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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권마-485화 (48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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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화 4장. 영웅들의 시대가 도래하다(1)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창천맹의 높다란 성벽엔 수많은 흠집과 상처가 생겨나 있었다. 마치 거대한 거인이 손톱으로 긁은 것처럼 처참한 모습이었다.

“휴우!”

높다란 성벽 위에 앉아 있던 초연운이 나직이 한숨을 토해 냈다. 그런 그의 모습은 만신창이나 다름없었다. 입고 있는 옷은 걸레쪽처럼 헤져 있었고, 곳곳이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격전의 흔적이었다.

그래도 세 번째 격돌까지는 어찌어찌 버텼다. 하지만 네 번째 격돌에서는 마교의 물량 공세에 아찔한 상황까지 몰렸다. 다행히 묵지광이라는 고수가 갑자기 나타나 도움을 주었기에 적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묵지광은 용천곡(溶川谷)이라는 신비문파의 곡주였다. 혈족으로만 이뤄진 용천곡 무인들의 무위는 강호의 대문파 못지않았다. 특히 곡주인 묵지광의 무위는 실로 대단해서 위기에 처했던 창천맹에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숨 돌릴 사이도 없이 다시 마교의 다섯 번째 총공격이 시작됐고, 창천맹은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다. 밀리고, 밀려 성벽까지 밀렸다.

초연운이 앉아 있는 성벽에 남은 흔적들은 모두 다섯 번째 격돌 때 생긴 것들이었다. 창천맹의 많은 무인들이 다섯 번째 격돌에서 목숨을 잃었다.

적들이 성벽을 넘는 순간 창천맹은 끝이었다. 그 사실을 알기에 창천맹의 무인들은 정말 목숨을 버려 가며 처절하게 버텼다.

그때 나타난 구원자가 바로 무당파였다. 일 년 전 비참하게 봉문을 했던 그들이 남은 전력을 추슬러서 달려온 것이다. 무당파 역시 마교에 씻을 수 없는 원한을 갖고 있기에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결국 마교는 이번에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창천맹의 그 누구도 기뻐하지 않았다. 지난 다섯 번의 격돌을 통해 너무나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평원에는 수습하지 못한 동료들의 시신이 작은 동산을 이룬 채 썩어가고 있었다. 시신이 썩으면서 내는 시취가 사람들의 코를 찌르고 있었다.

초연운은 성벽에 앉아 그 모든 광경을 눈에 담았다. 그런 그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슬퍼 보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을 수밖에 없는 전쟁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슬펐다. 하지만 그에겐 슬퍼할 시간적인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마교와의 다음 격돌을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곧 놈들이 다시 공격해 올 거야.’

초연운은 다음 격돌에서 승패가 갈릴 거라고 생각했다.

이미 다섯 번의 격돌을 통해 서로의 허실을 명확히 파악했다. 창천맹엔 경험이 많은 무인들이 부족했고, 마교에선 하급 무사들의 희생이 너무 컸다.

제아무리 하급 무사들을 소모품 취급한다고 하지만, 이렇게 대책 없이 희생이 커졌다가는 마교 내에 자중지란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실제로 마교 내에서 불화가 일어났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소문이 사실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다음 격돌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다.’

창천맹이나 마교 모두 이 이상 길게 전쟁을 끌고 갈 수 없었다. 특히 마교 입장에서는 이 이상 전쟁이 길어지면 중원 전체를 장악하는 데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최대한 빨리 창천맹과의 전쟁을 끝내야 했다.

저 멀리 보이는 토성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저들의 기운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전력을 총집결시키고 있다는 증거였다.

일반적인 무인들이야 아무리 봐도 알 수 없었지만, 초연운 정도의 경지에 오르면 저들의 기운만 봐도 분위기와 의도를 읽을 수 있기 마련이었다.

“곧 시작하겠군.”

초연운이 성벽에서 일어나며 뒤를 돌아봤다.

창천맹 내부가 환히 보였다. 수많은 무인들이 바닥에 앉은 채 무기를 손질하거나,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비록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들의 눈빛은 아직도 형형했다.

