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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166화 (166/916)

166화. 별자리

깊은 밤, 객실 안에서 석목은 두 눈을 감은 채로 침상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침상 옆에 열린 창문 사이로 은색 달빛이 그의 몸을 비스듬히 비추었다.

한참 후, 석목이 눈을 떴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서문설에게 받은 옥상자가 들려 있었다.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유백색 단약이 있었다. 흰색 빛을 뿜어내는 그 단약이 내뿜는 향기는 마음 깊숙이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석목은 단약을 보며 기쁨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낮에 금소채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이 고혼단은 진기와 정신력을 크게 증진시켜주는 것이었다. 석목과 같이 무공과 술법을 동시에 수련하는 자가 사용하기에 적합하며, 청명과보다도 귀한 물건이라고 했다.

석목은 하얀색 단약을 집어 입에 넣었다.

단약은 입에 들어가는 순간 녹아서 따뜻한 기운으로 변했고, 곧 체내의 경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치 온천에 들어간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잠시 후, 따뜻한 기운이 중후하고 두터운 기운과 가벼운 기운으로 나뉘었다.

중후한 기운이 빠르게 단전으로 내려가 기부와 합쳐졌다. 순간 기부가 부풀어 오르더니 진기가 대폭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기부의 진기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변했다.

석목은 무척 기뻐했다. 반년 동안은 수련해야 모을 수 있는 진기를 한 번에 얻은 것이다. 이후 지양단을 챙겨 불의 기운이 충만한 곳에서 반 년 정도 수련을 한다면 적원화경 7단계를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그 순간, 이번에는 가벼운 기운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러자 석목은 머릿속에서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시원함을 느꼈다.

마치 오랫동안 지쳐 있다가 푹 자고 일어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때 기운이 갑자기 흩어지더니 안개로 변했고, 머릿속의 정신력과 합쳐졌다. 그러자 정신력이 삼 할 이상 증가했다.

바로 그 순간, 미처 합쳐지지 않은 안개가 정신력과 함께 그의 머릿속에 있는 달빛의 결정을 건드렸다.

펑!

누에콩만한 크기의 달빛의 결정이 깨지며 밝은 빛을 뿜어내는 보름달의 모습으로 변했다.

석목은 깜짝 놀랐다. 그것은 이전에 몇 차례 겪었던 것보다 훨씬 밝았으며, 뭔가 평소와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석목은 마음속에서 기묘한 느낌이 일어 자신도 모르게 탄월식의 자세를 취했다.

그때, 그의 머리 뒤로 흐릿한 보름달의 환영이 생겨나면서 어둠속에서 신비로운 빛을 뿜어냈다.

동시에 머릿속에 있는 보름달의 일부가 깨지며 정순한 법력으로 변해서, 경맥을 타고 단전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석목의 법력이 빠르게 늘어났고, 순식간에 온신술 9단계를 뚫고 곧바로 10단계에 근접했다.

석목은 기뻐했다. 방금 단전으로 흘러들어온 법력은 고작 은색 달의 절반 치 밖에 되지 않았다.

보름달은 계속해서 정순한 법력으로 변해 단전으로 흘러들어갔다.

보름달이 전부 사라졌을 때, 석목은 온신술 10단계의 중간까지 도달해 있었다.

석목은 크게 기뻐했다. 달빛의 정수를 오랜 시간 모으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로 법력이 증진하다니, 상상한 것 이상이었다.

석목은 체내의 법력이 늘어난 것을 느끼며 몸을 일으키려 한 순간, 그의 표정이 바뀌었다.

마치 몸이 굳어버린 것처럼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웅웅-.

바로 그때, 석목의 뒤에 나타난 보름달의 환영이 진동을 하며 흡입력을 뿜어냈다.

그러자 창밖의 달빛 사이로 달빛의 정수가 무수히 생겨나더니 석목의 몸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달빛의 정수는 점점 늘어다더니 허공을 빼곡히 메웠다. 그리고 결국에는 세숫대야 크기만 한 빛의 무리로 변해 석목의 몸 안으로 앞 다투어 밀려들어왔다.

몸은 꼼짝도 할 수 없었지만 의식은 남아 있는 석목은 머리 뒤에 나타난 보름달의 환영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석목의 탄월식이 대원만에 오른 이후, 그가 탄월식을 수련할 때마다 꿈속 원숭이의 머리 뒤로 이 보름달의 환영이 나타났고, 대량의 달빛을 한순간에 흡수했다.

하지만 실제로 자신의 머리 뒤에 달의 환영이 나타난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달빛을 흡수하는 속도가 이전과 비교해 열 배 이상 빨라진 것을 느꼈다.

