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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왕-184화 (183/293)

184화. 내전 전조 ― 정보가 필요해요 (2)

갑작스러운 호출에 백아린은 한천과 함께 곧장 임시로 만들어 둔 연락처를 향해 움직였다.

마교 내부에서 움직이고 있으니만큼 인근에 정보를 전달받을 거점이 필요했고, 아쉽게도 내성에서는 그 같은 일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랬기에 외성에 있는 적당한 장소를 물색해 임시로 거처를 마련해 둔 상태였다. 그곳에는 상시 인원이 대기하고 있었고, 백아린이 필요로 하는 모든 일들을 상부에 보고하고 또 전달받았다.

이미 어느 정도 들락날락하며 익숙해진 얼굴이 찾아온 두 사람을 반겼다.

"오셨습니까?"

"급한 연락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무슨 일이죠?"

백아린의 질문에 중년 사내가 곧장 위에서 보내온 서찰을 백아린에게 건넸다. 서찰은 두 장이었는데, 모두가 촛농으로 직인을 찍어 놔서 수신자 외에는 안의 내용을 살필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서찰을 건넨 사내가 말했다.

"중요한 것인지 안의 내용은 확인할 수 없게 되어 있었습니다. 사총관님만 확인하셔야 한다더군요."

"그렇군요."

"그럼 전 잠시 자리를 비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편하게 확인하고 가시지요."

사내는 눈치 빠르게 곧장 자리를 비워 줬고, 내부에는 백아린과 한천 둘만이 남게 되었다.

백아린이 양손에 둥그렇게 말린 서찰을 하나씩 쥔 채로 한천을 향해 그것들을 내밀었다.

그녀가 말했다.

"어느 쪽?"

백아린의 질문에 한천이 재빠르게 그녀의 왼손에 들린 서찰을 건네받았다. 그러고는 서찰의 내용을 살피기 위해 밀봉되어 있던 부분을 뜯어내며 말려 있던 것을 펼쳤다.

그런 그와 마주한 채로 백아린 또한 남아 있는 서찰의 내용을 확인했다.

서찰의 내용을 본 백아린의 눈동자가 꿈틀했다.

‘이건…….’

십천야의 일원인 반조, 그에 관한 정보였다.

천무진을 직접 찾아오기도 했었고 백아린 또한 대면한 적이 있는 인물로 뛰어난 무공의 소유자였다.

그가 다른 곳도 아닌 광동성 오문(澳門)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정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 적힌 자세한 몇 가지 상황들까지도.

서찰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백아린이 말했다.

"부총관 아무래도 서둘러야 할 일이 생긴 것 같은데. 십천야 하나를 찾았거든."

그런 그녀의 말에 한천이 답했다.

"……그러게요. 서둘러야 될 것 같군요."

말을 끝낸 그가 자신이 보고 있던 서찰을 백아린 쪽으로 펼쳐 보이며 말을 이었다.

"이쪽도 일이 생긴 모양이라서요."

* * *

두 개의 서찰을 통해 전달받은 정보들을 확인한 백아린은 곧장 한천과 함께 천무진을 찾아갔다. 거처에 도착하기 무섭게 그녀는 단엽까지 한곳으로 불러들였다.

연무장에 있던 단엽은 씻지도 못한 채로 끌려와야만 했다.

방에 들어서는 단엽이 툴툴거렸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급하게 오라는 거야?"

"일이 좀 생겼거든."

백아린이 손에 쥐고 있던 서찰 두 장을 쥐고 흔들며 짧게 답했다.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백아린이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실 저한테 오늘 두 가지 정보가 날아왔어요. 첫 번째는 십천야인 반조에 대해서예요."

"반조?"

천무진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게 돌변했다. 그는 만나 본 다른 십천야들과는 다소 다른 인물이었다. 능력이 더욱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풍기는 분위기도 달랐다.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다.

되묻는 천무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백아린이 말을 이어 나갔다.

"반조와 이목구비가 아주 흡사한 자를 광동성 오문 지역에서 발견했다더군요. 그리고 그가 배를 타고 움직이려는 것까지는 확인을 했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어요."

"문제라니?"

"그가 탄 배까지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한 거죠. 너무 뛰어난 실력자라 그렇게 가까이 다가갈 순 없었으니까요."

