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권마-482화 (482/500)

 482

482화 3장. 물러설 수 없는 전쟁에 모든 것을 건다(1)

대치가 꽤 길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쟁은 이틀 후 갑작스럽게 발발했다. 그것도 해가 중천에 뜬 정오에.

쿵!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경계를 서던 창천맹의 무인들은 헛소리를 들은 줄 알았다.

쿠웅!

하지만 다시 한 번 묵직한 소음이 울려 퍼지자 환청이 아님을 깨닫고 전방을 주시했다. 그런 그들의 눈에 대지를 새까맣게 뒤덮은 채 창천맹을 향해 걸어오는 마교의 무인들이 보였다.

그들이 들은 소음은 마교의 무인들이 행진을 하면서 나는 발소리였던 것이다. 워낙 많은 이들이 걷기에 발소리가 대지마저 울게 하고 있었다.

수가 얼마나 되는지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보이는 모든 곳이 새까맸다. 대지 이쪽에서 저쪽 평원까지 모두 마교의 무인들이 뒤덮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전략의 기본도 무시한 채 무질서한 모습으로 창천맹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건들거리는 걸음으로, 또 어떤 이들은 살기를 피워 올리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오와 열도 맞추지 않은 채 제멋대로 걷는 그들의 모습에선 그 어떤 전략이나 병법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야말로 무인들 개개인에게 완전한 자율권을 준 것이다.

워낙 압도적인 전력과 무력을 소유했기에 가능한 전법이었다. 그만큼 상한천은 마교의 전력을 믿었고, 사실이 그랬다.

상한천이 내린 명령은 단 하나였다.

“신교의 영광을 막는 창천맹을 모두 쓸어버려라.”

마교의 무인들은 마치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의 명령에 따라 전진했다.

그들은 마교의 진언을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이 몸을 태워 명존에게 바치니, 무상의 생으로 인도하소서. 이번 생에도, 다음 생에도 이 몸은 명존의 것일지어다. 죽음은 끝이 아닌 새로운 삶으로의 인도요 시작일지니, 내 모든 것을 바치고 또 태워 재가 되어도 신교를 위한 밀알이 되오리다.”

우우웅!

한두 명도 아니고, 대지를 새까맣게 뒤덮을 만큼 많은 수의 무인들이 한목소리로 똑같은 진언을 중얼거리자 대기마저 영향을 받아 웅웅거렸다.

그 모습을 본 창천맹의 무인들이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교 무인들이 발산하는 광기가 그들에게도 영향을 준 것이다.

제대로 싸우기도 전에 먼저 창천맹의 사기가 꺾였다. 저들이 외우는 진언에는 불문의 사자후와 같은 공능이 있어 심령을 사정없이 흔들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저들을 어떻게 당해?”

불과 반각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의를 불태우던 창천맹의 무인들이 서로의 눈치를 봤다. 그런 그들의 얼굴에선 전의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때였다.

“아미타불! 마귀가 창궐해 헛된 소리를 하더라도 내 마음만 굳건하면 그 어떤 흔들림도 없을지니. 내 마음이 바로 서면 천하가 바로 서고, 천하가 바로 서면 이 땅에 마도(魔道)가 발붙일 자리 따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갑자기 웅혼한 목소리가 들려와 창천맹 무인들의 혼미해져 가던 정신을 일깨웠다.

“아미타불!”

뒤이어 승려들의 사자후가 창천맹을 뒤흔들었다.

소천과 염라승들이 성벽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소림의 승려들이 한마음으로 터트린 사자후는 마교의 진언에서 창천맹의 무인들을 보호했다. 그제야 창천맹의 무인들은 심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소천과 염라승들을 필두로 성벽 위에 창천맹의 수뇌부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초연운이 마치 개미처럼 무리를 지어 밀려오는 마교의 무인들을 바라보며 입술을 질겅 깨물었다. 이미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적들의 수가 월등히 많았기 때문이다.

“후우!”

초연운이 잠시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그러자 약간은 위축되었던 정신이 다시 본래의 명석함을 되찾았다.

그가 좌우를 둘러봤다.

방진보, 해소월, 청운, 소천, 십칠 인의 결사대, 해남파의 무인들, 청성파와 아미파의 무인들, 그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무인들이 성벽에 도열해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모두 더할 수 없이 굳어 있었다. 그들 역시 강호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고 자부했지만, 이 정도의 대 병력이 동원된 싸움은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대지를 새까맣게 뒤덮은 채 천천히 걸어오는 적들의 모습은 끔찍하다 못해 두렵기까지 했다. 거기에 한목소리로 진언까지 외우는 모습은 공포심을 배가시키기 충분했다.

