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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180화 (180/916)

180화. 습격을 당하다

“이곳에서 처음 보는 얼굴인 것 같군요. 저는 백진각의 진식입니다. 이름을 여쭤 봐도 될까요?”

사장의 질문에 석목은 가짜 이름을 댔다.

“목석입니다.”

“반갑습니다. 우리 백진각에는 무엇을 사러 온 것이죠?”

중년의 남자는 호쾌한 사람인 듯 인사치레 없이 즉시 본론을 꺼냈다.

“마살지기를 가장 좋은 것으로 사고 싶습니다.”

석목이 말했다.

석목은 정혈을 이미 손에 넣었기 때문에, 마살지기만 있다면 즉시 대력마원탈태결을 수련할 수 있었다.

석목은 최근 전투를 통해 완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은 참이었다. 하지만 반야천상공을 이미 정점까지 수련했기 때문에, 육체의 힘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대력마원탈태결을 수련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마살지기요?”

중년 남자가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혹시 없는 건가요?”

“아, 물론 있지요. 마침 얼마 전 가장 상급의 마살지기를 들여놓았습니다.”

중년 남자가 황급히 대답했다.

“아,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석목이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중년의 남자는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 * *

일 각 후, 석목은 웃으며 백진각을 나섰다.

대진국은 천마종이 위치하고 있는 나라답게 판매하는 마살지기의 품질이 매우 훌륭했다. 그래서 석목은 한 번에 많은 양을 사들였다.

비록 상당한 영석을 지불하긴 했지만, 뚱뚱한 도사로부터 많은 양의 영석을 얻었기 때문에 이 정도에 연연할 필요는 없었다.

이후에도 석목은 몇몇 잡화점을 드나들며 육포 등 건량을 구매했다.

잠시 후, 석목은 길가에 서서 주위를 한 번 둘러본 후 북쪽 성문으로 향했다.

“바로 떠나려고?”

채아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필요한 물건을 샀으니 오래 머물 필요 없어.”

석목이 말했다.

“주루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을 줄 알았는데.”

채아가 투덜거렸다.

“주루는 다음 성에 도착하면 가자.”

석목이 말했다.

그는 어째서인지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성에서 나가는 사람은 매우 적었고, 그 때문에 석목은 줄을 설 필요 없이 가하관을 금방 나올 수 있었다.

“후….”

석목은 황야에 서서 가하관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석두,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채아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아무 일도 없어.”

석목이 말했다.

바로 그 순간, 무언가가 뒤에서 번개같이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놀란 석목은 바닥을 박차고 옆으로 일 장의 거리를 이동해 피했다.

콰르릉!

날아온 것은 석목이 서 있던 곳을 지나 바닥에 충돌했다. 지면이 떨리며 몇 장 크기의 구덩이가 생겨났다.

흙먼지가 사라지며 그것의 정체가 드러났다. 노랗게 빛나는 옥여의(玉如意)였다.

표면에 노란 빛이 감도는 그 여의는 강력한 영기의 파동을 뿜어내고 있었다.

석목은 지면을 다시 한 번 박차고 뛰어올라 멀리 뒤로 후퇴했다. 그와 동시에 흑도와 곤봉을 꺼내 쥐었다.

쉭! 쉬익! 쉭!

열 개가 넘는 푸른 바람의 칼날이 나타나 석목에게 비처럼 쏟아졌다.

허공에 뜬 상태의 석목은 날아드는 공격으로부터 몸을 피할 수 없었다. 그가 곤봉을 든 손을 휘두르자 은색 빛의 방패가 생겨나 몸 앞을 막았다.

푸른 바람의 칼날이 빛의 방패와 충돌했다. 빛의 방패가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곧 흩어져 사라졌다.

곧바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아 있는 바람의 칼날은 대부분 석목의 흑도와 곤봉에 가로막혔다. 그러고도 남은 몇 개는 석목이 몸에 두른 호신강기와 충돌했다. 석목은 거대한 힘에 밀려 연달아 몇 발자국을 뒷걸음쳤다.

그 순간,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송아, 도망치는 것이 정말 빠르더구나. 하마터면 놓칠 뻔했어.”

놀란 석목은 눈을 들어 앞을 보았다. 어느새 푸른색 옷을 입고 음침하게 생긴 중년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독사 같은 눈빛으로 석목을 바라보며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중년의 남자의 뒤에는 젊은 남자 두 명이 서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백진각에서 석목을 몰래 엿보던 남자였다.

“저 자인가?”

중년 남자가 석목을 한 번 보더니 젊은 남자에게 물었다.

“능풍 장로님, 바로 저 자입니다. 틀림없습니다.”

젊은 남자가 공경하게 말했다.

“음, 확실히 매우….”

