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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178화 (178/916)

178화. 꽃을 돌려줘!

영기에는 상당량의 자원이 소모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지계 이상의 강자, 혹은 성계술사 정도는 되어야 가질 수 있었다.

석목의 머릿속에 떠올랐던 온갖 생각은 금방 사라졌다. 주위의 수많은 통천선교 도사가 거의 동시에 공격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하얀 검기 세 개와 푸른 도광 세 개였다. 세 방향에서 엄청난 기세로 몰아치는 공격은 석목의 모든 퇴로를 봉쇄했다.

공격을 한 여섯 명은 모두 선천등급의 실력을 가진 도사였다.

바로 뒤이어 십 여 명의 후천도사가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그들은 한기가 서려 있거나 화염이 불타오르는 각자의 무기를 동시에 휘둘렀다.

석목의 몸에서 하얀빛이 반짝이더니 순간 은색 방패가 나타나 그의 몸을 보호했다. 그는 자신을 향해 몰려오는 수많은 공격을 전부 무시한 채, 그중 하나인 하얀 검기를 향해 돌진했다.

몸을 기울여 손쉽게 검기를 피해낸 석목은 왼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손에서 흰색 기의 사슬이 쏘아져 나가 검기를 날린 도사의 몸을 묶었다.

몸을 구속당한 도사가 놀라서 진기를 끌어올리며 빛의 사슬에서 벗어나려 했다.

바로 그때, 붉은 도광이 도사의 허리를 가로로 베고 지나갔다. 그러자 그의 몸이 두 동강이 나면서 피와 내장이 흘러내렸다.

순간 사방팔방에서 날아온 공격들이 석목에게 집중됐고, 각양각색의 빛이 폭발하며 강풍이 몰아쳤다.

석목의 몸을 보호하던 은색 빛의 방패가 급속도로 어두워지더니 부서졌다. 이어 몇 차례의 공격이 검은 비늘을 가격하자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치솟았다.

휙!

석목이 연기 속에서 튀어나와서 도를 들고 있는 다른 선천 도사의 앞에 귀신처럼 나타났다. 그의 상의는 전부 찢어져서 검은 비늘에 뒤덮인 몸이 드러나 있었다.

그가 팔을 휘두르자 화염이 불타오르는 도영이 날아갔고, 그것은 도를 들고 있는 선천 도사와 곁에 있는 두 명의 후천 도사를 덮쳤다.

“악!”

“으악!”

두 명의 후천도사가 석목의 공격에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선천도사는 도를 옆으로 뉘어 석목의 일격을 막아내고 그 충격으로 뒤로 밀려났다.

바로 그때, 두 줄기의 하얀 빛이 석목의 입에서 뿜어져 나갔다.

석목과 상대의 거리는 아주 가까웠고, 또 공격의 각도도 매우 절묘했다. 선천도사는 미처 피할 틈도 없이 하얀 빛줄기에 가슴을 가격 당했다.

펑! 쾅!

도사의 호신강기가 먼저 파괴됐고, 이어 그의 가슴 위로부터 머리끝까지 전부 터져버리며 사방에 피가 흩날렸다.

“으악!”

“으악!”

다시 두 번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도사가 기폭술에 목숨을 잃는 순간, 두 명의 후천도사도 석목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머리를 잘려 피 웅덩이 위로 쓰러졌다.

바로 그 순간, 세 명의 선천도사가 협공 태세를 이루며 석목을 둘러쌌다. 푸른빛에 감싸인 도와 파란빛으로 반짝이는 검이 석목의 머리를 향해 동시에 날아들었다.

그때, 갑자기 석목의 곁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더니 그 안에서 튀어나온 수많은 창영이 세 사람을 덮었다.

“악!”

“악!”

“으억!”

세 번의 단말마 비명이 울렸다.

이어 세 선천도인은 전신에 구멍이 뚫린 채 바닥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금세 뚱뚱한 도인이 쫓아와서 연나에게 금색 검을 휘두르려 했다. 그러나 연나가 또다시 자취를 감춰버리자 뚱뚱한 도인은 눈을 부릅뜨며 성을 냈다.

석목은 그 기회를 틈 타 검을 쥐고 있는 마지막 선천도사에게 돌진했다. 그가 곤봉과 흑도를 동시에 휘두르자 첩첩이 겹쳐진 곤영과 활활 타오르는 도광이 전방으로 몰아치며 상대의 몸을 집어삼켰다.

