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권마-488화 (488/500)

 488

488화 5장. 개인의 욕망이 천리를 거스른다(1)

모든 것이 전광석화로 이뤄졌다.

음유경이 검율천을 새 교주가 되었음을 선언함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이 십삼지파의 수장들이 연이어 지지 선언을 했다.

“우리 혈도류(血刀流)는 검율천이 천년 신교를 이끌어 갈 새로운 지존임을 인정한다.”

“우리 빙월문(氷月門)은 그가 교주의 자격이 있음을 인정하고 지지한다.”

“구마류(九魔流)는 그를…….”

연이어 터져 나오는 지지 선언에 마교의 무인들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십삼지파 대부분이 검율천이 새 교주가 되는 데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십삼지파는 철저히 마교의 본류에서 벗어나 있었다. 지파(支派)라는 뜻처럼 그저 지류로서의 방관자 역할에 충실했던 것이다.

어지간해서는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없던 그들이 일제히 검율천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그야말로 일대사건이었다. 마교의 본류에 있는 무인들 대부분이 검율천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생면부지의 인물이 교주로 추인되었음에도 반발이 없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폭주한 척관혈은 창천맹과 마교를 가리지 않고 대학살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교주로 내버려 두는 것보다 차라리 새로운 인물이 교주를 맡는 것이 훨씬 낫다는 판단이었다.

상한천이라도 멀쩡했다면 모르지만, 그는 숯덩이가 된 채 바닥을 뒹구는 중이었다. 정신의 끈은 아직 붙잡고 있지만, 명령을 내릴 형편이 안됐다.

‘끝났……구나.’

상한천은 오한을 느꼈다.

그제야 창천맹과의 격돌 이전 자신을 경멸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십삼지파 무인들의 눈빛이 생각났다. 아마 그때부터 그들은 검율천과 연이 닿아 있었을 것이다.

단운향은 성물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검율천은 십삼지파의 주인들을 만났고, 무공으로 그들을 제압했다. 그리고 성물을 보임으로써 권위를 인정받았다.

강자만이 존중을 받는 마교였다. 거기에 성물까지 가지고 있으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만일 이번 전쟁에 참여하면서 상한천에게 모욕을 당하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그들이 변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그날의 모욕이었다.

만일 척관혈이 끝까지 교주로서의 권위를 가지고 갔다면 방관했겠지만, 이렇게 미쳐 날뛰니 검율천을 새로운 교주로 옹립할 수밖에 없었다.

검율천은 전광석화처럼 순식간에 교내의 권력을 잡았다.

성녀의 권위가 더해진 데다가 십삼지파의 옹립을 받았다. 거기에다 내부에서는 신무월과 명천이 은밀히 잠입해 동조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새로운 교주가 되었음에도 검율천의 표정은 결코 밝지 않았다. 창천맹에 대패한 마교를 수습해야 했고, 무엇보다 악귀처럼 날뛰는 척관혈을 제거해야 했다. 그를 두고 물러난다면 훗날 분란의 소지가 될 것이 분명했고, 무엇보다 하늘 아래 교주가 두 명이 존재할 수는 없었다.

콰콰쾅!

척관혈의 주위에서 연신 폭음이 터져 나왔다. 그때마다 수십 명의 무인들이 죽어 나갔다.

초연운 등이 필사적으로 척관혈을 막으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금 척관혈의 무위는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하고 있었다.

‘그는 결코 정상이 아니다.’

검율천이 이를 악물었다.

본능으로 알 수 있었다. 척관혈이 저렇게 된 데는 천사교의 수작이 있을 거라고. 척관혈이 익힌 천포마공은 마기를 극대화시키지만, 저렇게 이성을 잃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랬다면 마교 최고의 무공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정신을 차리시오.”

검율천이 사자후와 함께 몸을 날렸다.

순간 척관혈의 눈동자가 흔들리면서 잠시 이성을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척관혈이 다시 미쳐 날뛰었다.

츄화학!