음침한 중년 남자는 중얼거리면서 주먹만 한 크기의 하얀 옥간을 꺼냈다. 그러자 그 위에 석목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것을 본 석목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좋구나. 본좌가 이놈을 잡은 뒤 섭섭지 않게 보상을 해주마.”

중년의 남자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풍 장로님.”

젊은 남자가 기뻐하며 허리를 숙였다.

“누군데 나를 기습하는 겁니까?”

석목은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세 사람을 유심히 관찰했다.

뒤에 있는 두 젊은 남자는 모두 후천무인이었지만, 눈앞의 이 중년 남자는 상당히 강해보이는 성계술사였다.

석목이 정신력으로 자신을 관찰하는 것을 감지한 중년의 남자가 콧방귀를 뀌었다.

“애송이, 네가 석목이냐?”

“맞습니다.”

석목이 말했다.

그때 채아가 속삭였다.

“석두, 저 사람의 소매를 봐.”

석목은 채아의 말에 시선을 돌려 중년 남자의 소매를 바라보았다. 그의 소매에는 검은색 도깨비의 문양이 수놓아져 있었다.

“귀하는 천마종의 사람입니까?”

속으로 어렴풋이 예상을 하고 있었던 석목은 더욱 확신을 가지고 물었다.

“맞다. 노부는 가하관을 지키는 당주다. 명월교의 잔당이 감히 겁도 없이 우리 대진국의 국경을 넘어 들어오다니, 용기가 가상하구나.”

중년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석목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명월교의 잔당이라뇨? 귀하께서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명월교의 사람이 아니라 대륙 동부에 위치한 흑마문의 제자입니다. 마양대전에 참여하기 위해 천마종을 향해 가는 길이죠.”

“흑마문의 제자?”

석목의 말을 들은 중년 남자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이어 다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속임수를 써서 넘어갈 생각을 하지 말거라. 너희가 천우성 승선경매에서 귀왕을 소환해 무수히 많은 사람을 살해한 사실은 이미 동주대륙 전역에 퍼졌다. 이미 각 종문에서 너를 포함한 명월사교의 잔당에게 현상수배를 내렸지.”

중년의 남자가 말하는 도중 옥간 위에 다시 석목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 옆에는 작은 글씨가 몇 줄 적혀 있었는데, 그 내용은 그 남자가 말한 것과 일치했다.

가장 아래에는 현상금이 일 만 영석과 양치단(漱魂丹) 한 병, 상급 영기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석목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깜짝 놀랐다.

“이 정도 알려줬으니 네가 어째서 죽게 되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겠지. 이제 목숨을 내놓아라!”

순간 남자의 손이 반짝 빛났다. 이어 그의 손에 강력한 법력의 파동을 뿜어내는 노란색 법장이 생겨났다.

그것을 모습을 본 석목은 정신을 다잡았다.

뭐가 어찌됐든 눈앞의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채아, 전투 중에는 신경 쓸 틈이 없으니까 하늘로 피해 있어.”

석목의 말에 채아가 황급히 대답한 뒤 날개를 펼쳐 하늘로 빠르게 솟아올랐다.

쾅!

석목의 몸에서 붉은 빛이 터져 나왔다. 마치 그의 몸 전체가 거대한 화염에 휩싸인 것 같이 변했다.

“무공 실력도 나쁘지 않구나. 하지만….”

남자가 눈을 반짝이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석목의 발아래 지면이 거세게 진동하더니, 노란 빛이 솟아올라 진법을 형성하며 그의 몸을 덮었다.

진법에서 발생한 매우 강력한 압력 때문에 석목은 몸을 움직이기 어려워졌다.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몸이 무거웠다.

석목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체내의 진기를 전력으로 끌어올렸다. 그의 몸을 감싼 붉은 빛이 용솟음을 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진법의 압력이 점차 커지면서 지면에 박혀 있던 옥여의가 천천히 떠올랐다.

“그랬군….”

석목은 자신의 부주의를 질책했다. 중년의 남자가 사전에 미리 손을 써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것이다.

“노부의 황봉여의(黄凰如意)에는 저승의 감옥이 들어 있다. 지계의 무인이라 할지라도 한동안은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니, 포기하는 게 좋을 것이다!”

간사하게 웃는 중년의 남자 뒤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별 모양의 환영이 여섯 개 나타났다. 동시에 남자가 주문을 외우자 지팡이는 노란 빛을 강하게 뿜어냈다.

순간 석목의 주위에 수많은 노란 빛의 덩어리가 생겨나더니, 곧이어 그를 향해 한꺼번에 날아들었다.

석목은 짙은 토(土)속성 기운이 자신을 향해 몰려오는 것을 느끼고 놀랐다. 하지만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도 술법을 시전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다음 순간, 석목의 입에서 하얀 빛줄기가 연속으로 뿜어져 나와 노란 빛들을 향해 날아갔다.

