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142화 (142/916)

142화. 새로운 무기

두 달 뒤의 어느 날.

석목은 하늘이 완전히 밝아오기도 전에 거처를 나섰다.

그는 두 달 동안 현부묘적의 중급 술법진과 부문을 전부 암기하고, 끊임없는 연습을 했다. 그 결과, 기초적인 중급 술법진 대여섯 개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중급 술법진은 일반적으로 열두 개 이상의 부문으로 이루어지며, 제작의 난이도는 초급 술법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그러나 석목에게 있어서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석목은 그동안 제작한 중급 부적을 종문 내외에 있는 시장에 나누어 팔았다. 그러자, 그의 손에는 중급 영석 두 개와 은자 80만 냥이 들어왔다.

반 시진 후, 석목이 대장간 앞에 도착하자 조평이 한달음에 달려 나오며 반겼다.

“석 사형, 밤낮으로 끊임없이 노력해서, 사흘 전 드디어 무기 제작을 완료했습니다.”

조평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자랑하듯 말했다.

“고생했습니다. 가시죠. 조 형의 손재주를 한번 감상해야지요.”

석목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조평이 웃으며 앞에서 길을 안내했다.

대장간은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도 않은 시간이었지만, 가게 안에서는 벌써 대여섯 명의 건장한 사내가 물품을 정리하거나, 용광로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가게 안에 두 달 전보다 더 많은 무기가 쌓여 있는 걸 보니, 그동안 일이 부쩍 늘어난 것 같았다.

석목은 조평의 뒤를 따라서 그의 전용 작업실에 도착했다.

작업실 안으로 들어가자, 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덮쳐왔다. 실내의 화로에서는 하얀 화염이 파도처럼 일렁였으며, 그 위의 공기는 뜨거운 열기로 인해 물결치고 있었다.

작업실을 둘러보던 석목은 자신이 주문한 도와 곤봉이 단조대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도의 중량은 구백 근이고 길이는 검신이 삼 척 육 촌, 칼자루가 일 척 이 촌입니다. 곤봉의 길이는 삼 척 사 촌이고, 중량이 천 근 정도 나갑니다. 장도와 곤봉을 연결하면 총 길이가 팔 척이 됩니다.”

조평이 단조대 옆에 서서 무기를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했다.

둥그런 곤봉은 굵기가 아이의 팔 정도였으며, 검은빛이 감돌았다. 정교하고 꼼꼼하게 처리된 나사선을 보면, 조평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가늠할 수 있었다.

석목은 검은 곤봉을 손에 들고 허공에 휘둘러보았다.

훅!

무거운 파공성과 함께 강풍이 일어났다. 강풍은 옆에 있는 조평의 호흡이 잠시 막힐 정도로 강했다.

조평은 석목의 가벼운 손동작만으로도, 엄청난 위력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그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석목은 조평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만족스러운 듯 곤봉의 무게를 어림잡아보더니, 이번에는 흑도를 집어 들었다.

새로운 운철흑도는 이전보다 더욱 길고 넓었으며, 모양새도 조금 달랐다. 검은 도신은 어떤 장식도 없어 수수했지만 위엄이 느껴졌다.

칼자루는 원형이었으며, 하단에는 곤봉 굵기만 한 구멍이 나 있었다. 곤봉과 칼을 연결할 수 있는 구멍이었다.

“좋은 도군요!”

석목이 기쁜 표정으로 칭찬했다.

“과찬입니다.”

조평 역시 자신의 역작을 보며 반색을 했다.

석목은 곤봉을 장도의 끝에 대고 회전시켰다. 그러자 둘이 하나로 합쳐지며 팔 척 길이의 협도로 변신했다.

이천 근에 달하는 무게는 석목에게 딱 적당하게 느껴졌다.

석목은 협도를 쥐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진기를 칼끝까지 주입한 뒤 아래로 내려베었다.

쾅!

공기가 폭발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은 검영은 마치 태산이 덮쳐오는 것 같은 압박감을 내뿜으며, 엄청난 강풍을 일으켰다.

칼끝이 지면에 닿기까지 일 척 가량 남았을 때, 석목의 두 팔에서 힘줄이 솟아오르더니 협도가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그 아래 단단한 검은 돌바닥에는 한 줄기의 흰 자국이 생겨나 있었다. 공기의 압력만으로 생긴 자국이었다.

