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화. 마음 ― 같이 갈래요? (2)
백아린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느끼며 정신을 차렸다. 정신이 들기 무섭게 그녀는 눈을 번쩍 뜨더니 이내 침상에서 휙 하고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는 곧장 자신의 오른쪽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로 인해 옷으로 가려졌던 손목이 드러났고, 그녀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목에는 붉은색의 팔찌가 자리하고 있었다.
백아린은 자신의 손목에 걸린 팔찌를 보는 순간 실실 웃음을 흘렸다.
사실 그녀의 지금 같은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어젯밤 이 팔찌를 받은 이후부터 그녀는 툭하면 자신의 소매를 걷어붙이고 팔찌를 보며 실실 웃어 댔으니까.
백아린은 다리를 끌어당겨 거의 턱을 기대다시피 한 채로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그 상태로 계속해서 자신의 팔목에 걸려 있는 팔찌를 보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던 그때였다.
“대장, 일어나셨습니까?”
바깥에서 한천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연신 웃고 있던 백아린이 화들짝 놀라 자세를 고쳐 잡으며 말했다.
“응, 들어와.”
대답이 떨어지자 문이 열리며 한천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몇 장의 종이를 들고 나타난 그가 말했다.
“적화신루 쪽에서 온 정보들입니다. 확인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쪽 탁자에 놔 줘.”
말을 끝내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탁자 쪽으로 다가왔다. 미리 그곳에 가서 자리하고 있던 한천이 반대편에 걸터앉는 그녀를 향해 물었다.
“평소답지 않게 웬 늦잠이십니까?”
“내가? 지금이 언젠데?”
백아린이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분명 자신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각에 일어났었으니까.
그런 그녀의 질문에 한천이 곧장 답했다.
“사시(巳時)가 훌쩍 넘었습니다.”
“……그럴 리가.”
백아린이 놀란 듯 중얼거렸다.
그녀가 일어났던 시간은 얼추 진시(辰時:오전 7―9시) 무렵이었다. 그렇다면 벌써 일어난 지 한 시진이 훌쩍 넘을 정도로 시간이 지나갔다는 말인데…….
백아린은 소매로 감춰져 있는 자신의 오른 팔목을 내려다봤다.
자신이 일어나서 한 거라고는 이 팔찌를 보며 실실 웃어 대던 것뿐이었다. 그렇다면 자신도 모르게 무려 한 시진이나 이 팔찌를 보며 웃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스스로도 기가 막혀 어이없어 하고 있는 그때.
갑자기 멍하니 있는 그녀를 향해 한천이 물었다.
“대장, 왜 그럽니까?”
“아, 별거 아냐. 그보다 종이에 적힌 내용부터 확인할게.”
서둘러 말을 끝마친 백아린은 곧장 한천이 가지고 온 종이를 건네받았다. 그렇게 그녀가 종이들을 넘기며 안에 담긴 내용을 확인하던 도중이었다.
스르륵.
슬쩍 내려간 소매 사이로 보이는 붉은 팔찌.
그 팔찌를 보는 순간 한천의 눈동자가 가늘게 휘어졌다.
팔찌를 살 때 옆에 같이 있었던 한천이니, 저것이 누가 준 선물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한천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은근 부끄러움이 많아 보여서 혹시나 못 주면 어쩌나 했는데…… 겉보기와 달리 저돌적인 구석이 있네.’
대충 상황을 머리에 그리고 있던 그때, 백아린 또한 자신의 팔목에 걸린 팔찌를 보며 저도 모르게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에 담고 있던 한천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한천이 짓궂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종이에 재미있는 거라도 적혀 있습니까? 갑자기 싱글벙글이시네.”
다 알면서 괜히 모르는 척, 한천은 종이에 적힌 내용을 보는 시늉을 해 보였다. 그런 그의 행동에 당황한 백아린이 서둘러 종이를 덮었다.
그녀가 급히 말했다.
“그냥 다른 생각이 좀 나서.”
“무슨 생각이 나셨기에 그리도 기분 좋게 웃으신대요?”
“아니, 그게 뭐.”
