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화. 승선일사(升仙轶事)
백소풍의 창에서 은빛이 터져 나오며 순식간에 다섯 배의 크기로 부풀어 올랐다.
“죽어라!”
백소풍의 창이 창살 틈 사이로 찔러 들어왔다. 우리 안에 갇힌 석목은 몸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석목이 소리를 지르며 팔을 휘두르자 곤봉에서 푸른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겹겹이 중첩된 산 모양의 곤영이 쏘아져 나와 은색 창을 향해 날아갔다.
첫 번째 곤영과 창이 충돌하는 순간 엄청난 힘이 폭발했다. 그러면서 은색 창이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두 번째와 세 번째 곤영이 창과 잇따라 충돌했다.
쾅! 쾅!
거대한 은색 창이 원래의 크기로 되돌아가며 엄청난 힘이 창끝을 타고 흘러들어갔다. 그 바람에 백소풍은 가슴에 통증을 느끼며 연달아 세 걸음 물러났다.
그러나 검은 우리에 가로막힌 석목은 상대를 추격하지 못했다.
남은 네 겹의 곤영이 검은색 우리를 가격했다.
쾅! 쾅! 쾅! 쾅!
폭음이 연달아 울려 퍼졌고, 곤영이 충돌하며 푸른빛이 터질 때마다 강력한 힘이 우리를 뒤흔들었다.
바로 그 순간, 검은 우리의 표면에 수많은 검은색 부문이 나타나 반짝이자, 우리는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하하, 곤수부(困兽符)에 구속당했으니 선천후기의 실력을 지닌 자가 아니고서는 나올 수 없을 거다.”
백소풍이 균형을 바로 잡은 뒤 웃으며 말했다.
백소풍이 막 말을 마친 순간, 석목이 등 뒤에서 운철흑도를 뽑아 곤봉과 하나로 합쳤다. 그 순간 팔 척 길이의 운철흑도 표면에서 푸른색과 붉은색 부문이 밝게 반짝였다.
“핫!”
석목이 크게 외치며 두 팔을 휘둘렀다. 그의 몸 앞에 일곱 겹의 검영이 나타나 검은 우리를 연달아 내리찍었다.
쾅! 쾅! 쾅!
충돌이 이어질 때마다 뜨거운 열기와 강력한 강풍이 사방으로 몰아쳤다.
곧 우리 표면의 검은 부문이 빠르게 반짝이더니, 우리와 함께 검은 연기로 변해 흩어졌다.
그 광경을 본 백소풍이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그리고 그는 정원에 쓰러져 있는 수하들을 팽개쳐두고 몸을 돌려 정원의 입구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백소풍이 입구 앞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 뜨겁게 타오르는 화염을 동반한 반월형의 검광이 그의 등 뒤로 날아왔다.
급하게 몸을 돌린 백소풍이 두 팔에 진기를 주입했다. 그러자 은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창영(枪影)이 여러 마리의 표범 머리 형상으로 변해 검광을 향해 날아갔다.
은색 표범의 머리는 검광과 충돌하는 순간, 반으로 갈라지며 뜨거운 화염에 집어삼켜졌다.
쾅!
검광과 충돌한 창이 거세게 진동하며 백소풍의 손을 벗어났고, 그의 몸도 멀리 날아갔다. 몸에 두르고 있던 호신강기가 흩어진 그는 바닥에 떨어지며 피를 한 움큼 뿜어냈다.
운철흑도를 어깨에 멘 석목이 여유 있게 그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내가 이겼군. 할 말이 없는가?”
“알…알고 싶은 것이 무엇이오. 아…아는 대로 전부 말하겠소.”
백소풍이 침을 삼키고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 * *
이 각 후, 석목은 낯빛을 흐리며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백소풍과의 대화를 통해, 승선대전에 대해 금소채에게서 들었던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통천선교가 삼십 년에 한 번 개최하는 승선대전에는 육산왕조의 각 종문과 주위의 소국뿐만 아니라, 대륙 전체의 종문과 가문에서 참가할 수 있었다.
어느 종문의 제자든 최후에 선택될 경우, 그 종문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혜택이 주어졌고, 지위 역시 덩달아 올랐다.
설령 파견된 제자가 선택받지 못하더라도 자질이 우월하다면 통천선교에 남아 선법(仙法)을 수련할 수 있었다. 통천선교에는 심법과 법기 등의 수련 자원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또 그 제자가 속한 종문 역시 밖에서 쉽게 얻을 수 없는 보물과 자원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렇다보니 동주대륙의 각 종문에서는 어떻게든 자신들의 제자를 승선대전에 참가시키려 했다.
