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화. 비밀 ― 당신도 와요 (2)
오랜만에 네 사람이 함께한 식사자리는 무척이나 유쾌하게 지나갔다. 어쩌면 고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십 여일 정도의 시간을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뭐가 그리도 할 말이 많은지 그들 사이의 대화는 끝나지 않고 이어졌다.
허나 그 와중에서도 천무진이 이번에 겪었던 일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얘기할 수 없었다.
설명하자면 한 번의 삶을 살고 과거로 돌아온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했고, 그러기에는 상황이 그리 여유롭지 않았다.
그랬기에 대충 상황을 얼버무렸고, 추후에 사건들을 정리하면 보다 자세히 말해 주겠다며 이야기를 끝내 둔 상태였다.
그렇게 긴 식사 시간이 끝나고 각자의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무렵.
"들어가도 될까요?"
들려오는 백아린의 목소리에 침상에 누워 있던 천무진이 몸을 일으켜 세우며 답했다.
"들어와."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을 열고 들어선 백아린이 곧바로 천무진을 향해 다가왔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역시 아직 안 자고 있었네요."
"막 자려던 참이야. 그런데 이 늦은 밤에 무슨 일이야?"
"별건 아니고…… 내일 회의가 있을 거예요."
"그런데?"
어차피 이건 적화신루의 문제였고, 단엽과 마찬가지로 천무진 또한 이 일에 개입할 생각이 없었다.
자체적인 회의를 통해 그 두 사람에 대한 처벌을 결정할 것이고 그게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는 적화신루에서 정할 문제였다.
천무진의 질문에 백아린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실 그 회의에 당신도 참석해 줬으면 해서요."
"내가?"
천무진이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사실 회의에 참석해 주는 것 정도야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아니, 설령 아무리 힘든 일이라고 한들 다른 이도 아닌 백아린의 부탁이라면 들어줄 생각이 있는 천무진이다.
다만 적화신루의 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제안은 너무도 뜻밖인지라 이해가 가지 않는 것뿐이었다.
그런 천무진을 향해 백아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꼭요."
"당신 부탁인데 그러지. 그런데 내가 참석해야 할 이유라도 있는 건가?"
물어 오는 천무진을 향한 백아린의 시선은 다소 복잡했다. 허나 지금으로선 그 질문에 답해 줄 수가 없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내일 있을 회의 자리에서만 할 수 있었으니까.
백아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보여 줄 게 있어서요."
* * *
적화신루의 회의를 위해 준비된 장소.
그곳은 그리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평소의 회의와는 달리 극소수의 인원만이 참석하는 자리, 이 정도 공간으로 충분했다.
그런 회의장으로 초췌한 몰골의 두 명이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이총관 황균과, 육총관 어교연이었다.
두 사람은 줄에 묶인 채로 일총관 진자양의 부총관 둘에게 끌려오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회의장.
포승줄에 묶인 두 사람은 곧장 바닥에 무릎 꿇려졌다.
"크윽."
황균이 짧은 신음 소리를 토해 냈다.
얼마나 신나게 맞았는지 며칠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온몸의 뼈 마디마디가 쑤셨다. 허나 지금은 이런 고통이 문제가 아니었다.
고개를 치켜든 황균의 눈에 보인 건 다름 아닌 일총관 진자양이었다.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두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를 발견한 황균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이, 일총관님! 억울합니다!"
외침과 함께 몸을 일으켜 세우려던 그를 뒤편에 있던 부총관인 주서호가 손으로 내리눌렀다. 그러고는 이내 짧게 경고했다.
"얌전히 있으십시오!"
내리누르는 힘에 다시금 무릎이 꿇려진 그가 어떻게든 이 위기를 빠져나가기 위해 진자양에게 재차 말을 걸었다.
"일총관님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어찌 그런 끔찍한 일을……."
"그 입 닥쳐라."
변명을 해 대는 황균을 향해 돌아온 건 진자양의 싸늘한 한마디였다. 너무도 매몰찬 모습에 황균은 일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닫고야 말았다.
허나 옆에 있던 어교연은 이대로 있어선 안 된다 생각했는지 그를 대신해 입을 열었다.