“대단합니다! 이런 무거운 무기를 이렇게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석 사형 말고는 없을 것입니다!”

옆에서 바라보던 조평이 놀라서 말했다.

“조 형, 역시 대단한 솜씨입니다. 지금 바로 술법진을 새기고 싶은데, 이 작업실을 제가 잠시 혼자 써도 되겠습니까?”

석목이 물었다.

“당연하죠.”

조평은 석목의 진묘계를 부러운 듯 바라보며 대답했다.

이어 조평은 석목에게 집양진의 사용법과 법기 제련 시의 주의사항을 설명해주었다.

화염의 온도를 조절하는데 쓰는 집양진은 사용법이 매우 간단했기에, 석목은 금세 사용법을 익혔다.

조평이 인사를 하고 작업실에서 나가자, 혼자 남은 석목은 품속에서 화금석의 독액이 든 병을 꺼냈다. 그리고 화로로 다가가서, 조평에게 배운 대로 영석을 끼워 넣고 수인을 맺었다.

화로의 화염이 석목의 통제에 따라 점차 커지며 온도가 상승했다.

화염이 파란 색으로 변하자, 석목은 커다란 집게로 곤봉을 잡고 화로에 집어넣었다.

* * *

반 시진 후, 곤봉이 푸른빛과 함께 풍속성의 강력한 파동을 일으켰다.

잠시 뒤 빛이 가라앉자, 곤봉에는 복잡한 푸른색 부문으로 이루어진 스무 개의 술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이 술법진의 이름은 풍영진(风影阵)으로 풍속성의 중급 술법진이었다.

곤봉에는 이 풍영진이 여섯 겹이나 중첩되어 있었으며, 중앙에는 푸른빛으로 빛나는 중급 영석이 끼워져 있었다.

석목은 중급 법기가 된 곤봉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옆에 있던 운철흑도를 화로에 집어넣었다,

* * *

다시 반 시진이 흐르고, 작업실 안에 화속성의 파동이 일었다.

운철흑도에 새겨진 분운(焚云) 술법진 역시 중급 술법진이었다. 그것은 곤봉과 동일하게 여섯 겹이 중첩됐으며, 손잡이에는 중급 화속성 영석이 부착됐다.

석목은 수인을 맺어 화로의 온도를 낮췄다. 그리고 진묘계에서 검은 주머니 두 개를 꺼내 곤봉과 운철흑도를 감싼 뒤, 등 뒤에 겹쳐 메고 작업실을 나섰다.

석목이 걸어 나오는 것을 본 조평이 황급히 다가왔다. 그는 석목의 등 뒤에 있는 무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매우 궁금했지만, 석목이 말하지 않으니 그 역시 감히 묻지는 못했다.

석목은 육십만 은표를 조평에게 건네준 후 대장간을 떠났다.

* * *

5호 산봉우리의 정상.

석목이 커다란 나무 아래 차분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커다란 바위들이 놓여 있었다. 가장 커다란 바위는 높이가 팔 장 가까이 됐다.

석목은 왼손에 삼 척 길이의 운철곤봉을 들고 있었다. 운철흑도는 근처의 바닥에 꽂아두었다.

석목이 단전에서 진기를 끌어올려 운철곤봉에 주입하자, 표면의 푸른색 부문이 빛나면서 푸른빛이 곤봉을 감쌌다.

석목은 앞의 나무를 바라보다가, 운철곤봉을 가로로 휘둘렀다. 곤봉은 잔영을 남기며 나무를 가격했다.

쾅!

곤봉에 가격당한 부분이 폭발하며, 십 장이 넘는 높이의 나무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석목은 만족스러웠다. 여섯 겹의 풍영진을 더한 운철곤봉의 속도는 선천초기의 무인도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라졌다. 또한 운철곤봉의 무게와 석목의 힘이 더해진 공격은 선천초기 무인의 그것보다도 훨씬 강했다.

석목은 발치에 꽂혀 있던 운철흑도를 뽑아 곤봉과 합쳤다. 순식간에 팔 척 길이의 협도가 만들어졌다.

뒤이어 석목은 주위에 있는 가장 커다란 바위로 시선을 돌렸다.

석목은 바위를 향해 화살처럼 빠르게 돌진했다. 그리고 바위의 일 장 앞까지 접근한 순간, 갑자기 뛰어오르더니 협도로 돌을 내려찍었다.

