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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152화 (152/916)

152화. 추격

어느새 채찍을 중심으로 생겨난 푸른빛 장막으로 몸을 보호한 찰고는 석목의 공격에도 옷자락 하나 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바로 그때, 그의 뒤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머리에 녹색 꽃을 꽂은 연나가 나타났다.

연나는 남색 영혼의 화염을 반짝이며 찰고의 등을 향해 거침없이 창을 내질렀다.

깜짝 놀란 찰고는 몸을 옆으로 피하며, 연나의 뼈창을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궤도를 바꿔 채찍 공격을 피해낸 뼈창이 찰고의 왼다리를 찔렀다. 그의 몸을 보호하던 빛의 장막은 뼈창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찰고가 분노에 찬 포효를 터트렸다. 그러자 몸에서 푸른빛이 크게 터져 나오며, 그의 뒤로 집채만큼 커다란 푸른 뱀의 형상이 나타났다.

뱀이 나타나는 순간, 주위의 공기가 격렬하게 진동하며 파문이 일었다.

석목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도법상(武道法相)!”

무도법상은 체내의 진기를 이용해 원하는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지계무인의 상징과 같은 능력이었다.

“감히 내 몸에 상처를 내다니! 만 번 죽여도 용서할 수 없다!”

찰고는 분노가 극에 달한 목소리로 외쳤다.

창에 찔린 찰고의 왼쪽 다리에서는 피가 솟아나오고 있었다.

거대한 뱀은 천지를 뒤집어버릴 것 같은 엄청난 기세로, 맷돌만큼 두꺼운 꼬리를 휘둘러댔다.

그 순간 연나의 몸이 반짝이더니 자리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콰르릉!

뱀의 꼬리가 바닥을 때리자 몇 장 크기의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났다.

“응?”

찰고가 놀란 소리를 냈다.

지계의 경지에 올라 있는 그였지만, 느닷없이 사라진 연나가 어디로 이동했는지 방향을 전혀 파악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분노한 찰고의 얼굴이 곧 일그러졌다. 해골과 잠시 겨루는 사이에 석목이 엄청난 속도로 달아나고 있었다.

급하게 무도법상을 푼 찰고의 안색이 잠시 창백해졌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진기를 대량으로 소모하는 무도법상은 지금 그의 경지로는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하기는 힘들었다.

찰고는 곧바로 석목을 쫓으려 하다가 갑자기 비틀거렸다. 상처 입은 다리가 차가운 감각과 함께 저려왔으며, 그 감각은 상처 주위로 점점 확산되고 있었다.

상처뿐만 아니라 살짝 어지러운 증상도 있었다. 괴이한 기운이 상처를 통해 침투해 그의 머릿속까지 헤집어놓은 것이다.

그 사이 빠르게 질주한 석목은 눈앞의 언덕을 넘어 사라지려 했다.

“이 자식, 어딜 도망가느냐!”

찰고가 고함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그의 손에 들린 채찍의 표면에 푸른빛이 감돌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열 배 가까이 길어졌다.

찰고가 팔을 휘두르자 길어진 채찍이 주위에 있던 이 장 크기의 바위를 감싸서 들어올렸다.

붕!

바위가 채찍을 떠나 석목을 향해 날아갔고, 상당량의 진기를 주입해 날린 바위의 속도와 기세는 놀라울 정도였다.

뒤에서 날아오는 바위를 감지한 석목은 몸을 돌리며 팔 척 길이의 운철흑도를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석목은 운철흑도가 바위의 바닥을 올려 베는 순간, 상반신을 뒤로 꺾었다.

석목의 공격으로 궤도가 살짝 틀어진 바위가 뒤로 꺾인 그의 상반신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물고기처럼 발딱 튀어 올라 바로 선 석목의 안색은 조금 창백해져 있었다. 방금 동작으로 체내의 기혈이 살짝 들끓었지만, 다행히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석목은 멀리 있는 찰고를 한 번 빠르게 흘겨본 뒤 높은 언덕을 넘어갔다.

시야에서 석목이 사라지자 찰고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다리의 상처를 바라보았다.

상처 주위로 검은 연기가 감돌고 있었고, 그 연기는 점점 넓게 퍼져가는 중이었다.

