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173화 (173/916)

173화. 침입

“누가 감히 이곳에서 소란을 피우느냐!”

주위의 병사들과 통천선교의 제자들은 놀라 각자 무기를 뽑아들고 전투 준비를 했다.

작고 뚱뚱한 남자는 차갑게 웃으며 저울대를 하나 꺼냈다.

그가 저울대를 휘두르자 머리 뒤에 있는 여섯 개의 별이 반짝이더니, 동시에 지면에 커다란 부문이 몇 개 나타났다.

뒤이어 부문에서 녹색 연기가 뿜어져 나와 입구 주위의 공간을 전부 덮었다.

병사들과 통천선교 제자들은 굳은 표정으로 키 작은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겨우 몇 걸음 떼자마자 그들의 얼굴과 드러난 피부에 녹색 반점이 생겨났고, 곧 몸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지면서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들 중 대부분은 키 작은 남자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 경련을 일으켰다.

바닥에 쓰러진 젊은 병사는 보광각을 향해 계속 걸어가는 키 작은 남자의 뒷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밝은 대낮에 공공연히 보광각을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운 눈치였다.

키 작은 남자는 걸어가는 동시에 주문을 외우며 한 팔을 들었다. 그러자 맷돌만한 크기의 화염구가 열 개 넘게 허공에 나타나더니, 바닥에 쓰러진 이들을 향해 유성처럼 날아가 꽂혔다.

콰르릉!

거대한 폭발음이 연달아 울리며 주위가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해 병사들을 집어삼켰다. 남자의 동작 한 번에 열 명이 넘는 병사와 통천선교의 제자가 처참하게 살해당한 것이다.

이 모든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기 때문에, 주위의 사람들은 폭음이 울리고 나서야 보광각이 습격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어 비명소리와 절규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거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보광각의 반대쪽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현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키 작은 남자는 이런 소동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오르더니 불의 바다 위를 지나 보광각 안쪽으로 들어갔다.

같은 시간, 보광각의 서쪽에서는 덩치가 커다란 붉은 얼굴의 사내가 입구 쪽으로 빠르게 다가가고 있었다.

“멈춰라!”

통천선교의 제자가 눈처럼 하얀 검을 뽑아 사내를 겨누며 외쳤다.

그 순간, 사내가 섬뜩한 웃음을 짓는 것과 동시에, 그의 몸에서 갑자기 붉은 빛이 솟아나왔다.

원래도 골격이 좋고 덩치가 큰 사내의 몸이 공기를 주입한 것처럼 빠르게 부풀어 올랐고, 입고 있던 검은 옷이 찢겨나갔다. 사내는 순식간에 키가 삼 장 가까이 커졌고, 피부가 검푸르게 변했으며 입 안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자라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내의 몸에서 두꺼운 검은 털이 돋아났고, 다섯 손가락에서는 매의 발톱 같은 날카로운 발톱이 자라났다.

순식간에 거대한 괴물의 모습으로 변한 사내의 전신에서 회색 연기가 감돌았다.

“강시공(僵尸功)! 명월교의 교도다!”

입구를 지키는 병사들이 놀라서 한곳으로 모였다.

“요사스러운 놈, 죽어라!”

통천선교의 제자가 크게 외치며 사내를 향해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 눈처럼 하얀 검이 몇 장 길이의 거대한 검광으로 변해 사내를 내려베었다.

그러나 사내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거대한 검광은 검은 털이 빼곡하게 자란 사내의 검푸른 팔을 내려찍었으나, 고작 얕은 흔적을 남겼을 뿐 피부조차 베지 못했다.

통천선교의 제자는 크게 놀라 빠르게 물러서려 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쿵!

사내의 손짓 한 번에 통천선교의 제자는 입구 주위의 벽에 충돌하며 벽을 빨갛게 물들였다. 바닥에 쓰러진 그는 이미 호흡이 멎어 있었다.

사내는 흉악하게 웃으며 사람들 사이로 몸을 날렸고, 병사와 통천선교 제자들의 몸이 마치 볏짚처럼 이리저리 날아갔다. 그들의 공격은 사내에게는 그저 간지럽게 느껴질 뿐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얼마 후, 입구를 지키던 병사와 통천선교의 제자들은 모조리 피 웅덩이 위에 쓰러졌다.

