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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권마-487화 (48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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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화 4장. 영웅들의 시대가 도래하다(3)

백경검객(白鯨劍客) 오군의는 해남파의 장로였다. 장문인인 능천월의 사제였고, 해소월의 사숙이기도 한 지고한 신분이었다.

백경검객이라는 별호처럼 그의 검공은 고래처럼 장중했다. 그 때문에 해남파의 젊은 고수들 중 상당수가 그를 목표로 검을 단련할 정도였다.

그는 해남파의 제일 선두에 서서 마교의 무인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그의 검에 목숨을 잃은 마교 무인들의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의 검은 피로 물들어 붉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크악!”

그의 검에 또 한 명의 마교 무인이 목숨을 잃었다.

오군의가 숨을 돌릴 사이도 없이 다음 목표를 찾아 눈을 희번덕거릴 때였다.

콰아아!

갑자기 전방에서 소름이 끼칠 만큼 강렬한 기파가 느껴졌다.

“뭐야?”

상상을 초월하는 기파에 오군의가 대경실색하며 급히 공력을 끌어 올릴 때였다.

거대한 기파가 마치 해일처럼 그를 덮쳤다.

“크윽!”

오군의는 해남파의 비전검공을 펼쳐 자신을 덮친 기파를 베어 내려 했다.

쩌저적!

하지만 검이 채 반도 휘둘러지기 전에 균열이 가더니 폭죽이 터지듯 폭발했다. 뒤이어 거대한 충격과 검은 기운이 오군의를 덮쳤다.

콰아앙!

“크억!”

마치 산에서 굴러온 거대한 바위에 직격을 당한 것 같은 충격에 오군의가 입을 떡 벌렸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었다. 몸 전체가 거대한 바위 사이에 낀 것 같았다. 마치 몸이 터질 것 같은 압박감이 그의 전신을 짓눌렀다.

푸화학!

그 순간 오군의의 전신이 그대로 터져 나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미세한 먼지가 되어 터져 나가는 그의 모습은 끔찍하다 못해 공포스러웠다.

“사숙!”

“군의!”

해소월과 능천월이 동시에 소리쳤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오군의라는 인간이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난 후였다.

오군의 같은 수준의 고수가 반격 한 번 제대로 해 보지 못하고 먼지가 되어 부서지는 광경은 창천맹의 무인들은 물론이고 마교의 고수들까지 얼어붙게 만들기 충분했다.

오군의를 순식간에 가루로 만든 검은 기운의 주인은 바로 마교의 교주인 척관혈이었다.

“버러지 같은 것들이 감히…….”

그의 전신은 검은 기운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았다.

천포마공(天包魔功).

하늘마저 감쌀 수 있다는 천고의 마공이 펼쳐진 것이다. 실제로 척관혈의 마기는 하늘을 덮을 것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크아악!”

“흐억!”

그의 마기에 접촉한 이들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터져 나갔다. 그의 마기는 창천맹의 무인들은 물론이고, 마교의 무인들까지도 가루로 만들었다.

쿠콰가각!

하늘을 뒤덮은 광포한 마기가 회오리치며 일대를 초토화시켰다. 그 압도적인 위용에 창천맹의 무인들은 물론이고, 마교의 무인들까지 두려움에 진저리를 쳤다.

“멈춰랏!”

“챠앗!”

보다 못한 종남파의 장문인인 고일원과 무당파의 장로 한 명이 협공에 나섰다.

‘마교의 교주를 죽이고 이 전쟁을 끝낸다.’

‘그를 죽이면 내가 난세를 종식시킨 영웅이 되리라.’

검강이 어린 그들의 검은 공간을 가르며 척관혈을 향해 날아갔다. 혼신의 힘을 다했기에 그들의 검강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허망한 꿈을 꾸었는지 알게 됐다.

쩌저정!

검강이 덧씌워진 검이 척관혈의 몸에 닿기도 전에 부서져 나가더니, 검을 잡고 있는 팔과 어깨가 피 모래가 되어 흩어졌다.

‘무슨?’

그것이 그들이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떠올린 생각이었다. 더 이상의 사고는 이어지지 않았다.

푸화하학!

그들의 몸 전체가 순식간에 피 모래로 화했기 때문이다.