어색하게 시선을 피하던 그녀가 서둘러 종이를 치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아린이 빠르게 말했다.
“오늘은 안 나가? 아직 감시 안 끝난 거 같던데.”
“나가야죠. 근데 그 전에 식사는 해야 할 거 아닙니까. 이대로 나가면 하루 종일 제대로 먹기도 힘든데 말이죠.”
요즘 한천은 마교에 숨어 있는 십천야들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하루의 대부분을 송건웅의 뒤를 쫓는 데 썼다.
식사를 하고 간다는 말에 백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해.”
“대장은 식사 안 하시고요?”
“난 아직 입맛이 없어서.”
“그래요? 지금 천 공자님과 단엽도 다 모여서 같이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그럼 혼자 가야겠네요.”
말을 마치며 한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때였다.
백아린이 자신도 모르게 서둘러 소리쳤다.
“나도 갈게!”
그녀는 스스로 말을 하고도 당황스러웠는지 눈을 크게 치켜뜬 채로 자신의 입을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그런 백아린을 향해 한천이 물었다.
“입맛이 없으시다면서요?”
“……그렇긴 한데 그래도 어차피 먹어야 할 거 남들 먹을 때 같이 먹는 게 낫지.”
“그러시다면야 뭐.”
히죽 웃어 보인 한천이 어깨를 으쓱했다.
방의 입구로 다가간 그가 문을 열고는 옆으로 비켜섰다. 그런 그의 앞을 붉어진 얼굴의 백아린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서둘러 아래로 내려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한천은 픽 웃었다.
‘저리도 거짓말을 못 하면서 어찌 적화신루를 이끄시려고.’
너무 티가 나는 백아린의 행동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속아 주려고 해도 너무나 뻔히 보이는 속내, 그렇지만 한천은 여전히 시치미를 뚝 뗀 채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가 백아린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속아 주기가 더 힘드니 원.”
“뭐라고?”
“아뇨, 별거 아닙니다.”
한천이 서둘러 손사래를 치며 웃어 보였고, 그런 그를 백아린이 의심스럽다는 듯 잠시 흘겨봤다. 하지만 이내 별달리 할 말이 없었는지 곧장 자신들이 기거하는 거처인 이곳 귀림원에 마련된 식당으로 움직였다.
귀빈들만 모시는 귀림원답게 공간들은 꽤나 세분화되어 있었는데 식당 역시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많은 숫자의 인원들까지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식당.
하지만 그곳에는 천무진과 단엽 단 두 사람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식당에 백아린과 한천이 들어서자 단엽이 말을 건넸다.
“뭐야, 식사들 하려고?”
“그래야지. 요새 바빠서 밥 챙겨 먹을 시간도 없다니까.”
“하하! 불쌍하네. 난 한가한데.”
좋다는 듯 웃으며 내뱉는 단엽의 말에 한천은 분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최근 들어 단엽은 더욱 무공에 열중하고 있었다.
얼마 전 있었던 십천야의 일원인 양사창과의 대결.
그 대결이 단엽의 투지를 다시금 끓어오르게 만든 모양이다. 그리고 그런 단엽의 상대가 되어 주는 건 대부분이 천무진이었다.
이미 지금도 두 사람은 연무장에서 한바탕 움직이고 온 상황이었다.
아침부터 계속 날뛴 탓에 개운하다는 표정을 한 단엽의 옆자리에 있던 천무진은 조심스레 식당 안으로 들어선 백아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입을 열었다.
“왔어?”
천무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슬그머니 그의 옆자리에 가서 착석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 맞은편에는 한천이 앉았다.
백아린이 슬쩍 몸을 옆으로 틀어 천무진에게 말을 걸었다.
“……잘 잤어요?”
“응, 당신은?”
“저도 잘 잤죠.”
평범한 대화를 주고받는 두 사람.
그렇지만 팔짱을 낀 채로 그런 둘의 대화를 바라보고 있는 한천의 눈에는 마냥 평범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둘 사이에 흐르는 뭔가 묘한 분위기.