찰고는 이를 악물고 단검을 상처에 찔러 넣어 휘저었다. 이어 그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썩은 살을 도려내자 상처의 저릿한 느낌은 완전히 사라졌지만, 어지럼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찰고는 머리를 흔들어서 정신을 집중하며 상처에 치료 부적을 붙였다. 그리고 석목이 달아난 방향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석목과의 거리는 이미 상당히 벌어져 있었다. 그러나 지계의 고수인 그는 석목을 놓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따라온다!”

석목은 채아의 시야를 통해 일 리 정도 떨어져 있는 찰고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함께 달리던 연나는 석목의 말을 들고 갑작스럽게 나타난 검은 연기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석목은 움직임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어디에도 연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며,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그가 잠시 멈춘 사이에도, 찰고는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석목은 다시 바닥을 강하게 박차고 앞으로 내달렸다. 이어 몸에 경신부를 한 장 더 붙여서 속도를 더했다.

찰고는 수백 장 떨어진 곳에서 석목의 기운에 정신을 집중하며 서두르지 않고 뒤를 쫓았다.

아무리 경신부를 붙였다 해도 지계고수와 석목의 속도는 비교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간격은 점차 좁혀졌고, 곧 찰고의 시야 안에 석목의 모습이 들어왔다.

찰고는 잔인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어올렸다.

그 순간, 그의 뒤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는 동시에 연나가 나타났다. 연나는 섬뜩하게 반짝이는 뼈창을 찰고의 등을 향해 내질렀다.

방금 전 연나에게 크게 당했던 찰고는 깜짝 놀라 옆으로 몸을 피하며 뼈창을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채찍과 창이 충돌하려는 순간, 연나가 번개같이 빠른 속도로 창을 거두자 푸른 채찍이 허공을 갈랐다.

이어서 연나의 모습이 흐릿해지더니 다시 자취를 감췄다.

순간, 찰고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연나는 사라졌지만 어렴풋한 살기가 그의 주위를 감도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해골은 떠난 것이 아니라 주위에 숨어 있는 게 분명했는데, 정작 몸을 숨긴 위치를 정확히 탐지해낼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해골의 실력은 높아봐야 선천후기 정도였지만, 이상하리만치 움직임이 빠르고 공격 수단 역시 상당히 괴이해서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잠깐, 해골이라면 설마….”

찰고의 머릿속에 문득 어떤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순간 그의 등이 붉게 빛나더니 등 뒤로 날개 달린 붉은 뱀의 형상이 나타났다. 그와 거의 동시에 뱀은 화염으로 변해 활활 타오르더니 다시 일 장 길이의 붉은 날개로 모습이 변했다.

그는 붉은 날개를 움직여 하늘로 날아올라서 거대한 새처럼 석목을 향해 낮게 날아갔다.

그런데 찰고가 막 날아오르는 순간 검은 안개가 다시 나타나더니 그 사이로 뼈창이 바람을 가르며 다가왔다.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찰고는 미리 예상을 한 듯 소리쳤다. 그의 몸에서 손가락 두께의 푸른 화살 세 개가 나와서 뼈창을 노리고 날아갔다.

거의 동시에 찰고가 연나의 머리를 향해 재빠르게 채찍을 휘둘렀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연나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뼈창을 쥐고 있는 팔을 무심하게 흔들었다.

뼈창의 모습이 흐릿해지더니 세 개의 창영(枪影)으로 나뉘어 푸른 화살을 정확히 찔렀다.

펑! 펑! 펑!

화살이 전부 파괴되자 연나는 다시 한 번 창을 휘둘렀다.

창이 커다란 도처럼 허공에 반월 모양의 선을 그리며, 뒤따라 날아오는 푸른 채찍을 베었다.

곧 이어, 금속이 충돌하는 커다란 소리가 울렸다.

연나는 충돌의 반동으로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검은 안개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얼굴이 파랗게 질린 찰고는 연나에 대해 냉정하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연나의 실력은 찰고의 예상을 다시 한 번 뛰어넘었다. 그의 완력이 상대보다 강해서 창을 튕겨내지 못했더라면 어쩌면 방금 중상을 입었을지도 몰랐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찰고는 등 뒤의 날개를 빠르게 움직여 계속 석목을 쫓았다.

그가 얼마 이동하기도 전에 다시 한 번 옆에서 검은 안개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속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연나가 창을 맹렬하게 찔러왔다.

“흥!”

찰고는 바닥을 박차고 몸을 옆으로 피했다. 그리고 연나의 공격을 무시하며 빠르게 앞으로 날아갔다.

