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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권마-111화 (1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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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화 4장. 불청객이 잔치에 재를 뿌리다(2)

“무슨 일인가?”

대전 안에 있던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소란에 놀라 밖으로 나왔다.

팽관영이 금마사자를 보고 소리쳤다.

“저자입니다. 저자가 저희를 습격한 자입니다.”

“으음!”

청허 진인이 침음성을 흘렸다.

금마사자의 뒤쪽에 있는 세 명의 복면인의 모습은 그에게도 익숙했기 때문이다.

무당파를 습격했던 무인들이 분명했다.

복면인 중 하나가 청허진인을 바라봤다.

“또 만났군. 말코.”

“무량수불. 그렇구려.”

청허 진인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설마 무당파와 팽가를 습격한 자들이 이곳에 나타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담장 밖에서 제자들의 신음성이 들려왔다. 또다시 이곳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것이다.

“그때는 경황이 없어서 이름도 물어보지 못했구려.”

“우리는 금마사자를 모시고 있는 삼염라(三閻羅)다. 그렇게 알고 있으면 된다.”

“으음!”

청허 진인이 침음성을 흘렸다.

자신과 격전을 치른 자가 설마 금마사자의 수하에 불과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감히 이곳이 어딘 줄 알고 기어 들어온 것이냐? 겁도 없구나.”

종남파의 장로 진도경이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그러자 금마사자가 어깨를 으쓱했다.

누가 봐도 비웃는 것임을 알 수 있는 행동이었다.

황금 면구 사이로 음성이 흘러나왔다.

“쥐새끼들이 모여 있다더니 과연 그렇군.”

금마사자의 목소리는 사이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몇몇 무인들은 심맥이 진탕됨을 느꼈다.

“마공(魔功)? 마교도가 분명하구나.”

점창파의 장로 유진상이 소리쳤다.

그는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이 금마사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몇몇 성질 급한 무인들이 그 뒤를 따라 금마사자와 삼염라들을 공격했다.

“멈추시오.”

청허 진인이 급히 그들을 만류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유진상의 검이 벼락처럼 뽑혀져 금마사자를 찔러 갔다. 그의 검엔 어느새 검기가 선명하게 맺혀 있었다.

유진상은 이 한 수로 금마사자를 도륙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하지만 그의 자신감은 금마사자의 몸에서 한 줄기 빛이 뿜어져 나오는 순간 경악으로 변했다.

쉬아악!

채찍처럼 긴 형태의 빛 무리.

“가, 강기?”

유진상뿐만 아니라 악양검문 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슈각!

강기가 유진상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후두둑!

검기가 어려 있던 검이 두 동강이 나고, 유진상의 상하체가 분리되었다. 몸에서 흘러나온 내장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유진상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다.

“…….”

순간 정적이 장내를 지배했다.

기로 강기를 만들어 내는 이기성강(以氣成罡)의 경지.

구대문파 내에서도 이기성강의 경지에 오른 자는 몇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강호 최고의 고수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금마사자가 악양검문에 모인 무인들을 조롱했다.

“쥐새끼가 아무리 발악해 봐야 결국은 쥐새끼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금마사자의 위용에 압도당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바로 명경이었다.

우웅!

명경은 몸 안의 내력이 들끓는 것을 느꼈다. 상대의 강력한 내공에 그의 내력이 반응하는 것이다.

‘싸우고 싶다. 저자에게 도전하고 싶다.’

강렬한 투쟁심이 그의 가슴 기저를 강렬하게 지배하고 있었다.

또 한 명은 바로 초연운이었다.

금마사자가 나타난 그 순간부터 초연운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진짜 마교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인가?’

그가 주먹을 힘껏 쥔 채 금마사자를 노려봤다.

그때 청허 진인이 금마사자를 향해 걸어갔다. 어느새 그의 몸에서는 막강한 기도가 발산되고 있었다.

그 역시 무당에서 내로라하는 고수. 극강의 무인이었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검이 들려 있었다.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왔는지 모르지만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요.”

그가 검으로 금마사자를 겨눴다. 삼염라보다는 금마사자를 제압해야 할 때라고 판단한 것이다.

청허 진인의 몸에서 해일 같은 기세가 일어나 금마사자를 향해 밀려갔다.

“기세가 제법이군. 말코.”

“당신을 상대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거요.”

“기대되는군. 제법 싸울 맛이 나겠어. 하지만 우리만 싸워서는 재미가 없겠지.”

“무슨?”

갑자기 금마사자가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그러자 담장 위로 검은 그림자들이 불쑥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손에는 낫과 쇠사슬이 연결된 기형의 병기가 들려 있었다. 철련겸(铁链鎌)이라는 기문 병기였다.

