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화. 각자의 움직임 ― 눈치하고는 (2)
광서성 동유라는 이름의 마을은 며칠 전부터 꽤나 많은 이들로 북적거렸다.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었지만 관도와 이어져 있는 지리적 이점이 있어 평소에도 오고 가며 들르는 이들이 많긴 했지만, 지금은 그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수백 명 이상의 인원으로 구성된 하나의 집단이 며칠째 동유에 자리를 잡고 있는 탓이다.
하나같이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는 이들.
거기다 그들은 스스로의 정체를 감추지 않았다.
검은색의 무복, 그리고 등 뒤에 붉은 글씨로 강렬하게 박혀 있는 ‘홍(紅)’이라는 글자까지.
무림에서 이 같은 복식을 한 이들은 오직 하나뿐이다.
대홍련(大紅聯).
사파를 대표하는 네 개의 단체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일, 이 위를 다투는 압도적인 힘을 지닌 이들이다.
그런 그들이 마을에 가득 차니 자연스레 분위기는 폭풍전야를 연상케 했다. 마치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
수백 명이 넘는 대홍련의 인원들은 동유의 남쪽 구역에 자리를 잡았다. 자연스레 남쪽은 대홍련의 무인들로 가득했고, 다른 이들을 그 외의 구역에서 지내곤 했다.
그런 동유의 남쪽 구역에 위치한 하나의 객잔.
그곳 또한 이미 대홍련의 무인들로 바글거렸다.
크기가 상당히 큰 객잔이었기에 무려 오륙십 명에 달하는 대홍련 무인들이 기거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많은 이들이 모여 있는 객잔.
거기다 시간이 저녁 식사 때가 되자 식당인 일 층은 발을 디딜 곳 없이 많은 이들로 가득 찼다.
웅성웅성.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이야기들과 웃음소리. 큰 외침들이 뒤섞이며 객잔 내부는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
허나 그런 그들의 소란스러운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 객잔 자체를 통째로 빌리다시피 했고, 그로 인해 이곳에는 대홍련 무인들만이 자리하고 있어서였다.
물론 다른 이들이 있었다고 한들 이들을 향해 눈살을 찌푸리긴 어려웠겠지만 말이다.
시끌벅적한 그곳에서 누군가가 크게 소리쳤다.
"어이, 주인장! 대체 술은 언제 나오는 거야?"
험상궂어 보이는 사내의 외침에 객잔의 주인인 사내가 움찔했다.
놀란 그가 서둘러 소리쳤다.
"나, 나갑니다요!"
옆에 있는 점소이에게 빠르게 눈짓으로 술을 가져다주라는 신호를 보낸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 냈다.
사실 이들이 민폐를 끼치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큰 호재라고 봐도 무방했다.
며칠째 그들 덕분에 방은 꽉꽉 들어찼고, 식사나 술 또한 보통 사람들에 비해 몇 곱절은 될 정도로 먹어 댄다.
그렇다고 해서 무뢰배들처럼 돈을 지불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깔끔하게 매일매일 금액을 정산해 주며 혹시나 피해를 입는 건 아닐까 하던 객잔 주인의 걱정을 거짓말처럼 사라지게 만들어 줬다.
단 며칠의 시간.
그 사이에 서너 달 동안 벌어들일 만한 수입이 나왔을 정도니 금액적으론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이들이 행패를 부리는 것도 아니었다.
기물을 부순다거나, 협박 등의 짓은 일체 하지 않았다.
다만…….
‘저놈들은 눈빛을 보고 뽑나.’
외모에서부터 풍겨 나오는 분위기가 절로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그저 무섭게 생겨서가 아니다.
오륙십 명에 달할 정도의 인원들이 있으니 개중엔 무섭게 생긴 이도 있으나, 평범하거나 준수하게 생긴 이들도 있었다.
허나 외모와는 별개로 그들의 눈빛이 무척이나 강렬했다. 절로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는 눈빛이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이어져 가던 객잔. 그 객잔의 분위기를 깨며 하나의 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익.