그나마 소천과 염라승들이 사자후를 펼쳐 그들의 진언을 상쇄했기에 전의가 더 이상 꺾이지 않을 수 있었다.

다시 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선두에 서서 걸어오는 삼대군장, 칠대마인들이 보였다. 그들의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막강한 기세가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었다.

오죽하면 오랜 시간 남부의 패자로 군림해 온 해남파의 장문인인 능천월조차 굳은 표정을 풀지 못하고 있을까. 그도 이런 식의 전쟁은 처음이었다. 아니, 이전에는 상상조차 한 적이 없었다.

몸이 살짝 굳고 등줄기가 뻣뻣해져 왔다. 몸이 먼저 긴장을 하는 것이다.

‘오늘 정말 목숨을 걸어야겠구나.’

능천월이 그렇게 침음성을 흘릴 때였다.

“하하하하!”

갑자기 초연운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내공이 실린 그의 웃음은 창천맹 창공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처음엔 모두 그가 미친 걸로 알았다. 모두를 이끌어야 할 창천맹의 맹주가 느닷없이 앙천광소를 터트렸으니까. 하지만 그의 웃음이 계속될수록 무인들은 묘하게 가슴이 후련해짐을 느꼈다.

모두의 시선이 절로 초연운에게 모아졌다.

그 순간 초연운이 웃음을 뚝 멈추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징그럽게도 많구나. 공전절후(空前絶後), 아마 이와 같은 엄청난 규모의 싸움은 강호에서 두 번 다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알겠는가? 강호사에 다시없을 대전이다. 오늘의 대전은 강호사에 기록되어 영원토록 후대에 전해질 것이다. 이 얼마나 가슴이 떨리는 일인가? 나는 오늘 가장 앞에서 저들과 싸울 것이다. 그러다 죽을지라도 강호사의 가장 첫 번째 장을 장식하게 되겠지.”

초연운의 음성은 묘하게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고동침을 느꼈다.

강호라는 세계를 살아가는 무인들에게 강호사에 기록된다는 것만큼 가슴 떨리는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늘 이후 이런 대전이 또 존재하겠는가? 차후 저렇게 개미처럼 몰려오는 적들을 맞아 싸울 기회가 있겠는가? 오늘밖에 없다. 오늘의 대전 이후 후대 그 누구도 이와 같은 싸움을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쿠우우!

초연운의 전신에서 막강한 기세가 피어올랐다.

그의 기세에 곁에 있던 ‘창천맹’이란 글이 적힌 커다란 깃발이 미친 듯이 휘날렸다.

초연운이 창천맹 깃발을 뽑아 들었다. 사람 키의 몇 배나 되는 커다란 깃발을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은 천장처럼 위맹해 보였다.

쉬아악!

초연운이 들고 있던 깃발을 개미처럼 밀려오는 마교의 무인들 한가운데를 향해 힘껏 던졌다.

콰앙!

거대한 깃발이 적진 한가운데 깊숙이 꽂혀 힘차게 휘날렸다.

창천맹(蒼天盟).

그 세 글자가 사람들의 가슴을 뒤흔들었다.

초연운이 성벽을 뛰어내리며 소리쳤다.

“오늘 나는 무림의 역사가 될 것이다.”

그러곤 곧장 이쪽을 향해 밀려오는 마교의 무인들을 향해 달려갔다. 홀로 적진을 향해 치닫는 그의 뒷모습에 창천맹 무인들이 흥분했다.

제일 먼저 그의 뒤를 따른 이는 바로 소천이었다.

“아미타불! 소승도 강호의 역사가 되겠습니다.”

“으하하! 맹주가 내 가슴에 불을 싸질렀구나. 좋다! 어디 나도 강호사에 이름을 올려 보자꾸나.”

“맹주의 옆자리는 내가 차지하겠다.”

십칠 인의 결사대가 그 뒤를 따랐다.

그것은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마치 방죽이 무너진 것처럼 성벽 위에 서 있던 무인들이 일제히 뛰어내려 초연운을 따랐다.

“와아아아!”

“마교 놈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자.”

“우리에겐 맹주가 있다.”

그들의 함성에 천지가 뒤흔들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해남파의 문주 능천월이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검을 빼 들었다.

“저 젊은 맹주가 이 늙은이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구나. 소월, 네가 왜 해남파로 돌아오지 않고 이곳에 머물렀는지 알 것 같구나.”

“사부님!”

“가자! 우리도 강호사에 이름을 한번 올려 보자꾸나.”

“예!”

해소월이 힘껏 대답했다.

능천월과 해소월이 거의 동시에 성벽을 뛰어내렸다. 그 뒤를 해남파의 무인들이 따랐다.

