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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권마-497화 (49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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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7화 8장. 이 세상에서도, 저 세상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1)

다 찢어진 검은 흑의와 검은 머리칼이 사나운 바람에 거칠게 흩날렸다. 흩날리는 머리칼 사이로 깊게 가라앉은 검은 눈동자가 보였다. 그 어떤 감정의 편린도 비치지 않는 완벽하게 정지(靜止)된 눈빛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천하에 존재하는 모든 무인들 중 이렇게 강렬한 특징을 가진 무인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담호.

바로 그가 종남산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렇게 사납게 몰아치던 바람이 거짓말처럼 갑자기 잦아들었다.

마치 바람마저 담호에게 겁을 집어먹고 숨을 죽이는 것 같았다.

너무나 강렬한 그의 등장에 종리연은 말을 걸 수도 없었다.

담호의 시선이 종남파를 훑었다.

담벼락에 볼품없이 처박혀 있는 사부 현소 진인이 보였다. 혈인이 된 채 고통을 겨우 참고 있는 방진보도 보였다.

초연운도, 검율천도, 음유경도 상처를 입은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들이 흘린 피가 종남산을 더욱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주……군!”

한동안 의식을 잃은 채 고개를 떨구고 있던 기산월이 담호의 등장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가 힘겹게 말했다.

“그는…… 육도를 열려고 합니다, 주군.”

“…….”

순간 담호의 눈빛이 더욱 깊이 침잠됐다.

기산월이 기력을 짜내어 소리쳤다.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육도가 열리면 이 세상은 지옥으로 변할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기산월은 다시 혼절하고 말았다.

담호의 시선이 제단 위에서 피 안개를 뿜고 있는 척관혈을 향했다. 공명음은 더욱 커졌고, 허공에 조금씩 균열이 생성되고 있었다.

그것이 어떤 현상인지 담호는 잘 알고 있었다. 이미 한 번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무간지옥.’

담호의 칙칙한 시선이 호천명을 향했다.

그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호천명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떠올랐다.

“왔구나, 권마!”

“호천명!”

“드디어 너를 보게 되는구나. 기다렸다.”

“후회하게 될 거야.”

“무얼 말이냐?”

“나를 기다린 것.”

“허허! 역시 광오하구나. 너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으니 괜찮다. 너는 저들과 다르니까.”

호천명의 시선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초연운과 검율천을 향했다. 그의 시선을 받은 초연운과 검율천이 굴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변명할 수도 없었다. 호천명의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정과 마를 대표하는 절대의 고수들이었지만 호천명에 무참히 패배하고 말았다. 애초부터 격의 차이가 너무 컸다. 호천명은 애당초 그들이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친구여! 부탁한다.’

‘과연 그가 감당할 수 있을까? 저자를…….’

이제 그들이 믿는 이는 담호 한 명뿐이었다. 그의 양어깨에 강호의 운명이 걸려 있었다.

그 순간 담호가 입을 열었다.

“육도를 열려고?”

“그렇단다.”

“…….”

“너는 나를 이해할 것이다. 그렇지 않느냐?”

“…….”

담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뜻은 호천명에게 전해졌다.

“그럴 줄 알았다. 너라면 나를 이해할 줄 알았다. 너는 역시 나와 같은 부류다.”

호천명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모두의 머릿속에 똑같은 의문이 떠올랐다.

‘대체 육도가 무엇이기에?’

담호처럼 무간지옥을 경험하지 않은 그들은 육도에 담긴 진정한 뜻을 알 수 없었다.

흔히들 육도윤회(六道輪廻)라고 한다. 인간이 생전에 지은 업에 따라 천도, 인도, 수라, 축생, 아귀, 지옥의 여섯 세계를 끝없이 윤회한다는 불문의 사상이었다. 하지만 호천명이 그렇게 단순한 의미로 육도를 언급할 것 같지는 않았다.

호천명이 모두의 의문을 풀어 주기라도 하듯이 말을 이었다.