객잔 입구의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누군가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죽립을 쓰고 있어 얼굴을 확인할 수 없는 누군가의 등장. 그자의 등장에 술과 식사를 즐기고 있던 대홍련 무인들의 시선이 일순 그쪽으로 향했다.
허나 이내 상대를 확인한 대부분의 이들은 그에게서 관심을 끊었다.
단 한 명이었을 뿐이고, 내부의 분위기를 보고 곧 알아서 물러갈 거라 생각해서였다.
허나 그런 예상은 빗나갔다.
죽립을 쓴 상대가 성큼 안으로 들어선 것이다. 그러자 입구에 자리하고 있던 이가 빠르게 일어서며 그런 상대를 제지했다.
"이봐."
"……?"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죽립을 쓴 이가 고개를 돌려 상대를 바라봤다.
그러자 대홍련의 무인이 말했다.
"장소를 잘못 찾은 것 같은데. 여기 말고 다른 구역으로 가는 게 좋을 거야. 지금 남쪽 구역은 당신 같은 자들이 지낼 장소가 아니거든."
나가서 다른 곳으로 가라는 그의 말에 죽립을 쓴 상대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죽립 아래로 드러나 있는 입을 본 사내가 표정을 구겼다.
"……웃어?"
바로 그때였다.
죽립을 쓴 자가 입을 열었다.
"아니 어떻게 하나같이 얼굴에 악당들이라고 써 있냐들."
사내의 그 한마디에 웃음이 가득하던 객잔 내부의 공기가 일순 싸늘하게 식었다.
그리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자리에 앉아 있던 이들이 우르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순식간에 오륙십 명에 달하는 대홍련 무인들이 자리에서 일어난 채로 자신들을 비웃은 상대를 노려봤다.
이건 명백한 시비였고, 그걸 참고 있을 그들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살기로 가득 찬 객잔 내부.
객잔 주인은 울상이 되어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아이고, 망했구나, 망했어!’
저런 무인들이 날뛰기 시작하면 객잔의 꼴이 어찌 될지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객잔 주인이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때였다.
입구에서부터 상대를 막았던 사내가 기가 막힌다는 듯 말했다.
"어이 형씨. 지금 뭐라고 지껄인 거야?"
말과 함께 성큼 다가간 그가 죽립 사내의 어깨에 손을 올렸을 때였다.
휘리릭!
순간적으로 팔목을 움켜잡은 죽립의 사내가 곧바로 상대를 가볍게 한 바퀴 회전시키며 바닥에 처박았다.
쿠웅!
"큭!"
바닥에 박힌 그가 짧게 신음 소리를 토해 냈다.
상대가 내공을 싣지 않고 가볍게 던진 것이기 때문에 큰 타격은 없었지만, 절로 얼굴이 붉어졌다.
화가 난 그는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상대를 으깨 버리려 했다.
하지만 바닥에 처박힌 덕분에 위를 올려다볼 수 있었고, 자연스레 죽립 아래 사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그는 사색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자식이!"
화가 난 몇몇 이들이 달려들려는 그때였다.
바닥에 처박혔던 그가 다급히 외쳤다.
"부, 부련주님?"
그의 그 한마디는 달려들려던 모든 이들의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그 순간 상대를 바닥에 처박았던 그가 얼굴을 가리고 있던 죽립을 벗었다. 그렇게 드러난 얼굴, 그곳에는 단엽이 자리하고 있었다.
단엽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객잔 내부를 감돌고 있던 살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자리에서 일어서 있던 대홍련 무인들이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쿠웅!
객잔 바닥이 울릴 정도의 강렬한 흔들림.
무릎을 꿇은 채로 포권을 취한 그들은 하나의 목소리가 되어 소리쳤다.
"부련주님을 뵙습니다!"
자신을 향해 예를 취하는 수하들을 향해 단엽이 한 손을 들어 올리며 가볍게 히죽 웃었다.
"여, 오랜만들."
* * *
일련의 무리들과 함께 단엽은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가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대홍련의 련주가 있는 곳이었다.