"이건 누명이에요. 저희 둘은 미리 짜 놓은 누군가의 수법에 걸린 거예요. 저희를 풀어 주시면 한 달 내로 이 일의 범인이 누군지 반드시 밝혀낼게요. 그러니……."
"내 분명 닥치라 했을 터인데. 그리고 오늘 너희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건 내가 아니다."
"그, 그러면……?"
어교연이 더듬거릴 때였다.
진자양이 자신의 옆에 위치한 붉은 휘장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 붉은 휘장을 보면 모르겠느냐?"
"서, 설마!"
놀란 듯 어교연이 비명을 질렀다.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방에 커다란 붉은 휘장이 자리하고 있는 사실이 의아했다. 그건 언제나 적화신루의 루주가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마련해 둔 장치였으니까.
허나 그런 의문은 그리 길지 않았다.
지금은 목숨을 구걸해야 할 때고, 이곳은 적화신루의 거점 중 하나. 적화신루의 루주를 위한 장소가 있다 한들 이상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알았다.
오늘 이곳에서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지을 그 인물은 다름 아닌 적화신루의 루주라는 것을.
언제나 최종 결정은 루주의 몫.
그랬기에 언젠가 루주를 만나게 될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한천 또한 굳이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아도 만나게 될 거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다만 그것이 지금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곳 광동성까지 루주가 직접 걸음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자신 둘의 처벌을 위해 이곳까지 루주가 직접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황균과 어교연이 놀란 듯 침묵하는 사이, 뒤편의 문을 통해 한천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천이 진자양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은 신호이기도 했다.
진자양이 곧바로 내부에 있는 부총관 둘에게 명령을 내렸다.
"부총관들은 나가 보게."
"알겠습니다, 총관님."
백아린 대신 휘장 너머에서 루주 역할을 연기하던 부총관인 주서호까지 물러난 상황에서 무릎이 꿇려 있는 두 사람 뒤로 한천이 다가갔다.
한천이 모습을 드러내자 두 사람 모두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한천은 양손으로 그들의 어깨 한쪽씩을 내리누르기만 할 뿐이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얌전히들 계시죠. 가뜩이나 루주님의 심기가 그리 좋지 않으실 텐데 말입니다."
"너……."
어교연이 눈을 위쪽으로 치켜뜬 채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분하다는 듯한 그 눈빛에 한천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바로 그때였다.
붉은 휘장 너머에서 검은 그림자가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곧…… 루주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의미기도 했다.
진자양이 곧바로 붉은 휘장이 있는 방향을 향해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췄다.
"루주님을 뵙습니다!"
뒤이어 두 사람의 어깨를 누르고 있던 한천 또한 무릎을 꿇으며 마찬가지로 입을 열었다.
"루주님을 뵙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순차적으로 예를 갖추자 무릎이 꿇려 있는 황균과 어교연 또한 덩달아 그대로 머리를 바닥에 가져다 댔다.
그 둘의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기 시작했다.
적화신루의 루주.
그가 적화신루 내에서 가지는 힘은 너무도 거대했다. 자신들의 운명을 말 한마디로 바꿀 수 있는 상대, 그런 자가 지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움직이던 그림자가 이내 의자에 착석하고는 짧게 말했다.
"일어나지."
그 말에 한천과 진자양이 곧바로 몸을 세웠다.
뒤이어 황균과 어교연 또한 엉거주춤 몸을 일으켜 세우려 하는 찰나.
"그대들에겐 일어날 자격이 없다."
루주의 그 한마디에 두 사람은 놀란 듯 다시 무릎을 꿇었다. 황균이 서둘러 말했다.
"소, 송구합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사죄의 뜻을 내비치는 그에게 루주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루주가 말했다.
"오늘 이렇게 모인 건 두 사람에 대한 처벌을 내리기 위함이다. 이미 보고를 받았고, 그대들이 벌인 일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
루주의 말에 두 사람은 그저 조용히 말을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이내 루주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난 적화신루의 규율에 따라 이 일에 대한 처벌을 내릴 생각이다. 할 말이 있는가?"
