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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171화 (171/916)

171화. 놀라운 발견

한 달 후, 석목은 이른 아침 종수가 머무는 숙소로 찾아갔다.

오늘은 그들이 함께 승선경매에 참여하기로 한 날이었다.

하지만 숙소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종수가 나오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석목은 숙소 입구를 지키고 서 있는 파란 도복 차림의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잠시 후, 석목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곳을 떠났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종수와 승선대전에 참가하는 몇몇 제자는 통천선교의 부름을 받아 분교에 모여 있다고 했다. 통천선교가 그들을 소환한 이유는 단약 등을 제공해서 폐관수련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석목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북쪽의 동승(东升)거리로 향했다. 그곳은 천우성에서 가장 큰 거리로, 매회 승선경매가 열리는 곳이었다.

반 시진 후, 석목은 사람이 굉장히 북적이는 넓은 거리에 있었다.

동승거리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인파는 점점 몰렸다.

석목이 인파를 뚫고 길을 꺾자 동승거리가 나타났다. 말을 타고 무장한 이들, 그리고 호화로운 마차를 탄 부호와 권력자들이 거리 곳곳에 있었다.

인파를 따라 걸은 석목은 금세 광장에 도착했다. 광장의 중앙에는 네모반듯한 모양의 거대한 팔 층 건물이 있었다.

넓이가 수백 평은 되어 보이는 그 건물은 상당히 웅장했으며,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각 층의 처마에 마치 살아 있는 듯한 새와 짐승들이 조각되어 있어서 매우 상서롭게 보였다.

일 층에는 동서남북에 각각 문이 있었으며, 남쪽의 정문에는 ‘보광각(宝光阁)’이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적힌 순금편액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보광각의 네 문은 전부 열려 있었으며, 수많은 사람이 줄지어 서 있었다. 입구마다 수십 명의 병사와 파란 도복을 입은 통천선교의 제자들이 지키고 있었다.

석목이 처음 천우성에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보광각에 들어가는 모든 사람은 그들에게 까다로운 검문을 받아야만 했다.

석목은 보광각으로 다가갔다. 그때 그의 뒤쪽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그가 고개를 돌려보니 마차 한 대가 멈춰서 있었다. 네 필의 백마가 끄는 호화로운 마차였으며, 백 명이 넘는 정예 기병이 호위하고 있었다.

이어 마차의 문이 열리고, 한 소녀가 두 명의 시녀와 함께 걸어 나왔다. 분홍색 옷을 입고 눈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예쁜 소녀였다.

몸에서 어렴풋이 법력의 파동이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보아, 그녀는 아마도 술사인 것 같았다.

바로 그때, 마차의 반대편에서 석목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석 형,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석목이 소리가 난 곳을 보니 은색 옷을 입고 이마에 은색 띠를 두른 유안이 있었다.

“유 형이었군요. 구경을 하면서 견식을 넓히기 위해 천우성에 왔지만, 이런 좋은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놓칠 수 없지요.”

“선생님, 이 분은 누구시지요?”

소녀가 유안에게 물었다.

소녀의 뒤에는 두 명의 시녀 외에도 무장을 한 다섯 명의 호위가 서 있었다. 그중 우두머리는 피부가 까만 사십 대쯤의 남자였다.

“공주님, 이 사람은 저의 벗인 석목입니다. 석 형, 이 분은 육산왕조의 월예공주님입니다.”

유안이 소개했다.

석목은 놀랐으나 표정으로는 드러내지 않고 침착하게 예를 표했다.

“공주전하를 뵙습니다.”

월예공주는 아름다운 눈으로 석목과 채아를 훑어보며 물었다.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 선생의 벗이라면 귀하 역시 감정 분야의 전문가인가요?”

“석 형은 감정에 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도에 일가견이 있죠. 참, 마침 석 형에게 가르침을 청할 일이 있었는데 동행해도 될까요?”

석목이 입을 열기도 전에 유안이 말했다.

“선생의 뜻대로 하세요.”

월예공주는 그렇게 대답하더니 석목에게 흥미를 잃고 시선을 돌렸다.

석목은 미간을 찌푸리며 무언가 말하려 했다. 그때 갑자기 귓가에 유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석목은 그의 말을 듣고 놀라 건물 입구를 힐끔 본 다음 입을 꾹 다물었다.

