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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화 7장. 천사(天邪)의 바람이 거세다(1)
“후!”
운경의 한숨이 바람을 타고 흩어졌다.
드넓은 평원을 가득 채우고 있는 시신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마교는 교도들의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하고 퇴각했다. 때문에 창천맹과 마교도들의 시신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평원 위에서는 까마귀 떼와 늑대들이 돌아다니며 만찬을 즐기고 있었지만, 창천맹의 무인들은 쫓을 기력조차 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마교와의 격전은 그들의 기력을 모두 소진시켜서 몸을 일으킬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의 몸을 베개 삼아 바닥에 누운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하하하!”
“우리가 정말 이기다니.”
아직도 자신들이 이겼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히 승리했고, 결국엔 살아남았다.
“으아아아! 이겼다.”
바닥에 누워 있던 누군가가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많은 이들이 그에 호응했다.
“우리가 이겼다.”
“창천맹이 마교를 이겼다. 우와아아!”
“우와아!”
그들의 목소리는 커다란 함성이 되어 창천맹과 평원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들의 함성에 놀란 까마귀들이 날갯짓을 하며 날아올랐고, 인간의 고기를 탐하던 늑대들도 서둘러 도망을 갔다.
마교와의 대전에 참여를 했던 무인들은 눈물을 흘리며 승리를 만끽했고, 운경은 그런 무인들을 말없이 바라봤다.
운경의 눈에도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무인들처럼 마음껏 승리의 여운을 즐길 수 없었다.
‘사숙, 명경.’
화산파의 가장 큰 기둥이라 할 수 있는 그들이 마교의 교주 척관혈을 따라갔기 때문이다.
운경은 알고 있었다. 마교의 교주인 척관혈을 죽이기 전까지는 진정한 승리를 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말이다.
일차 정마대전 때도 마교는 거의 궤멸했었지만, 척관혈이 살아남아 다시금 오늘날의 성세를 이뤘다. 만일 이번에도 척관혈을 죽이지 못하면 또다시 그와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터였다.
‘과연 그를 죽일 수 있을까?’
이곳 평원에서 그가 보여 준 무위는 결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인간이면서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그가 왜 결정적인 순간에 폭주를 했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파천황 같던 그의 무위는 이곳에 있는 이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운경은 어쨌거나 상황이 자신의 손을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척관혈을 죽이는 것은 초연운과 검율천의 몫이었다. 지금은 그들을 믿고 결과를 기다릴 뿐이었다.
“장문인, 괜찮으십니까?”
화산파 제자 한 명이 다가와 운경의 안부를 물었다.
자신도 피투성이인 주제에 장문인의 안부부터 챙기는 것이다. 운경이 그에게 따스한 미소를 보여 줬다.
“나는 괜찮다. 너는 좀 어떻느냐?”
“자잘한 상처를 좀 입었지만,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다행이구나.”
운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화산파의 제자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바라봤다. 문득 그의 얼굴에 고통스러운 빛이 떠올랐다. 몇몇 보이지 않는 제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혈을 기울여 키운 제자들이 또다시 희생되고 말았다. 피치 못할 희생이라고 자위했지만 가슴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그나마 화산파는 상황이 조금 나았다. 다른 문파들이 입은 피해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산 자보다 죽은 자들이 훨씬 많았고, 심한 곳은 대부분의 제자들이 죽고 수뇌부 몇 명만 살아남은 곳도 있었다.
승리를 마냥 기뻐하기엔 그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심각했다. 그들은 문파의 명맥을 잇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였다.
“흐흑!”
환희 다음에 터져 나온 것은 울음이었다. 승리를 실감하자 죽은 동료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찾아온 감정은 분노였다.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추격대를 조직해서 마교의 잔당들을 소탕해야 합니다.”
“맞소! 마교 놈들을 이렇게 순순히 보내 줄 수는 없소.”
“제 마음대로 중원을 유린하고, 무사히 돌아간다면 차후 이런 일이 반복될 겁니다. 끝까지 추적해 응징해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마교를 끝까지 추적해 처단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하지만 운경은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건지 잘 알고 있었다.
교주인 척관혈을 제외하더라도 마교의 전력은 창천맹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지금은 그들이 제 발로 퇴각한 것을 기뻐해야지, 쓸데없이 건드려 분란의 불씨를 키울 필요가 없었다.
저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단지 참기 힘든 분노를 표출한 것일 뿐.
운경의 예상처럼 그들의 분노에 동조하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러자 마교를 추적해 단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들도 입을 꾹 다물었다.
그때였다. 몇몇 무인들이 운경을 향해 다가왔다.
운경이 그들의 정체를 단숨에 알아봤다. 그들은 당금 무림의 원로들이라 할 수 있는 무인들이었다.
창천맹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젊은 무인들보다 몇 배분 위의 무인들이었다. 그들이 운경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운경 진인.”
“역시 화산파입니다. 단기간 안에 이렇게 성세를 회복하여 무림의 큰 힘이 되어 주셨으니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이젠 구대문파 중 오직 화산파만이 제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허허!”
