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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권마-478화 (47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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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화 1장. 시대가 움직인다(3)

마침내 창천맹이 소화산을 떠나 순양으로 이동했다.

수많은 무인들이 크고 작은 짐을 등에 지고 이동하는 모습은 장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처절하게 보였다.

짐을 지고 이동하는 무인들의 표정은 결연했다.

처음 소화산을 내려왔을 때만 하더라도 무인들의 수는 겨우 삼천 명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순양으로 이동하는 내내 중원 각지에서 수많은 무인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눈덩이처럼 숫자가 불어났다.

오천, 육천, 그리고 순양에 도착할 때쯤에는 무려 일만 명에 달했다. 그들이야말로 중원의 마지막 희망이자 최후의 전력이었다. 만일 그들마저 마교에 스러진다면 중원엔 그 어떤 희망도 남지 않게 될 터였다.

그 사실을 알기에 그들의 얼굴엔 비장함이 가득했다. 말도 거의 없었고, 뒤처지는 자들도 없었다. 그렇게 사흘을 걷고 나서야 그들은 비로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

“정말 성이 있다니?”

목적지에 당도하는 순간 그간의 고생도 잊고 그들의 얼굴에 환희의 빛이 떠올랐다. 한눈에 보기에도 웅장하면서 견고해 보이는 성채가 세워져 있었던 것이다.

성채의 현판에는 ‘창천맹(蒼天盟)’이라는 세 글자가 웅혼한 필체로 쓰여 있었다.

산과 산 사이의 계곡을 막아 쌓은 성채는 상당히 교묘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어 미리 알고 오지 않았다면 절대로 알 수 없었다.

실제로 이만한 크기의 성채가 축조되고 있다면 강호에 소문이 났어야 했건만 이제까지 잠잠했던 것이 그 증거였다.

끼이익!

그때 성의 거대한 문이 열리고 사람들의 이목이 성문에 집중됐다. 수많은 이들의 시선이 모아진 가운데 일단의 사람들이 성안에서 걸어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먼 길을 오느라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맹주님.”

그들은 정중한 태도로 초연운과 창천맹의 무인들을 맞이했다.

순간 선두에 서 있던 초연운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고생 많았다, 소청.”

성문을 열고 나온 이들 중에 은소청이 있었다. 그녀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고생은 저보다 이분들이 더 하셨죠? 천웅상단의 단주님이신 용주천 대협과 상명상단의 단주님이신 마염운 대협이세요. 이분들이 도와주지 않으셨으면 이런 성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을 거예요.”

은소청이 소개한 두 사람은 모두 십대상단의 단주들이었다. 그들이 은소청과 손을 잡고 비밀리에 이곳에 성채를 축조한 주역들인 것이다.

초연운이 그들에게 포권을 취했다.

“두 분 대협의 노고에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 은혜 백번 죽어서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아닙니다, 초 맹주님. 오히려 저희가 너무 늦게 도움을 드려 그저 죄송할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미천한 상인들의 도움이나마 이렇게 기꺼이 받아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부디 이 성채가 중원의 정의를 지키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했으면 기쁘겠습니다.”

천웅상단과 상명상단 모두 천하 십대상단에 속하는 곳들이었다. 그만큼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었다. 두 상단의 주인들 역시 천하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엄청난 거부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천하에 소문난 구두쇠들이었다.

돈을 버는 데는 일가견이 있지만 쓰는 데는 무척이나 인색해서 단 한 푼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다고 소문나 있었다. 오죽하면 그들의 집에 들어간 돈이 밖으로 나오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고 알려졌을까?

은소청은 그들을 찾아가 지원을 요청했다. 제아무리 은가보가 천하에서 손에 꼽히는 부를 축적했다고 할지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거대한 성채를 축조하기에는 역량이 조금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은소청은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 힘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세간에 알려진 인식 자체가 워낙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들은 거액을 기꺼이 내놨다.

이유를 묻는 은소청에게 그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돈은 이럴 때 쓰라고 버는 것이다.”

“죽어서 가져가지도 못할 것 아껴서 뭐할까? 천하를 위해서라면 내 속옷이라도 기꺼이 벗어 줄 수 있단다.”

그들은 단순히 부를 쌓는 데만 집착하는 수전노가 아니었다. 힘들게 번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확고한 철학이 있었기에 기꺼이 상상할 수도 없는 거액을 내놓은 것이다.

그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창천맹의 성채는 예상보다 크고 단단하게 지어질 수 있었다. 비록 시간이 부족해 내부의 정비가 완비되진 않았지만, 최소한 무인들을 지켜 줄 성채만큼은 완성된 것이다.

초연운은 다시 한 번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죽어도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이 늙은이는 오히려 맹주님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렇게 난세에 기꺼이 나서 주셨으니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군자금은 염려하지 마시고, 맹주님은 마교도들과 싸우는 데 전념하십시오. 이 늙은이들이 비상금을 모조리 털어서라도 지원할 터이니.”