한편 보광각의 남쪽 입구에서는 열 명이 넘는 병사가 덩치가 커다란 두 괴물과 싸우고 있었다.

괴물 중 하나는 몸길이가 사 장 가까이 되는 거대한 부시랑(腐尸狼)이었다. 살이 전부 썩어 문드러진 늑대의 몸에서는 때때로 끈적끈적한 액체가 흘렀으며, 구역질나는 악취를 풍겼다.

다른 하나는 거대한 백골 호랑이었다. 호랑이의 덩치는 부시랑보다는 조금 작았지만 그래도 몸길이가 삼 장 가까이 됐으며, 상당히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두 괴수는 양의 무리를 덮친 늑대처럼 병사와 통천선교 제자들 사이를 이리저리 헤집고 다녔다. 그들의 몸집은 매우 거대했지만 동작은 상당히 빠르고 힘이 있었다.

병사들이 들고 있는 도검은 두 괴수의 몸에 조금도 상처를 입히지 못하고 쉽게 부서졌다.

입구 근처에는 순식간에 쓰러진 병사와 통천선교 제자들의 시체가 쌓였다.

이어 머리 뒤에서 다섯 개의 별이 반짝이는 은색 단발의 청년이 나타났다. 그는 비명소리와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도망가는 소리를 뒤로 하고 보광각 안으로 들어갔다.

보광각의 북쪽 입구에서는 몸길이가 팔 장 가까이 되는 거대한 백골 구렁이가 출몰했다.

구렁이가 휘두르는 꼬리에 맞은 사람이 몸이 반으로 갈라져서 허공에서 사방으로 선혈을 흩뿌리며 날아갔다.

주위에는 이미 시체가 널려 있었다. 복장으로 보아 그들은 문을 지키는 병사와 통천선교의 제자인 것 같았다.

보광각 안에서 출구로 도망가려던 몇몇 사람은 밖에 있는 거대한 구렁이를 보고,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서 발걸음을 멈췄다.

이어 얼굴을 면사포로 가린 늘씬한 몸매의 여인이 구렁이의 옆을 지나 보광각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머리 뒤에는 일곱 개의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 * *

그 시각, 보광각의 일 층 허공에는 핏빛 달이 나타나 눈부신 붉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장내의 공기는 호흡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끈적끈적하게 변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승선대회 참가자처럼 실력에 자신이 있는 이들은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편 가장 앞쪽에 있던 신저광은 지척에 있는 붉은 달을 보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그는 가문의 풍부한 지원을 받고 어려서 기부를 형성해 선천의 경지에 올랐고, 여러 가문의 제자 사이에서도 뛰어난 무공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비록 오만하고 허영심이 있었지만 절대 무능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현재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솟아오르는 공포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그의 곁에 있던 몇몇 가문의 제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두 얼굴이 종이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고, 일부는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출구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무언가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을 느끼고 황급히 뒷걸음질을 치다가 출구를 향해 몰려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네 출구 밖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이어 참혹한 시체들이 안으로 날아 들어오자 밖으로 나가려던 무리는 혼란에 빠졌다.

* * *

경매를 진행하던 구양륜 역시 허공에 갑자기 나타난 핏빛 달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무언가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달 아래에서 하얀 빛이 반짝이더니 허공에 사람이 나타났다. 유안이었다.

유안은 붉은색 장발을 흩날리며 허공에 떠 있었다. 그의 이마에는 핏빛 초승달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빛이 허공의 붉은 달과 공명하는 모습은 매우 신비로웠다.

유안이 경건한 표정으로 무언가 주문을 외우자 회색빛이 그의 전신을 감쌌다. 이어 그의 머리 뒤로 보름달의 환영이 떠올랐다.

유안의 몸에서 엄청난 법력의 파동이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장내를 휩쓸었다.

유안과 비교적 가까이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졌고, 경지가 낮은 몇몇은 그대로 눈을 까뒤집고 기절했다.

“망월술사(望月术士)!”