그들은 운경에게 친근함을 표하며 화산파를 추켜세웠다.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힘이 있었기에 마교를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운경은 의례적인 대답을 하며 그들의 기색을 살폈다. 그들끼리 눈빛을 교환하는 모습이 보였다. 순간 운경은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들의 눈빛에서 의도가 환히 보였기 때문이다.
‘이자들이…….’
운경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런 사실도 모르고 원로 중 한 명이 대표로 본론을 꺼냈다.
“화산파는 향후 어떻게 하실 예정인지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강호가 초토화되었으니 수습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교가 물러났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습니다만?”
“강호의 명문정파 중 으뜸이라 할 수 있는 화산파가 나서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화산파가 나서면 모두가 인정을 하고 따를 겁니다. 그리고 저희들도 힘을 합쳐 돕겠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의도를 모르겠군요.”
“어흠, 어흠!”
운경의 차가운 말에 말을 꺼냈던 원로가 어색한 헛기침만 해 댔다. 그러자 곁에 있던 자가 대신 나섰다.
“우리의 말은 그러니까 창천맹의 어린아이들이 강호를 주도해 나가는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예?”
“창천맹의 공로는 인정합니다. 그들이 마교를 몰아내는 데 큰 힘이 되었다는 사실도요. 하지만 난세를 수습하는 것은 젊은 혈기만으로는 안 됩니다. 자칫하다가는 이도저도 아니게 되지요. 이럴 땐 경험 많은 자들이 앞에서 이끌어 줘야 합니다.”
“그러니까 공로를 세운 창천맹을 대신해 강호의 원로들이 상황을 수습하고 주도하자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창천맹이 이대로 세를 확대하면 강호의 기존 문파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겁니다. 구대문파와 오대세가가 유명무실해진 지금 창천맹이 이 이상 확장된다면 강호의 주도권을 영원히 되찾아올 수 없을 겁니다.”
“그게 무슨?”
“우리들 말이 기분 나쁠 수도 있다는 것 압니다. 하지만 어서 결정을 해야 해요. 모두가 방심하고 있는 지금이 절호의 기횝니다. 이 이상 망설이면 강호의 주도권은 창천맹으로 완전히 넘어갈 겁니다. 그렇게 되면 화산파도 예전의 영화를 누리지는 못할 겁니다. 그런 최악의 사태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가 은근한 시선으로 운경을 바라봤다.
운경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패였다. 운경은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별상검(撇狀劍) 고건월. 안휘성 태호에 기반을 두고 있는 청산검문(靑山劍門)의 문주였다.
구대문파나 오대세가처럼 유서가 깊거나 세가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태호 일대에서는 제법 알아주는 유력 문파의 주인이었다.
고건월은 마교가 호남성에 본단을 만들었을 때 제자들과 함께 잽싸게 안휘성을 빠져나와 중원의 북부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덕분에 문파의 힘을 온존할 수 있었다.
그가 창천맹에 합류한 것은 며칠 되지 않았다. 거의 마지막 순간에 창천맹에 합류했고, 마교와 싸울 때도 제일 후미에 뒤처져 있었다. 덕분에 마교를 물리친 지금 청산검문의 피해는 극히 미미했다.
고건월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욕망의 빛이 가득 담겨 있었다. 구대문파와 오대세가 대부분이 힘을 잃은 지금이 청산검문이 강호에 우뚝 설 절호의 기회였다. 문제는 청산검문이 작금의 상황을 주도하기엔 강호에서의 명성이나 공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그래서 택한 것이 화산파였다. 화산파를 방패막이로 내세운다면 창천맹의 젊은 무인들이 반발을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만큼 이번 대전에서 화산파가 보여 준 무위는 인상적인 것이었다.
그의 은밀한 속삭임이 계속됐다.
“소림이나 무당이 몰락한 지금이 기횝니다. 이번 기회에 화산이 무림의 태산북두가 되십시오. 저희들이 신명을 다해 보좌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저희들이 화산파를 돕겠습니다.”
“운경 진인이 저희를 이끌어 주십시오.”
다른 이들이 고건월의 말에 동조했다.
“갈(喝)!”
순간 운경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노성을 내뱉었다.
내공이 실린 그의 목소리에 고건월과 동조하던 자들의 안색에 핏기가 싹 가셨다.
그들이 당황해하며 이유를 물었다.
“왜, 왜 그러십니까? 운경 진인.”
“도대체?”
운경이 무서운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무슨?”
“강호를 지키기 위해 저들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른 줄 아십니까?”
“그거야…….”
“그들이 흘린 피가 아직 멎지도 않았습니다. 지치고 상처 입은 그들을 보듬어 주지는 못할망정 견제하고 주도권을 빼앗겠다는 것이 강호의 선배 된 자가 할 말입니까?”