석목의 몸에 흡수된 달빛의 정수는 이번에는 결정을 이루지 않았다. 그 대신 즉시 정순한 법력으로 변해 체내를 흐르다가 단전으로 들어갔다.

단전의 법력이 다시 빠르게 늘어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온신술 10단계의 끝자락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법력이 늘어나는 속도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았다.

석목은 기뻐했고,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찌됐든 그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온신술 10단계는 영계술사의 정점이었다. 이제 한 단계만 더 올라간다면 성계술사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석목은 필사적으로 마음을 가라앉히며 체내의 법력을 운기했다. 정순한 법력이 경맥을 흐르다가 단전으로 모여들었다.

단전은 진기의 기부가 절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법력을 저장하기 위한 공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법력이 계속해서 단전에 흘러들어오자 그곳의 법력이 점점 압축되었고, 결국 한계에 도달했다.

쾅!

압축된 법력이 작은 회오리를 일으켰다. 그 회오리는 주위의 법력을 잇따라 집어 삼키며 몸집을 점점 키웠다.

단전에 충만해 있던 법력이 마치 밑 빠진 독처럼 빠르게 회오리에 빨려 들어갔다. 모든 법력을 집어삼킨 회오리는 옆에 있는 기부와 크기가 별반 차이나지 않는 안정적인 회오리로 변했다.

기부의 회오리와 법력의 회오리는 회전하는 방향이 서로 달랐지만, 음(阴)과 양(阳)처럼 서로를 간섭하지 않았다.

단전에 법력의 회오리가 형성된 순간, 머릿속에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던 정신력이 중간으로 모여들었고, 그것은 천천히 구름의 모양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구름 사이로 빛의 점 일곱 개가 천천히 나타났다. 그 점들은 마치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배열되어 있었다.

그중 하나의 별이 점점 밝아지면서 더욱 밝은 빛을 뿜어냈다. 하지만 다른 여섯 개는 그대로였다.

순간 석목은 몸을 흠칫 떨었고, 곧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머리 뒤에 있던 보름달의 환영이 사라지고 달빛의 정수도 더 이상 모여 들지 않았다.

석목은 눈을 떴다. 그의 눈에는 기쁨이 가득 차 있었다.

머릿속의 정신력이 한곳에 모여 형상을 이루고 별자리가 생겨났다. 그것은 그가 드디어 성계술사의 경지에 올랐다는 증거였다.

성계술사가 되기 위한 장벽은 엄청나게 높았다. 일반적인 영계술사는 어마어마한 자원을 투자해 수십 년 동안 수련을 해도 겨우 한 가닥의 가능성이 생길 뿐이었다.

그런데 석목은 탄월식과 서문설에게 받은 고혼단의 힘을 빌려 손쉽게 성계술사가 된 것이다.

현재 그의 체내에는 법력이 급증했을 뿐만 아니라, 정신력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무인과 다르게 술사는 정신력의 단련을 더욱 중시한다.

머릿속의 성운(星云)이 석목의 의지에 따라 수축했다가 다시 팽창했다. 정신력이 그의 머릿속에서 뿜어져 나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그는 성계술사가 되어 정신력을 몸 밖으로 뿜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수준으로는 주위 이십 장 정도가 한계였다.

석목은 눈을 감고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정신력이 퍼져 있는 범위 내의 모든 사물이 똑똑히 보였다.

방문에 있는 미세한 나뭇결, 벌레가 날갯짓을 하며 일으키는 미약한 기류, 십 장 밖의 지하에 있는 지렁이, 지붕에서 졸고 있는 채아….

이 모든 광경이 석목의 머릿속에서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다. 오히려 눈을 뜨고 보는 것보다 더욱 잘 보였다.

여러 방 너머에 있는 광경 역시 뚜렷하게 보였다.

십여 장 떨어져 있는 방에서는 금소채가 침상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천천히 호흡을 하고 있었다.

그 순간, 금소채가 눈을 번쩍 뜨더니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놀란 석목이 다급히 정신력을 회수했다.

금소채는 미간을 찌푸리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후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두 눈을 감았다.

금소채는 과연 평범한 선천무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술사가 아니었음에도 정신력의 미약한 파동을 감지해낸 것이다.

석목은 눈을 뜨고 숨을 작게 뱉었다. 그의 표정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석목이 방금 정신력의 활용법을 확실히 파악했다. 적의 상황을 탐색할 때 사용한다면 정말 유용할 것 같았다.

전투를 하는 도중에도 정신력을 사용한다면 상당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상대가 위장을 하거나 무기를 숨겼다 해도, 정신력으로 상대를 한 번 훑어보면 전부 눈치 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석목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한참 후, 평정심을 회복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그리고 주문을 외우며 바닥을 박차고 창밖으로 뛰어나갔다.