전투가 시작된 후 고작 몇 번 호흡을 할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천의 경지에 오른 통천선교의 도사는 전부 목숨을 잃었다.

바로 그때, 석목은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에 숨이 탁 막혔다. 그는 놀라서 뒤로 황급히 물러나며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연나를 쫓던 거대한 금색 검이 그의 머리 위에 있었다.

촥!

금빛 화염이 불타오르는 거대한 검이 번개처럼 엄청난 속도로 허공을 가르며 떨어졌다.

석목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도저히 피할 틈이 없었다. 그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도와 곤을 하나로 합쳤고, 그러자 푸른색과 붉은색 빛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석목이 운철협도를 휘둘러 거대한 검을 막으려 할 때, 갑자기 옆에서 검은 빛이 반짝이며 연나가 나타났다.

연나가 연한 보라색 영혼의 화염을 들썩이는 순간 창의 하얀 화염이 더욱 거세게 솟아올랐다.

하얀 창이 거대한 검의 옆면을 향해 뻗어나갔다. 창이 검의 옆면에 닿기 직전 거대한 검은 순간적으로 궤도를 틀었고, 검날과 창끝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창을 둘러싼 하얀 화염이 즉시 흩어져 사라지고 동시에 창대에 무수한 균열이 생겨났다.

뒤이어 창은 부서져서 회색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연나가 다른 동작을 취하기도 전에 거대한 검이 날아들었다. 연나의 머리가 날아가기 직전이었다.

“하하, 망할 자식! 왔던 곳으로 돌아가거라!”

뚱뚱한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법상은 처음보다 상당히 어두워진 상태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남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연나가 오른손으로 금빛 검의 검신을 잡아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검신에서 타오르던 금빛 화염은 신속하게 한 곳으로 모여들어 연나의 오른손을 감쌌다. 하지만 연나의 손은 화염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듯 멀쩡했다.

연나는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입을 벌려 소리 없이 울부짖었다.

돌연 안색이 굳어진 뚱뚱한 남자는 금색 부적을 한 장 꺼내들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사용하기도 전에 영혼이 칼에 난자당하는 고통을 느꼈고, 손을 떨며 부적을 떨어뜨렸다.

그 순간 그의 뒤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오른손으로 거대한 검의 검신을 꼭 쥐고 있는 연나가 나타났다. 동시에 연나의 왼손에 회색 연기가 모여 들더니 순식간에 새로운 창이 생겨났다.

흰빛이 반짝이는 순간, 창이 뚱뚱한 남자의 법상을 찌르자, 법상에 박힌 창에 부문이 흐르더니 하얀 불꽃이 일었다.

쾅!

수차례 창에 찔린 법상은 결국 흩어져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뚱뚱한 남자는 몸을 떨면서 안색이 창백해졌다. 남자의 눈빛은 곧 다시 맑아졌지만, 그 순간 차가운 창날이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을 관통한 창을 보았다. 이어 그는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다가 결국 숨을 거두었다.

연나는 오른손을 뻗었다. 그러자 남자의 머리가 마치 수박처럼 폭발하더니 하얀 빛의 덩어리가 솟아올랐다.

하얀 빛을 흡수한 연나의 영혼의 화염이 조금 짙어졌다.

바로 그때, 참혹한 비명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선천도사의 보호를 받지 못한 후천도사는 석목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그들은 매우 짧은 시간 사이에 석목의 곤봉과 흑도에 목숨을 잃었다.

바로 그때, 허공을 선회하던 채아가 소리를 질렀다.

“개가 도망간다!”

석목은 백 장 가량 떨어진 곳에서 귀가 여섯 개 자란 개가 엄청난 속도로 도망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석목은 운철흑도와 곤봉을 바닥에 던지고 진묘계에서 파천궁과 화살을 하나 꺼내 들었다.

그가 왼손을 당기자 활이 보름달처럼 휘었다.

쉬익!

검은 화살이 백 장의 거리를 날아가 개의 머리를 관통하고 바닥에 박혔다.

석목이 모든 적을 쓰러뜨리고 막 숨을 돌리려는 순간, 스산한 기운이 석목의 전신을 감쌌다.

놀라 고개를 돌린 석목의 뒤에는 하얀 갑옷을 착용한 연나가 서 있었다.

허공에 떠오른 연나는 처음 나타났을 때의 모습으로 변한 금전검을 던져버렸다. 그리고 투구 사이로 드러난 영혼의 화염을 들썩이며 하얀 화염이 타오르는 창으로 석목을 가리켰다.

그 순간,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석목의 머릿속에 들려왔다.