그들은 서로의 손을 굳게 맞잡았다.

“와아아! 최고다.”

“용 대협 만세, 마 대협 만세!”

그 순간 곳곳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무인들은 창천맹에 기꺼이 거액을 쾌척한 두 사람을 향해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용주천과 마염운의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혔다. 이제까지 사람들에게 천하에 다시없을 수전노라든지, 구두쇠와 같은 좋지 않은 소리만 듣다가 이런 함성을 들으니 감개가 무량한 것이다.

그들이 군웅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자,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미력하나마 강호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 나서 준 영웅들을 위해 이 늙은이들이 조그만 잔칫상을 마련했습니다.”

“술과 음식을 많이 준비했으니 양껏 드시고 힘내십시오.”

“와아아아!”

다시 한 번 열화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무인들은 앞을 다퉈 창천맹으로 입성했고, 두 사람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때 누군가 한쪽에 서 있던 은소청에게 다가왔다. 은소청의 얼굴에 반가운 빛이 떠올랐다.

“진보야!”

“고생 많았어.”

그녀에게 다가온 이는 바로 방진보였다. 방진보의 등장에 은소청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응!”

그녀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군웅들의 환성보다도 방진보의 따스한 말 한마디가 더 크게 느껴졌다.

환하게 웃던 은소청이 문득 한마디 했다.

“오라버니는?”

모두가 보이는데 단 한 명, 담호만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방진보가 미소를 지었다.

“형은 나중에 올 거야.”

“왜 같이하지 않고?”

“따로 할 일이 있다고 했어. 형 믿지?”

“믿어!”

“그럼 안심하고 기다려. 반드시 올 테니까.”

“응!”

그제야 은소청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떠올랐다.

창천맹 일만 명 무인보다 담호 한 사람이 더 든든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방진보가 은소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수고했어. 얼굴이 많이 핼쑥해졌네.”

“뭘!”

“가자.”

“응!”

은소청의 얼굴에 배시시 미소가 떠올랐다.

창천맹 무인들 전체의 감사 인사보다 방진보의 말 한마디가 더욱 그녀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손을 꽉 잡은 채 창천맹 안으로 들어갔다.

창천맹의 내부는 생각보다 초라했다. 성벽부터 급하게 축성을 하느라 내부에 신경을 덜 썼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충이나마 전각들이 형체를 갖추고 있어 비바람을 피할 수 있었다.

그간 소화산의 거친 환경에서 생활해 온 무인들은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마교를 상대할 만한 근거지가 생겼다는 것이지, 이런 외적인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누가 따로 인도해 주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자리를 잡았다. 지난 일 년 동안 함께 구르는 생활을 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새로이 합류한 무인들도 금세 분위기에 적응했다.

예전이라면 이런 형편없는 곳에서 머문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었고, 이젠 그들이 약자였다. 이런 척박한 거처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었다.

후두둑!

마치 무인들이 전각에 들어가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거센 빗줄기는 순식간에 시야를 뿌옇게 가렸다.

사람들은 말없이 비가 내리는 풍경을 바라봤다.

‘이 비가 마교를 쓸어버렸으면…….’

***

비는 소화산에도 거세게 쏟아졌다.

담호는 한동안 세상을 집어삼킬 듯 쏟아지는 비를 말없이 바라봤다. 모두가 떠난 소화산은 쏟아지는 비 때문에 더욱 을씨년스럽게 보였다.

텅 빈 연무장과 폐쇄된 철혈지옥수련관, 그 어느 곳에도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두 번 다시 소화산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곳에 다시 사람이 모일 정도라면 무림의 운명은 이미 끝이라고 봐야 했다. 그때쯤이면 모일 무인들도 없을 것이다.

담호가 검은 피풍의를 걸치고 방립을 썼다. 그리고 비가 쏟아지는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후두둑!

방립 위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담호는 비를 맞으며 연무장 가운데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흑귀가 달려왔다.

담호는 잠시 흑귀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등에 올라탔다.

“가자!”

흑귀가 크게 투레질을 하더니 이내 무서운 속도로 질주했다. 거세게 내리던 빗물이 담호와 흑귀의 몸에 부딪쳐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비가 내리는 산길에 말을 달린다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었다. 제아무리 노련한 승마술을 소유한 무인일지라도 이런 빗속에서 질주하는 것은 극히 위험했다. 더군다나 소화산처럼 거칠고 험한 산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담호와 흑귀는 인마일체(人馬一體)가 되어 거친 산비탈을 무서운 속도로 달려 나갔다. 그들의 미친 질주에 마치 바닷길이 열리는 것처럼 정면에서 거세게 몰아치던 비바람이 좌우로 갈라졌다.

순식간에 소화산을 내려온 흑귀는 쉴 새 없이 대지를 달렸다. 제아무리 명마라고 할지라도 한나절을 달리면 지쳐 녹초가 되기 마련이었지만 흑귀는 달랐다.