시녀와 호위를 동반한 월예공주는 길게 늘어진 줄을 무시하고 곧장 보광각의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석목과 유안도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뒤를 바짝 따라갔다.

월예공주의 호위 중 한 명이 영패를 보이자, 보광각의 입구의 병사와 통천선교의 제자들이 즉시 길을 텄다. 석목 역시 그들 일행과 함께 당당하게 보광각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오기 전 석목은 사람들이 하급 영석 다섯 개를 입장료로 지불하는 모습을 보았다. 약 이십만 은자에 달하는 액수였다.

이 정도만 해도 어지간한 사람은 안으로 들어올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이었다.

그의 추측대로라면, 오늘 경매에 참여하거나 구경하러 온 사람은 최소 만 명은 될 것이었다. 입장료 수입만 영석 수만 개가 되는 셈이다.

보광각의 일 층에 들어서니 족히 만 명은 수용할 수 있을 듯한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그 공간은 굉장히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으며 규모가 웅장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기에 광장에는 육백 명 정도의 인원만 있었다.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고, 네 개의 입구에서 밀려들어오는 인파는 대부분 양쪽의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석목은 방금 유안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천오상회는 매 번 경매가 열리기 전 보광각의 삼 층부터 팔 층까지 점포를 설치하고, 그것을 각지에서 운집한 상회와 종문에게 임대해준다는 사실이다. 임대비는 저렴하지 않았지만 매번 자리가 부족해 구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그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경매에 참여할 능력이 있는 이들은 당연히 매우 부유한 반면, 단지 구경을 하러 온 이들은 진귀한 보물을 살 능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경매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물건들을 사곤 했다. 그러다보니 점포의 매출은 언제나 폭발적으로 올랐다.

‘정말 뛰어난 상술이군.’

석목은 속으로 생각했다.

월예공주의 일행은 오래 멈춰 있지 않고 바로 이 층의 특별석으로 향했다. 신분이 높은 사람들을 위해 주최 측에서 마련해둔 장소였다.

석목은 유안과 인사를 나눈 후 홀로 일 층에 남았다. 그리고 다른 쪽 계단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저 자가 어떻게 갑자기 공주의 조언자가 된 것이지?”

채아가 머리를 갸우뚱하며 석목에게 물었다.

“내가 어떻게 알겠어. 남의 일 상관하지 말고 가자고.”

석목이 대답했다.

그는 한 달 사이에 상당히 많은 중급 부적을 제작해 영석이 넉넉한 상태였다. 자신의 것 일부를 제외하고 모든 부적을 영석으로 바꾸면서, 현재 다섯 개의 중급 영석과 백이십 개의 하급 영석을 지니고 있었다.

석목은 위로 올라가서 필요한 물건이 있나 살펴보기로 하고 삼 층으로 올라갔다.

삼 층은 매우 넓었으며, 내부에 정연하게 늘어선 점포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인파에 이리저리 휩쓸리던 석목은 법기를 판매하는 한 점포 안으로 들어갔다.

* * *

한 시진 후, 석목은 육 층에 위치한 커다란 점포에서 흥분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뜻밖에도 건양단을 파는 점포를 발견한 것이다.

건양단은 양속성의 심법 혹은 술법을 수련할 때 복용하는 단약이었다. 집양단에 비해 가치가 상당했기에 한 알에 하급 영성 하나를 지불해야 했지만, 그 효과는 집양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석목은 경매에서 원숭이 괴수의 정혈을 구입해야 하는 것을 고려해, 스무 개의 하급 영석을 지불하고 건양단(乾阳丹) 스무 개를 구매했다.

반 시진 후, 석목은 이번에는 서적을 판매하는 칠 층의 점포에 나타났다.

점포에는 부적과 술법, 심법에 관한 옥간 외에 동주대륙의 지도 등 다양한 서적이 있었다.

석목은 그곳에서 하급영석을 스무 개 넘게 지불하고 동주대륙의 지도와 ‘화원경(火元经)’을 구매했다.

화원경에는 법력을 쌓기 위한 법문 외에도 여러 개의 화속성 술법이 기록되어 있었다.

물건 구매를 마친 석목은 점포를 나가려다 가판대 구석에서 먼지에 쌓인 낡은 가죽 지도를 발견했다. 거기에는 서하대륙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 * *

반 시진 후, 석목은 일 층으로 돌아왔다.