그들에겐 다섯 번이나 마교의 침공을 물리쳤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덕분에 몸은 만신창이였지만 사기는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초연운의 시야에 무인들 사이를 누비는 여인이 보였다. 바로 신의 종리연이었다. 그녀는 소동 몇 명을 데리고 상처를 입은 무인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그녀 덕분에 어지간한 상처는 금방 나았다. 덕분에 무인들 사이에선 종리연을 향한 칭송이 자자했다.

종리연뿐만이 아니었다. 한쪽에서는 방진보가 무인들을 위한 특별식을 만들고 있었다. 방진보가 만든 음식은 특히 원기회복에 좋아서 지치고 상처 입은 육신에 활력을 북돋았다.

두 사람이 창천맹에 끼치는 영향은 어지간한 절대고수들보다 훨씬 컸다. 어린아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초연운 입장에선 그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똘똘 뭉쳐 있었다. 그들이 있기에 초연운은 오늘도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때였다.

둥! 둥! 둥!

갑자기 커다란 북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초연운뿐만 아니라 창천맹 무인들 전체의 눈빛이 변했다. 북소리는 마교의 총공세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움직여!”

“또 놈들이 쳐들어온다.”

“서둘러!”

무인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성벽 위로 올라왔다. 건물 내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무인들 역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경공을 펼쳐 성벽 위로 올라왔다.

“으음!”

성벽 위에서 토성을 보는 순간 무인들의 안색이 침중하게 굳었다. 평원을 새까맣게 뒤덮은 채 마교의 전력이 창천맹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그들의 행렬이 무척이나 질서 정연하다는 것이었다.

커다란 깃발과 북을 이용해 신호를 주고받는 것이 철저하게 병법에 따라 운용되는 것이 분명했다.

“드디어 상한천이 움직였군.”

초연운이 중얼거렸다.

저렇게 수많은 대군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하는 것은 상한천 정도의 노련한 군사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했다.

상한천이 직접 전장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마교가 이번 싸움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초연운의 곁으로 해소월이 다가와 섰다. 그녀의 전신에도 크고 작은 상처가 가득했다.

첫 번째 격돌에서 요사란을 상대했던 해소월이었다. 그녀들의 싸움은 무승부로 돌아갔고, 이 싸움으로 인해 해소월은 불같은 명성을 얻었다.

상대는 마교의 최고수 중 한 명이었다. 누가 봐도 그녀가 불리한 싸움이었다. 그런데도 열세를 극복하고 대등하게 싸웠다는 사실 자체가 무인들에게 큰 감동을 준 것이다.

그 후로도 그녀는 눈부신 전공을 세웠다. 난세는 그녀를 영웅으로 만들었고, 이젠 누구도 그녀를 후기지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당당한 강호의 최고수 중 한 명이었다. 때문에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엔 선망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해소월이 입을 열었다.

“이번이 최후의 전쟁이군요.”

“겁납니까?”

“겁나요. 이 싸움에서 지면 더 이상 강호엔 그 어떤 희망도 없을 테니까요.”

“우린 반드시 이길 겁니다. 이길 수 있어요.”

초연운이 확신을 담아 대답했다.

해소월이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그들이 과연 약속을 지킬까요?”

“그러길 빌어야죠. 지금으로서는 그 수밖에 없으니까요.”

“휴! 천운이 함께하길 빌어야겠군요.”

“하늘도 우리를 도울 겁니다.”

초연운의 확신 어린 대답에 해소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초연운은 창천맹이라는 거대한 세력의 맹주다운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지난 다섯 번의 격돌에서 초연운은 맹주로서의 위엄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또한 성장했다. 이제 창천맹의 그 누구도 초연운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것은 해소월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그들의 곁으로 창천맹의 수뇌부들이 모여 들었다. 그들은 눈빛을 주고받으며 말없이 서로를 격려했다.

수차례의 생사를 오가는 싸움을 함께 하면서 그들 사이엔 우정보다 단단한 신뢰가 쌓였다. 그들은 서로를 굳게 믿었다.

초연운이 그 정점에 있다.

그가 외쳤다.

“자, 최후의 싸움입니다. 강호의 운명이 이 한 번의 싸움에 달려 있습니다. 그럼 모두 살아서 다시 만납시다.”

“하하하! 다시 봅시다, 맹주.”

“아미타불!”

“모두 살아서 다시 봅시다.”

수뇌부들이 모두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

살아서 다시 만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들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원했다. 살아서 승리를 만끽할 수 있기를.

