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139화 (139/916)

139화. 제작

금소채가 지척에 다가오자, 석목은 전신의 근육을 긴장시켰다.

“그 이유가 맞다한들 또 어떻습니까.”

석목은 이번에는 거만하게 대꾸했다.

“쯧쯧, 정말 천음차녀에 대한 마음이 일편단심이로구나.”

금소채가 웃으며 석목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더니, 그의 얼굴 옆에 있는 벽으로 오른손을 뻗었다.

그 순간 석목은 왼손을 번개같이 뻗어서, 금소채의 팔을 잡고 그녀의 움직임을 멈춰 세웠다.

금소채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손을 빼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팔은 석목의 강한 힘 때문에 꼼짝도 하지 않았다.

금소채는 깜짝 놀랐다. 무려 선천중기의 경지에 오른 무인인 그녀가 고작 후천 대원만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던 것이다.

석목은 그 기회를 틈타서 벽에서 빠져나온 뒤 금소채와 거리를 벌렸다.

“용건을 말씀하시지 않을 생각이라면 마음대로 하십시오. 저는 이만 수련을 하러 가보겠습니다.”

그러자 금수채는 저릿한 팔을 흔들며 예상 밖의 말을 했다.

“재미없기는! 오늘 내가 이곳에 온 것은 네게 건원단(乾元丹)을 주기 위해서다. 그것은 가치가 엄청난 단약이다. 복용하면 진기가 견고해질 뿐만 아니라, 기부를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말을 마친 금소채는 품속에서 흰색 병을 꺼내 석목에게 던졌다.

석목은 날아오는 병을 받아내며 물었다.

“그렇게 진귀한 물건이라면 어째서 저에게 주시는 것이죠? 무엇을 바라고 계신 건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금소채가 입 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며 말했다.

“별다른 것은 없다. 그저 추후에 한 가지 일을 해주겠다고 약속하면 된다.”

“그 일이 무엇이죠?”

석목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금소채는 석목을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지금은 가르쳐 줄 수 없지만, 그 일은 너에게도 좋은 것이니 안심해도 된다. 만약 그때가 되어 네 자신에게 해가 되는 일이라고 판단된다면, 응하지 않아도 좋다.”

말을 마친 그녀는 석목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순식간에 산 아래로 사라져버렸다.

석목은 얼떨떨한 표정이 되어 산 아래로 내려가는 금소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는 호기심에 손에 든 흰 병을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 정순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병 안에는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의 흰색 단약이 들어 있었다. 냄새를 맡자 신선한 약의 향기가 오장육부를 꿰뚫는 것처럼 느껴졌다.

금소채가 말한 효과가 정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뿜어내는 향기와 기운으로 미루어, 굉장히 진귀한 단약인 것만큼은 분명해보였다.

석목은 병을 진묘계 안에 넣었다. 도저히 알 수 없는 금소채의 진의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어 석목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눈앞의 건물을 바라보았다. 일 장 너비의 푸른색 대문에서 검은색 부문이 반짝이고 있었다.

석목이 품속에서 검은색 영패를 꺼내 법력을 주입하자. 검은 빛줄기가 돌문을 향해 뻗어나갔다.

쾅!

푸른 돌문이 큰 소리를 내며 양쪽으로 나뉘며 열렸다.

석목이 영패를 품속에 넣고 안으로 들어가자, 등 뒤의 돌문은 다시 저절로 닫혔다.

석목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시선을 움직여 돌문 안쪽을 둘러보았다.

면적이 백 평 정도 되는 실내에는 두 개의 거실이 있었고, 침실과 수련실, 창고 등 여덟 개의 방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영패로만 열 수 있는 밀실도 하나 있었다.

석목은 모든 것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특히 산 정상에 돌고 있는 자연의 기는 산 중턱의 그것보다 더욱 짙었기에, 수련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건물 내부를 전부 둘러본 석목은 침실에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 * *

같은 시간, 금소채는 1호 산봉우리 방향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일 각 후, 그녀는 1호 산봉우리 뒤에 위치한 작은 정원 앞에 도착했다.

