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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111화 (111/916)

111화. 변신

이제 삼수흉망의 몸은 거의 전체가 붉게 변해 있었고, 황색 분말에 당한 상처에서는 두꺼운 비늘이 눈에 보일 만큼 빠른 속도로 자라나고 있었다. 삼수흉망이 몸에서 뿜어내던 검은 연기도 점차 붉은색으로 변했다.

삼수흉망이 포효한 뒤 입을 벌려 숨을 들이마시자 몸이 갑자기 거대해졌다. 그러자 삼수흉망을 속박하고 있는 파란 촉수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더니 결국 끊어지고 말았다.

삼수흉망이 두꺼운 꼬리로 노란 그물을 구성하는 빛줄기를 매섭게 후려치자, 빛줄기는 뚝 소리와 함께 끊어지며 빛의 가루로 변해 사라졌다.

십 장 가까이 내던져졌다가 비틀거리며 간신히 몸을 일으킨 석목은 눈앞의 광경을 보고 그만 안색이 창백해졌다.

아무리 흉망이 중상을 입은 상태라 해도, 속박에서 벗어난 이상 자신은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아마 도망가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움직임이 자유로워진 삼수흉망은 흉흉한 눈빛으로 석목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거대한 몸을 비틀면서 석목을 향해 뛰어들었다.

놀란 석목은 지면을 박차고 몸을 뒤로 날리며, 향주에게 받은 진주를 꺼내 손에 쥐었다. 진주의 안에는 세 개의 파란 빛이 떠다니며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석목은 이미 사전 조사를 통해 이 세 개의 파란 빛이 향주가 봉인한 수속성 술법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석목이 손을 들자 진주 안에서 세 개의 파란 빛이 나와서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빛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커다랗고 두꺼운 얼음벽으로 변해서 석목의 몸 앞을 일렬로 막았다.

술법을 시전한 즉시 석목은 몸을 돌려 도주했다. 삼수흉망이 속박에서 벗어났으니 지금 당장은 후퇴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세 개의 얼음벽은 삼수흉망의 공격을 전혀 막아내지 못했다.

퍽! 퍽! 퍽!

삼수흉망이 두꺼운 꼬리를 휘두르자 얼음벽이 연달아 깨지며 얼음조각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곧이어 삼수흉망의 커다란 꼬리가 날아와서 석목의 몸을 매섭게 후려쳤다.

석목은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숲속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바닥에 쓰러진 석목은 입에서 엄청난 양의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오른팔은 기괴한 각도로 꺾여 있었고, 몸의 다른 곳도 여러 군데 골절된 상황이었다.

만약 석목이 반야천상공과 대력마원탈태결을 수련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단단한 신체를 갖고 있지 않았더라면, 또는 세 개의 얼음벽이 공격의 기세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지 않았거나 금갑부의 보호가 없었더라면 그의 몸은 일격에 가루가 됐을 것이었다.

석목은 중상을 입었지만 전신이 거의 마비된 듯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구나….’

삼수흉망이 바닥에 쓰러진 석목을 흉흉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빠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입을 크게 벌려서 석목을 향해 붉은색 빛줄기를 발사했다.

석목은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못하고 날아오는 빛줄기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 순간, 어느새 나타난 연나가 석목의 앞을 막아섰다.

연나는 붉은색 빛줄기를 정면으로 마주보고 서서 담청색 영혼의 화염을 강하게 반짝였다. 삼수흉망의 공격 앞에서 물러날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연나는 고개를 쳐들고 외치며, 하얗게 빛나는 오른팔로 주먹을 내질렀다.

퍽!

붉은 빛줄기가 연나의 몸에 닿으면서 거대한 망치에 강타당한 듯한 큰 소리가 났다.

전신의 뼈가 공중에서 끊어져서 절반도 남지 않은 연나의 몸은 마치 줄 끊어진 연처럼 멀리 날아가 숲속에 떨어졌다.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이어 연나가 가로막아서 위력이 절반 이상 줄어든 빛줄기가 석목의 몸을 덮쳤다. 석목의 몸이 튀어 올라 숲속의 공터에 떨어졌다.

석목의 전신은 피에 물들어 있었고, 이미 동공은 거의 빛을 잃은 상태였다.

석목은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주위의 모든 것이 빠르게 멀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멀리서 다가오는 삼수흉망의 움직임도 달팽이가 기어오는 것처럼 보였다. 매섭게 포효하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바로 그때, 달을 가리고 있던 검은 구름이 점점 걷혔고, 밝은 은색 달빛이 석목의 몸을 내리쬐었다.