단엽이 이 동유라는 마을에 들른 이유는 바로 이곳에 련주가 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이토록 많은 대홍련 무인들이 이 마을에 있다는 것 자체가 련주인 그를 보필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애초에 이곳에서 련주와 만나기로 사전에 약조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대홍련 무인들의 안내를 받으며 도착한 곳은 객잔이 아닌 하나의 장원이었다. 겉보기에 장원은 너무도 평온해 보였다.
허나 단엽은 알고 있었다.
근처에 몸을 감추고 숨어 있는 수많은 대홍련 무인들의 존재를.
그렇게 성큼 장원 안으로 들어선 단엽은 곧장 안쪽으로 안내를 받았다. 이윽고 장원 깊숙한 곳에 위치한 방 앞에 도착하자 옆에 있던 수하가 안쪽에 보고를 올렸다.
"부련주께서 오셨습니다."
"들라 하라."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곧 닫혀 있던 문이 열렸다.
열린 문 건너편에는 한 명의 노인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이는 여든 정도 되어 보였고, 인상은 전체적으로 날카로웠다.
어깨 정도 오는 백발의 머리카락, 덩치는 보통이었지만 풍겨 나오는 기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단관호(段觀虎).
대홍련의 련주이자 단엽의 삼촌이기도 한 그는 사파를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였다.
단관호가 입구에서 들어서는 단엽을 슬쩍 바라보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오랜만이군, 부련주."
"련주님을 뵙습니다."
단엽이 포권으로 예를 갖췄고, 그런 그를 바라보던 단관호가 이내 뒤편에 있는 수하들을 향해 손짓했다.
"다들 나가 보거라."
"예, 련주님!"
인사를 마친 그들이 사라지고 방 안에는 아주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그렇게 수하들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질 무렵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단관호가 갑자기 단엽이 있는 쪽을 향해 휙 하니 몸을 돌렸다.
"이 망할 자식! 하나뿐인 삼촌이 이렇게 찾아와야지만 얼굴을 보는 게냐? 손가락은 멀쩡하구나. 연락 한번 없기에 어디 다치기라도 했나 싶더니만."
수하가 사라지기 무섭게 근엄해 보였던 말투가 거짓말처럼 바뀌었다. 더불어 싸늘해 보였던 얼굴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채롭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건 비단 단관호만의 일이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하고 있던 단엽이 히죽거리며 가까이 있는 의자에 편안하게 걸터앉으며 말했다.
"그럼 내 손가락은 당연히 멀쩡하지. 감히 누가 날 건드릴 수 있겠어."
자신만만해 보이는 특유의 화법에 단관호는 픽 웃고야 말았다. 옛날부터 그는 단엽의 이런 자신만만함이 좋았다.
누구를 앞에 두든지 위축되지 않는 저 당당함, 그리고 뛰어난 재능까지도.
그랬기에 많은 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단엽을 부련주의 자리에 앉혔다. 당시에는 이토록 어린 자를 부련주에 앉힌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의아해하고 안 좋은 소리들을 해 댔지만…….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지.’
지금은 그토록 싫은 소리를 해 대던 이들 중 그 누구도 그때 단관호가 내렸던 선택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었다.
당연하다.
예전부터 엄청난 재능으로 무림을 시끄럽게 하더니 급기야는 우내이십일성의 무인을 꺾었다. 덩달아 대홍련의 위세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자리를 옮겨 단엽이 앉아 있는 맞은편에 걸터앉은 단관호가 입을 열었다.
"천룡성 무인하고는 지낼 만하냐?"
"그럼. 뭐 솔직히 말하자면…… 지낼 만하다는 말로는 모자라고 꽤 재밌어."
"호오."
재미있다는 단엽의 말에 단관호가 눈을 빛냈다.
단엽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다. 그랬기에 단엽이 이 같은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단엽은 타고난 무인이다.
강한 자와의 싸움을 즐기고, 그 상대를 넘어서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는다. 그런 그가 이토록 재미있어 한다는 건 그만큼 상대가 강하다는 의미였다.
단관호가 물었다.
"천룡성 무인이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군. 네가 이토록 재미있어 하는 걸 보면."