그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말할 순 없었지만 둘 사이의 뭔가가 달라진 느낌이었다.
‘선물을 주면서 무슨 일이 있었나?’
미치도록 궁금했지만 지금으로선 알 방도가 없었다. 지금 한천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조금 더 시간을 두며 옆에서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네 사람이 마주한 탁자 위로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음식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식사.
네 명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끝마쳐 갈 무렵이었다.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그러고는 이내 이곳 귀림원의 잡일을 해 주는 인물 하나가 식당 안으로 조심스레 걸어 들어왔다. 그는 곧장 백아린에게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서찰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사내가 말했다.
“전갈이랍니다.”
“아, 고마워요.”
백아린은 자신에게 전해 주는 서찰을 받아 들었다.
그녀는 굳이 서찰을 펼치지 않고도 사용하는 종이나, 바깥에 새겨져 있는 무늬만으로 이것이 적화신루 쪽에서 온 거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랬기에 의아했다.
한천이 자신에게 가져다준 종이들. 그것들 또한 적화신루에서 보내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 종이들을 확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날아든 이 서찰 한 장.
어지간한 안건이 아니었다면 이리 급하게 연락을 취해 올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건 곧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는 걸 의미했다.
이 서찰이 중요한 것이라는 걸 알아차린 건 한천 또한 마찬가지였다.
백아린은 서둘러 서찰을 펼쳤고, 이내 안의 내용을 확인하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계속해서 백아린의 눈치를 살피던 한천이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모르겠어.”
“모르겠다니요?”
한천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물었다.
이미 서찰을 본 그녀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니?
물어 오는 한천의 질문에 백아린의 시선이 천무진에게로 향했다. 뭔가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하고 백아린의 말을 기다리던 천무진은 자신을 향한 그녀의 눈빛을 마주했다.
그녀가 말했다.
“이 서찰 적화신루에서 온 거예요. 그런데 이상하네요.”
“뭐가 이상한데?”
“와 달래요. 당신만 데리고.”
“뭔가 알아낸 게 있는 거 아냐?”
적화신루 쪽에서의 호출은 자주 있었던 일이다. 그랬기에 크게 이상한 점은 없어 보였지만, 백아린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가 작게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말대로 우리 둘을 부르는 건 종종 있었던 일이죠. 그런데…… 이유가 없어요.”
“이유가 없다고?”
“네, 서찰로 전하기 어려운 일이더라도 매번 뭐 때문인지 어느 정도 언질 정도는 있어 왔거든요. 근데 이번엔 그냥 아무것도 없어요.”
말과 함께 보라는 듯 들어 올린 서찰의 내용.
정말 그 안에는 천무진을 데리고 적화신루의 거점으로 와 달라는 것이 내용의 전부였다.
이해할 수 없는 서찰.
만약 이곳이 다른 장소였다면 십천야 쪽에서 뭔가 함정을 판 게 아닐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는 마교다.
그리고 적화신루의 거점 또한 마교 외성에 위치하고 있다.
소란 없이 죽이지 못한다면 빠른 시간 내에 마교 안쪽으로 상황이 알려진다는 의미다.
그리고 아쉽게도…… 천무진과 백아린은 제아무리 십천야라 할지언정 쉽사리 죽일 수 있는 자들이 아니었다.
아무리 대규모의 병력을 끌고 온다 한들 소란 없이 처리하는 건 불가능했다. 거기다가 이 서찰에는 자신들끼리 정해 놓은 비밀스러운 장치 또한 되어 있었다.
결코 외부의 누군가가 함정을 위해 보내온 서찰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여전히 천무진과 시선을 마주하고 있던 백아린이 물었다.
“어떻게 할래요?”
“……당신네 호출 아닌가?”
“네, 적어도 제가 보기엔 함정은 아니에요.”
“그럼 고민할 것도 없잖아?”
천무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령 함정이라고 할지라도 십천야가 걸어오는 싸움이라면 받아 주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백아린의 확신대로 적화신루에서 보내온 연락이 맞는다면 더더욱 피할 이유가 없었다.
천무진의 확신 어린 말에 백아린 또한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좋아요, 가죠.”