검은 무복에 검은 복면을 뒤집어쓴 인영들의 몸에서는 사이한 기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혈련귀(血練鬼)라고 하지. 열심히들 싸워 보라구.”

금마사자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청허 진인이 소리쳤다.

“모두 조심하라.”

그 순간 금마사자가 손으로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의 무인들을 가리켰다.

슈우우!

담 위에 서 있던 혈련귀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들의 손에 들린 무기가 시린 빛을 발했다.

“좋아!”

그 순간 명경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금마사자는 청허 진인의 몫. 그렇다면 곁에 있는 삼염라 중 한 명, 일염라를 노린다. 금마사자를 제외하면 그가 가장 강해 보였기 때문이다.

“사제!”

등 뒤에서 한소유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쩌어엉!

명경의 검이 일염라의 검과 부딪쳤다.

그것을 신호로 악양검문에 모여 있던 무인들과 혈련귀들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됐다.

“크억!”

“죽어라.”

곳곳에서 피가 튀고 비명성이 난무했다.

지옥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한소유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지옥도에 할 말을 잃었다.

설마 이런 광경을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이런 악몽 같은 풍경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화산파의 무인.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검을 뽑아 들었다.

“이야아!”

한소유가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초연운이 고개를 저었다.

“이 풍경엔 그 친구가 어울리는데.”

그는 유독 말이 없는 그 친구를 떠올렸다.

적이라면 누구보다 끔찍하겠지만, 같은 편이라면 무엇보다 든든한 남자를.

“할 수 없지.”

그 친구는 지금 이 자리에 없다.

그렇다면 자신이 직접 싸우는 수밖에.

초연운은 삼염라 중 한 명인 이염라에게 몸을 날렸다.

콰아앙!

악양 한가운데서 굉음과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불길이 어찌나 높이 치솟았던지 악양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었을 정도였다.

그들 중에는 담호와 방진보도 있었다.

“형?”

방진보가 담호를 올려다봤다.

그 순간 다시 폭음과 함께 시뻘건 불길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충천한 화광에 담호와 방진보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을 정도였다.

“형, 저기는…….”

방진보의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화광이 충천하는 곳은 바로 악양의 중심이었다. 그리고 악양의 중심엔 악양검문이 있었다.

그리고 악양검문에는…….

“소청.”

은소청이 있었다.

방진보가 담호의 손을 잡았다.

“형, 소청이 악양검문에 있어요.”

담호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진보가 은소청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방진보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자신에게도 소중한 사람이었다.

이 세상에서 담호에게 소중한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

담호가 서풍객잔을 나섰다. 방진보도 그 뒤를 따르려 했다.

“넌 여기서 기다리거라.”

“하지만…….”

“반드시 소청을 무사히 데려오겠다. 그러니까 너는 이곳에 있어라.”

“알……았어요.”

방진보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담호의 말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았다.

담호는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을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었다. 이번에도 약속을 했으니 반드시 지킬 것이다.

담호는 방진보를 남겨 두고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은 방진보는 잠시 멍하니 화광이 충천하는 악양검문을 바라봤다.

야공이 시뻘건 불길로 붉게 물들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피가 하늘에서 뚝뚝 떨어질 것처럼 붉게.

“소청은 무사히 돌아올 거야.”

담호가 약속했으니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방진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언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돌아오면 배가 고플 거야. 야식을 만들어야지. 소청이 뭘 좋아하더라?”

방진보가 화덕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

초연운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가 상대하는 이염라는 권(拳)을 쓰는 고수였다.

콰콰!

이염라가 주먹을 뻗을 때마다 우레 소리와 함께 강력한 권기가 덮쳐 왔다.

이염라는 내력의 수발이 자유로웠다. 주먹을 내지를 때는 권기를 쓰고, 물러설 때는 권기도 거뒀다. 그러면서도 초연운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분쇄했다.

무서울 정도로 효율적인 내공의 운용이었다.

쐐애액!

이염라의 권이 초연운의 머리를 박살 낼 듯 무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권에 실려 있는 힘이 범상치 않았다. 피할 방위마저 모조리 막힌 상태.

초연운이 양팔을 교차해 이염라의 주먹을 막았다.

콰앙!

“크윽!”

강렬한 충격과 함께 초연운의 몸이 주르륵 뒤로 밀렸다. 그의 발이 디딘 대지에 깊은 고랑이 패였다.

“큿!”

이염라의 입술을 비집고 나직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초연운은 그것이 비웃음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의 추측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이염라가 입을 열었다.

“백전문의 제자라더니 별것 아니군.”

백전문을 폄하하는 말에 초연이 머리를 긁었다.

“아! 열 받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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