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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왕-219화 (218/293)

219화. 진실의 조각들 ― 어떻게 아는 거지 (1)

천무진은 지금 이 상황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그토록 기다렸던 사부인 천운백이 스스로 이곳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천운백을 바라보는 천무진의 눈동자가 가볍게 떨렸다.

자신을 향해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저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속에서 수많은 감정들이 뒤엉켜 올라왔다.

사실 지금 삶만 놓고 본다면 사부인 천운백과 만나지 못한 건 고작 일 년 남짓의 시간이었다. 물론 그 일 년이라는 시간 또한 짧다고만 할 순 없었지만, 실제로 그와 마주한 건 천무진의 입장에서는 무려 십여 년 만의 일이었다.

사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조종을 당하는 와중에도 눈물을 쏟아 냈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던 천무진이다. 그만큼 사부는 천무진에게 특별한 사람이었고, 언제나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던 그리운 이였다.

평생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 여겼던 사람.

천무진에겐 아버지였고, 하나뿐인 가족이었던 사람.

멍하니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천무진을 향해 천운백이 웃으며 말했다.

“뭘 그리 멍하니 있는 게냐. 안 보는 동안 많이 컸구나.”

“……성장이 멈춘 게 언젠데 그런 소립니까.”

“하하, 그런가?”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말투에 천무진은 괜히 퉁명스레 말을 내뱉었다. 십여 년 만의 만남, 하지만 천운백은 천무진의 기억 그대로였다.

모습에서부터 말투까지 모든 것 하나하나가.

그 순간 가만히 서 있는 천무진을 향해 천운백이 다가왔다. 그가 손을 내밀어 천무진의 어깨에 올렸다.

그렇게 서로가 시선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천운백이 말을 내뱉었다.

“말대로 성장이 멈춘 게 한참 전일 터인데…… 왜인지 많이 자란 느낌이구나.”

뭔가 알 수 없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진 천운백은 그저 마주한 채로 웃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자리하고 있는 백아린은 그런 그들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천무진을 처음 봤을 때도 무척이나 놀랐지만, 이번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분이 천룡성의 주인…….’

천룡성의 주인이 뜻하는 바는 언제나 하나였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무인.

많은 사람들이 천하제일인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허나 그렇게 천하제일인에 관련하여 논할 때는 언제나 하나의 전제 조건이 붙는다.

천룡성의 무인을 제외하고.

그들이 포함된다면 애초에 천하제일인에 대한 논란 자체가 사라질 테니까. 그만큼 천룡성의 무인들은 압도적으로 강했다.

그런 천룡성의 진정한 주인인 천운백.

한마디로 지금 무림에서 가장 강한 사내라고 할 수 있었다.

백아린이 놀란 얼굴로 천운백을 바라보는 사이.

천무진이 슬쩍 주변을 둘러봤다.

사실 천운백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척이나 많았다. 그렇지만 이곳은 듣는 귀가 너무 많았다.

천무진이 옆에 있는 백아린에게 말을 걸었다.

“백아린, 하나 부탁이 있는데.”

“지금요?”

“응, 사부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주변 사람들을 모두 물러나게 해 줄 수 있겠어?”

천무진의 부탁에 백아린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답했다.

“반경 삼십여 장 이내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할게요. 아군이든 적군이든 모두요.”

“고마워.”

“천만에요.”

백아린은 천무진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의 이야기가 새어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도 잘 알았다.

그런 그녀였기에 천무진의 부탁을 듣자마자 곧바로 그에 맞는 대응책을 내놓은 것이다.

말을 끝낸 백아린은 곧장 옆에 자리하고 있는 이곳의 지부장에게 가볍게 눈짓을 했다. 서둘러 수하들을 이동시키라는 무언의 명령이었다.

