제야 놓아준 손을 바라보며 물었다.
"내 손은 왜 잡고 자고 있어?"
"……제가요?"
백아린이 기가 막힌다는 듯 되물었다.
잡고 있어 준 건 사실이었지만 그것이 자신의 의지는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잠결에 손을 잡은 건 천무진이었고, 얼음장처럼 차가웠던 그 손을 뿌리치지 못했을 뿐이다.
백아린이 말했다.
"제가 아니라 당신이 잡았거든요?"
"농담은."
"농담 아니거든요!"
백아린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천무진은 전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얼굴을 보고 설명을 포기한 백아린은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몸은 좀 나아진 것 같은데 갑자기 왜 그런 거예요?"
아직까지도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천무진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 정도로 깜짝 놀랐고, 또 걱정도 됐다.
물어 오는 질문에 천무진은 잠시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그러고는 곧 자신의 가슴 부분을 손으로 가볍게 쓸어내리다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그냥 갑자기 가슴에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이 밀려오더군."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
뭔가 의심스러운 정황이라도 있다면 그걸 가지고 추측이라도 해 볼 터인데 딱히 뭔가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비밀 통로 안에 자신이 몰랐던 뭔가가 있었던 걸까?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전혀 의심스러운 뭔가를 느끼지 못했었다.
지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살아생전 느껴 보지 못했던 고통.
그렇다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긴 한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고 가슴 부분을 어루만지던 천무진은 뭔가 하나를 퍼뜩 생각해 냈다.
그건 바로 검산파에서 훔친 그 붉은 보석이었다.
붉은 보석에 대해 떠올린 천무진이 다급히 옆에 자리하고 있던 백아린의 손목을 잡아챘다. 생각지도 못한 천무진의 행동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바라보는 그때였다.
천무진이 다급히 물었다.
"당신은 어때?"
"저는 왜요?"
"당신은 괜찮냐고. 검산파에서 가져온 그 보석 당신이 가지고 있잖아."
"네, 저한테 있죠. 그런데 그게 왜요."
백아린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물었다.
괜찮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천무진이 고통이 시작되었던 가슴 부분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말을 받았다.
"그 보석을 넣어 뒀던 곳에서부터 찌르르한 고통이 밀려왔었거든. 그런데 당신이 괜찮다는 걸 보면 내 생각이 틀린 건가?"
"설마 이 보석 때문에 문제가 생긴 거라 생각하는 거예요?"
백아린이 소매 안에 감춰 두었던 붉은 보석을 꺼내어 들며 물었다. 그 보석을 바라보며 천무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아닐까 했는데 아무래도 내 착각인가 보네."
말은 그리했지만 보석을 바라보는 천무진의 표정에서는 쉬이 의심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얼굴을 백아린 또한 놓치지 않았다.
백아린이 말했다.
"혹시 모르니 이 보석은 제가 가지고 다닐게요. 그리고 의선 어르신을 뵙게 되면 그때 이것에 대해도 한번 조사를 부탁해 보죠."
"번거롭지 않겠어?"
"번거롭긴요. 확실한 게 좋죠."
백아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천무진이 이내 말을 이었다.
"이번에도 치치한테 도움을 받았군."
바닥에 떨어져 있던 그 보석을 들고 구석으로 숨은 치치의 활약 덕분에 이번 일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자신의 이름이 들리자 옷 속에서 불쑥 기어 나온 치치가 백아린의 어깨에 올라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천무진이 백아린의 어깨에 올라선 치치와 시선을 맞춘 채로 말했다.
"신세졌다."
천무진의 말에 치치는 검은 눈동자를 움직이기만 할 뿐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천무진이 치치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찰나 바깥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천무진과 백아린의 시선이 동시에 문 쪽에 틀어박힌 그때였다.
"총관님. 들어가도 될까요?"
밖에 모습을 드러낸 이는 다름 아닌 적화신루 쪽 사람이었다.
백아린이 곧장 답했다.
"들어와."
대답이 끝나자 문이 열리며 젊은 사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짊어지고 있던 봇짐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부탁하신 물건을 가져왔습니다."
"먼 길인데 오느라 고생했어."
"이 정도야 뭐 별거 아니죠."
별거 아니라며 꾸벅 인사하는 사내를 잠시 바라보던 천무진이 백아린을 향해 물었다.
"이건 뭐야?"
"아, 이거요? 별건 아니고 그냥 약재를 좀 준비했어요."
"약재라니? 설마…… 내 거야?"
물어 오는 질문에 백아린이 답했다.
"그럼 지금 여기 다른 환자도 있어요?"
이 마을에 도착하기 무섭게 백아린은 마을 사람들 중 한 명에게 돈을 쥐여 주며 아래에 있는 적화신루 사람에게 자신의 서찰을 전달해 달라 부탁했다.
당시 천무진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기에 백아린은 내상에 좋은 각양각색의 약재들을 가지고 오도록 명령했다.
물론 지금은 상태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안심할 순 없었다.
백아린이 가져온 약재를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골골거렸으니 이거 먹어요. 약재는 내가 달여 줄 테니까요."
그녀의 말에 천무진은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말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지 기분이 좀 묘했다. 다른 누군가가 이런 식으로 걱정을 해 주고, 챙겨 주는 것이 실로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의문의 목소리에 조종당하며 십수 년이 넘는 삶을 살아온 천무진에게 이런 감정은 무척이나 색달랐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건……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때 봇짐을 짊어지고 왔던 적화신루 쪽 인물이 입을 열었다.
"총관님 그리고 이것도."
말과 함께 그가 품속에서 넣어 두었던 서찰 하나를 꺼내어 내밀었다.
백아린이 서찰을 건네받으며 물었다.
"이건 뭐야?"
"부총관님이 보내신 서신입니다."
"부총관이?"
단엽과 함께 화산으로 갔을 한천이 보내온 서찰이라는 말에 백아린이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그 안의 내용을 살폈다.
빠르게 내용을 확인한 그녀가 서찰에서 눈을 뗐을 때였다.
옆에 앉아 있던 천무진이 물었다.
"혹시 무슨 일 생긴 거야?"
"음…… 아직까진 별건 없는데 말이죠."
"아직까진?"
왠지 모를 의미심장한 그 말에 천무진이 되물을 때였다.
서찰을 내려놓은 백아린이 천무진과 시선을 마주한 채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곧 사고 하나 칠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