매년 참여하는 제자의 수가 점점 늘어나다보니 통천선교에서는 한 가지 규칙을 만들었다. 모든 종문은 해마다 단 한 명의 제자만을 파견시킬 수 있으며, 참가비로 상당한 양의 영석을 상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통천선교가 제공하는 후한 자원은 상납해야 하는 영석의 가치를 훨씬 상회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종문은 기꺼이 참여하기를 원했다. 수산종 역시 그런 종문 중 하나였다.
물론 승선대전에 참여하지 않는 종문도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대륙의 북부 대태국(大秦国)에 위치한 천마종도 그중 하나였다.
그때 주위에 기절해 있던 수산종의 제자들이 하나둘씩 깨어났다. 이들은 모두 백소풍의 지휘에 따라 정원을 떠났다.
줄곧 객잔의 입구에 서서 기다리던 마을의 두 청년은 정원이 조용해지자 기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은 수산종 일행에게 어떻게 아첨을 떨어서 돈을 더 뜯어낼까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참 후 백소풍 일행이 허둥대며 도망가는 광경을 보자 그들의 얼굴은 흙빛이 되었다.
다음 날, 채아를 데리고 객실을 나온 석목은 마른 남자에게 부축을 받고 있는 유 진장을 발견했다. 그는 수십 명의 마을 사람을 데리고 객잔의 앞에서 석목을 공손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몸 조심히 가십시오!”
석목이 나오자 노인이 마른 남자를 밀치고 앞으로 다가가 허리 숙여 인사했다.
석목은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처럼 무시하며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은 마른 남자와 피부가 검은 청년을 지나는 순간 잠시 멈추었다.
가슴이 철렁한 두 사람은 등 뒤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두 다리를 덜덜 떨기 시작했다.
“호의를 원수로 갚다니!”
채아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그러나 그대로 시선을 거둔 석목은 아무 말 없이 노인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훌쩍 떠나버렸다.
* * *
잠시 후, 석목은 마을 밖의 갈림길에서 멈춰 섰다.
“석두, 어째서 수산종의 쓰레기들을 전부 죽이고 영석을 빼앗지 않은 거야? 분명 그들은 이곳에서 오래 머물며 굉장히 많은 영석을 쌓아놨을 텐데. 상상만 해도 짜릿해!”
채아가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살인을 하고 물건을 뺏는다면 종문 하나를 홀로 상대해야 될 거야. 그걸 알고 하는 말이야?”
석목이 채아의 머리에 꿀밤을 날리며 말했다.
“내가 있잖아. 단 한 명도 너에게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도울 수 있어.”
채아가 날개로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들이 토둔술을 쓰더라도?”
석목이 말했다.
“흥! 세 번째 깃털만 자랐다면….”
채아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 * *
양떼구름이 하늘의 쟁반같이 둥근 달을 가려서 신비롭고 조용한 느낌이 드는 밤이었다.
하늘에 닿을 듯 높게 솟은 산봉우리 주위 공터에서 두 인영이 전투를 벌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둘의 움직임은 매우 빨라서 마치 모습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석목과 연나였다.
자신의 모든 진기를 끌어올린 석목의 몸은 암홍색 빛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는 한 손에는 흑도를, 다른 한 손에는 곤봉을 들고 휘두르며 연나를 강력하게 압박했다.
연나는 뼈창을 아무렇게나 휘두르며 석목의 매서운 공격을 전부 막아냈다. 그러면서도 연나는 시종일관 제자리에서 조금도 이동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석목의 공격에 조금이라도 빈틈이 드러나면 연나의 뼈창이 독사처럼 파고들었다. 그 공격은 매우 빠르고 거세서 석목이 정신을 못차리게 했다.
잠시 후, 석목이 두 눈을 가늘게 뜨자 그의 동공이 금색으로 변했다. 이어 곤봉을 휘두르자 부채꼴의 곤영이 연나의 뼈창을 정확히 가격해 옆으로 튕겨냈다.
석목은 그 기세를 몰아 연나를 향해 맹렬히 뛰어들었다.
촤악!
운철흑도가 불빛을 크게 뿜어내더니 반월형의 검광 두 개가 연나의 가슴을 향해 교차되어 날아갔다.
연나는 영혼의 화염을 살짝 흔들면서 뒤로 한 걸음 물러나 팔을 뻗었다. 그러자 뼈창이 마치 하늘을 나는 용처럼 상하좌우로 허공을 휘저으며 뻗어나가 검광과 충돌했다.