규율에 따른다는 말에 황균과 어교연의 눈동자가 커졌다.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동료들을 배신하는 자에게 내리는 벌은 언제나 하나였다.
죽음.
황균이 서둘러 소리쳤다.
"어, 억울합니다, 루주님! 저희 둘을 시기하는 누군가가 이 같은 일을 꾸며 낸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보기엔 이 일이 너무도 정교해. 일개 적화신루의 구성원이 할 수 있는 일로 보이지 않는군. 그대들 정도 되는 직급을 지닌 자나 가능한 일이야."
루주가 딱 잘라 말했다.
말대로 정보를 원하는 방향대로 조작하고 흘려보냈다. 일개 지부장 정도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문제였다.
루주의 그 말이 떨어지자 눈을 굴리고 있던 어교연이 서둘러 소리쳤다.
"이, 있어요! 의심스러운 자가 한 명 있다고요!"
"……의심스러운 자가 있다?"
"네, 그건 바로……."
잠시 눈치를 살피던 어교연은 결국 생각을 확실히 정리하고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백아린이에요."
"사총관? 이번 일의 피해자인 사총관이 의심스럽다고?"
"네, 맞아요. 사실 저희 두 사람은 갑자기 이런 일이 닥쳐 정신을 차릴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제대로 해명할 수 없었고요. 하지만 저와 이총관께서는 절대 그런 일을 벌이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다른 가능성을 의심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설마 백아린 본인이 스스로 일을 벌여 놓고 그대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운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렇습니다, 루주님. 당장의 모든 증거들이 저희 두 사람에게 향하고 있지만, 저희는 억울해요."
부총관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했었던 어교연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녀는 머리를 굴렸고, 결국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바로 백아린의 자작극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물론 성공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당장엔 목숨을 구하고, 시간을 버는 것이 중요했다.
혹여라도 루주에게 조금의 의문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곳에서 나가는 것 정도는 가능해질 테고, 그렇다면 그 이후에 황균과 손을 잡고 어떻게든 증거를 만들어 낼 생각이었다.
어교연의 말에 잠시 침묵하던 붉은 휘장 너머의 루주가 이내 입을 열었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이야기는 아니군."
그 한마디에 황균과 어교연의 얼굴에 밝은 기색이 확 하고 드러났다.
루주가 자신들의 말을 듣고 의심해 준다면 가능성은 있었으니까. 두 사람에게 희망이 피어나는 그 순간 휘장 안쪽에서 루주의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허나 그 전에 그대들이 알아야 할 게 하나 있겠군."
그 말을 끝으로 의자에 자리하고 있던 그림자가 움직였다.
스으윽.
언제나 견고하게 닫혀 있던 붉은 휘장이 흔들거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휘장 옆에 자리하고 있던 진자양조차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붉은 휘장은 언제나 루주의 정체를 굳건히 감추어 주는 장치였다.
그런데 그 붉은 휘장이 흔들리며 옆으로 조금씩 밀려 나가고 있었다.
천천히 걷히기 시작하는 붉은 휘장.
그리고 그 열린 틈을 통해 걸어 나오는 한 명의 여인.
정면에서 억울하다며 호소하던 황균과 어교연의 눈동자가 커질 대로 커졌다. 너무도 놀랐는지 입을 벌리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로 두 사람이 붉은 휘장 안쪽에서 걸어 나온 백아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을 내려다보며 백아린이 입을 열었다.
"사총관을 범인으로 만들기에 앞서 이 안에 누가 있었는지를 알았어야지."
담담하게 말을 내뱉는 백아린을 향해 어교연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더듬거렸다.
"배, 백아린 네가 왜 거기서……."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어 오는 그녀를 향해 백아린이 답했다.
"아직도 모르겠어? 왜 내가 저기서 나왔는지를?"
"너……."
백아린의 말에 어교연은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허나 그녀는 믿고 싶지 않았다.
그건 너무도 최악이었으니까.
바로 그때 다가온 백아린이 손이 그녀의 턱을 움켜잡았다.
고개를 치켜들게 한 백아린이 시선을 맞춘 채로 놀란 듯 덜덜 떨고 있는 어교연을 향해 천천히 말했다.