제일 먼저 성벽을 뛰어내린 이는 역시 초연운이었다. 그런 그의 뒤로 백여 명의 무인들이 따라붙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맹주 호위대라고 불렀다.

첫날부터 최전선에 서서 마교와 맞서 싸운 초연운의 모습에 감동을 받은 무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호위대를 만든 것이다. 그들은 초연운의 수족을 자처하며 그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나섰다.

초연운과 호위대는 마교의 전력이 가장 집중된 중앙을 향해 달려갔다.

초연운은 언제나 그랬다. 가장 위험한 곳으로 제일 먼저 달려가 온몸을 내던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해소월이 마교의 좌측으로 몸을 날렸다. 초연운이 가장 위험한 곳을 맡았으니, 다음으로 위험한 곳은 그녀 차지였다.

해소월의 뒤를 해남파의 제자들이 따랐다. 문주인 능천월이 아직 건재했지만 제자들은 해소월을 따랐다. 문주인 능천월이 그렇게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대신 능천월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마교의 고수들을 척살했다.

그들의 뒤를 이어 소천이 이끄는 염라승들이 움직였고, 뒤늦게 창천맹에 합류한 무인들도 정해진 경로로 움직였다.

촤아앙!

창천맹과 마교가 격돌했다.

그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서로에게 부딪쳐 갔다.

“역시 예상대로군.”

전장을 바라보는 상한천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그의 손에는 자청황흑녹(紫靑黃黑綠) 색의 조그만 깃발 다섯 개가 들려 있었다.

길게 늘어선 전선 전체에서 창천맹과 마교가 격돌하고 있었다.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퍼붓고 있음에도 마교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창천맹의 저항이 거세기 때문이다.

이전의 무림맹이나 태산북두라는 소림사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했다. 창천맹이 상대하기 훨씬 까다로운 상대였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다.”

상한천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어렸다.

모르는 사람들은 지난 다섯 번의 공략이 실패로 돌아간 것을 두고 상한천의 무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상한천의 계산에 들어 있는 일이었다.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지.”

그가 자색 깃발을 들었다. 그러자 그를 호위하고 있던 무인 중 한 명이 커다란 자색 깃발을 들고 흔들었다.

촤르륵!

순간 마교의 군진이 변했다. 선두에 있던 이들이 좌측으로 빠지고 그 자리를 뒤에 있던 이들이 메웠다. 그들의 움직임은 연쇄 반응을 불러왔고, 마교 군진 전체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천변만화(千變萬化)했다.

“뭐야? 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모두 조심해!”

“집중해.”

한창 적들을 상대하던 초연운과 호위대는 갑자기 상대가 바뀌자 일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다른 무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눈앞에서 마교 군진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상대하고 있던 무인들이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그 자리를 새로운 무인이 채웠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도 다섯 번의 싸움을 통해 임기응변이 늘었다. 그들은 금세 이성을 되찾고 차분히 대응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장애물이 그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제기랄!”

“시체들이…….”

창천맹의 무인들이 경호성을 토해 냈다.

평원 곳곳에 쌓여 있는 시산(屍山)이 그들의 움직임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마교의 무인들은 시체의 산을 절묘하게 이용했다.

“이게 무슨?”

“진법이다. 미친! 시신들을 이용한 진법이라니.”

뒤늦게 그것이 진법이란 사실을 깨달은 창천맹의 무인들이 치를 떨었다.

다섯 번의 격돌에 죽은 이들의 수만 수천 명이 넘었다. 그들의 시신은 작은 동산이 되어 평원 군데군데 쌓여 있었다. 이제까지는 그들의 시신을 수습해 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할 뿐, 거슬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 정도 규모의 싸움을 하다 보면 이렇게 시체의 산이 만들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누구도 시체의 산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교가 시체의 산을 매개체로 군진을 운용하니 그렇게 거추장스러울 수가 없었다.

오행천살진(五行天殺陣).

상한천이 운용하는 진법의 이름이었다.

지난 다섯 차례의 격돌에서 목숨을 이룬 수많은 이들의 시신을 장애물로 이용하는 극악한 진법이었다. 오행천살진을 펼치기 위해 상한천은 지난 다섯 차례의 격돌을 방관했다. 그리고 충분히 시신이 쌓이길 기다렸다.