운경 진인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 갔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이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집중되었다. 원치 않는 주목을 받게 되자 고건월 등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그들이 행하는 일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그래서 운경에게 남몰래 제안했던 것인데 설마 이렇게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떠들 줄은 정말 몰랐다.
“우, 운경 진인. 고정을…….”
“자신들이 얼마나 후안무치한 제안을 한 것인지 잘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은 다 같이 힘을 합쳐 강호를 재건해야 할 때지, 그렇게 개개인의 욕심을 채울 때가 아니니까요. 창천맹의 젊은 무인들을 배제하고 주도권을 잡자는 말,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아니 그게…….”
고건월이 손을 뻗어 운경의 입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모든 사람들이 운경 진인의 말을 들은 후였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저자들이 벌써부터 권력을 쥐겠다고 움직였다는 거야?”
“씨벌! 정말 대단하다. 아직 동료들의 시신도 수습하지 못했는데 벌써 저 지랄이니.”
창천맹의 무인들이 대놓고 고건월 등을 비난했다. 그들의 비난에 그렇지 않아도 핼쑥하던 고건월 등의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
그들은 감히 군웅들의 시선을 마주 볼 수 없었다. 결국 그들은 급히 고개를 숙인 채 자리를 빠져나가야 했다. 그런 그들의 등 뒤로 군웅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청산검문이지? 기억해 두겠어.”
“제기랄! 하나로 뭉쳐도 모자랄 판국에 권력을 잡겠다고 지랄을 떨다니.”
“정말 낯짝도 두껍구나. 창천맹에도 가장 마지막에 합류한 것 같은데.”
결국 고건월과 무인들은 승리를 만끽하지 못하고 창천맹을 빠져나가 도주해야 했다. 만일 빠져나가는 것이 조금만 더 늦었다면 몰매를 맞아 죽었을지도 몰랐다.
운경은 성벽 위에 서서 도주하는 고건월 등을 무심히 바라봤다. 표정엔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의 가슴속 열화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그만큼 그가 느끼는 분노는 컸다.
그런 운경에게 다가오는 이가 있었다.
“아미타불!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강호가 넓다 보니 이런 이도 있고, 저런 이도 있는 법 아닙니까?”
“휴우! 소천.”
그는 바로 소림사의 소천이었다.
소천의 전신 역시 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얼굴엔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습니다.”
“그래서 더 답답하네. 능력이 부족해 더 이상 그들을 도울 수 없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싫다네.”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담 대협과 초 대협들을 믿습니다. 그들이라면 이번 난세를 확실히 끝내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겠지. 아니, 분명 그럴 게야.”
“그때까지 우리는 창천맹을 잘 정비하고,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런 기회주의자들이 다시 분탕질을 치기 전에 말입니다.”
“그러세.”
소천의 말에 운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벽을 내려가기 전 운경이 마지막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부디 모두 무사히 돌아오길.’
***
우웅!
백 명이 넘는 혼술사(混術士)들이 진언을 외우면서 종남산의 하늘이 요동치고 있었다. 먹장구름이 몰려와 하늘을 검게 뒤덮고, 거센 바람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나무들은 금방이라도 꺾어질듯 거세게 흔들렸고,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 하늘로 비산했다. 푸름을 자랑하던 종남은 온데간데없고, 삭막함만이 가득했다.
그 중심에 호천명이 있었다.
호천명은 뒷짐을 쥔 채 그 광경을 무심히 바라봤다.
문득 그의 미간에 골이 살짝 패였다.
“귀……사.”
그의 숨이 끊어진 것이 느껴졌다.
수십 년을 함께해 온 사이였다.
비록 혈육처럼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심령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잘 가게. 그동안 고마웠네.”
호천명은 오랜 친우에게 안녕을 고했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혼술사들을 바라봤다.
귀사가 죽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그의 마음을 흔들 정도로 큰일은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귀사는 딱 그 정도의 존재에 불과했다.
사실 귀사뿐만이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타인이란 모두 그 정도의 존재에 불과했다.
오랜 세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살아오면서 그의 인성과 감정은 마모가 되었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그에게서 인간적인 면모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호천명 자신조차 인간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느껴야 할 감정의 기복이 그에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때였다.
우우웅!
제단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공명음이 터져 나오며 공간이 출렁였다. 진언을 외우고 있는 혼술사들의 얼굴에 굵은 땀방울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모든 기력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에 호천명이 미간을 찌푸렸다.
“역시 이 정도가 한계였군.”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자 입맛이 썼다. 하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이미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 뒀기 때문이다.
콰아아!
그 순간 산 아래에서부터 거친 기파가 느껴졌다.
사나운 기파는 해일처럼 밀어닥쳐 호천명의 감각을 장악했다. 호천명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왔군.”
그가 고개를 돌려 산 아래를 바라봤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 조그만 점이 보였다.
티끌만 하던 점은 순식간에 확대되더니 본래의 형상을 드러냈다. 그는 바로 마교의 교주인 척관혈이었다.
“호천명!”
콰콰콰!
척관혈의 사자후가 종남을 관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