짙은 마기가 독사처럼 뻗쳐 나와 검율천을 덮쳐 갔다. 검율천은 뇌정류의 독문무공인 뇌격술(雷擊術)을 펼쳤다.

제일 식인 벽력층층(霹靂層層)부터 제이 식인 혈살우(血殺雨)까지, 뇌격술의 초식들이 줄줄이 풀려 나왔다.

콰르르릉!

멀쩡하던 하늘에 우렛소리가 울려 퍼지고 뇌전이 터져 나왔다.

호교심공인 천마심공을 익힌 이후 검율천의 뇌격술은 최소한 두 배는 더 강한 위력을 갖게 됐다. 하지만 척관혈을 쓰러트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크으! 모두 죽이겠다.”

그의 공격은 오히려 척관혈의 살기만 증폭시켰다.

검율천이 척관혈의 공격을 피하며 초연운에게 다가왔다.

초연운이 검율천을 슬쩍 보며 입을 열었다.

“약속을 지켰군.”

“말했잖아.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고.”

검율천의 무심한 대답에 초연운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표정이 굳었다.

그 순간에도 척관혈이 미쳐 날뛰고 있었기 때문이다.

쿠콰가각!

검은색 마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그리고 수많은 이들이 죽어 나갔다. 그는 거대한 재앙이었다. 그를 막지 못하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죽을 것이다.

‘이럴 때 호가 있었으면…… 아니야!’

초연운이 담호를 떠올리다 말고 고개를 저었다.

언제까지 그에게 의지할 수는 없었다.

담호에겐 그만의 싸움이 있었다.

이곳은 담호의 전장이 아닌 자신의 전장이었다. 승부를 내더라도 그가 내야 했다.

초연운이 투지를 불태우는 모습을 보며 검율천이 주먹을 내밀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대와 손을 잡는 것은.”

초연운은 정파 무림의 대들보인 창천맹의 맹주였고, 검율천은 마교의 신임 교주였다. 영원히 평행선을 달려야 할 사이였다.

앞으로 이렇게 어깨를 함께한 채 같은 적을 상대할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툭!

초연운이 검율천의 주먹을 툭 쳤다.

창천맹주가 마교주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초연운이 해소월 등에게 말했다.

“물러나십시오.”

“하지만…….”

“이제부턴 우리가 맡겠습니다. 더 인원이 많으면 서로가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물러나십시오.”

“알겠습니다.”

해소월은 결국 초연운의 명령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처럼 소천과 함께 합공을 했지만 위력이 배가되기는커녕 서로가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해소월과 소천 등이 뒤로 빠졌다. 그 빈자리를 검율천이 메웠다.

콰르릉!

팔황신권과 뇌격술이 동시에 펼쳐졌다.

척관혈의 천포마공과 격돌하면서 대지가 고통에 울부짖고, 대기가 미친 듯이 요동쳤다.

세상의 마지막 날이 찾아온 것 같은 광경에 창천맹과 마교의 무인들은 그저 숨을 죽인 채 그들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중에는 원설화도 있었다.

“이익!”

그녀는 신화상단의 무인들과 함께 전장에 참여했다.

아비를 죽인 원수를 갚기 위해 싸움에 뛰어들었지만, 이곳 어디에도 담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딜 간 것이냐? 담호.’

그녀가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여린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그녀는 고통조차 느끼지 못했다.

초연운과 검율천, 그리고 척관혈의 싸움이 누구의 승리로 끝날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무게추가 어디로 기울고 있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아비를 잃은 슬픔에 눈이 멀어 미친 듯이 날뛰었지만, 이젠 상인으로서 냉정하게 판단할 때였다.

검율천의 동료들과 십삼지파의 무인들이 빠른 속도로 마교를 장악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장악한 마교 내에 원설화가 설 자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원설화의 입술에서 뚝뚝 떨어진 피가 가슴을 적셨다. 그녀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무래도 하늘이 이번 생에서는 나의 복수를 허락하지 않는 모양이구나.”