뒤이어 찰고의 손에 들려 있는 채찍이 흐릿해지며 그의 몸을 둥글게 감쌌다.

멀리 바라보면 그 모습은 마치 푸른색 빛의 구처럼 보였다.

채찍으로 몸을 보호하기 시작한 찰고에게, 연나의 공격은 더 이상 이전만큼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끈질기게 달라붙는 연나 때문에 찰고의 속도가 크게 줄었지만, 석목과의 거리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었다.

고공에서 날며 아래의 상황을 전부 지켜보던 채아의 마음은 점점 초조해졌다. 하지만 고도를 낮출 엄두는 전혀 내지 못했다.

석목은 채아의 시야를 통해 뒤쪽의 상황을 전부 보고 있었다.

찰고와 석목의 거리는 이제 삼십 장도 채 남지 않았다.

“석두,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아.”

채아의 목소리가 석목의 머릿속에서 울렸다.

“알고 있어!”

석목도 겉으로는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상당히 초조해하고 있었다.

연나의 영혼의 화염은 처음 나타났을 때보다 상당히 어두워졌다. 지계 존재의 발목을 잡느라 혼력을 엄청나게 소모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석목이 연나에게 명령을 내렸다.

연나는 영혼의 화염을 떨며 잠시 망설이는 듯했으나, 즉시 공격을 멈추고 검은 안개 사이로 모습을 감추었다.

한편 찰고는 자신의 주위를 감돌던 은은한 살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깨닫고 기뻐했다.

더 이상 연나의 방해가 없자, 찰고는 날개를 펼치며 속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몇 번 호흡을 하는 사이에 둘의 거리는 십 장도 채 남지 않게 됐다.

바로 그때, 석목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팔을 휘둘렀다. 그의 손에서 날아간 붉은색 부적 두 장이 일 장 길이의 활활 타오르는 불의 창으로 변해, 찰고를 향해 날아갔다.

“하찮구나!”

찰고는 콧방귀를 뀌며 화염의 창을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쾅! 쾅!

두 창이 폭발하며 화염의 비를 허공에 흩뿌렸다.

“인족의 꼬맹아, 설마 네가 명월(冥月)의 신자일 줄은 몰랐구나! 선천등급의 해골을 소환하는 걸 보니 분명 그 안에서도 지위가 낮지 않겠지. 내가 오늘 너의 영혼을 꺼뜨려 영원히 윤회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주마!”

찰고가 큰 소리로 외치며 팔을 휘두르자, 채찍이 푸른빛을 뿜어냈다. 빛 사이로 무수한 푸른색 부문이 나타나더니, 채찍이 그릇 만하게 두꺼워지고 표면에 커다란 가시가 돋아났다.

채찍은 마치 흉악한 구렁이의 꼬리처럼 석목을 향해 놀라운 속도로 몰아쳤다.

석목은 채찍이 완전히 다가오기도 전에, 거대한 풍압의 압박으로 숨이 턱 막히는 감각을 느꼈다.

석목은 찰고가 한 말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지금 그것에 대해서 생각을 할 여유는 없었다. 석목이 낮게 소리를 지르자 그의 가슴에 있는 토템문신이 반짝였다. 이어서 등 뒤에 나타난 삼수흉망의 환영이 그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석목의 몸에 검은 비늘조각이 돋아나더니 순식간에 전신을 덮었다.

석목이 선천등급에 오른 뒤 토템의 힘을 발동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토템의 힘이 발동되는 동시에 삼수흉망의 혼력이 전신에 퍼졌고, 그것은 선천진기와 융합해 하나가 되었다.

석목의 몸에서 나오는 기운이 순간 대폭 증가하면서, 단숨에 선천중기 이상의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석목이 기합을 지르자 운철흑도에서 활활 타오르는 일 장 길이의 검광이 솟아올랐다. 석목은 그대로 팔을 들어 올려 두꺼운 채찍을 향해 운철흑도를 휘둘렀다.

쾅!

푸른빛과 붉은빛이 폭발하며 맹렬한 불길이 솟구쳤다. 석목은 그 엄청난 힘에 튕겨 마치 운석처럼 날아갔다.

산의 절벽에 매섭게 내팽개쳐진 석목의 몸이 충격으로 붕괴된 절벽의 돌더미 아래에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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