그것도 모르고 정면 대결을 고집하며 전선을 방관한 상한천을 욕하는 자들이 있었다. 특히 마교 내부의 고위급 인사 중에 그런 이들이 있었다.

상한천은 그들의 비난을 묵묵히 감수했다. 결국은 자신과 마교가 최종 승리자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인륜을 저버린 냉혹한 심계였다.

“크아악!”

“마, 막아!”

창천맹의 무인들은 오행천살진의 무쌍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당황하지 말고 이쪽을 방비해.”

“움직이지 말고 앞만 경계해.”

그나마 대국을 읽을 줄 아는 무인들이 동료들을 다독였지만, 역부족이었다.

단단한 제방이 한꺼번에 무너지듯 이제까지 잘 버티던 창천맹의 무인들이 무너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모조리 죽여라!”

“와아아!”

마교의 무인들이 용기가 백배해 더욱 기세를 올렸다. 그들은 흉험한 기세를 발산하며 창천맹의 무인들을 닥치는 대로 죽였다.

“으음!”

“설마 이런 귀계를 꾸몄을 줄이야.”

오죽했으면 마교의 수뇌부들조차 상한천의 심모원려(深謀遠慮) 한 귀계에 치를 떨 정도였다.

그때였다.

“역시 군사군.”

묵직한 음성이 그들 뒤쪽에서 들려왔다. 목소리를 듣는 순간 수뇌부들은 온몸의 털이란 털이 모두 쭈뼛 일어서는 것을 느끼고 몸을 떨었다.

“교주님.”

“속하들이 교주님을 뵙습니다.”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마교의 교주인 척관혈이었다. 이제까지 침묵을 지키던 그가 드디어 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쿠콰콰!

척관혈이 단지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일대의 공기가 미친 듯이 요동쳤다. 마교의 수뇌부들조차 그의 숨 막히는 존재감에 숨을 죽일 정도였다.

척관혈이 광포하는 눈으로 전장을 바라봤다.

마교가 창천맹을 압도하고 있었다.

수많은 창천맹의 무인들이 허무하게 목숨을 잃고 있었다. 그렇다고 마교의 피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창천맹의 무인들은 죽기 직전까지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그 때문에 마교의 피해도 조금씩 늘고 있었다.

척관혈의 눈에도 죽어 가는 마교의 무인들이 보였다. 하지만 그는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희생이 불가피했다. 저들의 희생으로 마교의 천년 대업이 이뤄진다면 그 역시 기쁜 일일 터였다.

한참 전장을 지켜보던 척관혈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변수는?”

“아마 화산파나 종남파 정도일 겁니다.”

상한천이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아직도 참전하지 않았나?”

“예! 어디선가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겁니다.”

“흥! 쥐새끼들 같으니.”

“이미 예상하고 있으니 사실 변수랄 것도 없습니다. 그에 대한 만반의 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상한천의 대답에 척관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전신에서는 가공할 마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제까지 애써 억눌러두었던 광기가 전장을 보고 있자니 다시금 요동치는 것이다.

피가 들끓고 온몸이 근질거렸다.

이렇게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저 한가운데서 적들의 피를 마음껏 갈아 마시고 싶었다.

그런 척관혈을 보는 상한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제까지 척관혈을 전장에 들이지 않은 것은 바로 저 광포한 광기 때문이었다. 단운향 덕분에 광기가 많이 가라앉긴 했지만, 일단 저 광증이 발동하면 그 피해는 창천맹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유일한 변수란 화산파나 종남파가 아닌 바로 척관혈이었다.

그때였다.

“창천맹을 구원하라.”

“마교도들을 물리쳐라!”

창노한 음성과 함께 평원의 동쪽과 서쪽에서 일단의 무리들이 나타났다.

“드디어 나타났군.”

상한천의 시선이 그들을 향했다.

그의 눈에 검강을 날리는 젊은 도사가 들어왔다. 절대의 무위를 발휘하며 도사들을 이끌고 나타난 이는 바로 명경이었다.

그가 화산파의 도사들을 이끌고 동쪽에서 나타난 것이다. 서쪽에서 전장에 뛰어든 이들은 바로 종남파의 무인들이었다.

화산파와 종남파가 창천맹을 구원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다.

그들의 합류로 인해 전장이 다시 한 번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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