“아아!”

“이럴 수가!”

마신(魔神)의 현신이었다.

척관혈의 압도적인 위용과 존재감에 전장 전체에 정적이 찾아왔다. 한참 무기를 휘두르던 창천맹의 무인들도, 도주하던 마교의 무인들도 움직임을 멈추고 척관혈을 바라봤다.

그 순간 척관혈의 음성이 들려왔다.

“누가 너희들 뜻대로 도주하라고 했더냐? 너희들의 몸과 영혼의 주인인 내가 명령을 내리지 않았는데 너희들 마음대로 퇴각을 하다니.”

입으로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척관혈은 불문의 혜광심어와 같은 마령진음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자신의 뜻을 직접 전하고 있었다. 그것도 평원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무인들 전체에게 말이다.

평원에 있는 그 누구도 감히 상상한 적조차 없는 수준의 내공이었다.

머릿속에서 척관혈의 음성이 이어졌다.

“모두 죽여라! 너희들의 죽음으로 본교는 하늘 아래 우뚝 설 것이다. 그 정상에서 내가 영세토록 너희들의 삶과 죽음을 관장하리라.”

우우웅!

그것은 심어(心語)이자, 일종의 금제나 마찬가지였다.

마교의 무인들은 감히 척관혈의 명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척관혈의 꼭두각시 신세였다.

무공이 약한 자건, 강한 자건 구별이 없었다. 심지어는 칠대마인들조차도 척관혈의 심어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나마 삼대군장이나 호교원의 원주인 위강휘 정도만이 금제에서 살짝 빗겨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었다.

“미친!”

“대체 교주는…….”

이쯤 되자 삼대군장마저도 척관혈에게 공포를 느끼고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척관혈이 도저히 같은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삼대군장이나 마교의 고수들이 그럴진대 창천맹의 무인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초연운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온몸의 털이란 털이 모조리 쭈뼛 서고, 오한이 든 것처럼 전신이 덜덜 떨렸다.

그가 느끼는 공포감과 위압감은 일반 무인들과 감히 비교할 수 없었다. 절대지경에 오르면서 감각과 직관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기에 척관혈의 무서움을 오히려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초연운뿐만이 아니었다. 절대의 경지에 올랐다고 자부하는 무인들일수록 오히려 척관혈에게서 느끼는 공포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건 도대체?”

“크윽!”

마치 도부(屠夫) 앞에 선 짐승처럼 전신이 위축되었다.

해소월과 소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것이 마교주의 존재감인가?”

“아미타불! 아미타불!”

척관혈은 그 혼자만의 존재감으로 평원 위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의 영혼을 짓누르고 있었다.

만 명의 사내가 있어도 적을 막을 수 없다.

그야말로 만부막적(萬夫莫敵)의 기세가 따로 없었다.

문제는 창천맹의 무인들뿐만 아니라 마교의 무인들마저 척관혈의 기세에 짓눌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다는 것이다.

쿠콰가각!

척관혈은 도주하는 자들을 용납하지 않았다.

뒤로 한 걸음이라도 물러서는 순간 그의 몸에서 일어난 검은 기운이 날아와 목숨을 빼앗았다.

“으으!”

“어떻게…….”

앞에는 창천맹의 무인들, 뒤에는 척관혈이 버티고 있었다.

양쪽으로 끼었기에 물러설 곳조차 없었다. 그들은 어찌해야 할지 몰라 양쪽의 눈치만 봤다. 그 모습이 척관혈의 화를 폭발시켰다.

“감히 내 명령을 거역하겠다는 것이냐?”

푸화학!

순간 하늘을 검게 물들이던 마기가 폭죽처럼 사방으로 뻗쳐 나갔다. 마치 수십, 수백 개의 촉수처럼 뻗어 나간 마기는 창천맹의 무인과 마교의 무인들을 한꺼번에 꿰뚫고 지나갔다.

“끄으으!”

“살려…….”

마기에 꿰뚫린 무인들이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그 모습을 본 초연운과 해소월, 소천 등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몸을 날렸다.

“멈춰랏!”

“챠앗!”

“아미타불!”

그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무공을 펼쳐 냈다.

순간 척관혈의 눈에 광기가 떠올랐다.