"대단하지.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내가 박살이 났으니까.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날 유쾌하게 만들어 주는 게 천룡성 무인뿐만이 아니라는 거지."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단엽이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있는 단관호다.
그랬기에 현재 천무진과 함께 움직이는 이들에 대해서도 안다.
함께하는 사람들 중 남은 인원이라곤 적화신루의 일원인 두 사람뿐.
하지만 그런 그들이 단엽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생각하지 않았다.
적어도 단관호는 그리 생각했고,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 단엽이 말했다.
"우리 인원이 나 말고 셋인데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그들 중에서 내가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뭐 그런 말도 안 되는……."
단관호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중얼거렸다.
단엽이 그냥 일반 후기지수도 아니고, 우내이십일성을 꺾을 정도의 괴물이다. 그런데 그 같은 실력자인 단엽이 겨우 적화신루의 인물들에게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고?
납득이 안 간다는 듯한 표정의 단관호를 보며 단엽은 웃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으니까.
단엽이 입을 열었다.
"믿기 어렵지? 근데 사실이야. 아마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면 절대 인연이 닿지 않았을 녀석들이지. 그래서 더 즐겁다고 해야 되나. 그렇게 강한 놈들을 만나고, 함께한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거든."
각자 다른 부류의 무인들이었지만 그런 그들의 실력을 보는 것만으로도 단엽은 많은 걸 배우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관계.
그것이 지금 천무진 일행이었다.
그들을 떠올리며 히죽거리는 단엽의 모습을 보던 단관호의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걸렸다.
단엽은 강했지만 언제나 고독한 존재였다.
어릴 적부터 혼자였고, 커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대홍련의 부련주라는 자리에 오르며 따르는 이는 많았지만, 반대로 그만큼 마음을 터놓고 지기라고 부를 만한 상대가 생기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단엽은 강함에 매료당하는 무인.
그만한 실력자여야지 단엽의 구미를 당기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였다.
당연히 그 모든 조건을 갖춘 이들을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런 이들을 만난 모양이다.
‘이젠 외롭지 않아 보여서 다행이구나.’
천룡성 무인과 함께 다닌다는 말에 일말의 걱정이 있었거늘 이제는 한결 마음이 놓였다.
단관호가 이내 장난스럽게 말했다.
"근데 주인이라니? 너 대홍련 부련주라는 놈이 그리 부르고 다니는 거냐?"
"쳇, 누군 좋아서 그러겠어? 약속이었거든. 알잖아, 내 성격. 약속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키는 거."
불만스럽게 툴툴거리는 단엽을 보며 단관호가 웃고 있는 그때였다.
단엽이 슬며시 입가에 걸린 미소를 지우며 말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삼촌. 아무런 용무도 없이 온 건 아니잖아?"
단관호는 대홍련의 련주다. 그리고 그러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 이만한 인원을 대동하고 단엽을 만나기 위해 움직였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자신에게 전할 뭔가 중요한 일이 있다는 의미였다.
단엽의 질문에 잠시 침묵하던 단관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십천야라고 아느냐?"
"어? 삼촌이 그 이름을 어떻게 알아?"
단엽이 놀란 듯 물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단관호가 답했다.
"그들이 날 찾아왔거든."
"진짜야? 그 망할 자식들 지금 우리가 한창 쫓고 있는 놈들이거든. 어디서……."
단엽이 십천야에 대한 단서를 얻기 위해 질문을 던지는 그때 단관호가 그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그들이 내게 같은 편이 되어 달라더구나."
"하, 미친 자식들이 사람 잘못 골랐군. 감히 누구한테 같은 편이 되어 달라는 거야?"
단엽이 기가 차다는 듯 비웃음을 던지는 그때였다.
단관호가 천천히 말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제안을…… 난 거절하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단관호의 그 한마디에 단엽의 눈동자가 꿈틀거렸다.
단엽이 입을 열었다.
"……진심이야 삼촌?"
"진심이다. 그러니 날 막기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단 하나다."
숨을 들이쉰 단관호가 이내 빠르게 말을 이었다.
"날 꺾고 대홍련의 주인이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