경매가 열릴 시간이 가까워지니 장내에는 만 명 가까운 사람이 모였고, 공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중앙에 가까운 몇 줄은 특히 사람이 많고 떠들썩했다.

석목은 바깥쪽의 빈자리를 찾아 앉은 뒤 낡은 가죽을 꺼내 흥미진진하게 보기 시작했다. 방금 점포 구석에서 발견한 서하대륙의 지도였다.

지도의 그림은 매우 조잡했다. 대략적으로 그려진 서하대륙의 윤곽에 몇몇 지역이 표시되어 있을 뿐이었다.

사실 석목이 이 지도를 구입한 것은 단순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는 이 대륙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의 시선이 지도의 가장 중앙에 위치한 산봉우리에서 멈췄다.

지도에 적힌 설명에 따르면, 능천봉(凌天峰)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산봉우리는 높이가 만 장에 달하고 매우 가팔라서 하늘까지 뻗은 돌기둥처럼 보인다고 했다.

설명을 읽는 순간 석목은 움찔했다.

그 묘사는 그가 얼마 전 소천봉 아래에서 꿈을 꾸었을 때 나타난 산봉우리와 모습이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다.

그가 조금 더 깊게 생각을 해보려는 순간, 앞쪽에서 맑은 종소리가 울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중앙에 위치한 높은 원형 무대 위에 어느새 자홍색 탁자가 놓여 있었다.

탁자 뒤에는 검은 수염을 기른 중년 남자가 서 있었는데, 그는 강력한 기운을 가진 지계의 강자였다.

“각지에서 모인 여러분, 저는 천오상회의 장로 구양륜입니다. 이번 승선경매를 주최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중년 남자가 사방을 향해 인사를 했다. 그의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장내에 있는 모든 사람의 귀에 뚜렷하게 들렸다.

“모두들 알다시피, 삼십 년에 한 번 열리는 통천선교의 승선대전에 맞추어 저희 상회 역시 동일한 간격으로 승선경매를 개최합니다. 이 경매는 이미 오십 회 이상 열렸으며, 먼 곳에서 찾아온 이들을 단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었죠. 그리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우선 이번 경매의 가장 핵심 상품을 전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많은 분이 이것 때문에 찾아오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중년 남자는 분위기를 띄우는데 매우 능했다. 그는 겨우 몇 마디의 말로 장내 모든 사람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어 중년 남자의 손이 반짝이더니 그의 손에 손바닥 크기의 금색 비단상자가 나타났다.

그가 천천히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손톱만한 크기의 붉은색 돌이 하나 들어 있었다. 그 돌은 표면에 암홍색 무늬가 있었으며, 마치 생명이 있는 것처럼 약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상자 안의 물건을 본 순간, 석목의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석목이 과거 용사의 문에 있는 유적에서 얻은 신비로운 돌과 같은 것이었다. 게다가 석목이 가진 돌은 상자 안에 있는 것보다도 훨씬 컸다.

중년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몇몇 분이 말씀하신대로 이것은 성석입니다. 공간 통로를 안정화 시켜주는 고대의 영석이지요. 시작가는 일단 비밀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장내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 물건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과장하여 떠들어댔고, 전혀 모르는 이들은 여기저기서 하는 이야기들을 주워들었다.

“좋습니다. 이어서 이번 경매의 첫 번째 상품을 소개하겠습니다.”

중년의 남자는 현장의 분위기를 보고 매우 만족스러워하며 말했다.

그는 성석이 들어 있는 비단상자를 닫은 뒤, 이번에는 사람의 종아리 두께만한 보라색 고목을 꺼냈다.

“이것은 대륙의 남부에 있는, 독충이 들끓는 곤반산맥(昆盘山脉)의 깊은 곳에서 자란 백년자향목(百年紫香木)입니다. 자연의 기를 대량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 상급 법붓을 제작하기에 굉장히 적합한 재료지요. 부적 제작에 성공할 확률을 일 할 가량 높여줍니다. 시작가는 하급 영석 육십 개이며 가격은 최소 열 개 이상 높여 불러야 합니다.”

중년 남자가 설명했다.

그 부적은 적을 상대할 때 가장 흔히 사용하는 수단 중 하나였기 때문에, 성공률을 고작 일 할 높여주는 정도로도 많은 사람의 흥미를 끌었다.

“70개!”

“90개!”

“100개를 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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