애당초 무인들 간의 싸움에 높다란 성벽 따윈 영역을 구별하는 담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창천맹과 마교의 토성 사이에 놓인 거대한 평원이 곧 전장이었다. 물경 수만이 넘을 무인들이 거대한 평원에서 격돌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엄청난 양의 흙먼지가 피어올라 해를 가렸고, 그 속에서 무인들의 처절한 비명성과 고함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

“죽엇!”

누군가 악다구니를 써 대며 검을 휘둘렀고, 눈에 독기가 가득한 무인이 이를 악물며 그의 검을 막아 냈다.

불똥이 튀고 누군가의 몸에서 피가 튀었다. 점점이 뿌려진 피는 근처에서 싸우고 있던 무인의 몸에 묻었다. 무인은 그런 사실도 알지 못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도를 휘둘렀다.

후웅!

강력한 도풍이 휘몰아치고 또다시 누군가 목숨을 잃었다.

몸 안에서 치달은 열기가 발산되며 비 오듯 쏟아지던 땀방울을 순식간에 말려 버렸다.

“허억! 허억!”

본격적인 싸움을 개시한지 겨우 반각도 지나지 않았는데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그렇다고 잠시 멈춰서 휴식을 취할 수도 없었다.

수만 명의 무인들이 한데 뒤엉켜 싸우는 난전이었다. 피아를 구별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바로 옆에서 싸우던 이들 중 누군가 이길지도 예상할 수 없었다. 그나마 아군이 이긴다면 조금이라도 쉴 수 있겠지만, 적이 승리한다면 그대로 자신의 목숨을 빼앗으려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수백 명의 무인들이 쓸려 나갔다. 상대의 격을 미처 읽지 못해 죽은 자가 부지기수였다.

마교의 내원 중 하나인 운룡전의 전주인 은두광에게 덤벼들었다가 죽은 이들이 대표적이었다. 은두광은 겉보기엔 평범하게 생겼다.

외모만 보고서는 도저히 천 명이나 되는 절정의 고수들을 이끄는 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 때문에 그를 목표로 삼고 덤벼든 창천맹의 무인들이 특히 많았다. 하지만 그 대가는 참혹한 죽음이었다.

후두둑!

사방으로 피가 튀며 창천맹의 무인 십여 명이 육편으로 화해 사방으로 쏟아졌다. 그 참혹한 모습에 주위에 있던 무인들이 주춤했다. 그제야 상대의 격이 다름을 인지한 것이다.

“으으!”

“어떻게 저런 자에게 대적하라고? 난 못 해. 못 한다고.”

창천맹의 무인들이 진저리를 치며 뒤로 물러났다. 은두광이 그런 무인들을 보며 차가운 미소를 피워 올렸다.

“흐흐! 올 때는 마음대로 올 수 있지만, 갈 때는 목숨을 내놓아야만 갈 수 있단다.”

은두광의 가공할 살기가 그물처럼 퍼져 나가 창천맹 무인들의 몸을 옴짝달싹 못하게 옥죄었다.

“모두 뒈져랏! 창천맹의 잡졸들이여.”

쐐애액!

은두광이 창천맹의 무인들을 향해 커다란 참마도를 휘둘렀다. 그는 창천맹의 무인들 모가지를 모조리 따 버릴 작정이었다.

그때였다.

“아미타불!”

웅혼한 목소리와 함께 강렬한 장력이 은두광과 창천맹 무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콰아앙!

참마도와 장력이 격중 하면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웬 놈이냐?”

은두광의 눈썹이 하늘로 치켜 올라가며 방해자를 찾았다. 그런 그의 앞에 붉은색 가사를 걸친 승려가 홀연히 나타났다. 은두광은 승려의 정체를 단숨에 알아차렸다.

“소천! 겨우 살아남았으면 숨어서 겨우 명맥이나 이어 나갈 것이지, 예가 어디라고 기어 나온 것이냐?”

“마교가 멀쩡한데 소승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소. 오늘 연 살계 때문에 지옥불에 떨어져 억겁의 고통을 받는다고 해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오.”

“흐흐! 그래 봤자 멸망한 문파의 잔재에 불과할 뿐.”

팟!

은두광이 대지를 박차며 참마도를 휘둘렀다.

거대한 참마도가 순식간에 소천의 코앞까지 날아왔다. 일반적인 무인이라면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당했겠지만 소천은 달랐다.

쩌엉!

그의 일장에 거대한 참마도가 뒤로 튕겨 나갔다. 이어 소천의 눈부신 반격이 시작됐다.

두 사람의 격돌을 신호로 염라승들과 운룡전의 마인들이 격돌했다.

“아미타불! 마인들을 모두 지옥으로 보내라.”