"너가 아니지. 루주에게 그따위 말투가 허락될 거라 생각해?"
사형 선고와 다름없는 그 말에 어교연은 더는 버틸 수 없었다.
그녀는 곧바로 몸을 뒤로 바짝 당기며 고개를 땅에 처박았다.
쿠웅!
머리를 박은 어교연이 다급히 소리쳤다.
"루, 루주님을 뵙습니다!"
머리를 박은 그녀는 덜덜 떨었다.
이건 정말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항상 자신이 적대감을 드러내고, 언젠가는 밀어 내려 작당하던 상대가 적화신루의 루주일 거라고는 꿈에서조차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천천히 옆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백아린이 입을 열었다.
"오랜 시간 정체를 감춰 왔어. 적화신루의 사총관으로 신루를 위해 일해 왔지. 그리고 그건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야."
말을 하던 그녀가 갑자기 발을 멈췄다.
그러고는 이내 엎드린 채로 떨고 있는 황균과 어교연을 향해 말을 이었다.
"모두에게 정체를 감추고 살아온 내가 왜 두 사람에게 모습을 보였다 생각해?"
적화신루의 루주로서 다른 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자신은 그림자처럼 살아왔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두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소문이 날 위험이 있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뜻하는 의미는 하나였다.
대답조차 하지 못하는 둘을 향해 백아린이 말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죽을 테니까."
"요, 용서해 주십시오, 루주님!"
황균이 다급히 소리쳤다.
일총관의 자리를 노릴 거라 생각했던 여인 백아린. 그런데 그녀가…… 적화신루의 루주였다니.
이건 애초부터 말이 안 되는 싸움이었다.
적화신루의 루주가 일총관 자리를 탐할 리가 없으니까.
허나 그는 백아린의 정체를 몰랐고, 그랬기에 해선 안 될 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용서를 구하는 그들을 향해 백아린이 말했다.
"어지간한 잘못이라면 나도 못 본 척 넘어가 줬을 거야. 사총관인 나에 대한 모욕도, 헛소문도 모르는 척 봐줬던 여태까지처럼."
적화신루를 위해서는 그런 것 모두를 참을 수 있었고, 또 그래 왔다.
허나 이번 경우는 달랐다.
"하지만 그대들은 해선 안 될 짓을 벌였어. 그 어떠한 욕심이 있었다 해도 동료를 팔아선 안 됐어. 그건……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지."
지금 용서를 한다면 훗날 더 큰 재앙을 몰고 올 것이다. 동료를 판 적이 이들은 결국 또 한 번 적화신루를 위험에 빠지게 만들 테니까.
하물며 이들은 백아린과 한천을 궁지로 몰아넣은 가짜 정보를 흘린 이후에도 해선 안 될 짓을 벌였다.
모든 죄를 오랫동안 함께해 온 부총관들에게 떠넘기려 했고, 지금만 해도 또다시 백아린이 범인이라 떠들어 댔다.
뉘우치거나 반성하는 일말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자들.
잘못을 더 큰 잘못으로 덮으려는 이들을 봐줬다가는 그들이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 낼지 백아린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진자양을 향해 백아린이 입을 열었다.
"일총관."
"예, 하명하시지요, 루주님."
"적화신루의 규율대로."
"옙."
명령이 떨어지자 진자양이 빠르게 두 사람의 뒤로 다가갔다. 한천은 자신의 앞에 있는 어교연의 목덜미를 움켜잡았고, 진자양이 나머지 한 사람인 황균을 일으켜 세웠다.
그렇게 한천과 진자양이 두 사람을 끌고 바깥으로 나갔고, 끌려 나가는 와중에서도 황균과 어교연은 재차 소리를 질러 댔다.
"루, 루주님 용서를!"
"제발……!"
그렇게 두 사람이 한천과 진자양의 손에 끌려 사라졌을 그때.
백아린이 천천히 한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은 기둥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그녀가 그쪽을 향해 말했다.
"끝났어요. 이제 나와도 돼요."
백아린의 그 한마디에 어둠 속에 몸을 감추고 있던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는 바로…….
"……당신이 루주였군."
천무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