“그럼 우리 둘은 어떻게 할까요, 대장?”
한천이 급히 자신과 단엽을 가리키며 물었다.
굳이 콕 집어서 천무진만 데리고 와 달라고 했다. 그랬기에 무작정 따라나서기에는 다소 신경이 쓰였다.
백아린이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우선 나와 천 공자님만 불렀으니 둘이 가 보도록 할게. 대신 혹시 뭔가 벌어질 수도 있으니 둘은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어. 소란이 일어나거나 뭔가 의심스러운 모습들이 보이면 그때 움직이고.”
“알겠습니다.”
한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네 사람은 곧장 적화신루의 거점이 있는 마교 외성을 향해 움직였다.
정체 모를 급한 호출.
그것이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백아린은 우선 서찰의 내용대로 행동했다.
천무진과 단둘이서만 적화신루의 거점으로 들어섰고, 그 외에 단엽과 한천은 이곳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몸을 감춘 채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적화신루의 거점 안으로 들어서자 곧 익숙한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 거점을 책임지는 사내였다.
그가 서둘러 백아린에게로 달려왔다.
“오셨습니까, 사총관님.”
포권을 취하며 사내가 인사를 건넬 때였다. 백아린이 손에 들린 서찰을 들이밀며 물었다.
“이런 서찰이 날아왔는데 적화신루 쪽 연락 맞아요?”
“네, 맞습니다.”
서찰을 바라보며 그가 끄덕일 때였다.
백아린이 연달아 질문을 던졌다.
“대체 무슨 일인데 이런 서찰을 보낸 거죠? 평소랑 많이 다른 것 같은데…….”
“그것이 급히 두 분을 뵙고 싶다는 분이 계셔서요.”
대답을 들은 백아린이 표정을 확 구겼다.
그 손님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이라면 적어도 서찰에 짧게나마 언급을 했어야 옳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정말 다급한 정보고 양이 많아서 정리를 하기 어려워 이런 서찰을 보냈다고 하면 이해를 했겠지만, 누군가가 만나기를 청한다는 것 정도는 너무도 간단한 내용이지 않은가.
이 정도를 서찰에 적지 않고 자신에게 보내온 것에 대해 백아린은 당황을 금하기 어려웠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지부장님, 당황스럽네요. 그 같은 연락이라면 미리 만나고자 연락을 취해 온 쪽에 대한 언질이라도 주셔야…….”
그 순간.
“내 부탁이었으니 너무 노여워 말게.”
들려오는 나지막한 목소리.
그 목소리는 어둠 속에서 들려왔고, 상대의 모습은 아직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아린은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가볍게 울리는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강인함.
동시에 주변으로 은은하게 퍼져 나가는 정체 모를 그 누군가의 기운까지.
백아린은 당황했다.
‘……누구지 이건?’
이건 보통 무인이 뿜어낼 수 있는 수준의 기운이 아니었다. 백아린은 서둘러 옆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리고 그건 옆에 자리하고 있던 천무진도 마찬가지였다.
허나 천무진의 얼굴에 드러난 놀람은 백아린과는 다소 달라 보였다.
‘이 목소리는……!’
천무진이 놀란 듯 눈을 부릅뜨는 그 순간 어둠 속에서 한 명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대는 노인이었다.
하지만 노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두 눈에는 생기가 넘쳤고, 몸 또한 어떤 젊은이들과 비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건장해 보였다.
한눈에 봐도 너무나 특별한 인물.
그런데 백아린은 그가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어지간한 무림 명숙이라면 외향을 보는 것만으로 그 정체를 알아차렸을 그녀다. 거기다 저 정도로 특별한 기운을 풍겨 대는 인물이라면 더더욱 알았어야 했다.
백아린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르신은 누구…….”
그때였다.
옆에 자리하고 있던 천무진의 입이 열렸다.
“……사부.”
천무진의 그 한마디에 백아린은 놀란 듯 눈을 치켜떴다.
상대가 누군지 알아 버려서다.
천운백.
천룡성의 진짜 주인인 그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