그리고 그 눈짓의 의미를 알아차렸는지 적화신루의 지부장은 급히 바깥으로 나갔다. 근처에 있는 수하들을 외부로 이동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지부장이 나가자 백아린이 천운백을 향해 포권을 취하며 인사를 건넸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적화신루 사총관 백아린입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허허, 나도 반갑네. 아,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이곳의 지부장을 너무 나무라지 말게나. 그도 내 부탁이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서찰을 보낼 수밖에 없었을 테니 말이야. 내가 이곳 인근에 온 것이 새어 나가는 일은 원치 않거든.”

서찰에 급한 호출을 한 연유를 적지 않았던 부분을 재차 언급하며 천운백은 백아린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유가 있으시겠지요. 저도 그렇게 알고 넘어갈 생각입니다.”

“그리 받아들여 주니 고맙군그래.”

“아니에요. 그럼 저도 이만 물러나도록 하죠. 두 분이서 대화 나누세요.”

말을 끝낸 백아린은 슬쩍 천무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이내 시선을 마주친 두 사람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을 주고받는 두 사람의 모습을 확인한 천운백이 뜻 모를 미소를 입가에 지었다.

그 말을 끝으로 백아린은 더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렸고, 그대로 이 장소를 빠져나갔다. 순간적으로 인근에 있는 인기척들이 빠르게 바깥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이내 인근에서 모든 기척이 사라진 직후였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모양이구나.”

자신을 향한 천무진의 강렬한 시선에서 그런 생각을 읽어 냈는지 천운백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를 향해 천무진이 불만스러운 어투로 답했다.

“연락을 취하고 싶어서 곳곳에 흔적을 남겨 뒀는데 왜 이제야 오신 겁니까? 설마 그걸 못 보셨을 리도 없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제가 그렇게 무림에서 날뛰었는데 소식은 들으셨을 거 아닙니까?”

“허어. 처음부터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구나. 그럼 대답하기에 앞서 우선…….”

슬며시 말꼬리를 흐리던 천운백의 시선이 뒤편에 있는 장소로 향했다. 그곳에는 탁자와 의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천운백이 그쪽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야기는 우선 앉은 다음에 하자꾸나. 워낙 긴 여정을 다녀오느라 삭신이 쑤셔서.”

말과 함께 자신의 무릎을 손으로 두드려 대는 천운백의 모습에 천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안쪽에 자리한 곳에 마주 앉았다.

자리에 앉기 무섭게 천무진이 재차 말했다.

“제가 사부님을 찾는 걸 모르셨습니까?”

“그럴 리가. 그렇게 화려하게 곳곳에 족적을 남기고 있으니 못 보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겠더구나.”

“그런데 왜…….”

“그럴 이유가 있었다.”

“이유요?”

“그래. 하지만 아직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 주기 조금 어렵겠구나. 조금만 기다려다오. 때가 되면 내가 말을 해 주거나, 아니면 스스로 알게 될 테니까.”

결국 천운백은 천무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애매모호한 말로 답변을 돌리는 그의 모습을 천무진은 쉬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질문은 아니었기에 추후로 대답을 미루고자 하는 천운백의 의사를 받아들였다.

천무진은 잠시 숨을 다듬었다.

지금부터 시작할 이야기들.

이게 바로 천무진에게 중요한 것들이었다.

천무진이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부님한테 드릴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전…… 한 번 죽었습니다.”

“……그래?”

천무진의 이야기는 누가 들어도 충격적일 말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꺼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담담해 보이는 천운백의 모습.

그걸 보며 천무진은 알 수 있었다.

또 한 번 얻게 된 이번 삶, 그것은 그저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건 천무진 또한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일이기도 했다.

십천야 쪽에서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천무진이 말했다.

“놀라지 않으시는군요.”

“그럴 수밖에. 두 번을 살아가는 건 다름 아닌 우리 천룡성의 힘이니까.”

“……역시군요.”

천운백이 정확한 상황을 이야기해 주려는 듯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에게는 두 개의 생명이 있다. 처음의 것이 바로 우리 본연의 목숨,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천룡의 삶이다. 그러니 지금 네가 살아가는 이 삶은 바로 천룡의 삶인 게지.”

천무진이 다시금 과거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

그것은 모두 천룡성이 지닌 힘 덕분이었다.

