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149화 (149/916)

149화. 승선대전(升仙大典)

세 마리의 용암 물고기를 연달아 먹은 채아의 전신에도 붉은 빛이 흘렀다. 그 빛은 머리 위의 깃털에 모였다.

머리 위의 깃털은 반짝거리다가, 이윽고 불처럼 빨간색으로 변했다. 다른 털들 사이에서 굉장히 눈에 띄는 색이었다.

채아는 두 날개로 박수를 치며 즐겁게 지저귀었다.

석목이 잡아준 용암 물고기는 아직 두 마리나 남아 있었다. 그러나 채아의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불의 정기는 이미 극한에 달해서 더 이상 흡수할 수는 없었다.

채아는 시선을 돌려 바닥에 앉아 있는 석목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석목의 전신은 붉은 빛에 뒤덮여 있었다. 주위의 뜨거운 열기는 강이 바다에 모이듯 석목에게 밀려들어가고 있었다. 석목의 몸에서는 강력한 법력의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석목이 갑자기 두 손을 흔들어 두 개의 빛의 사슬로 다섯 마리의 물고기를 한꺼번에 낚아챘다.

펑! 펑! 펑!

석목에게 날아온 물고기 다섯 마리가 터지며 붉은 빛줄기로 변해 석목의 체내로 흡수되었다. 그 기운은 석목의 경맥을 따라 흐르다가 정순한 진기로 변해 고치 같은 기배를 빽빽하게 감쌌다.

이 각 후, 석목의 전신에서 붉은 빛이 크게 터져 나오는 동시에, 극한에 달한 기배가 폭발하면서 기의 소용돌이로 변해 빠르게 회전했다.

소용돌이치는 기는 한 가닥 한 가닥이 전부 정순한 선천진기였다. 단전에 있던 법력은 그 소용돌이의 주위를 겉돌기 시작했다.

두 눈을 번쩍 뜬 석목의 얼굴에 환희에 찬 표정이 떠올랐다.

그는 드디어 단전의 기부를 열고, 모든 무인이 꿈에 그리는 선천의 경지에 올라선 것이다.

선천진기는 후천진기보다 훨씬 정순하며, 몸 밖으로 분출할 수 있었다. 이를 사용하면 떨어져 있는 적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후천무인보다 훨씬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공격수단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선천 경지에 올라서면 수명이 대폭 증가했다. 선천 무인의 수명은 평균 오백 살 가까이 됐다. 더욱 높은 경지를 추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어머니, 목이가 드디어 해냈어요! 하지만 이것은 겨우 시작일 뿐이에요. 앞으로 더욱 강해져서 세상에서 제일 강한 무인이 될게요!’

석목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단전의 기부에서 진기를 뽑아내 경맥을 따라 빠르게 회전시켰다.

순간 그의 피부 위로 눈부신 붉은 빛이 화염처럼 활활 타오르면서, 뜨거운 열기와 풍압을 사방팔방으로 뿜어냈다.

그 바람에 석목과 가까이 있던 채아는 풍압에 휩쓸려 벽을 향해 날아갔다.

다행히도 채아는 민첩하게 반응했고, 벽과 몇 장 거리를 남기고 두 날개를 퍼덕여서 몸을 멈춰세울 수 있었다.

채아가 동굴 안을 선회하며 불평을 쏟아내는 것을 무시하고, 석목은 등 뒤에서 흑도와 곤봉을 꺼내 하나로 합친 뒤 풍치도법을 훈련하기 시작했다.

그는 체내에 가득 들끓는 진기를 당장이라도 쏟아내지 않고서는 편해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가 도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주위에 열세 개의 뚜렷한 검영이 생겨났다. 풍치도법이 그의 손에서 극치까지 발휘된 것이다.

빼곡한 검영이 현란하게 몰아치는 동시에 석목의 몸도 이리저리 사라졌다 나타기를 반복했다. 마치 열 명이 넘는 사람이 동시에 무예를 닦는 모습처럼 보였다.

종횡으로 교차하는 검광은 눈이 부실 정도로 휘황찬란했다.

엄청난 기의 폭발음과 함께 석목을 중심으로 광풍이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갔다. 그 여파로 지면이 흔들리며 돌조각이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채아는 이미 눈치껏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석목의 검영은 하나하나가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채아처럼 보잘 것 없는 새는 스치기만 해도 반 토막이 날 것이 분명했다.

석목이 손에 힘을 더하자 운철흑도에 새겨진 두 술법진이 차례로 발동되었고, 칼날은 붉은 빛으로, 손잡이는 푸른빛으로 뒤덮였다.

그러자 협도의 속도가 갑자기 두 배 더 올라갔다.

“핫!”

석목은 선천진기를 주입한 운철흑도를 횡으로 휘둘렀다.

운철흑도의 주위에 나타난 열세 개의 검영이 반짝이며 검신에 흡수되듯 하나로 합쳐졌다. 동시에 검신에서 붉은 빛이 터져 나오며 화염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일 장 가까운 크기의 반월형 붉은 검광이 화염의 구름을 휘몰아 전방을 향해 베어 내려갔다.