“꽃을 돌려줘!”

석목은 깜짝 놀랐다.

한동안 안 본 사이에 연나는 지계의 실력에 올랐을 뿐 아니라, 지능 역시 상당히 높아진 것 같았다.

연나의 말에 석목은 한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꽃을 바꾼 것은 명백히 자신의 잘못이었기 때문이다.

땅으로 내려오려던 채아는 아래의 상황을 보고는 두말없이 다시 고공으로 날아올랐다.

연나가 뿜어내는 기운이 점차 차가워졌다. 이어 영혼의 화염이 격렬하게 파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석목은 몸을 흠칫 떨며 황급히 왼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는 이전에 찰고에게서 얻은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석목은 그것을 얻은 이후로 계속 착용하고 다니기는 했지만, 진묘계에 물건을 저장하는 것이 더 익숙했기에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연나, 이것은 저장반지야. 네가 좋아하는 물건을 담아놓을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하지. 꽃 대신 이걸 줄게. 어때?”

석목이 빠르게 말했다.

동시에 그의 왼손이 반짝이더니 파천궁이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한 번 빛이 반짝이며 파천궁이 나타났다.

석목은 파천궁을 진묘계에 넣은 후 왼손에 들고 있던 반지를 빼냈다.

연나는 분위기가 상당히 누그러져 있었다.

고개를 갸우뚱하던 연나는 잠시 후 석목의 곁에 나타나 오른손으로 반지를 낚아챘다.

연나는 석목을 따라 반지를 왼쪽 손가락에 끼었다. 그러자 회색 연기가 솟아나와 반지를 감쌌다가 빠르게 흩어졌다.

그 순간, 석목은 찰고의 저장반지와 자신의 피의 연결이 끊어진 것을 느꼈다.

연나의 손에 끼워진 반지가 반짝이더니 곧바로 바닥에 떨어져 있던 통천선교 제자의 검이 사라졌다. 그리고 반지가 반짝이자 검이 다시 바닥에 나타났다.

연나는 그것을 열 번 넘게 반복해보더니, 반지를 낀 왼손을 얼굴 앞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매우 기쁜 듯 반지를 이리저리 뜯어보았다.

“좋아.”

맑고 생기가 넘치는 소녀의 목소리가 다시 석목의 머릿속에서 들려왔다.

“그럼… 앞으로도 부르면 나타나줄 거지?”

석목이 물었다.

연나는 현재 지능이나 실력 모두 놀라울 정도로 발달해 있었다. 게다가 처음 한 말에서는 분노의 감정까지 느껴졌다.

“기분 보고.”

그렇게 말한 연나는 석목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검은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석목은 잠시 후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연나가 있던 자리로 걸어가자 그곳에는 소박해 보이는 금전검이 놓여있었다. 석목은 그것을 주워들었다.

그 검은 총 백팔 개의 동전으로 엮여 있었으며, 방금 전까지 금빛으로 반짝이던 것과는 다르게 전체적으로 어두운 빛을 띠고 있었다.

검에는 작은 부문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는데, 그것들은 이전까지 그가 본 적이 없는 복잡한 형태였다.

석목은 금전검에 정신력을 주입해보았다. 그러자 검의 표면에 새겨진 부문이 빛을 발하더니 검신에서 금색 화염이 솟아올랐다.

석목은 기뻐했다. 그리고 뚱뚱한 남자가 했던 것처럼 금전검에 법력을 주입하며 허공에 던졌다.

금전검은 순식간에 문짝만 하게 커졌다. 그러나 곧바로 금색 화염이 꺼지고 부문이 어두워지더니 바닥에 떨어졌다.

석목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뚱뚱한 남자가 했던 것처럼 허공에 검을 내려베려 했던 것이다.

실망한 석목은 고개를 가로저은 후 금전검을 주워 진묘계에 넣었다. 그리고 뚱뚱한 남자의 시체로 다가갔다.

그는 가장 먼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금색 부적을 챙겼고, 남자의 왼손에 끼워져 있는 금색 반지도 빼냈다.

석목은 그 반지를 왼손에 착용한 뒤 안에 정신력을 주입했다.

그 반지의 공간은 진묘계보다 무려 세 배는 컸다.

그 안에는 대량의 영석과 수많은 물건이 들어 있었다. 석목은 그것들을 자세히 볼 여유가 없었지만, 그중에서 금색 표지의 책에 흥미를 느끼고 꺼내 들었다. 표지에는 ‘통천어령결’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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