그 모습을 본 상한천의 얼굴에 다급한 빛이 떠올랐다.

“아, 안 돼!”

척관혈의 광증이 폭발하면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냉철하면서도 위엄 있는 지도자였지, 광기에 잡아먹힌 광인이 아니었다.

풍월제 단공월에게 암습을 당한 이후 척관혈은 수시로 광증이 폭발했었다. 그때마다 수많은 이들이 죽어 나갔다.

척관혈 대신 상한천이 마교의 전면에 나서 이끌어 왔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척관혈은 완전무결한 신이어야 했다. 마교의 모든 교도들이 우러러보는 완벽한 존재. 그래야만 어렵게 이룬 마교 천하가 영원토록 이어질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히도 마모 단운향이 있어 이제까지 어렵게 척관혈의 광증을 억누를 수 있었다. 그래서 아직까지 척관혈의 존엄성과 위엄이 훼손당하지 않을 수 있었고, 수많은 교도들이 그를 우러러봤었다.

척관혈의 존엄이 무너지게 되면 그를 향한 존경심도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수많은 교도들이 마교를 이탈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런 최악의 상황만큼은 막아야 했다.

상한천의 시선이 단운향을 향했다.

“마모님, 어서 교주님의 광증을 잠재워야 합니다.”

“그건…….”

단운향이 주저했다. 그녀는 아직도 머릿속이 몽혼했다. 그 때문에 상한천의 이야기를 들었어도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었다.

상한천의 시선이 백익멸왕 노군상을 향했다.

“그녀를 교주께 데려가십시오. 교주님의 광기를 조금이나마 잠재워야 합니다.”

“알았네!”

노군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가 아는 교주는 광증 때문에 때때로 광포해져도, 그래도 자신을 어느 정도 제어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이제까지 오랫동안 지켜봤지만 척관혈이 이 정도로 광기를 폭발시켰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무언가 잘못됐다.’

단운향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척관혈을 향해 몸을 날렸다.

콰가강!

“크윽!”

“헉!”

척관혈의 천포마공에 초연운과 해소월 등이 십여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그런 그들의 입가엔 검은 혈흔이 내비쳤다. 몇 수 부딪치지 않았는데 심각한 내상을 입고 만 것이다.

마기에 휩싸인 척관혈은 절망의 벽이었다.

후들! 후들!

겨우 몸을 일으켰지만 두 다리가 사정없이 떨렸다.

척관혈이 그런 그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갈 때였다.

“교주님!”

노군상이 단운향과 함께 척관혈 앞을 막아섰다.

단운향을 본 척관혈이 잠시 멈칫했다. 순간적으로 휘몰아치던 광기가 조금은 약해지는 듯했다.

단운향이 노군상에게 등 떠밀려 척관혈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척관혈의 눈에 조금씩 이지가 돌아왔다.

“운향!”

“교주님!”

단운향의 붉은 입술이 열릴 때였다.

멀리 성벽 위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소 진인의 얼굴에 다급한 빛이 떠올랐다.

“아, 안 돼! 그녀가 다가가는 것을 막아야 해.”

“사조님, 무슨?”

“사술이다.”

“네?”

다른 사람들의 눈엔 보이지 않지만, 현소 진인의 눈에 단운향의 몸에 은은히 어려 있는 사기(邪氣)가 보였다. 그녀의 몸에 어린 사기는 척관혈에게 다가갈수록 더욱 고조되고 있었다.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푸욱!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단운향이 소매에서 붉은 비수를 꺼내 척관혈의 아랫배를 찌른 것이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격이었다. 심지어는 척관혈도 말이다.

“운향?”

척관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단운향은 그의 연인이었다. 비록 혈노에게 이용당해 처벌을 내려야 하지만, 그렇다고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만큼 그에겐 소중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단운향이 자신을 찌르다니? 척관혈은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배신감에 몸을 떨었다.

그의 육신은 금강불괴보다도 더 단단했다. 그런 그의 육신을 마치 두부처럼 파고 들어온 붉은 비수는 결코 범상한 물건이 아니었다.

“운향, 네가 감히!”

척관혈의 이성이 날아갔다.

“아! 내가 왜?”