“감히! 땡중들 따위가 어디서 설치는 것이냐?”

콰아앙!

선장과 도나 검 따위의 날붙이가 격돌하면서 불똥이 사방으로 튀었다.

소림사의 승려들이 제때 개입하면서 창천맹의 무인들은 잠시 숨을 돌릴 여유를 얻었다. 하지만 누구 한 명 앉아서 쉬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잠시 숨을 돌리자마자 자신들의 격에 맞는 상대를 찾아서 전장에 뛰어들었다.

물러서면 모든 것을 잃는 혹독한 싸움이었다. 밀리면 죽음과 멸망밖에 남지 않기에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능천월이 이끄는 해남파의 무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해남도에 갇혀 있었던 울분을 풀기라도 하듯이 그들은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검공을 펼쳤다.

덕분에 해소월은 해남파의 무인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전장을 누볐다.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이는 삼대군장 중 하나인 혈륜마녀 요사란이었다.

요사란의 등장에 해소월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삼대군장의 명성은 해소월도 익히 알고 있었다. 흑백사자나 호교원의 늙은 괴물들을 제외하면 마교의 실질적인 최고수가 바로 삼대군장이었다.

마교의 최고수라는 것은 강호 전체를 통틀어서도 최고라는 뜻과 다르지 않았다. 예전이었다면 감히 해소월이 고개를 들고 바라볼 엄두를 내지 못했을 터였다. 하지만 고된 시련을 겪으면서 해소월 또한 엄청난 성장을 했다.

안전한 수련실에서 한가하게 닦은 무공이 아니었다. 수많은 실전을 겪으면서 몸으로 체득한 무공이었다. 덕분에 그녀의 검은 이제 일가를 이루고 있었다.

“후우!”

해소월은 호흡을 고르며 차분히 요사란을 바라봤다. 그런 해소월이 의외였는지 요사란이 눈을 빛냈다.

“강호의 후배들 중 해중화가 최고의 여검객이라더니 그 소문이 사실인 것 같구나.”

“과찬입니다. 요 군장님.”

“우리가 한가하게 이야기를 나눌 사이는 아니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후배.”

“물론이에요.”

해소월이 검을 들어 요사란을 겨눴다.

상대가 마교의 군장 중 한 명이라고 해서 위축될 이유가 없었다. 해소월은 자신을 믿었다.

카카캉!

두 사람의 싸움이 어찌나 흉험한지 일대에 있던 무인들이 급히 뒤로 물러나며 공백이 생겼다.

공백 속에서 두 사람은 마음껏 무위를 발휘했다.

‘좋아!’

요사란을 상대로 선전하는 해소월을 흘깃 바라보며 초연운이 주먹을 꽉 쥐었다.

언뜻 본 거지만 해소월이 쉽게 밀릴 것 같지 않았다. 요사란과 같은 절대고수를 상대로 그 정도면 굉장한 선전이었다. 해소월뿐만이 아니었다. 창천맹의 고수들은 마교의 고수들을 상대로 한 치도 밀리지 않고 팽팽하게 맞서 싸우고 있었다.

오늘은 겨우 서전에 불과했다.

이 싸움에서 밀리는 순간 영원히 꺾인 기세를 회복할 수 없게 된다.

밀리지 않고 버티는 것이 중요했다.

‘반드시 버티겠다.’

초연운은 이를 꽉 물었다.

그는 한 마리 창룡이 되어 위세를 떨쳤다.

그날의 대전으로 수많은 이들이 죽었다.

창천맹과 마교 합쳐 수천 명의 사상자가 났다. 죽은 이들의 시체가 산을 이루고, 그들이 흘린 피가 강이 되어 흘렀다.

대지는 붉게 물들었고, 까마귀는 때아닌 만찬에 노래를 불렀다. 혈향은 바람을 타고 천하 곳곳으로 퍼져 나갔고,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결국 그날 창천맹은 마교의 일차 침공을 막아 냈다.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던 마교도 생각보다 많은 사상자가 나오자 결국은 병력을 일시적으로 후퇴시키고 전력을 다시 정비했다.

창천맹에서는 일시 휴전을 제의하고, 평원에 널린 시신을 수습할 것을 제의했지만 마교는 단번에 거절했다. 결국 평원의 시신들은 짐승의 밥이 된 채 썩어 갔다.

그 목불인견의 참상에 창천맹의 수많은 무인들이 목 놓아 울었다.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는 자들은 모두 그들의 사형제였고, 지인들이었기 때문이다.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마교 놈들과는 절대 같은 하늘 아래 숨 쉬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죽든, 놈들이 죽든 끝까지 간다.”

그들은 이빨을 뿌득 갈며 마교를 향한 원한을 불태웠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