“일차 정마대전 당시 나는 커다란 벽을 앞에 두고 있었다. 용맹전진을 하며 앞을 가로막은 수많은 벽을 깨부순 나였지만, 그때 앞을 가로막은 벽은 너무 크고 두꺼워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지.”

당시 사람들은 호천명을 사신제로 묶어서 동급으로 취급했다. 하지만 당시 호천명의 무공은 다른 사신제들을 월등히 능가하고 있었다. 단지 그런 사실을 겉으로 드러내질 않았을 뿐이다.

호천명은 세상의 명성보다는 스스로의 성취를 더욱 중요하게 여겼다. 다른 사신제들이 강호행을 통해 명성을 높이고 있을 때도 그만큼은 무공에만 몰두했다.

수많은 벽을 깨부쉈지만 그에겐 항상 풀리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그는 갈증을 이기지 못해 다른 문파들의 무공을 탐했다. 혹시라도 벽을 넘어설 단초를 얻을까 해서였다.

천사교의 사공뿐만 아니라 수많은 무공을 섭렵했다. 수없이 깨달음을 얻고, 그릇을 넓혔다. 하지만 그의 그릇은 한계에 달해 있었다. 남들은 그를 두고 이미 인간의 경지를 넘어섰다고 떠들었지만, 호천명은 만족할 수 없었다.

그때 정마대전이 발발했고, 호천명은 개인적인 성취욕은 잠시 묻어 두고 참전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는 깨지기 직전의 그릇처럼 굉장히 위태위태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결사대를 이끌고 마교의 본단을 급습했고, 마교의 교주와 결전을 벌였다.

백중지세의 싸움이었다.

내심 천하제일인을 자처했던 호천명으로서도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그 정도로 척관혈의 아비는 강했다.

기연은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자신과 대등한 상대와의 치열한 혈투가 이제까지 그의 앞을 가로막던 벽을 무너트리고 영혼의 그릇을 확장시킨 것이다.

그렇게 깨달음은 불현듯 찾아왔고, 호천명은 시공검을 깨달았다.

시간과 공간을 자를 수 있는 마음의 검을 품은 것이다.

시공검으로 척관혈의 아비를 무너트렸다. 절대 쓰러지지 않을 것 같던 마교주가 가슴이 갈라져 무너졌다.

호천명의 시공검은 비단 척관혈의 가슴만 가른 것이 아니었다. 시공에도 상처를 입힌 것이다.

그때 호천명은 보았다.

시공의 벽 너머에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것을.

죽은 사람만이 갈 수 있는 육도처럼 또 다른 세상이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그곳에도 사람이 있었다. 또한 사람이 아닌 존재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 세상이 아닌 저쪽 세상도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곳에도 살아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호천명은 그곳을 육도라 불렀다. 여섯 개의 다른 세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시공검으로 익힌 공간의 상처는 금방 아물었다.

그때 호천명은 깨달았다.

자신의 검이 공간을 가르고 건너편의 세상을 보게 해 줄 수 있음을. 하지만 불행히도 그 자신은 넘어갈 수 없었다.

세상을 이루고 있는 인과의 법칙은 너무나 단단하고, 또 성겨서 자신처럼 커다란 힘을 가진 존재가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는 것을 거부했다.

제아무리 시공검의 경지에 오른 호천명일지라도 멋대로 다른 세상으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인간의 영혼에는 격차가 존재했다. 호천명처럼 격이 큰 자일수록 하늘의 성긴 그물에 걸려 통과할 수 없었다. 반대로 기산월처럼 영혼의 격이 크지 않은 자는 오히려 그물 사이의 조그만 코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래서 호천명은 기산월을 부러워했다. 자신은 보기만 할 뿐 끝내 통과할 수 없었던 그곳을 기산월은 단편적으로나마 경험했기 때문이다.

기산월에게 들은 그 세상의 단편적인 정보는 인과의 벽을 넘고 싶은 그의 욕망을 더욱 자극했다.

척관혈의 아비를 죽이고, 시공검으로 강호 무림과는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던 그 순간 그는 영감을 얻었다.

