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화. 영선대회(迎仙大会)
두 사람은 의자에 앉았고, 종수는 석목의 기운이 크게 변한 것을 느끼고 놀라서 말했다.
“앗, 오라버니도 어느새….”
“야만족 영토를 횡단하는 도중에 기연을 만나 운 좋게 기부를 형성했어요. 종 소저 역시 이번 폐관수련이 매우 성공적이었나 보네요.”
석목이 웃으며 말했다.
종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무언가 떠올리고 물었다.
“오라버니가 준 청명과 덕분이죠. 아참, 오라버니는 천우성에 무슨 일로 온 거예요? 흑마문은 대진국 천마종의 분파라서 오라버니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승선대전에는 참가할 수 없을 텐데요?”
석목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사람을 찾으러 왔어요.”
그 말을 듣자 종수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녀는 석목이 무슨 일로 온 것인지 단번에 이해한 것이다.
“이제 선천의 경지에 올랐으니 서문설을 만나러 온 것이군요?”
그녀가 물었다.
석목은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드레 전에 성 안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난 적이 있어요.”
종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석목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요?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죠?”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석목이 자신도 모르게 종수의 두 손을 잡으며 물었다.
두 손을 잡혀서 뺨이 빨갛게 물든 종수는 석목을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 미안해요. 내가 조금 흥분했어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 석목이 다급히 종수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종수는 고개를 숙이고 웅얼거렸다.
“저도 서문설 사저는 딱 한 번밖에 보지 못했어요. 그녀는 저와는 다르게 통천선교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것 같았어요. 그녀는 현재 천우성의 통천선교 분교에서 폐관수련을 하고 있는데, 듣기로는 이번 대회에서 선택받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해요.”
그녀가 말을 마치자, 석목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는 천우성에 온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이곳의 상황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다.
천우성은 육산왕조의 수도지만 통천선교의 본교는 이곳에 있지 않았다. 성에는 분교가 하나 있었고, 승선대전은 이 분교에서 이루어졌다.
대전이 열리는 시기가 임박한 지금, 선교의 교주 등 거물들은 이미 천우성에 도착해 있었다. 이들은 참가자 중 특출하게 뛰어난 인재들을 소집해 분교에서 폐관수련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서문설의 자질은 지극히 뛰어났기 때문에, 아마도 종수가 말한 대로 분교에서 폐관수련을 하는 중일 것이다.
석목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강인한 표정을 지었다.
어찌됐던 승선대회 이전에 서문설을 만나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있는 곳을 알아낸 이상, 일은 많이 쉬워졌다.
“종 소저, 정말 고마워요.”
석목이 말했다.
“설마 서문설을 찾으러 분교에 갈 생각은 아니지요? 그건 아마 불가능할 거예요.”
종수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어째서죠?”
석목이 물었다.
“사흘 후 영선대회가 열릴 예정이라 분교의 경계가 매우 삼엄해요. 외부인은 접근이 불가능하죠. 서문설 사저를 만나는 것은 영선대회가 종료된 이후에나 가능할 거예요.”
종수가 말했다.
“영선대회요?”
석목이 물었다.
“들어본 적 없나요? 사흘 뒤 통천선교에 이미 등선하여 선계에 오른 선인 두 분이 강림할 거예요. 통천선교는 그 두 분을 맞이하기 위해서 특별히 이번 영선대회를 개최하는 것이지요.”
종수가 말했다.
“선인이 강림한다고요!?”
그녀의 말에 석목은 크게 놀랐다.
석목은 줄곧 선계에 대한 소문은 허무맹랑한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매번 승선대전에서 뽑힌 우수한 인재들이 선계에 등선했다고는 하나, 그것을 본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그런데 선인이 강림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표정을 보아하니 오라버니도 영선대회에 관심이 있나보죠? 그렇다면 저와 함께 가서 보는 건 어때요? 오랜 세월 동안 선인이 강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요. 선인을 한 번 보기 위해 엄청난 영석을 지불한 성의 고관과 세력가들도 외곽에서 겨우 참관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번 승선대전에 참가하는 제자와 함께라면 제일 안쪽에서 관람할 수 있죠.”
종수가 말했다.
“그럼 종 소저에게 부탁할게요.”
석목은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
석목의 말을 들은 종수는 아름답게 웃었다. 백합이 활짝 피는 것처럼 아름다운 미소를 본 석목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
“아참, 운철을 선물해줘서 고마워요.”
석목이 헛기침을 하며 다급히 화제를 돌렸다.
“저 역시 우연히 얻은 것이고, 가지고 있어봐야 저에게는 쓸모가 없었어요. 저를 찾아왔을 때 가지고 있던 흑도의 재질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보냈는데, 좋아하셔서 다행이에요.”
종수가 긴 속눈썹을 움직이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석목은 살짝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종수의 촉촉하고 아름다운 눈을 보고 다시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면서, 그녀의 시선을 살짝 피했다.
바로 그 순간, 날갯짓 소리가 들렸다. 옆방에서 날아온 채아가 두 사람과 멀지 않은 곳에 놓인 목조 선반 위에 앉았다.
석목과 종수 모두 채아가 어느새 방으로 들어갔다 왔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채아, 종 소저의 방에 가서 뭘 한 거야?”
석목이 채아를 바라보며 꾸짖었다.
석목은 막 건물에 들어와서 어렴풋이 실내의 배치를 보고, 그 방이 종수의 침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먹을 것을 찾으러 갔었어. 너를 따라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한 끼를 제대로 먹은 적이 없다고. 방금 주루에서도 겨우 견과를 먹나 했더니, 얼마 먹지도 않았는데 끌려 나왔잖아.”
채아가 가련한 눈빛으로 석목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라버니의 소환수예요? 말을 할 수 있다니, 정말 똑똑하고 귀여워요.”