그녀의 눈엔 원독의 빛이 가득했다.

담호뿐만 아니라 검율천, 십삼지파도 그녀에겐 철천지원수나 마찬가지였다.

그들 모두에게 복수하기 위해선 살아야 했다.

원설화는 살아남은 수하들을 모아 조용히 전장을 빠져나갔다. 세 사람의 경천동지할 싸움에 정신이 팔린 무인들은 그녀가 떠나는 사실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

“좋군!”

그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한때 혈노라고 불렸었고, 그 이전에는 호천산이라고 불렸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이름은 호천명이었다.

혈광사신(血光死神) 호천명이 그의 진정한 신분이었다.

사신제의 일원이었고, 일차 정마대전 당시 강호를 구한 영웅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 모든 거추장스러운 신분을 벗어던진 채 오롯이 서 있었다.

방금 전 그의 중개인이 목숨을 잃었다.

단운향이라는 이름의 중개인이었다.

천사심마공이라는 책으로 심마의 씨앗을 심은 것도 모자라 녹수빙처럼 중개인으로 이용했다. 그 덕에 평원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손금 보듯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이 그의 의도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호천명이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자 초토화가 된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많은 전각들이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무너지고 불타 폐허만 남았다.

호천명의 발아래 반으로 쪼개진 현판이 널브러져 있었다.

비록 두 조각을 나뉘어 있었지만, 그 위에 새겨진 글씨는 너무도 선명했다.

종남파(綜南派).

폐허는 바로 구대문파 중 하나인 종남파의 흔적이었다.

문주인 고일원이 정예들과 함께 마교와 싸우러 나간 사이 호천명에 의해 종남파가 짓밟힌 것이다. 폐허가 된 종남파에 생존자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고일원과 종남파의 정예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피눈물을 흘렸을 일이었다.

그렇게 엄청난 일을 저질러 놓고도 호천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무 해맑아서 순수해 보이는 그런 미소를.

호천명의 앞에는 누군가 무릎을 꿇은 채 힘없이 앉아 있었다. 머리를 산발한 채 무릎 꿇은 이는 바로 기산월이었다.

기산월은 망연한 얼굴로 폐허가 된 종남파를 바라봤다.

종남파의 수많은 무인들이 몰살을 당하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반각에 불과했다. 호천명 단 한 명에 의해 수백 명이 넘는 무인들이 몰살을 당한 것이다. 그것도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끔찍한 방법으로.

덜덜!

아직도 온몸의 떨림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강렬한 여운과 존재감이 남아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무간지옥에 들어가기 전에는 호천명이 이렇게 무서운 존재인줄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저 교주니까 충성을 바쳤던 것뿐이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무간지옥에 다녀와서 비약적으로 상승한 능력 덕분에 호천명의 무서움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인간이 아니다. 이미 인간이라 규정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기산월이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 그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호천명의 시선이 기산월을 향했다.

“세상의 인과(因果)라는 것은 참으로 오묘하구나. ‘틈’에 들어간 네가 이렇게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다니. 어떻게, 구경은 잘 했느냐?”

“구경이라니, 나는 그곳에서 지옥을 경험했습니다.”

“누구에겐 극락의 경험이 다른 누군가에겐 지옥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

호천명의 미소가 짙어졌다. 그 모습을 본 기산월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가 보고 경험한 것은 결코 ‘극락’이라고 표현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죽는 것보다 더 지옥 같은 고통의 시간이었고, 담호를 만나기 전까지는 한 치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 절망의 나날들이었다.

“당신 때문에 내가 어떤 지옥을 겪었는데…….”

“나는 네가 부럽구나.”

“뭐라고? 부럽다고?”

“그렇다. 네가 부럽다. 미미한 너의 존재감이, 인과의 그물에 걸리지 않을 만큼 작은 너의 업보가.”

“그게 무슨 미친 소리입니까? 어떻게 그걸…….”

“말해 보거라. 어땠느냐? 육도(六道)는…….”