하늘의 그물을 뚫을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천하가 혼란에 빠지면 천기 또한 흔들리게 된다. 천기가 흔들리게 되면 이 세상을 유지하고 있는 법도 또한 흔들리게 되고, 결국에는 단단한 그물 같은 시공의 벽도 약해지게 된다. 그래서 나는 마교주의 아들을 살려 두었다. 그의 분노가 결국은 이 세상을 불태우게 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그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척관혈은 새로운 마교주가 되어 착실히 성장을 했고, 마교를 재건했다. 그리고 천하를 혼돈에 빠트렸다. 호천명이 한 것은 바로 마교와 중원 사이에서 그들의 충돌을 조장하고, 분란을 부채질한 것밖에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일차 정마대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희생됐고, 결과적으로는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법도와 벽이 약해졌다. 특히 소림사와 무림맹을 멸한 후 제를 지내는 것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지. 일차 정마대전 때도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저쪽 세상으로 넘어가는 벽을 열기 위해선 큰 제물이 필요하단다. 모든 인과를 한 번에 무너트릴 만큼 큰 업을 지닌 영혼이.”

“그게 척관혈인가?”

“그렇다. 그게 내가 그를 살려 뒀던 이유지. 오늘을 위해서 말이야. 마교주가 되어 그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무거운 업을 쌓았지. 그의 피를 매개로 육도로 통하는 문은 열릴 것이고, 나는 저쪽으로 넘어갈 것이다.”

호천명의 얼굴에 어느새 환희의 빛이 떠올라 있었다. 이제까지 꼭꼭 숨겨 두었던 비밀을 말하면서 스스로 고취된 것이다.

모든 설명을 들은 현소 진인이 물었다.

“대체 그곳, 육도에 무엇이 존재하기에 무림을 파멸에 이르게 한단 말입니까?”

“그것이 나도 궁금하단다. 내가 본 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길 빌겠습니다.”

“고맙구나.”

현소 진인은 비꼬아서 한 말이지만, 호천명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우우웅!

그 순간에도 제단 위의 균열은 커져 가고 있었다. 균열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 그는 그토록 꿈꿔 왔던 육도로 넘어갈 것이다.

“영광으로 생각하거라.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역사적인 순간에 초대된 것을.”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요. 겨우 그런 이유로 전 중원을 피로 물들이다니. 겨우 육도에 가겠다는 이유라니. 당신 때문에 죽은 수많은 이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습니까?”

“갈 수 있으니까 가는 것이다. 거기에 죄책감 따위 끼어들 이유가 없지.”

호천명의 시선이 담호를 향했다.

“그렇지 않느냐? 너라면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너 역시 육도를 잠깐이나마 엿보지 않았더냐? 이곳과는 다른 세상을.”

“…….”

담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자 호천명이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 내가 이제까지 너를 살려 둔 이유다. 육도를 엿보고 온 너라면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다 떠들었나?”

“뭐?”

“늙은 개가 짖는 소리를 더 들어 줄 수 없어서 말이야.”

순간 호천명의 얼굴이 처음으로 딱딱하게 굳었다.

이제까지 여유롭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보기만 해도 소름 끼칠 만큼 무서운 얼굴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담호가 그런 호천명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저것이 호천명의 진짜 얼굴이었다. 방금 전까지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던 얼굴은 가면에 불과했다.

“육도를 분명히 보았을 텐데 그런 말을 하다니. 너 역시 한낱 범부에 불과했던가? 실망이구나, 권마!”

“육도가 뭐 어쨌단 말이야?”

“뭐라?”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게 뭐 어쨌다고?”

담호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

분명 무간지옥에서 그는 육도를 봤다. 여섯 개의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그곳이 지옥으로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정말 아귀, 축도와 같은 세상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분명 흥미로운 세상이었다. 호기심이 동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많은 이들을 전란에 몰아넣으면서까지 그곳으로 넘어가고 싶은 생각 따윈 없었다.

하늘이 굳이 그렇게 단단한 인과의 그물을 만들어 호천명 같이 강대한 존재가 함부로 넘나들 수 없게 한 것도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억지로 그런 인과의 법칙을 깨고 싶지 않았다.