백아린의 말에 천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반조 정도 되는 실력자의 뒤를 가까이에서 쫓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는 일행들을 향해 백아린이 말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당시 출항했던 배가 단 두 척뿐이라는 거예요. 목적지는 각각 오천(吳川)과 산미(汕尾)였고요. 서로 반대 방향이긴 하지만 두 곳 모두 광동성에 위치한 장소예요."

"그럼 그 반조라는 놈이 오천이나 산미로 향했다는 소리 아냐?"

"우리가 찾은 그자가 정말 반조가 맞다면 아마도?"

"그럼 곧바로 일행을 나눠서 움직이면 되는 거 아냐?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거 같은데?"

단엽과 말을 주고받던 백아린은 그의 제안에 잠시 말을 멈췄다.

사실 백아린 또한 단엽과 같은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벌어진 또 하나의 일 때문에 그것은 그리 간단치가 않았다.

백아린이 곧장 말을 받았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문제는 이 서찰이야."

"그건 뭔데?"

"귀문곡과 관련된 일. 적화신루 쪽에서 급히 움직여 줘야 할 것 같다고 연락이 왔거든. 현재 귀문곡이 스스로를 지키려고 방어 태세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야. 상부에서는 그들의 힘이 완벽하게 합쳐지기 전에 몇 개의 주요 거점들을 부수길 원하고 있고. 나에게 그중 하나를 향해 움직이라는 명령이 내려왔어."

시간을 끌수록 귀문곡은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그들을 손에 넣기를 바라는 적화신루 입장에서는 속전속결로 몰아쳐야 피해도 적어지고, 보다 확실하게 일을 매듭지을 수 있었다.

적화신루의 총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

그랬기에 피할 수도 없었다.

백아린은 얼마 전부터 귀문곡에 관련된 일을 처리 중이었고, 지금 들어온 일 또한 한동안 해 왔던 그들의 힘을 제거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최근 해 오던 것과 같은 선상의 임무라는 의미였다.

비록 평소보다는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랬기에 거짓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백아린은 곧이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사실을 알기에 이총관 황균 또한 귀문곡에 대한 거짓 정보로 그녀를 움직이는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대충 상황을 설명한 백아린이 천무진을 향해 시선을 돌린 채로 말을 이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이번엔 따로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어요?"

조심스레 의사를 물어 오는 백아린을 향해 천무진은 오히려 너무도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

"정말로 그래도 되겠어요?"

원하던 대답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무런 불만도 없이 그러라고 답해 주는 천무진의 모습에 백아린이 미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러자 천무진이 곧장 답했다.

"신경 쓸 거 없어. 반조보다 당신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돼서 승낙한 거니까. 반조로 의심되는 자를 찾았다는 건 대단한 소식이긴 하지만…… 아마 그곳에 간다 해도 그를 직접 만날 확률은 희박할 거야."

이미 정보가 백아린의 손에 들어온 시점에서 반조의 움직임으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흐른 상황이다.

거기다가 또 배가 향하고 있는 목적지까지 가야 하니 제아무리 빨리 도착한다 한들 상대방이 그 마을 자체에 용무가 있는 것이 아니고서야 직접적으로 그와 만나는 걸 기대하긴 어려웠다.

그랬기에 천무진은 확률도 낮은 일에 모두가 매달리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확실한 쪽에 인원을 투자하는 것이 낫다 판단했다.

적화신루가 강해지면 천무진은 더욱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고, 그것은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적화신루가 하루빨리 귀문곡을 흡수하는 건 천무진에게도 큰 이득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조그마한 단서라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었으니까.

천무진이 곧장 말했다.

"다행히 의심되는 목적지도 두 개뿐이니까. 나와 단엽이 하나씩 맡으면 되겠군. 분명 목적이 있어 움직였을 테니 뭔가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천무진의 말에 백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이야기한 것처럼 백아린 또한 반조가 마을에서 한동안 머물지 않는 이상 직접 만날 수 있는 확률은 높지 않다 생각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적화신루에다가 연락을 취해 오천과 산미 쪽 정보망을 보다 두텁게 해 둘게요. 운이 좋으면 또 반조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게끔요. 두 사람이 언제든 적화신루의 정보망을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도 취해놓죠."

"그렇게 부탁하지."

두 사람의 이야기가 끝나 갈 무렵 가만히 듣고만 있던 단엽이 입을 열었다.

"어이, 주인."

"왜?"

"그런데 말이야. 혹시 아주 만약에 운이 좋아서 그 반조라는 놈을 만나게 되면……."