구양륜이 놀라 소리치며 보라색 보호막으로 전신을 보호했다. 법력의 충격에 의해 보호막이 마치 강력한 일격에 당한 것처럼 흔들렸다. 구양륜의 안색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

* * *

보광각 이 층의 특별석에 있던 귀빈들도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을 느끼고 서둘러 밖으로 몰려나갔다.

월예공주는 현재의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 경악한 표정으로 허공에 떠 있는 유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자가 뭔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으나 사교의 사람인 줄은 몰랐군요. 게다가 월계의 정점에 오른 망월술사라니! 분명 아까 만난 석목이라는 자 역시 사교의 교도가 분명합니다.”

피부가 까만 남자가 월예공주의 앞을 가로막고 서서 아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가 말을 마친 순간 허공의 핏빛 달이 반짝이더니, 붉은색 빛의 기둥이 아래로 쏘아져 나와서 성석이 들어 있는 비단상자를 감쌌다.

달칵!

비단상자가 저절로 열리더니 안에 들어 있던 성석이 기둥 사이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구양륜은 표정이 굳어지며 보라색 빛에 감싸인 손을 성석을 향해 뻗었다.

펑!

그러나 구양륜의 손은 곧바로 튕겨 나왔고, 빛의 기둥은 겉보기에는 얇아 보였지만 굉장히 견고해서, 지계의 강자인 그로서도 뚫을 수가 없었다.

휙!

성석이 빛의 기둥을 타고 붉은 달 환영의 중앙까지 떠올랐다.

유안은 아래의 구양륜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두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려 무언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머리 뒤 보름달이 밝게 빛났다.

성석 표면의 암홍색 무늬가 빠르게 반짝이더니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속도로 빠르게 어두워졌다. 반대로 핏빛 달의 환영은 점차 실체를 갖추며 주위의 허공을 격렬하게 진동시켰다.

요동치는 허공에 붉은 번개가 한 가닥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늘어난 붉은 번개는 장내의 허공을 빼곡히 뒤덮었고, 곧 사방으로 음산한 바람이 크게 일었다.

핏빛 달 주위에 일어난 파문 속에서 회색 연기가 솟아나와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순식간에 십 장 크기의 거대한 회오리를 형성했다.

이어 회오리의 작용에 의해 허공에서 파동이 크게 일었고, 곳곳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때, 회오리가 갑자기 사방으로 퍼지면서 중간에 거대한 공간의 통로가 나타났다. 아직 정신을 잃지 않고 있던 이들은 이 광경을 보고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거대한 공간의 통로 저편에는 희뿌연 하늘 사이로 열한 개의 붉은 달이 떠 있었다. 그중 열 개의 달은 매우 밝은 붉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늘 아래에는 백골로 만들어진 거대한 제단이 세워져 있었고, 그곳에서 회색 연기로 몸이 뒤덮인 거대한 신영이 공간의 통로를 통해 걸어나왔다.

거대한 신영의 뒤에는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령군단이 있었다.

“사령생물을 소환한다! 어서 저 자를 저지해!”

구양륜이 굳은 표정으로 기이한 모양의 도를 꺼내들자 기의 등 뒤에 법상이 나타났다. 법상은 보라색 빛이 감도는 팔 장 길이의 도였다.

그가 양손으로 도를 쥐고 허공에 맹렬히 휘두르자 뒤에 있는 법상이 밝게 빛나며 똑같이 움직였다.

순간 십 장이 넘는 거대한 보라색 도광이 생겨나 유안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오십 명이 넘는 사람이 곳곳에서 뛰어올라 허공에 떠 있는 유안에게 달려들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서른 살이 채 되지 않는 듯 보이는 젊은 자들로, 몇 달 뒤 승선대전에 참가하는 각 종문의 천재들이었다.

진기가 응집한 도광과 검영, 화염구와 얼음 창이 사방팔방에서 유안을 향해 놀라운 기세로 날아갔다.

그러자 유안은 무언가 주문을 외우며 열 손가락을 움직여 수인을 맺었다.

순간 그의 몸 앞에서 푸른빛이 반짝이더니, 문짝만한 푸른 바람의 칼날 백여 개가 나타나 회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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