종수가 채아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누님도 그림 속에서 걸어 나온 것처럼 아름다워요.”
채아가 종수에게 아첨하며 말했다.
“앵무새야, 이름이 채아 맞지? 마침 나한테 신선한 과일이 좀 있으니 줄게.”
종수는 채아의 말에 두 뺨을 살짝 붉히며 사뿐사뿐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작은 보따리를 들고 나왔고, 그 안에서 붉은 열매를 몇 개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눈을 빛내며 날아온 채아는 열매 하나를 한 입에 삼켰다.
“맛있어!”
감탄사를 내뱉은 채아는 두 눈을 더욱 빛내며 열매들을 맹렬하게 쪼아 먹었다.
“부끄러운 꼴을 보였군요.”
석목이 살짝 민망한 듯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귀엽기만 한 걸요.”
종수가 웃으며 말했다.
석목은 계속 말하려다가 곁눈질로 무언가를 보고 표정이 굳었다.
붉은 열매를 순식간에 다 먹은 채아는 제멋대로 종수의 보따리를 뒤적였다. 그러자 붉은색 하급 영석이 굴러 나왔다.
그것을 본 채아는 영석을 물어 한입에 삼켜버렸다.
“채아, 뭘 먹는 거야?”
석목이 채아의 행동을 보고 물었으나 한 발 늦었다. 영석은 이미 채아의 뱃속으로 들어간 뒤였다.
종수도 그 광경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영석을 먹는 소환수라니…. 그런 이야기는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었다.
갑자기 채아의 몸에 붉은 빛이 감돌다가 사라졌다. 채아의 털은 이전보다 조금 붉어져 있었다.
“배불러….”
채아는 트림을 하더니 석목의 어깨로 날아가 앉았다.
“채아, 너….”
“고작 영석 하나 먹었을 뿐인데 뭘 놀라는 거야?”
석목의 놀란 표정을 본 채아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석목은 흑석산맥의 동굴에서 채아가 불의 정기가 응집된 물고기를 먹고도 아무렇지 않았던 것을 떠올리고, 조금 마음을 놓았다.
석목은 문득 채아가 자신에게 아직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종 소저, 이 앵무새가 식탐이 많아서 실수를 한 것이니 용서해주세요.”
석목이 진묘계에서 화속성 하급 영석을 꺼내 탁자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손사래를 치며 채아를 바라보는 종수의 눈빛에는 호기심이 가득 차 있었다.
“종 소저, 오늘은 이만 돌아가고 사흘 뒤에 다시 찾아올게요.”
석목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종수가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배웅했다.
“아참, 오라버니는 지금 어디서 머물고 있어요? 서문설 사저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찾아가서 알려줄게요.”
종수가 물었다.
석목은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객잔의 위치를 종수에게 가르쳐주었다.
“예쁜 누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켜보고 있다가 사흘 후 석두를 데리고 올게요.”
채아가 말했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마.”
석목은 채아에게 딱밤을 한 대 날린 뒤, 종수에게 인사하고 그곳을 떠났다.
종수는 석목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얼굴에는 매우 기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시선을 탁자로 돌리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서 석목에게 받은 영석을 집어 들었다. 영석을 잠시 만지작거리던 종수는 그것을 두 손으로 꼭 쥐고 가슴에 가져다대며 눈을 감았다.
한참 후 종수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스승님, 어쩌면 스승님의 기대를 저버릴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높은 순위를 받아서 좋은 보상을 얻어 종문으로 돌아갈게요.”
* * *
사흘 후, 이른 아침.
객잔을 나선 석목은 종수가 머물고 있는 숙소로 향했다.
거리에는 평소에 비해 인파가 눈에 띄게 적었다. 성 안의 거의 모든 사람이 전설 속의 선인을 보고자 성의 서쪽에 위치한 통천선교로 향한 상태였다.
통천선교에서는 영선대회에 관한 소식을 외부로 알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막지도 않았다. 그래서 영선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은 며칠 사이에 천우성 내에 널리 퍼져 있었다.
“석두, 좀 빠르게 걸어봐. 좋은 자리를 차지해야 할 것 아니야.”
채아가 석목을 재촉했다.
“너도 선인에게 관심이 있어?”
석목은 여전히 급하지 않은 발걸음으로 걸어가며 물었다.
영선대회를 보러 가면서도 그의 머릿속은 서문설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당연하지. 우리 건앵 일족의 선조와 선인은 계약을 맺고 일족의 일부가 선계에 머물고 있다는 전설이 있어. 그러니 나도 선인의 모습이 어떤지 궁금할 수밖에 없지.”
채아가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석목이 놀라서 채아를 바라보았다.
“영선대회에는 성 안의 모든 사람들이 모일 테니, 네가 줄곧 찾던 그 서문설도 분명 거기에 있을 거라고.”
채아가 말했다.
석목은 몸을 흠칫 떨었다. 그는 그녀에게 과하게 집중하느라 냉정함을 살짝 잃고 있었고, 그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네 말이 맞아.”
석목은 고개를 끄덕이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몰랐는데 상당히 똑똑한 걸.”
“당연하지. 지혜로 말하자면 우리 건앵 일족 중에서도 나를 따라올 자가 없지. 짹짹짹….”
석목의 칭찬에 채아가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크게 웃었다.
이어 석목은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화려한 가게로 향했다.
“석두, 어디 가는 거야?”
채아가 물었다.
석목은 채아를 무시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의 위의 편액에는 교의각(巧衣阁)이라고 적혀 있었다.
잠시 후, 안에서 다시 나온 석목은 몸에 잘 맞는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자 그의 동작 하나하나에서 늠름한 기개가 느껴졌다.
채아가 말했다.
“옷을 갈아입으니 꽤나 멋있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