그러자 석목의 머리에서 툭 소리가 나더니, 누에콩만큼 커다란 머릿속의 결정이 부서지면서 반짝이는 보름달 모양의 빛으로 변했다.

그 순간 강렬하고 정순한 에너지가 석목의 몸에 밀려들어왔고, 몽롱했던 의식이 맑아졌다.

그러나 의식만 회복됐을 뿐 몸은 여전히 움직일 수 없었다.

그때 석목의 몸에서 기이한 파동이 뿜어 나오더니, 하늘 가득한 은색 달빛 사이로 무수히 많은 달빛의 정화가 빛의 점 모양으로 생겨났다.

이어 달빛의 정화가 은하수의 모든 별들이 떨어지듯 쏟아져 내려와서 석목의 몸 안으로 흡수되었다.

이 모습은 꿈속에서 탄월식을 수련할 때와 같았다. 그러나 이제껏 이토록 많은 달빛의 정화를 흡수한 적은 없었다.

달빛의 정화가 체내에 흡수되면서, 석목의 몸에 생긴 상처와 부러진 뼈가 전부 회복됐다.

뿐만 아니라 체내의 혈맥 깊숙한 곳에서 뜨거운 기운이 솟아올라서 전신의 경맥을 순환하기 시작했다. 뜨거운 기운의 흐름은 마치 무수한 칼로 전신을 찌르는 것 같은 격렬한 통증을 동반했다.

석목의 몸에 은색 빛이 돌더니 모든 뼈마디에서 뚝뚝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 바람이라도 넣은 것처럼 몸이 빠르게 부풀어 올랐고, 눈 깜짝할 사이에 칠팔 장 높이까지 커졌다.

그의 가슴과 배, 사지에서 크고 단단한 근육이 부풀어 올랐고, 전신의 피부에서 두껍고 긴 은색 털이 무수히 자라났다. 입에는 새하얗고 날카로운 이빨이 솟아나고, 손톱 역시 길고 날카롭게 자라났다.

순식간에 거대한 흰색 원숭이로 변신한 석목이 두 팔로 가슴을 두드리며 길게 울부짖었다.

석목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몸이 변하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움직임이 제어되지 않는 이 느낌은 꿈속에서 수련하던 때와 똑같았다.

바로 그때, 옆의 숲속에서 해골의 팔이 나무 사이로 쭉 뻗어 나와 바닥을 짚더니, 이어서 머리가 따라 나왔다. 바로 연나였다.

연나의 신체는 머리, 그리고 절반도 남지 않은 가슴뼈에 붙어 있는 오른팔이 전부였다.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연나는 흰 원숭이로 변한 석목을 발견하고 영혼의 화염을 격렬하게 떨었다.

그리고 한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흰 원숭이가 있는 곳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온전치 않은 몸 때문에 일장을 이동하는데도 한참이나 걸렸다.

삼수흉망과 거대 원숭이, 그리고 석목마저도 이런 연나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때, 빠르게 다가오던 삼수흉망이 거대 원숭이와 얼마 떨어진 곳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남은 머리 두 개에 있는 두 쌍의 눈에는 놀라움과 공포가 가득했다.

거대 원숭이의 전신에서 뿜어 나오는 무서운 기운은 삼수흉망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았다.

이때 거대 원숭이가 천천히 몸을 돌려 동그란 눈으로 삼수흉망을 험악하게 바라보았다.

크왕!

거대 원숭이가 두 팔로 가슴을 두드리며 포효했다. 그 뒤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라서 삼수흉망의 가운데 머리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삼수흉망은 거대 원숭이가 즉각 공격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대응하는 움직임이 다소 느렸다.

삼수흉망은 전력으로 움직여 공격을 피했지만, 뒤이어 날아온 원숭이의 다른 손에 가운데 머리를 가격 당했다. 단단한 비늘이 깨지며 삼수흉망의 머리에서 선혈이 솟아나왔다.

분노한 삼수흉망은 오른쪽 머리를 휘둘러 반격했다. 거대 원숭이는 조금도 피하지 않고 털이 더부룩한 팔을 휘두르며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거대한 두 선천등급 괴수의 싸움은 주위에 엄청난 강풍을 일으켰다. 겨우 근처까지 다가갔던 연나는 강풍에 휩쓸려 십 장 가까이 날아갔다.

그러나 연나는 바닥에 나뒹굴면서도 포기하지 않았고, 다시 몸을 일으켜 바닥을 짚으며 거대 원숭이가 있는 쪽으로 기어갔다.