“나는…….”

“네 감정 따위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너의 경험이지.”

사아악!

순간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기산월이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크아아악!”

어느새 그의 왼쪽 어깨에서 피분수가 치솟고 있었다. 어떤 조짐도 느끼지 못했는데 상처가 난 것이다.

기산월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러자 일대의 기운이 급속히 내려가며 호천명에게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순식간에 호천명의 어깨에 두터운 눈이 쌓였다.

일반적인 무공이나 주술 같은 것이 아니었다. 진으로 만든 환상도 아니었다. 실제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것이다.

기산월이 귀사에게 순순히 잡힌 것은 힘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바로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인 호천명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기산월은 이제까지 꼭꼭 숨겨 두었던 모든 힘을 펼쳤다.

“억겁부터 이어져 온 인연이여. 그대 나와 함께해 나의 적을 물리치자.”

쩌저적!

순간 공기 중의 수분이 급속히 얼어붙더니 수백 개의 얼음 창을 만들어 냈다. 허공에 생성된 얼음 창은 눈보라와 함께 그대로 호천명을 향해 내리꽂혔다.

쿠콰가가각!

호천명이 서 있던 곳에 어린아이 팔뚝만 한 크기의 구멍이 뻥뻥 뚫렸다. 하지만 호천명의 모습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기산월이 급히 호천명을 찾아 두리번거릴 때였다.

“그것이 그곳에서 얻은 힘이냐? 재밌구나.”

호천명의 목소리는 등 뒤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기산월은 급히 뒤돌아서며 양손을 활짝 펼쳤다. 그러자 반투명한 막이 방패처럼 펼쳐졌다. 그 너머로 미소를 짓고 있는 호천명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손가락으로 막을 톡톡 두들겼다. 그러자 반투명한 막이 출렁이더니 순식간에 깨져 나갔다.

“크윽! 이럴 수가!”

기산월이 충격으로 피를 울컥 토해 냈다. 그가 펼쳐 낸 반투명한 막은 호신강기처럼 내공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더 고차원의 방식으로 만든 것이었다. 당연히 방호력 또한 일반적인 호신강기보다도 월등했다.

호천명이 기산월에게 다가오며 중얼거렸다.

“재밌는 법술이구나. 중원의 것과는 체계와 힘의 발현 방식이 전혀 달라. 이것이 육도의 법술인가?”

“으으!”

“이제 말해 보거라. 육도에 대해…….”

“내가 말할 것 같으냐?”

“아이야, 네가 혼술사 출신임을 잊은 모양이구나. 혼술사는 절대로 나를 거역할 수 없단다. 그렇게 키워졌으니까.”

“으으!”

기산월이 진저리를 쳤다. 본능적으로 호천명의 말이 사실임을 깨달은 것이다. 실제로 그의 의지와 달리 입이 열리려 하고 있었다. 그의 의지가 호천명의 의지에 잠식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 남은 의지로 겨우 자신의 뜻을 전했다.

“주군께서 오실 것이다. 괴물.”

“주군? 아, 담호 말이냐?”

“그렇다. 그분께서 곧 이곳으로 오실 것이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광경을 볼 자격이 충분하니까.”

“새로운 세상? 설마 육도를 이곳에…….”

그가 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자 어느새 천사교의 혼술사들이 나타나 종남파의 폐허 위에 제단을 세우는 모습이 보였다.

“이미 조건은 충분히 갖춰졌다. 만일 담호가 온다면 정말 장대한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올 수 있을 때 이야기지만.”

호천명이 빙그레 웃었다. 그 모습이 도무지 같은 인간의 웃음으로 보이지 않았다.

기산월의 눈동자가 풀렸다.

“어떻게 인간이…….”

“잡설이 길어졌구나. 어서 말해 보거라. 네가 본 것을…….”

“나는…….”

기산월의 입술을 비집고 낭랑한 음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호천명은 그의 이야기를 흥미로운 표정으로 들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