검광이 동굴의 벽을 가르며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돌조각이 날리며 동굴의 벽에 십 장 가까운 길이의 깊은 검흔이 생겨났다.

동굴은 격렬하게 흔들리며 천장에서 돌조각이 비가 오듯 떨어졌다. 그 진동은 한참이 지난 후에야 잠잠해졌다.

석목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도를 거두었다.

석목은 풍치도법이 선천등급의 도법이 나누어진 것이라던 여창해의 말을 떠올렸다. 풍치도법의 훈련을 반복하던 석목은 선천의 경지에 오른 순간, 열세 개의 검영을 하나로 합치는 선천등급의 도법을 구현해낸 것이다.

“이 초식은 권운식(卷云式)이라고 불러야겠군.”

석목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권운식의 위력은 상당했다. 그는 현재 선천초기의 무인에 불과했지만, 운철흑도로 이 도법을 시전한다면 상대가 선천후기의 존재라 해도 막아내기 힘들 것이었다.

석목은 흥분한 마음을 가까스로 진정시킨 뒤 운철흑도를 도와 곤봉으로 다시 나누었다. 그리고 운철흑도를 등 뒤에 꽂은 후 곤봉을 천천히 가슴 앞에 뉘었다.

다음 순간, 그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맹렬하기 짝이 없고 살기가 등등한 곤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무겁고 단단해 보이는 곤봉의 움직임을 따라 잔영이 생겨났다.

풍치도법의 맹렬한 검영과 다르게, 상당히 무거워 보이는 곤봉의 잔영에는 순수한 살육의 의지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지옥 깊은 곳의 사신이 검은 곤봉을 들고 현신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얍!”

석목이 살기 넘치는 눈빛으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

여섯 번 중첩된 풍영술법진이 전부 가동되자 곤봉이 푸른빛으로 뒤덮였다. 석목은 단전의 진기를 두 팔에 주입하며 전방을 향해 곤봉을 매섭게 휘둘렀다.

순간 곤봉의 잔영 일곱 개가 차례로 나타났다. 그 모습은 마치 겹겹이 서 있는 검은 산처럼 보였고, 고막을 울리는 폭발음이 연달아 터졌다.

곤봉의 잔영이 마치 파도처럼 동굴의 벽을 내리쳤다. 그러자 순식간에 맷돌 수십 개만한 크기의 깊은 구덩이가 생겨나며 돌가루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석목은 몸을 뒤로 날려 몇 장 물러난 뒤 얼굴에 기쁜 표정을 떠올렸다.

선천등급의 무예답게, 칠살곤법은 방금 깨우친 권운식과 비교해도 기세와 위력 등 모든 면에서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일곱 겹의 곤봉의 산이 잇따라 날아가면 비록 상대가 첫 번째 일격을 막아낸다 해도 두 번째 일격까지 방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설령 막아낸다고 해도 그 뒤로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 공격이 이어지는 것이다.

다만, 이 초식은 진기를 굉장히 많이 소모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겨우 초식을 한 번 시전했을 뿐인데도 체내에 있던 진기의 절반 가까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짝짝짝!

바로 그때, 뒤에서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석목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동굴의 입구에 나타난 금소채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금 사숙….”

석목이 놀란 표정을 천천히 거두어 곤봉을 등 뒤에 꽂아 넣었다.

“금 사숙께서 오셨군요. 채아가 금 사숙을 뵙습니다.”

석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서 날아온 채아가 석목의 어깨에 앉아 말을 가로챘다.

“예의 차릴 필요 없다.”

금소채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입 다물어!”

채아가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무언가 더 말하려하자 석목이 채아의 머리를 두드리며 말을 막았다.

“금 사숙께서는 언제 오신 거죠?”

석목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

“진즉에 왔지. 내 예상보다는 살짝 늦었지만 결국 선천의 경지에 올라섰구나. 이제 나를 사저라 불러도 된다.”

금소채가 석목의 앞에 다가와 서며 말했다.

“금 사저가 선물해주신 건원단 덕분입니다.”

석목이 말했다.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다. 드디어 선천의 경지에 올랐는데 앞으로 어쩔 계획이지?”

금소채가 손을 저으며 화제를 돌렸다.

“금 사저의 그 말은 무슨 뜻이지요?”

석목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러자 금소채가 석목을 매섭게 째려보며 말했다.

“선천 경지에 오르면 바로 그녀를 찾으러 가겠다고 말했잖아!”

그제야 석목은 눈을 살짝 반짝이며 말했다.

“그야 당연하지요. 하지만 종문의 명에 따라 파견되어 야만족의 영토에 깊이 들어온 이상 다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 일이 끝나면 만롱산으로 돌아가 그녀를 찾을 것입니다.”

금소채가 석목의 눈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돌아갈 때쯤이면 그녀는 더 이상 만롱산에 없을 거다.”

