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185화 (185/916)

185화. 생기 없는 마을

곧 대전에는 제단 위의 종주와 이번에 선발된 여섯 사람만 남게 되었다.

“너희는 본좌를 따라오너라.”

말을 마친 사도호는 대전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들은 검은 대문 앞에 멈춰 섰다.

문 위에는 붉은 글씨로 천마전(天魔殿)이라고 적힌 편액이 걸려 있었다. 매우 평범해 보이는 세 글자였지만 어째서인지 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글자를 본 여섯 사람은 몸을 살짝 떨더니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번 마양대전의 승자인 너희에게는 관례에 따라 마양단(魔阳丹)이 하나씩 주어질 것이다.”

사도호가 손을 휘두르자 검은색 상자 여섯 개가 나타났다. 그들은 황급히 손을 뻗어 상자를 받았다.

“마양단은 반드시 마음이 평온한 상태에서 복용하고, 사십구 일 동안 전심전력으로 흡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거라. 오늘부터 너희 여섯 사람은 이곳 천마전에서 폐관수련을 하게 될 것이다. 천마전은 수련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천마종의 선배가 설립한 곳이다. 빠른 시일 내에 등선하여 마신을 위해 힘쓰길 바란다.”

“예!”

사도호의 말에 여섯 사람이 일제히 대답했다.

* * *

“금 사저, 떠나려고요?”

천마종의 어느 건물, 막녕이 이미 떠날 준비를 마친 금소채를 보며 물었다.

“맞아. 나에게 주어진 포상은 너희 둘이 수령해서 바로 종문으로 돌아가도록 해.”

금소채는 검은색 외투로 풍만한 몸매를 감싸며 말했다.

“그럼 장문인께는 금 사저가 어디로 갔다고 보고하면 좋을까요?”

막녕이 물었다.

“한동안 세계를 유람하다가 때가 되면 종문으로 돌아갈 테니, 장문 사형에게는 그렇게 보고하면 된다.”

금소채는 그렇게 말한 뒤 당황한 막녕과 백수수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갔다.

반 시진 후, 금소채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발이 흩날리는 언덕에 서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앞쪽 설원만을 바라보던 그녀는 잠시 후 언덕에서 뛰어내려 눈보라 속으로 사라졌다.

* * *

한 달 후.

끝없이 펼쳐진 습지대 곳곳에 혼탁한 구정물이 고여 있었다.

물 안에는 사람과 괴수의 것으로 보이는 백골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으며, 공기 중에는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그곳에는 구정물 외에도 이끼와 같은 녹색 소택식물이 넓게 분포해 있었다. 땅이라고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그 위를 걸었다가는 늪에 삼켜져 해골이 되기 십상이었다.

우중충한 하늘 아래의 먼 곳에서 하얀 구름이 유유히 날아왔다.

구름 위에 서 있는 사람은 석목이었다.

곧 구름이 흩어지기 시작하며 석목의 몸이 천천히 아래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느 관목 옆에 착지했다. 관목이 자라 있는 곳의 주위는 일반적으로 토질이 상당이 딱딱했기 때문이다.

석목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곧 시선을 거두었다.

지도에 따르면 이곳은 이미 서하고국의 국경 안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 지역에는 생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며, 분위기가 상당히 답답했다.

석목이 이 습지대에 들어온 지도 벌써 오륙 일이 지났다.

그러나 하늘은 줄곧 우중충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채아가 하늘로 날아오른다고 해도 주위가 잘 보이지 않았다.

습지대는 어디를 가나 매우 비슷했기 때문에, 석목은 아직까지도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석두, 서쪽에 마을이 있어.”

채아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려왔다.

“이곳은 무언가 이상한 것 같으니 조심해.”

석목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채아가 대답하면서 점차 높게 날아올랐고, 곧 구름 사이로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한 시진 후, 채아의 안내를 받은 석목은 크지 않은 한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에는 동쪽에서 서쪽을 향해 큰 길이 하나 나 있었으며, 길 양쪽에는 초가집들이 세워져 있었다.

석목은 마을 밖에 서서 미간을 찌푸렸다. 마을이 이상하리만큼 조용했기 때문이다.