그 순간 하얀 구름이 나타나 그의 몸을 떠받쳤다.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석목은 허공을 날고 있었다.

석목은 만족한 듯 기쁜 표정을 지었다.

이 기운술(气云术)은 온신술 11단계에 오르며 깨우치게 된 새로운 술법으로, 법력을 응집시켜 실체를 가진 구름을 만드는 술법이었다.

하얀 구름은 석목의 몸을 떠받든 채 일 리 정도의 거리를 날아가다가 조금씩 흩어졌다. 석목의 몸은 천천히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석목은 미간을 찌푸리며 어느 건물의 지붕에 조용히 착지했다.

이 기운술로는 진짜 비행은 할 수 없었다. 겨우 일 리 정도의 짧은 거리 밖에 날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이 술법은 다양한 상황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법력의 소모량도 크지 않았다.

석목은 다시 허공으로 뛰어올라 주문을 외웠다. 곧 하얀 구름이 나타나 그의 몸을 받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 * *

사령계의 하늘에는 혼탁한 회색 안개가 가득 퍼져 있었고, 그 때문에 매우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어느 분지 중앙의 못 주위에 뼈창을 든 연나가 서서 전방 몇 리 떨어진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의 끝에는 짙은 회색 안개에 뒤덮인 검은색 산봉우리가 있었다.

연나의 뒤에는 이백여 구가 넘는 해골전사가 진형을 이루고 서 있었다.

그중 소수의 해골은 뼈로 된 방패를 들고 있었다. 또 하늘색 영혼의 화염을 가진, 기운이 강력한 해골 기사가 셋 있었다.

연나는 눈가의 짙은 남색 영혼의 화염을 들썩이다가, 앞장서 검은 산봉우리 위로 향했다. 그러자 그 뒤로 이백 구가 넘는 해골들이 위풍당당하게 따르기 시작했다.

반 시진 후, 수백 장 높이의 칠흑같이 까만 산봉우리 정상에서 금속이 충돌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망자의 군대가 이백여 구의 해골로 조성된 진형을 둘러싼 채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망자의 군대는 삼백 구가 넘는 강시, 그리고 해골병사로 구성돼 있었다.

진형의 바깥에서 회색 강시 하나가 주먹을 내질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간 회색 권영이 진형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해골전사의 방패와 충돌했다.

쾅!

권영은 방패를 파괴하고도 기세가 줄지 않은 채 날아가서 해골전사의 몸을 박살냈다.

진형에 빈틈이 생기자 그 사이로 쌍도를 든 해골 세 구가 밀고 들어갔다.

그중 한 해골이 정면으로 찔러오는 창을 발견하고,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며 오른손에 든 도를 내려베었다.

빠각!

창을 찌른 해골의 몸이 도에 맞아 반으로 갈렸다. 그러나 영혼의 화염이 꺼지지 않은 그 해골은 남은 절반의 몸으로 서서 다시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금세 다른 두 해골의 쌍도에 난도질을 당해 조각이 났고, 영혼의 화염도 꺼졌다.

바로 그 순간, 또 다른 해골기사가 해골 말을 타고 진형의 안쪽에서 튀어나왔다. 그 해골기사가 휘두른 뼈창이 쌍도를 들고 있는 세 해골 중 하나의 눈앞까지 순식간에 다가갔다.

쌍도를 든 해골은 영혼의 화염을 들썩이더니 하얀 빛을 뿜어내는 두 개의 도로 창날을 막았다.

쾅!

폭발이 일어나며 공격을 막은 두 개의 도가 가루가 됐다.

그 순간 파공성이 들려오며 회색 권영이 해골기사의 정면으로 날아들었다. 동시에 피부가 바짝 마른 회색 강시가 해골기사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해골기사가 영혼의 화염을 반짝이자 들고 있던 창대에 부문이 떠올랐다. 창은 곧바로 하얀 화염에 휩싸였다.

해골가사가 두 손으로 창을 휘두르자 하얀 화염은 회오리를 형성하며 회색 권영을 향해 날아갔다.

쾅!

화염의 회오리와 권영이 충돌하며 동시에 사라졌다. 해골기사는 연달아 네 걸음이나 뒤로 물러나며 겨우 균형을 잡았다.

그 순간 바깥에서 더 많은 강시와 해골이 해골기사가 물러난 공간으로 진입했고, 진형 내에 있던 두 해골전사가 난도질을 당했다.

양측의 전력차이는 매우 컸다. 뚜렷한 열세에 몰린 진형 측의 해골전사는 하나둘씩 쓰러졌고, 진형은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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