“뭐라고요! 그 말이 무슨 뜻이죠?”

그녀의 말을 들은 석목이 놀라서 물었다.

“육산왕조(陆山王朝)의 승선대전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나?”

“없습니다. 그것이 천음차녀와 무슨 관계가 있죠?”

석목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육산왕조라면 그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곳은 동주대륙의 중앙에 위치한 가장 큰 나라로, 동주대륙에 있는 모든 인족의 중심지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승선대전에 대해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금소채는 석목을 한 번 흘겨본 다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입을 열 때마다 천음차녀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그녀의 이름도 모르는 네놈이 다른 사정에 대해서 알 리가 없겠지.”

“제가 선천 경지에 오르면 그때 이름을 가르쳐주겠다고 그녀가 약속했어요.”

석목의 말에 금소채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기억해라. 더 이상 그녀를 천음차녀라고 부르지 마라. 그녀의 이름은 서문설이다. 천음차녀는 다른 이들이 제멋대로 붙인 칭호일 뿐이야.”

“서문설….”

석목이 눈을 살짝 빛냈다. 요정같이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눈처럼 하얀 옷을 입고 다니는 천음차녀와 매우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승선대전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천음… 서문설과 무슨 관련이 있죠?”

석목이 다시 물었다.

“승선대전은 육산왕조에서 제일의 종문인 통천선교에서 삼십 년에 한 번씩 거행하는 행사다. 서른 살 전에 성계술사나 선천의 경지에 오르고, 자질이 뛰어나 종문의 추천을 받은 자에게만 참가할 자격이 주어지지.”

금소채가 말했다.

석목은 그녀가 말한 까다로운 참가 조건에 놀랐다. 하지만 그만큼 승선대전이라는 행사가 대단한 것이라는 실감도 났다.

금소채가 계속 설명했다.

“대전의 마지막에는 남자 셋과 여자 셋을 뽑아 장생전이라는 곳에서 폐관훈련을 하게 된다. 통천선교는 그들이 지계의 경지까지 빠르게 오를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지. 소문으로는 승선대전이 시행된 이래로 장생전에 들어간 사람은 다시 모습을 나타낸 적이 없다고 한다. 모두 등선하여 선인이 되었다고들 하지.”

“설마….”

여기까지 들은 석목은 가슴이 철렁했다. 불길한 예감이 어렴풋이 들었다.

금소채가 또박또박 말했다.

“맞아. 그녀는 이번 승선대전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석목도 이미 조금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금소채에게 직접 듣자 말할 수 없는 씁쓸함이 몰려왔다.

“설아는 어려서부터 강자의 길을 걷고자 했어. 그녀 정도의 자질과 실력은 대륙 중앙에도 매우 드물 것이니, 대전에 참가한다면 마지막에 선택받을 확률이 매우 높지. 일단 선택된다면 너는 그녀를 평생 보지 못할 거야!”

금소채가 석목을 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저 역시 등선해서 그녀를 찾으러 가겠어요.”

석목이 두 손을 꽉 쥐며 다짐했다. 그러자 금소채가 비웃으며 말했다.

“등선을 하면 뭐가 좋은데? 천도(天道)에는 감정이 없고 선도(仙途)는 일망무제하다고 하지. 선인이 되면 인간과는 영원히 만날 수 없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는 것이지. 너는 정말 선인이 된 이후에도 너희가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녀의 말에 석목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금소채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네가 정말로 그녀를 좋아한다면 나와 함께 그녀를 찾으러 가자. 설아는 주관이 매우 뚜렷해서, 한 번 마음을 정하면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아. 하지만 너에게만은 조금 다른 것 같아. 그렇지 않다면 너와 그런 약속조차 하지 않았겠지.”

석목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저가 이전부터 나에게 듣고 싶었던 대답이 이것이었군요. 좋습니다. 사저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겠지만, 그녀가 승선대전에 참가하지 않도록 함께 설득하도록 하죠.”

“설아는 아마 지금쯤 전송진을 통해 육산왕조로 향하고 있을 거야. 만롱산으로 가봐야 그녀는 이미 그곳에 없겠지. 승선대전은 우리 천마종의 마양대전과 열리는 시기가 비슷하니 아직 일 년이 넘는 시간이 남아 있다. 우선 육산왕조의 수도인 천우성(天虞城)에 가서 설아를 찾은 뒤, 다시 천마종으로 가도 늦지 않을 거야. 하지만 우리 천마종과 통천선교는 관계가 좋지 않다. 만약 우리의 신분이 발각된다면 상당한 소란이 일어날 수도 있지. 그래도 가겠어?”

금소채의 물음에 석목이 주저 없이 대답했다.

“당연하죠!”

“좋아.”

금소채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리더니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석목은 생각에 잠겨서 고개를 들어 동굴의 천장을 보며 눈빛을 반짝였다.

채아는 석목의 심경을 아는 듯, 시끄럽게 떠들지 않고 옆에서 조용히 깃털을 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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