그제야 천무진은 자신이 어떻게 과거로 돌아올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돌아온 이후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계속해서 궁금증을 가져 왔다.

그리고 자신이 과거로 돌아온 사실을 십천야가 안다는 것에도 의문을 지녔었다. 허나 이제는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완벽하게 풀리지 않았다. 천룡성 무인이었던 자신조차 몰랐던 일이다.

그걸 대체 어떻게 십천야 쪽에서 알고 있었던 것일까?

천무진이 곧장 말했다.

“그럼 제가 지금 누구랑 싸우는지도 아십니까?”

“십천야겠지.”

“……대체 사부가 모르는 게 뭡니까? 그들에 대해 뭐 아시는 건 없습니까?”

“아쉽게도 그들에 대해서는 아마 나보다 네가 더 잘 아는 것 같은데. 십천야에 속한 이들 중 제법 많은 자들을 만나 본 걸로 알고 있거든.”

천운백은 특별히 아는 게 없다는 듯 간단하게 물음에 답했다.

천무진은 그 외에도 묻고 싶은 것이 몇 개 더 남아 있었다.

그랬기에 서둘러 말을 이어 가려고 할 때였다.

천운백이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네 얼굴을 보아하니 내게 할 이야기가 꽤나 남은 것 같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구나. 이곳에 온 김에 해야 할 일들이 조금 있어서 말이야.”

사실 천운백은 이곳에 오자마자 해결해야 할 몇몇 일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던 천무진을 보고 싶었고, 그랬기에 없는 시간을 쪼개 이토록 적화신루를 통해 만남을 주선했던 것이다.

덕분에 이렇게 만나긴 했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주어진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자리를 뜨려는 천운백의 모습에 천무진은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이대로 멀리 떠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는지 서둘러 말을 이었다.

“현재 저와 제 동료들이 마교 내에 있는 귀림원이라는 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사부님도 그곳에서 같이 지내시면…….”

“그러긴 어려울 것 같구나. 내성으로 들어간다면 내 존재가 드러날 테니까. 내가 너와 만났다는 사실이 십천야의 귀에 들어가지 않길 바라고 있거든.”

뭔가 생각이 있어 보이는 표정으로 천운백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적화신루를 통해 이토록 은밀하게 만난 것도, 마교 내성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판단도 모든 게 십천야와 관련되어 있었다.

천무진이 물었다.

“설마 이렇게 또 떠나실 생각은 아니시죠?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남았는데 이대로 가시면 안 됩니다.”

“허허, 녀석도. 걱정하지 말거라. 네 옆을 떠날 생각은 없으니. 난 의선에게 연락을 넣고, 그가 있는 곳에서 비밀리에 지낼 생각이다. 거리도 가까우니 나중에 둘의 시간이 맞을 때 다시 보면 될 일. 남은 이야기는 그때 풀자꾸나.”

말을 끝낸 천운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일으켜 세운 그가 여전히 앉은 채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천무진을 잠시 바라보다 이내 그의 허리춤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이내 웃는 얼굴로 말했다.

“네 허리에 있는 그 검이 천인혼이더냐? 소문으로만 들었던 무기인데 과연 칠신기라는 위명에 어울리는 물건이구나.”

“탐내도 안 드립니다.”

“쯧, 누굴 제자의 물건이나 노리는 파렴치한으로 보는 게냐. 하여튼 인정머리하고는. 네 녀석은 어찌 어릴 때부터 변한 게 없느냐. 애교라고는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칭찬으로 듣죠.”

“허어, 못 보는 사이에 뻔뻔함도 많이 늘었구나.”

“주변에 그런 녀석들이 좀 있어서요. 보고 배우는 게 그런 것밖에 없군요.”

단엽과 한천을 떠올리며 천무진이 대꾸했다.

그런 그의 장난 섞인 모습을 바라보던 천운백이 막 자리를 뜨려던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

“죽기 전 네 삶은 어떠했느냐.”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잠시 멈칫했던 천무진은 이내 짧게 자신의 삶을 표현했다.