석목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정오가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마을 안의 어떤 굴뚝에서도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았다.

그는 경계심을 가지고 마을 안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었다. 마을에는 활기라고는 전혀 없었다.

석목은 마을 입구에서부터 백 장 정도 걸어 들어갔고, 그곳에서 세 구의 시체를 발견했다.

시체는 죽은 지 나흘 정도 되어 보였고 새까만 상처가 있었으며. 그 주위로 회색 연기가 감돌고 있었다.

석목은 갑자기 몸을 돌려 마을 밖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옆의 초가집에서 회색 조영(爪影) 두 개가 날아왔다.

사사삭!

동시에 마을 여기저기서 무언가 잽싸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석목이 한 손가락을 펴자 그의 몸에서 금전검이 튀어나왔다.

순식간에 거대하게 변해 금색 화염에 휩싸인 금전검이 두 개의 회색 조영을 향해 날아갔다.

촤악!

두 조영은 금전검에 닿은 순간 힘없이 소멸되었다.

금전검은 그러고도 전혀 줄어들지 않은 기세로 초가집을 아래로 내려베었다.

쾅!

초가집이 붕괴되며 몸에 하얀 털이 가득 자라 있는 강시가 나타났다.

강시는 두 손을 마구 휘둘러 금전검을 향해 수십 개의 조영을 날렸다.

그러나 조영을 손쉽게 소멸시킨 금전검은 강시의 몸을 그대로 반으로 갈랐다.

절단된 강시의 몸에서 곧바로 금색 화염이 타오르기 시작하며 푸른 연기가 일었다.

그 모습을 본 석목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적을 상대로 금전검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간단하게 시험해 본 것뿐이었지만 위력이 확실히 뛰어났다.

그때, 옆집에서 도를 쥔 해골 두 구가 튀어나와 석목을 향해 달려들었다.

석목이 한 손을 휘두르자 순식간에 나타난 화염구 두 개가 각각 두 해골에게 날아갔다. 두 해골은 화염구를 베어버리려는 듯 도를 세차게 휘둘렀다.

그 순간, 공중에서 아름다운 호선을 그리며 공격을 피한 화염구가 해골의 등에 충돌했다.

쾅! 쾅!

도를 든 해골들은 터져서 조각이 되었다.

이어 마을 안에서 해골과 강시가 우르르 몰려나왔다. 대충 세어보니 그 수가 삼백 가까이 됐다.

석목은 미간을 찌푸리며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주위에 하얀 구름이 생겨났다.

그 순간, 그의 뒤에 있던 초가집에서 해골 두 구가 튀어나와 석목을 향해 좌우에서 달려들었다.

이때 석목에게 돌아오던 금전검이 방향을 틀더니 우측의 해골을 베었다.

동시에 석목이 입을 벌리자 좌측의 해골을 향해 두꺼운 빛줄기가 날아갔다.

쾅! 쾅!

두 해골이 금전검과 기폭술에 의해 박살났다.

그 사이에 공중으로 뛰어오른 석목은 하얀 구름을 타고 그대로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

* * *

며칠이 지났다.

하늘은 여전히 우중충해서 햇빛이 몸에 닿아도 따tm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석목은 작은 언덕 위에 서 있었다. 그의 앞에는 천여 명이 살 수 있는 규모의 마을이 있었다.

마을의 동쪽에는 이 장 너비의 작은 강이 흐르고 있었으며, 강의 주위에는 기름진 논밭이 펼쳐져 있었다. 밭의 곡물은 수확할 시기가 다가왔는지 전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을에는 나무집과 벽돌집이 삼백 채 가까이 있었으며 가장 중심에는 이 층 건물이 하나 있었다. 마을 안에서는 사람들의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으며, 여러 집에서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을 전체는 회색빛의 장막에 덮여 있었다. 그 장막은 간단한 수호 진법이라 위력이 강해 보이지는 않았다.

마을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한 석목은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때 마을 입구가 갑작스레 소란스러워졌다.