그리고 삼수흉망이 두 머리를 휘두르는 기세가 잠시 누그러진 사이, 거대 원숭이가 갑자기 뛰어올라 두 팔을 동시에 휘둘렀다.

그러자 피가 솟구쳐 올랐다.

삼수흉망은 필사적으로 피했으나, 순식간에 다가온 원숭이의 손톱이 이미 가운데 머리의 한쪽 눈을 앗아간 후였다.

삼수흉망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오른쪽 머리의 입을 크게 벌려서 거대 원숭이의 왼쪽 팔을 강하게 물었다.

그리고 송곳니에서 뿜어낸 검은 기운을 거대 원숭이의 상처를 통해 체내로 침투시키려 했으나, 검은 기운은 주위로 넓게 퍼질 뿐 깊숙하게 들어가지 못했다.

자신의 독이 거대 원숭이에게 통하지 않자, 놀란 삼수흉망은 거대 원숭이의 팔을 더욱 강하게 물었다.

원숭이는 고통을 느끼며 오른팔로 삼수흉망의 오른쪽 머리를 연달아 가격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오른쪽 머리는 입을 벌리지 않고 필사적으로 원숭이의 팔을 물고 늘어졌다. 그 사이 정신을 차린 가운데 머리가 남은 한쪽 눈을 흉흉하게 번뜩이며 입을 벌려 독 안개를 뿜었다.

그러나 거대 원숭이는 독 안개를 완전히 무시하고 오른손으로 뱀의 오른쪽 머리를 잡았다. 원숭이의 날카로운 손톱이 뱀의 머리비늘을 뚫고 깊게 파고들었다.

이어 거대 원숭이는 분노에 가득 차 포효하며 양팔에 강하게 힘을 주어 뱀의 오른쪽 머리를 떼어냈다. 원숭이의 왼팔에 생긴 두 개의 깊은 상처에서 선혈이 솟아나왔다.

이때 가운데 머리가 뿜어낸 독 안개가 거대 원숭이의 몸을 완전히 뒤덮였다. 그러나 원숭이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거대 원숭이는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입을 크게 벌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삼수흉망의 오른쪽 목덜미에 거대한 이빨을 깊이 찔러 넣어 뱀의 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삼수흉망의 두 머리가 동시에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두꺼운 몸으로 거대 원숭이의 몸을 휘감아 강하게 조이면서, 가운데 머리로 원숭이의 몸을 여기저기 물기 시작했다.

그러나 원숭이는 전혀 개의치 않고 삼수흉망의 목을 더욱 강하게 물었다.

석목은 그 광경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다. 몸은 아직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두 괴수의 싸움으로 일어난 강풍 때문에 주위에 있는 수십 장의 숲은 거의 평지로 변해 있었다.

한편 연나는 이들이 있는 곳으로 수차례 접근하려 시도했으나 강풍에 몇 번이나 휩쓸려 날아갔다. 연나는 한동안은 접근하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포기했다.

연나는 오른팔로 바닥을 짚은 채 멀리서 거대 원숭이를 바라보았다.

쫘악!

이빨로 삼수흉망의 오른쪽 목덜미를 물어뜯은 거대 원숭이는 이어 두 팔로 오른쪽 머리를 뜯어냈다. 비틀려 끊어진 뱀의 머리가 거대한 바위처럼 바닥에 떨어졌다.

거대 원숭이의 입가에 있는 흰 털은 선홍색 피로 물들어 있었다. 게다가 삼수흉망에게 여기저기 물린 상처 때문에 온 몸도 핏빛이었다. 마치 지옥에서 온 괴수처럼 흉악한 모습이었다.

삼수흉망은 머리를 두 개나 뜯겨 생명력이 크게 쇠한 상태였다. 몸에서 뿜어내는 핏빛 안개도 점점 옅어지기 시작했다.

홀로 남은 가운데 머리는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거대한 원숭이의 몸을 풀고 보금자리 방향으로 도주했다.

그러나 삼수흉망은 얼마 도망가지 못하고 거대 원숭이에게 꼬리를 붙잡혔다.

놀란 삼수흉망은 몸을 비틀며 탈출을 시도했지만 원숭이의 힘은 너무 강했다. 거대 원숭이가 하늘을 향해 길게 부르짖으며 두 팔에 힘을 주자, 삼수흉망의 거대한 몸이 떠올랐다가 지면을 향해 매섭게 곤두박질쳤다.

퍽!

삼수흉망의 몸이 마치 채찍처럼 지면에 강하게 부딪히며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홀로 남은 가운데 머리는 바닥과 충돌해 정신이 혼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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