금소채는 무언가 생각이 많은 듯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그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정원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열리자 정원의 중앙에 놓인 작은 제단에서, 검은 화염이 타오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방 안에는 흑마문 대장로가 눈을 감은 채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금소채는 그의 맞은편으로 걸어가더니 마찬가지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흑마문에서 가장 강한 자 앞에서도 금소채는 전혀 위축돼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는 장문인처럼 대장로에게 공경한 자세를 취하지도 않았다.

대장로는 눈을 뜨지 않은 채 금소채에게 말했다.

“내 건원단을 훔쳐서 무엇을 하고 온 것이냐? 너는 그것을 사용하지도 못할 텐데 말이다.”

금소채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선물했어요. 고작 건원단 하나인 걸요. 할아버지라면 쉽게 만들 수 있잖아요.”

그제야 눈을 뜬 대장로는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그 석목이라는 놈, 상당히 재미있더구나. 야만족 황무지에서 이미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서 돌아오다니,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그가 세운 공을 종문 내에 알리지 않은 거예요? 그의 성장이 이렇게 빠른데도 종문에서 그를 중히 대우하지 않으니 제가 대신 일을 처리한 거잖아요. 어떻게 보답해줄 거죠?”

금소채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네가 내 단약을 훔쳐간 것까지 내가 보답해줘야 한단 말이냐? 나는 네가 그런 이유로 남자 제자에게 관심을 가질 리 없다는 걸 안다. 물론 그가 등급전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매우 의외이긴 하더군.”

대장로가 살짝 언짢은 듯 말했다.

“그가 이번 등급전에서 그렇게 필사적으로 1위를 차지하려 한 건, 자신의 이름을 날리기 위한 것이 아니었어요. 전부 다 서문설을 얻기 위해서였죠…. 처음에는 그저 그녀의 아름다움에 눈이 뒤집힌 놈인 줄로만 알았는데, 정말 선천무인에 오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금소채는 천음차녀와 석목 사이의 약속에 대해 대장로에게 간단히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고 대장로는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금소채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하, 그런 것이었군. 타고난 재능을 가진 설아는 이 협소한 땅에 뜻이 있지 않으니…. 채야, 네가 고민이 많겠구나.”

“나한테 간섭하지 않는다고 했던 말은 꼭 지키세요! 이번 대열은 제가 이끌 것이니 그 보답이라고 생각하세요. 설아를 다시는 못 보게 되는 것은 싫어요.”

금소채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대장로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허락은 해주겠지만… 결과가 어떻든 돌아온 뒤에는 나에 대한 태도를 바꾸겠다고 먼저 약속해야 한다.”

* * *

다음날, 석목은 거처에 있는 침실의 돌 탁자 옆에 앉아 있었다.

그는 붉은색의 흑염령을 만지작거리며 무언가 생각에 잠긴 채였다.

잠시 후, 그의 진묘계에서 흰 빛이 살짝 반짝이더니 손에 들려 있던 흑염령이 사라졌다.

뒤이어 석목은 몸을 일으켜 빠른 걸음으로 집 밖으로 나섰다.

반 시진 후, 석목은 어느 건물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저장반지에는 흑염령 육십 개와 혈강단 수백 개가 더 늘어나 있었다. 그것은 갑급의 무인이 받을 수 있는 일 년 분량의 자원이었다.

뒤이어 석목은 영롱각으로 가서 흑염령 마흔여덟 개와 초급 영석 열두 개를 더 받았다.

그리고 반 시진 후, 석목은 영법전의 대전으로 갔다.

대전 안의 붉은 나무 책상에는 회색 옷을 입은 세모눈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 그는 들고 있던 서책을 내려놓고, 막 안으로 들어온 석목을 바라보았다.

그는 과거에 석목을 술사학도로 등록해준 손안이었다.

“네가 무인으로서도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구나. 단천리와 막녕을 단번에 쓰러뜨리다니. 훌륭하구나!”

손안은 석목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과찬입니다.”

“내가 훌륭하다면 훌륭한 것이니 굳이 겸손할 필요 없다. 그런데 이곳에는 무슨 일로 온 것이지?”