궤도가 틀어진 두 개의 검광이 연나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촤악!
연나가 다시 한 번 팔을 뻗자 뼈창이 흐릿한 창영(枪影)으로 변했고, 창영은 눈 깜짝할 사이에 석목의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석목은 얼굴을 굳히며 창영을 막으려 했다. 그때 창의 초식이 갑자기 찌르기에서 가로 베기로 바뀌어 그의 허리를 노렸다.
석목은 크게 기합을 내지르며 흑도와 곤봉을 마구 휘둘렀다. 곧 검영과 곤영이 종횡으로 교차되며 몸 앞에 방어막을 구축했다.
연나는 창을 쥔 팔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창이 이리저리 휘어지며 검영과 곤영 사이를 파고 들어갔다.
석목은 순식간에 몸 앞에 다가온 창에 허리를 가격당해 저 멀리 날아갔다.
그리고 몇 장이나 날아가 바닥에 처박힌 그가 격렬하게 가슴을 들썩였다.
“대단해! 정말 대단해!”
멀지 않은 곳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위 위에서 지켜보던 채아가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소리쳤다.
“석두, 오늘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연나님에게 져 버렸네. 너무 약한 거 아니야?”
채아가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닥쳐. 더 떠들면 네 몸에 있는 털을 전부 뽑아버릴 거야.”
몸을 일으킨 석목의 안색이 살짝 창백했다.
털을 뽑히는 것을 다른 무엇보다도 두려워하는 채아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날개로 입을 막고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너와 싸울 때면 언제나 심장이 떨리네.”
석목이 옷에 뭍은 먼지를 털어내며 연나에게 말했다.
방금 연나의 가로 베기는 딱 호신강기를 깨트릴 정도의 위력으로만 휘두른 것이었다. 그래서 석목은 몸을 다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 옷조차도 전혀 상하지 않았다.
석목은 여정 동안 달이 없는 밤만 되면 연나를 소환해 무예를 수련했다.
그 효과는 매우 뛰어났다. 석목은 풍치도법을 더 깊게 깨우칠 수 있었으며, 칠살곤법의 시전은 물이 흐르듯이 자연스러워졌다.
자신의 무예 실력이 오를수록, 석목은 연나의 무예가 더욱 대단하고 두렵게 느껴졌다.
“어때, 이번엔 실력이 좀 늘은 거 같아?”
석목이 연나를 보며 물었다.
연나는 석목을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알겠다.”
석목이 씁쓸하게 웃었다.
“연나, 기다려.”
사령계로 돌아가려는 듯 연나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 순간, 석목이 갑자기 연나를 불러 세웠다.
석목의 손에는 어느새 붉은색 꽃이 들려 있었다. 연꽃과 매우 비슷하게 생긴 그 꽃은 그윽한 향기를 뿜어냈으며, 꽃잎에는 이슬이 맺혀 있어서 매우 아름다워 보였다.
“네가 꽃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낮에 꺾어온 거야.”
석목이 연나의 머리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과거 그가 깨뜨린 것과 같은 녹색 꽃이 꽂혀져 있었다.
연나는 붉은 연꽃을 받기 위해 손을 뻗었으나, 그 손은 허공을 갈랐다.
석목의 진묘계가 반짝이더니 꽃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연나는 영혼의 화염을 맹렬하게 빛내며 고개를 들어 석목을 바라보았다. 연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가 짙어지며 주위의 공기에 소용돌이가 일었다.
“서두르지 마. 이 꽃을 줄 테니 그 꽃과 교환하자.”
석목이 붉은 연꽃을 다시 꺼내며 손가락으로 연나의 머리에 꽂혀 있는 녹색 꽃을 가리켰다.
연나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 영혼의 화염을 반짝였다. 하지만 석목의 손에 들린 연꽃을 보고는 자신의 머리에 있는 녹색 꽃을 그에게 던져주고, 붉은 연꽃을 낚아채갔다.
석목은 황급히 녹색 꽃을 받아들었다. 손에서 이전에 느꼈던 것과 같은 차가운 감각이 느껴졌다.
석목은 기뻐하며 녹색 꽃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연나는 이미 사령계로 돌아가고, 그 자리에는 검은 안개만 약간 남아 있었다.
석목이 살짝 부끄러움을 느끼며 한숨을 쉬었지만, 곧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끄러움을 떨쳐버렸다.
육산왕조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그는 최대한 빨리 실력을 높여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