자신은 피를 몰고 다니는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 저 세상으로 넘어가도 그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신물이 나도록 싸우는 것은 이 세상이면 충분했다.

담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의 마지막 상대는 바로 호천명이었다.

“하!”

호천명이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담호의 칙칙한 두 눈빛을 보는 순간 어떠한 말도 통하지 않을 거란 사실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결국 너마저 나를 이해하지 못하다니.”

그는 진심으로 실망한 눈빛으로 담호를 바라봤다.

갑자기 고독해졌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와 같은 높이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그를 쓸쓸하고 외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외로움을 느낀 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바로 분노라는 감정이 그 자리를 대체했기 때문이다.

담호를 향한 분노였고, 자신을 쓸쓸하게 만든 이 세상을 향한 분노였다.

그 순간 담호가 그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오른발을 찍고, 왼발을 끌면서.

사람의 심장을 불안하게 자극하는 담호 특유의 엇박자 걸음이었다. 이제까지 수많은 무인들이 그런 담호의 걸음에 압도당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호천명은 달랐다. 그는 겁을 집어먹기는커녕 이젠 경멸의 눈빛으로 담호를 바라봤다.

“너는 분명 강하다. 무인으로서 오를 수 있는 한계에 도달했다. 하지만 마지막 벽은 넘지 못했다. 그 다리로는 무리였을 테니까. 안타깝구나. 네가 벽을 넘어서 나와 같은 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졌다면 나를 분명 이해했을 텐데.”

팟!

순간 담호가 대지를 박찼다. 충보를 펼친 것이다.

성을 부수는 충차처럼 담호가 무서운 속도로 쇄도했다. 하지만 호천명은 그런 담호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피했다. 담호가 전진한만큼 뒤로 물러난 것이다.

앞으로 달려가는 속도보다 뒤로 물러나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신체 구조상 절대 극복할 수 없는 한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천명은 그런 사람들의 상식을 산산이 부수고 있었다.

호천명과 담호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그대로였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너는 나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호천명은 숨소리 하나 거칠어지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

담호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팟!

다시 한 번 충보가 펼쳐졌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공기의 벽을 돌파하면서 거센 저항을 받았다. 머리카락이 풍압에 미친 듯이 흔들리고 사나운 두 눈동자가 흉흉하게 빛났다.

인간이 아닌 짐승이 광기를 폭발시키며 달려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담호의 모습조차 호천명의 가슴을 흔들어 놓을 수는 없었다.

“쯧!”

호천명은 혀를 차며 다시 뒤로 물러나려 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강대한 인력(引力)이 일어나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파성추를 펼치기 전에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처음으로 호천명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담호가 파성추를 펼칠 때 인력이 발생한다는 정보를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경험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

그그극!

그의 발이 대지에 깊은 고랑을 남기며 담호에게 끌려갔다. 그 순간 호천명은 저항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러자 호천명이 마치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힘없이 담호에게 쑥 딸려 갔다.

콰앙!

그 순간 파성추가 터졌다.

엄청난 힘이 일점에 집중되면서 그 여파로 사방에 일진광풍이 휘몰아쳤다.

“크윽!”

“음!”

방진보는 물론이고 초연운 같은 고수조차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비틀거릴 정도였다.

사나운 바람이 할퀴고 지나간 후에야 사람들은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

“아!”

전장을 바라보던 종리연이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파성추를 펼쳤던 담호가 오히려 커다란 바위에 처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호천명은 멀쩡한 모습으로 담호의 앞에 뒷짐을 쥔 채 오연히 서 있었다.

“아아! 이게 무슨…….”

“호가 무너지다니?”

사람들의 얼굴에 불신의 빛이 떠올랐다.

그들에게 담호는 절대 무너지지 않을 철옹성이었다. 그런 철옹성이 무너졌고, 그들의 믿음은 산산이 부서졌다.

호천명이 바위에 처박힌 채 피를 흘리고 있는 담호를 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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