쾅! 쾅! 쾅!

기폭술이 연달아 작렬했지만 노란 빛의 덩어리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듯, 폭발을 가볍게 뚫고 석목의 몸에 충돌했다.

그 순간, 석목의 몸이 팔부터 시작해서 돌로 변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몸은 완전히 돌로 만든 조각상으로 변했다.

중년의 남자가 한 손을 휘두르자 노란 여의가 그의 손으로 돌아왔다. 동시에 바닥의 노란 진법도 흩어져 사라졌다.

남자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 비술은 그에게 있어서도 체력적으로 상당히 부담이 되는 듯했다.

“풍 장로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키가 큰 젊은 남자가 즉시 아첨을 했다.

“고작 이런 좀도둑을 잡는 것은 노부에게 있어서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다.”

중년의 남자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그는 속으로 석목이 어째서 사령생물을 소환하지 않았는지 의아해 했다. 만약 사령생물이 나왔다면 상당히 번거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됐든 간에 석목은 석화술(石化术)에 당해 꼼짝도 못하게 됐다. 이 술법은 상급 술법 중에서도 유명한 것으로,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벗어날 수 없었다.

“우선 이 자를 성안으로 운송해라. 추후의 일은 그 뒤에 다시 생각하지.”

중년의 남자가 손을 휘두르며 지시했다.

두 젊은 남자가 대답하고 석목에게 다가갔다.

우드득!

바로 그때, 돌로 변한 석목의 몸에 균열이 생겨났다.

그 광경을 본 중년 남자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쾅!

균열은 순식간에 석목의 전신으로 퍼져나갔고, 조각상이 갑자기 폭발하면서 돌조각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석목에게 다가간 천마종의 두 젊은 제자는 돌조각에 맞고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날아갔다.

비처럼 쏟아지는 돌조각 사이로 전신이 검은색 비늘에 뒤덮인 석목이 튀어나왔다.

“핫!”

석목이 기합을 지르며 불빛이 터져 나오는 운철협도를 휘둘렀다. 반월형의 도광이 중년의 남자를 향해 날아갔다. 동시에 그의 왼손이 금빛으로 반짝이더니 금색 부적이 생겨났다.

그 부적은 통천선교의 뚱뚱한 도인에게서 빼앗은 공간전송(空间传送) 부적으로, 그 성능은 순이부 이상이었다.

곧이어 금빛이 석목의 몸을 감쌌다.

반월형 도광은 중년 남자의 손에 들려 있는 여의에 의해 파괴됐지만, 그 사이 석목은 금빛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빌어먹을!”

중년의 남자가 대노했다.

이어 두 청년이 몸부림치다가 끙끙거리며 일어났다. 두 사람의 부상은 심각하지 않았다. 키가 큰 청년은 남자의 눈치를 보더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숙부님, 저 놈이 어떻게 석화봉인을 벗어난 거죠? 게다가 마지막의 저 모습은 도대체 뭔가요?”

줄곧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던 다른 청년이 물었다.

눈썹이 얇은 그 청년은 생김새가 중년 남자와 퍽 닮아 있었다.

중년의 남자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대륙 동부에 자리잡은 야만족이 가진 비술일 것이다. 체내에 봉인시킨 괴수의 혼의 힘을 빌려 육체를 강화시키는 것이지.”

“무공과 술법만 동시에 익힌 것이 아니었군요. 명월교의 교도는 모두 그런 가요?”

눈썹이 얇은 청년이 물었다.

“저런 잔재주가 없다면 어찌 고작 몇 명이서 통천선교가 지키는 천우성을 뒤흔들었겠느냐. 승선대전에 참가하려던 수많은 천재가 죽었다. 어쩌면 그들 중에 신진제자(新晋弟子)가 될 이도 있었을 테니, 손실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지. 현재 통천선교는 힘을 크게 잃었고, 위엄과 명망은 땅에 떨어졌다.”

중년의 남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천마종에게는 잘된 일이군요!”

눈썹이 얇은 청년이 말했다.

“통천선교가 변고를 당한 것은 천마종에게는 확실히 좋은 일이다. 하지만 명월사교는 우리 천마종과 통천선교에게 공동의 적이니 막지 않을 수 없지.”

중년의 남자가 말했다.

“저 자를 놓친 것이 안타깝군요….”

석목이 방금 사용한 금색 부적은 상급 전송부(传送符)였다. 이동거리가 매우 길었기 때문에 중년 남자 혼자만으로는 찾아낼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돌아가자.”

잠시 침묵하던 중년 남자는 석목을 쫓으려 하지 않고, 두 사람과 함께 가하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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