“지옥이었죠.”

그들의 허수아비가 되어 시키는 것은 뭐든 했던 인생이다. 그러다가 결국 마지막에는 비참한 죽음까지 맞이했다.

최악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인생이었다.

그때 천운백이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그럼 지금은? 지금은 어떠하냐?”

질문의 의도를 알 수 없었지만 천무진은 솔직히 답했다.

“썩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건 왜 묻는 겁니까?”

“그냥 궁금해서. 새로운 네 삶이 어떤지가 말이야.”

말과 함께 천운백은 손을 뻗어 천무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고는 이내 어린아이를 대하듯 장난스럽게 말했다.

“며칠 동안 이 사부가 보고 싶어도 꾹 참거라. 곧 널 만나러 달려갈 테니.”

“이번에도 사라지시면 어떻게든 찾아낼 겁니다.”

“쉽지 않을 텐데?”

“마음먹으면 못 할 것도 없죠. 믿을 만한 정보통이 생겼으니까요.”

“후후, 아까 그 여인을 말하는 게로구나.”

자신을 적화신루의 사총관이라고 소개했던 백아린을 떠올리며 천운백은 나지막한 웃음을 흘렸다.

천무진의 어깨에 올렸던 손을 뗀 천운백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럼 며칠 후에 보자꾸나.”

이대로 보내고 싶지는 않았지만 천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자신이 아는 천운백은 거짓말을 하는 이가 아니었다. 며칠 후에 보자고 했으니, 어떻게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찾아올 것이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만남이었기 때문일까, 생각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탓에 묻지 못한 질문들이 많았다.

허나 이제 며칠이라는 시간이 생겼으니, 그동안 천천히 생각을 정리할 계획이었다.

그렇게 천무진을 뒤로 둔 채로 나온 천운백은 곧장 적화신루의 거점을 빠져나오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빠르게 움직이던 천운백의 눈에 입구 쪽에 자리하고 있던 백아린이 들어왔다.

그녀 또한 다가오는 천운백을 발견하고는 그를 향해 다가갔다.

“벌써 이야기가 끝나셨어요?”

“오늘은 일이 있어서 말일세. 간단한 인사만 나눴고, 자세한 이야기는 며칠 후에 다시 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물러갈 생각이네.”

“아…… 그럼 숙소는 어찌할 생각이신지요?”

“내 제자 녀석한테도 말했지만, 의선에게 신세 질 생각이니 신경 쓸 필요 없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있을게요.”

말을 끝마치고 포권을 취해 보이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천운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멀리서 자네의 활약을 잘 지켜봤네. 대단한 활약이더군.”

“과찬이세요.”

“과찬은 무슨. 그럼 나중에 봄세.”

말을 끝내고 옆에 서 있는 그녀를 스쳐 지나가던 천운백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제자를 구해 줘서 고맙네.”

“……!”

그 한마디에 백아린은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말을 끝마치고는 순식간에 사라진 천운백이라는 존재. 그렇지만 그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는 백아린의 표정은 심각했다.

그녀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중얼거렸다.

“설마 그 일을……?”

천무진을 구해 줬다고 한다면 적련화에게 조종당하기 시작한 그 상황을 막아 준 걸 뜻하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 일을 아는 이는 극소수였다.

백아린이 아는 한도 내에서 적련화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 아는 이는 자신과 한천, 단엽 이렇게 셋뿐이었다.

물론 일을 벌인 십천야 쪽까지 포함하면 아는 이들이 더 있겠지만 말이다.

허나 분명한 건 이 일은 적화신루에도 알리지 않은 부분이라는 것이었는데…….

방금 전 천무진과 짧지만 대화를 나눴고, 그때 이번 일에 대해 전해 들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천운백의 말투는 방금 막 전해 들은 이야기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정황상 이건 백아린 혼자만의 과한 억측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생각이 맞을 확률 또한 배제하지 않았다.

정말 자신의 예상이 맞는다면…….

그녀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어떻게 아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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