손안이 물었다.

“술사서적을 교환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이미 상대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석목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일으켜 대전의 뒤쪽으로 걸어가며 손짓했다.

“따라오너라. 이곳에 있는 술사서적이 저렴하지는 않지만, 갑급제자 1위가 되었으니 흑염령의 수가 대충 맞겠구나.”

잠시 후, 영법전의 지하 석실.

선반을 둘러보던 석목은 곧 회색 옥간을 찾아내고 미소를 지었다. 바로 온신술이 기록돼 있는 옥간이었다.

석목은 회색 옥간을 들고 노인에게 가서 물었다.

“손 사숙, 온신술의 뒷부분과 교환하려면 흑염령이 몇 개 필요하죠?”

“아흔 개가 필요하다.”

손안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석목은 아깝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온신술의 가격은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아흔 개라면 저장반지에 들어 있는 흑염령의 삼분의 일에 해당했다.

석목은 다시 선반을 자세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두 시진 후, 석목이 영법전을 떠날 때 그의 진묘계에 있는 흑염령은 처음의 사분의 일로 줄었지만, 석목은 매우 흥분해 있었다.

석목은 온신술의 후반 십 단계 외에도 중급 부적술이 기록된 ‘현부묘록(玄符妙箓)’을 흑염령과 교환해 손에 넣었다.

중급 부적을 만드는데 대량의 재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일단 제쳐두더라도, 석목이 이 서적을 얻기 위해 사용한 흑염령의 수만 해도 평범한 제자에게는 천문학적인 숫자였다.

이 각 후, 석목은 이번에는 장경각 이 층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국 사숙이 아닌 사십 대의 낯선 남자가 있었다. 그는 누르스름한 서책을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는 중이었다.

앵무새 채아가 있던 책상 위가 텅 비어 있는 것이 석목에게는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석목은 낯선 남자에게 말했다.

“혈경각에서 심법을 하나 교환하고 싶습니다.”

* * *

한 시진 후, 석목은 자신의 거처로 돌아왔다.

그의 저장반지에는 붉은색 옥간이 하나 늘어 있었다. 반면 넉넉하게 있던 흑염령은 이제 몇 개 남아 있지 않았다.

붉은색 옥간에 기록된 것은 바로 혈경각에 처음 갔을 때 포기했던 ‘적원화경(赤猿火经)’이었다.

침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석목의 얼굴에는 약간의 의아함이 떠올라 있었다.

방금 장경각에서 단약에 대해 기록된 서적을 읽어보며 자세히 살펴본 결과, 금소채가 준 단약은 건원단이 틀림없었다. 건원단의 진귀함은 청명과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는 금소채가 무엇 때문에, 자신에게 이렇게 진귀한 단약을 줬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석목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금소채에 대한 생각을 미뤄두었다. 그리고 적원화경이 기록된 옥간을 꺼내 이마에 가져다 댔다.

한참 후 눈을 뜬 석목은 자리에서 일어나, 유성추와 운철흑도를 들고 거처를 나섰다.

처음 진묘계를 얻은 날, 석목은 두 무기를 바로 반지에 넣으려 했다. 하지만 모든 물건을 넣을 수 있다는 진묘계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흑도와 운철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석목은 어쩔 수 없이 유성추와 운철흑도를 계속 들고 다니게 되었다.

반 시진 후, 석목은 13호 산봉우리의 광장에 위치한 대장간을 찾아갔다.

“석목 대사형, 이런 작은 가게에는 어쩐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가게에 있던 조평이 석목이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고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맞이했다.

“조 형, 대사형이라 부를 필요 없습니다. 그냥 석목이라고 불러주세요.”

석목이 웃으며 말했다.

가게 안의 손님과 점원들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석목을 바라보았다.

현재 흑마문에서 석목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조용하고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다.

“흑마문의 대사형에게 제가 어찌 감히 그럴 수 있겠습니까? 이곳은 소란스러우니 안으로 드시지요.”

조평의 말에 석목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를 따라서 가게 안의 응접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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