흑귀는 이제 최전성기에 들어서고 있었다. 지구력과 순발력이 여타 말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덕분에 하루를 꼬박 달리고도 흑귀는 쌩쌩했다. 하지만 날이 어두워져 더 이상 달릴 수가 없었다.

담호는 적당한 곳을 찾아 노숙을 했다. 하루 종일 내리던 비는 저녁이 되자 거짓말처럼 멈춰 있었고, 덕분에 담호는 따로 비를 피할 곳을 찾지 않아도 됐다.

그가 노숙을 하는 곳은 섬서성과 산서성의 접경 지역에 있는 제법 큰 야산이었다.

담호는 미리 준비한 육포를 묵묵히 씹었다. 그가 씹는 육포는 방진보가 창천맹으로 떠나기 전에 특별히 신경 써서 만들어 준 것이었다. 덕분에 따로 식사를 준비하는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담호는 육포를 꼭꼭 씹어 먹었다. 최대한 오래 씹어 소화되기 쉽게 만든 후에야 넘겼다. 그런 그의 모습은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구도(求道)를 하는 것 같았다.

육포를 모두 먹자 담호는 바로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조금이라도 체력을 비축하기 위함이었다.

비가 온 직후라 바닥에서 습기가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담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잠을 잤다.

담호의 호흡은 무척이나 깊고 길었다. 들숨과 날숨의 간격이 너무나 커서 구별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아예 숨을 쉬지 않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담호가 깬 것은 동이 트기 전 새벽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담호는 바로 흑귀에 타고 길을 떠났다. 그렇게 사흘간 노숙을 해 가며 도착한 곳은 산서성의 태곡(太谷)이라는 현이었다.

태곡은 산서성의 성도인 태원에서 불과 수백여 리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비록 태원에 비해 규모가 크진 않지만 그래도 유서가 깊은 도시였다.

태곡에 들어오자마자 담호가 찾아간 곳은 화려한 기루였다.

“어서 오세…….”

기루의 총관이 버선발로 달려오다 말고 주춤했다. 담호를 본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서, 설마 권마?”

이상한 말이지만 그는 담호를 본 순간 본능적으로 정체를 알아차렸다.

담호에겐 상대를 압도하고 겁박하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상대를 질리게 만들어 버리는 특유의 기질은 다른 무인들과 확실히 구별됐다.

그런 기질은 최근 들어 더욱 도드라졌고, 그 때문에 총관은 그를 보는 순간 권마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담호는 말없이 총관을 바라봤다. 가슴을 짓눌러 오는 무거운 눈빛에 총관은 자신의 추측이 사실임을 확신했다.

“아, 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가 말을 더듬는 순간이었다.

“총관은 물러나세요.”

뒤쪽에서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총관의 얼굴에 살았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났다.

“예! 루주님.”

총관을 뒤로하고 면사로 얼굴을 가린 신비한 분위기의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나비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담호에게 다가왔다.

여인이 면사를 걷으며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네요, 담 대협.”

담호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무례하게 느껴질 만한 모습이었지만 여인은 그런 담호를 탓하지 않았다. 담호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인은 바로 기예화였다. 하오문의 부문주인 그녀가 담호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기예화는 담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곳으로 담호를 부른 이가 바로 그녀였기 때문이다.

기예화가 총관에게 말했다.

“오늘 하루는 기루 문을 닫고 손님을 받지 마세요. 예약도 모두 취소하세요.”

“아, 알겠습니다.”

총관이 대답과 함께 급히 물러났다.

그의 어깨에 잔경련이 일어나고 있었다. 담호를 직접 본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만 남자 기예화는 담호를 자신의 거처로 데려갔다. 기예화의 거처는 기루 최상층에 위치해 있었다. 여인의 거처라기엔 내부의 풍경은 너무나 단출했다.

조그만 탁자를 사이에 둔 의자 두 개, 그리고 침상이 가구의 전부였다. 다만 방 안에서는 은은한 방향이 흘러나와 이곳이 여인의 방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고 있었다.

그녀의 거처에서는 태곡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여기 앉으세요.”

기예화가 담호에게 의자를 권했다. 담호가 자리에 앉자 그녀가 맞은편에 앉았다. 서로의 체향이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순간 기예화는 정신이 아찔해져 옴을 느꼈다.

너무나 강렬한 체취가 후각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마치 짐승의 날숨처럼 강렬한 호흡은 순식간에 그녀의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들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마치 커다란 짐승이 눈앞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담호는 그 어떤 위협적인 행동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의 모든 것이 기예화에겐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숨을 쉬는 것, 눈빛까지도 말이다.

‘그는 더 강해졌구나.’

겉으로 변화가 거의 없어 보였지만 기예화는 여인의 본능으로 알 수 있었다.

담호는 분명 더 무서워져 있었다.

이쯤 되니 그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그때 담호가 입을 열었다.

“알아보라고 한 것은?”

“물론 알아냈어요.”

그녀의 대답을 듣는 순간 담호의 눈빛이 일렁였다. 기예화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담호가 물었다.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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