마을 입구에는 평범해 보이는 마차가 서 있었는데, 그 주위를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잠시 후, 사람들이 흩어지면서 마차는 빛의 장막을 뚫고 천천히 마을 밖으로 나왔다. 마차 위에는 네 사람이 앉아 있었다.

석목은 지나가는 마차의 안쪽을 보았다. 그 안에는 두 구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마을에서 사람이 죽자 시체를 마차에 실어 밖으로 옮기려는 것 같았다.

시체는 마치 어떤 괴수에게 물어뜯긴 것처럼 참혹했으며, 상처 주위에는 검은 연기가 맴돌고 있었다.

석목은 며칠 전 방문했던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이 마을 역시 평온한 곳은 아닌 것 같았다.

어쨌든 석목은 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서하고국에 온 뒤로 처음 발견한 사람이 있는 마을이니, 일단 들어가서 정보를 얻어보자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석목은 막 몇 걸음 내딛었을 때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쾅!

그의 뒤쪽 바닥이 갑자기 폭발하더니 흩날리는 돌조각 사이로 하얀 강시가 튀어나왔다.

강시는 그대로 마차를 향해 뛰어들었다. 그러자 마차에 타고 있던 마른 청년이 검은 지팡이를 휘둘렀고, 지팡이에서 쏘아져나간 회색 연기가 흰색 벽으로 변해 강시의 앞을 막았다.

퍽!

벽에 부딪힌 강시가 땅에 쓰러졌다.

곧 멈춰선 마차에서 내린 세 사람이 각자의 도검을 휘둘러 강시를 협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강시는 몸이 단단하고 힘이 엄청세서 세 사람이 정면으로는 맞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때 마차 안의 마른 청년이 다시 지팡이를 휘두르자 회색빛이 쏘아져 날아갔다. 회색빛에 닿은 강시의 움직임이 순간 둔해졌다.

나머지 세 사람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맹공을 퍼부었고, 강시의 몸에 빠르게 상처가 쌓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덩치 큰 청년의 도에 머리를 찍힌 강시는 결국 쓰러졌다.

세 사람이 무기를 거두고 다시 마차로 돌아갈 때, 지면에서 다시 세 번의 폭발음이 울렸다.

바닥에서 튀어나온 강시 세 구가 마차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세 사람은 또다시 세 구의 강시와 각각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마른 청년은 끊임없이 회색빛을 뿜어내 강시의 움직임을 늦췄다. 그러나 세 사람은 금세 열세에 몰렸다.

바로 그때, 붉은 빛이 반짝이더니 화염구 세 개가 강시들에게 날아들었다.

강시들은 날아오는 화염구를 발견하고 팔을 휘둘러 조영을 날렸다.

그러나 그 순간, 화염구 세 개는 마치 누군가의 조종을 받는 것처럼 공중에서 방향을 틀더니 강시들의 머리를 측면에서 가격했다.

쾅! 쾅! 쾅!

머리가 잿더미가 된 강시들은 잠시 제자리에 꼿꼿이 서 있다가 쓰러졌다.

그 광경을 본 마른 청년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다른 세 사람과 함께 석목에게 다가왔다.

네 사람의 전투를 본 석목은 그들의 실력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마른 청년은 술사학도였으며 나머지 세 사람은 수련자였다.

네 사람은 석목에게 감사인사를 한 뒤 다시 마차로 돌아갔다.

석목은 마을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십 대로 보이는 말상의 청년이 기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촌장님의 초청을 받으신 명월교의 어르신이지요? 저는 전송입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말상의 청년이 공경히 예를 표하며 말했다.

어리둥절해 하는 석목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청년은 바로 몸을 돌려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석목은 선천무인의 기운을 거두어들이고, 말없이 그의 뒤를 쫓아 마을 안쪽으로 향했다.

마을의 중심에 도착하자 전송이 곧바로 석목을 이 층 건물의 응접실로 안내했다.

잠시 후, 얼굴이 까만 노인이 응접실의 옆문으로 걸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백봉진(白丰镇)의 촌장 왕영입니다. 이런 산간벽촌에서 높은 경지에 오른 고수를 뵙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석목의 맞은편에 앉은 노인이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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