반조를 만나는 걸 운이 좋은 것이라 말하던 단엽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죽여도 돼?"

단엽의 자신만만한 그 한마디에 뒤편에 있던 한천이 혀를 내둘렀다.

자신이 질 거라는 생각은 아주 조금도 하지 않는 저 자신만만함.

허나 그것이 단엽이라는 사내였다.

그리고 그런 그를 바라보던 천무진이 이내 피식 웃으며 답했다.

"마음대로."

추후의 일정이 정해지자 네 사람은 속전속결로 준비를 마쳤다. 평상시라면 귀찮다고 툴툴거릴 단엽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그 보상이 반조라는 강자와의 싸움이 될 수도 있으니 단엽으로서도 구미가 당기는 것이다.

의심되는 두 개의 마을 중 오천으로는 천무진이, 산미로는 단엽이 가는 걸로 확정 지었다. 그리고 백아린과 한천은 함께 귀문곡 거점을 공격하는 임무를 맡았다.

가기 직전 바깥에서 모인 네 사람이 이야기를 나눴다.

"가실 곳은 정했어요?"

"내가 오천, 단엽이 산미로 가기로 했어."

확률상 아무래도 오천으로 갔을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 판단한 천무진이 직접 그곳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지리적 위치상 오천이 중원의 중심부 쪽과 보다 가까웠기 때문이다.

대답을 들은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말했다.

"저희 일정은 추후에 조금 늘어날 순 있지만 당장은 합류하는 지원군과 함께 그곳을 정리하는 게 다예요. 매듭짓자마자 곧바로 이곳으로 돌아올게요."

"조심해서 다녀오고."

"어어? 걱정은 저희 대장 말고 적에게 해야죠. 저 대검에 맞을 놈들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다 가립니다."

뒤편에 자리하고 있던 한천이 불쑥 끼어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런 그를 가볍게 흘겨보던 백아린이 다시 천무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사실 백아린은 천무진이 계속해서 신경 쓰였다.

다른 일도 아닌 십천야와 관련된 일에 혼자 움직이는 것이다 보니 미약하긴 하지만 걱정도 들었다.

천무진의 능력을 믿는다.

그의 강함을 옆에서 봐 왔으니까.

다만 저번 생에서 겪었던 일에 대해 알기에 십천야와 혼자 맞닥뜨릴 수 있는 게 못내 마음에 걸리는 것뿐이다.

백아린이 말했다.

"적화신루 쪽에서도 최선을 다해 도울 거예요. 혹시 그럴 일은 없겠지만 위험한 상황인 것 같으면 너무 깊게까지 파고들지는 말고요."

"자신할 순 없지만 그러도록 노력해 보지."

"절대 무리하지 말아요. 이제 당신은…… 혼자가 아니니까요."

말을 마친 백아린은 뒤편에 있는 단엽과 한천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이내 자신도 있다는 듯 어깨를 쭉 편 채로 천무진과 마주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천무진이 픽 웃으며 중얼거렸다.

"하여튼 잔소리는."

"어? 벌써 지친 건 아니죠? 아직 진짜 잔소리는 시작도 안 했는데요?"

백아린의 그 말에 천무진이 그녀의 양쪽 어깨를 손으로 잡더니 황급히 몸을 돌려세웠다. 그러고는 어깨를 잡은 손에 슬며시 힘을 주며 말했다.

"빨리들 가자고. 여기 있다가는 계속 잔소리를 들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말과 함께 자신을 바깥으로 끌고 가는 천무진의 행동에 백아린이 슬며시 미소를 흘렸다.

그렇게 천무진 일행이 나란히 거처를 벗어나 외성의 입구까지 다다랐을 바로 그 무렵이었다.

외성의 입구 위쪽에 자리한 한 명의 사내가 사라지는 천무진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십천야의 한 명이자 이곳 마교의 일을 도맡고 있는 양사창이었다.

그가 멀어지는 천무진 일행을 바라보다 슬쩍 눈을 찌푸렸다.

‘흐음?’

각자의 짐을 짊어지고 길을 나선 네 사람.

그리고 입구 부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까지 함께하던 네 사람은 세 개의 패거리로 나뉘어 각자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 모습을 높은 성벽 위에서 응시하던 양사창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변했다.

천무진 일행이 흩어졌기 때문이다.

각자의 길로 나아가는 그들을 바라보던 양사창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성벽 위에 선 그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일이 재미있게 되어 가는군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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