검신이 아직 바위에 닿기도 전에, 협도에서 눈부신 불빛이 나타났다. 그것은 세차게 치솟는 붉은 화염으로 변하더니 바위를 향해 날아갔다.

콰르릉!

연달아 울리는 폭발음과 함께 바위는 순식간에 절반 가까이 부서졌다. 사방으로 날리는 돌조각이 붉은 화염에 감싸여 허공에서 검게 그을렸다.

펑!

그 뒤를 바짝 쫓아온 협도가 남은 바위의 절반을 가격했다.

바위는 엄청난 힘에 의해 폭발했다. 작렬하는 기의 파도와 함께, 작은 돌가루가 온 하늘에 흩날렸다.

연기가 가라앉자, 팔 장 높이의 바위는 형체조차 없이 사라져 있었다.

석목은 눈앞의 결과를 만족스럽게 바라보다가, 협도를 어께에 메고 거처로 돌아갔다.

잠시 후, 석목은 거실에 서서 넓디넓은 방을 바라보았다.

그는 수련자에서 시작해서 대사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어 있었다.

“어머니, 목이가 곧 진정한 무인이 될 거예요.”

석목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문득 하얗고 아리따운 여인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갑자기 속에 있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시끄러운 채아를 떠올리자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왔다.

그때, 누군가를 떠올린 석목이 웃음을 지었다.

“그가 있었군!”

뒤이어 석목이 주문을 외우자, 검은 연기가 허공에 피어오르더니, 그 사이에서 연나가 나타났다. 연나의 눈가에는 남색 화염이 반짝이고 있었다.

석목은 소환된 연나의 머리에 녹색 연기를 뿜어내는 녹색 꽃이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연나가 소환되자, 동시에 거실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차가운 기운이 방 안에 가득 차올랐다.

이 차가운 기운은 바로 연나의 머리에 꽂혀 있는 아름다운 꽃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석목은 그 꽃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연나, 우리… 이야기 좀 할까?”

석목이 연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연나는 파란색 화염을 들썩이며 묵묵히 석목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석목의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직접 울렸다.

“…좋다.”

석목은 반색을 하며 기뻐했다. 연나는 여전히 간단한 의사 표현밖에는 하지 못했지만,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는 상당히 뚜렷해져 있었다.

석목은 자신이 종문의 등급전에서 1위를 차지해서 흑마문의 대사형이 된 사실, 그리고 천음차녀에 대한 그리움을 연나에게 털어놓았다.

연나는 대부분 조용히 듣기만 하며, 가끔 한 번씩 짧은 대답을 할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석목은 매우 기뻤다.

뒤이어 석목은 연나에게 현재의 거처를 보여주었다. 그는 마치 주인이 손님에게 자신의 집을 자랑하듯 즐거워했다.

거처 구경을 마치고 다시 거실로 돌아온 연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벽에 기대 세워져 있는 운철흑도를 바라보았다. 연나는 영혼의 화염을 들썩이더니, 쏜살같이 운철흑도 쪽으로 다가갔다.

한동안 제자리에 서서 운철흑도를 이리저리 바라보던 연나는 손을 뻗어 그것을 살짝 쓰다듬었다.

석목이 연나의 곁으로 다가가서 물었다.

“연나, 머리 위의 꽃이 아주 예쁜데, 내가 자세히 봐도 될까?”

그 순간, 연나는 갑자기 몸을 돌리며 영혼의 화염을 반짝였다.

“안 돼!”

석목의 머릿속에 연나의 목소리가 직접 들려왔다.

석목은 크게 놀랐다. 그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연나가 거절의 의사를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석목은 교활하게 웃더니 연나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연나의 머리에 있는 녹색 꽃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연나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거실의 중앙에 다시 나타났다.

석목은 연나를 쫓으며 주문을 외웠다.

연나는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으며, 입을 벌리고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석목이 자신의 주제도 모른다고 비웃는 것 같았다.

순식간에 연나의 앞까지 다가간 석목이 다시 손을 뻗었다.

연나의 모습이 흐릿해지며 사라지려는 순간, 석목의 오른손에서 쏘아져 나간 흰색 빛의 사슬이 연나를 단단히 묶었다.

“하하!”

석목은 크게 웃으며 연나의 머리에 있는 녹색 꽃을 뽑으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연나의 영혼의 화염이 밝게 빛나더니 몸에서 흰 빛을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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