반대로 단운향은 이성을 되찾았다.

그녀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붉은 비수와 척관혈의 상처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런 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갔다.

“교주, 아니 관혈. 나는……. 내가 왜?”

그 순간 척관혈이 단운향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척관혈은 단운향의 눈을 통해 자신을 보고 있는 그 누군가를 느꼈다.

뱀처럼 차갑고 교활한 눈의 주인은 단운향을 통해 그를 보며 비웃고 있었다. 순간 오랜 세월 봉인해 두었던 기억이 풀려났다. 그리고 광기가 폭발해 그를 지배했다.

“늙은이!”

푸화학!

광기와 천포마공이 폭발했다.

마기는 단운향의 머리를 박살 내고, 심복 중의 심복인 노군상에게 중상을 입혔다.

“죽이겠다. 모두 죽여 버리겠다.”

콰가가각!

척관혈이 미쳐서 날뛰었다. 그의 손과 마기에 걸리는 모든 생명체가 목숨을 잃었다. 피아를 가리지 않고 학살을 하는 것이다.

“으아악! 교주가 미쳤다.”

“살려 줘!”

마교도들은 척관혈을 피해 도주했다.

“아, 안 돼!”

그 광경을 본 상한천이 절망을 했다.

완전무결한 존재로 남아 있어야 할 상한천이 미쳐 날뛰고 있었다. 마교를 하나로 묶을 구심점이 사라진 것이다.

그가 평생을 경주해 쌓은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마교의 존망 자체가 위태로웠다.

“교주를 막아야 해!”

“어떻게 막는단 말이오?”

마교 수뇌부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천포마공을 펼치는 척관혈의 무위는 가히 파천황(破天荒)에 가까웠다.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척관혈을 막을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상한천이 막연히 중얼거렸다.

“천년 신교가……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는가? 정녕 구원은 없단 말인가?”

“군사!”

그때 한 줄기 묵직한 음성이 상한천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힘없이 뒤돌아본 상한천의 시야에 거대한 남자와 눈이 부실만큼 아름다운 여인이 들어왔다. 남자의 정체는 몰랐지만, 여인의 정체는 잘 알고 있었다.

“성녀?”

여인은 바로 성녀였던 음유경이었다. 음유경의 곁에 있는 남자는 바로 검율천이었다.

검율천이 드디어 전장에 나타난 것이다.

그가 상한천을 꾸짖었다.

“교주가 그릇된 길로 빠졌음에도 바로잡지 못하고, 사태가 이 지경이 되게 방조한 그대는 신교의 대역 죄인이다.”

“너는 누구냐? 누구기에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순간 검율천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의 손에는 마교의 성물이 들려 있었다.

검율천이 공력을 집중하자 성물이 공명을 하며 눈부신 빛을 토해 냈다.

웅웅!

성물의 등장에 마교의 무인들이 흠칫했다.

검율천이 외쳤다.

“내 이름은 검율천. 십삼지파의 하나인 뇌정류의 주인이자, 성물의 수호자다.”

빠지직!

순간 그의 몸에서 벼락이 쳤다. 뇌전이 명멸하는 것이다.

“아아!”

마교의 수뇌부들은 검율천의 등 뒤에 어려 있는 검은 형상을 보았다. 마치 마신의 후광처럼 거대하게 일어서 있는 그림자를. 그것은 천마심공의 그림자였다.

“그대와 교주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신교의 수많은 이들이 죽었다. 그 죄를 죽음으로 갚아라.”

“아, 안 돼!”

검율천이 상한천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상한천을 향해 뇌전이 내리쳤다.

“크허헉!”

상한천은 처절한 비명과 함께 숯이 되어 쓰러졌다.

숯덩이가 된 상한천의 전신에서는 살이 익는 냄새와 함께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신의 종리연이라 해도 살릴 수 없는 상처였다. 상한천의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었다.

그때 음유경이 내공을 실어 외쳤다.

“교주께서 마기에 침습당해 제 판단을 할 수 없기에 성녀의 권한으로 그의 지위를 박탈하고 새로운 교주를 추인한다. 뇌정류의 후계자이자, 호교심공인 천마심공을 익힌 검율천이 이제 본교의 지존이 되어 이끌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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