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화. 이상한 일
서노자가 파천궁을 받아들며 말했다.
“이 활은 중급 법기 중에서도 뛰어난 작품이기 때문에 상급 법기로 만드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만, 재료가 부족합니다.”
“어떤 재료가 필요하죠? 연기 재료라면 저에게도 조금 있습니다.”
석목이 기뻐하며 물었다.
“일반적인 재료는 저에게도 당연히 있습니다. 하지만 이 궁과 화살은 모두 조류(鸟类) 괴수에게서 얻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상급 법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똑같은 조류 괴수에게서 얻은 재료를 사용해야만 합니다.”
서노자가 말했다.
“조류 괴수라….”
석목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물었다.
“천마종의 흑익사취는 재료로 쓰기에 적합한가요?”
석목은 곡양성에 오는 길에 마주쳤던 천마종의 흑익사취들을 떠올리고 물었다.
“흑익사취는 뛰어난 영수(灵兽)이기 때문에 한 마리만 잡더라도 이 활을 승급시키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하지만 천마종이 보낸 그 흑익사취는 대부분이 성체이기 때문에 실력이 선천무인에 준해요. 속도가 매우 빠르고, 특히 공중에서 놀라운 힘을 발휘하지요.”
서노자가 말했다.
“방법을 좀 더 생각해보고 재료를 얻게 된다면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석목이 말했다.
비록 천마종은 그가 속한 종문의 뿌리였으나,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천마종이 먼저 통천선교와 손을 잡고 지명수배를 내려 그가 타지로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들었으니, 그 역시 그들의 사정을 봐줄 필요가 전혀 없었다.
곧 서하대륙으로 떠나게 되면 얼마나 많은 위험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으니, 최대한 빨리 실력을 올려야 했다.
“만약 흑익사취를 잡아온다면 장궁을 승급시키고도 재료가 남을 것이니. 제작을 위한 비용은 지불하지 않아도 됩니다.”
서노자가 말했다.
“좋습니다. 참, 작업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지요?”
석목이 물었다.
다음 시합이 한 달 남았으니 그 이전에 완성이 되면 가장 이상적이었다.
“도와 곤봉은 보름이 걸리고, 활은 재료만 준비된다면 닷새 정도 걸립니다.”
서노자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과연 대단하군요. 감탄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석목이 진심으로 감탄했다. 흑마문의 조평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속도였다.
“과찬입니다.”
서노자는 담담하게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때 석목이 그를 붙잡았다.
“대사님, 아직 용건이 하나 남았습니다.”
서노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곳에서는 대륙 각지의 정보도 판매한다고 들었습니다. 알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석목의 말에 서노자가 의외라는 듯 하얀 눈썹을 꿈틀거렸다.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이죠?”
서노자가 물었다.
“승선대회와 마양대전에 관한 소식을 알고 싶습니다.”
석목이 말했다.
“그건 조금만 소식이 빠른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정보입니다. 비싼 정보가 아니니 처음 일을 맡은 기념으로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이죠?”
서노자가 물었다.
“승자의 명단을 알고 싶습니다.”
석목이 바로 말했다.
서노자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을 보았다. 그의 뜻을 이해한 지배인은 빠른 걸음으로 방을 나가더니, 하얀색 옥부(玉符) 두 개를 들고 돌아와 서노자에게 건넸다.
“이것은 수경옥부(水镜玉符)입니다. 승선대회와 마양대전에서 선발된 자들의 이름과 모습이 기록되어 있지요.”
서노자는 설명을 하며 손가락으로 그중 하나를 살짝 찍었다.
우웅!
그러자 옥부에서 뿜어져 나온 흰 빛이 거울의 모습을 형성했다.
거울에는 세 남자와 세 여인의 모습이 비쳤으며, 옆에는 그들의 이름이 각각 적혀 있었다.
“이 여섯 명이 바로 승선대전의 승자입니다.”
서노자가 말했다.
석목은 가장 왼쪽에 있는, 우아한 몸매를 가진 정령처럼 아름다운 소녀를 보며 두 눈을 빛내다가 곧 침울해졌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찰나였을 뿐, 그는 금세 평정을 되찾았다.
석목이 본 그 소녀는 바로 서문설이었다.
‘결국 소원을 이루었구나….’
석목은 억지로 시선을 돌려서 다른 두 여인과 세 남자를 보았다.
그들 중 월예공주만 한 번 본적이 있을 뿐, 나머지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서노자가 여섯 사람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이번 승선대회에서는 유례가 없던 이상한 일이 있었지요.”
그러자 옆에 있던 지배인도 아깝다는 듯이 말했다.
“맞습니다. 저 역시 들었습니다. 누군가 승선 자격을 얻었으나 모두의 앞에서 포기를 선언했다고 하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일입니다.”
그 말을 들은 석목이 살짝 놀랐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사실 처음 뽑힌 것은 육산왕조의 월예공주가 아니라 종수라는 여인이었어요. 그런데 어째서인지 스스로 승선 자격을 포기했습니다.”
서노자가 설명했다.
“맞아요, 무려 삼십 년에 단 한 번 열리는 승선대회는 참가 자격이 엄격할 뿐만 아니라 고작 여섯 명을 뽑으니,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은 정말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죠. 일단 선발되면 전설 속의 선인이 될 기회가 생기는 것인데, 그것을 스스로 포기했다고 하니 육산왕조 전역에 파문이 일어났습니다.”
상점 주인이 덧붙였다.
그 말을 듣고 석목은 마음이 복잡해져서 살짝 굳은 얼굴로 멍청하게 허공을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은 종수가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모르겠지만, 그는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통천선교와 천마종이라는 거대한 세력에 의해 그가 지명수배된 일을 종수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성격에 그것을 모른 척하지 못했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석목의 마음속에 알 수 없는 감동이 일었으며, 한편 자신도 모르게 심경의 변화가 조금 생겼다.
석목은 속으로 생각했다.
‘수아, 왜 이렇게 바보 같니….’
석목의 표정이 변화하는 것을 포착한 서노자가 물었다.
“설마 그녀와 아는 사이인가요?”
옆에 있던 상점의 주인도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석목을 바라보았다.
“맞습니다.”
석목은 부인하지 않았다.
“하하, 알고 보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아가씨의 친구였군요.”
서노자가 웃으며 말했다.
“종수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 천오상회에서 알아봐줄 수 있습니까?”
석목이 갑자기 고개를 들며 물었다.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만 조사하면 되는 겁니까?”
서노자가 물었다.
“우선은 그렇습니다. 더 필요한 일이 생긴다면 그녀의 행방을 찾은 후에 다시 부탁하겠습니다.”
석목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가능합니다. 사람을 찾는 일에는 최소 영석 천 개는 받지만 오늘은 특별히 오백 개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서노자가 말했다.
석목은 망설임 없이 손을 휘둘렀다. 곧 탁자 위에 영석 오백 개가 나타났다.
“좋습니다. 최대한 빨리 알아보겠습니다.”
서노자는 말을 하며 지배인에게 영석을 챙기라고 손짓했다.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석목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직 마양대전의 결과를 안 보지 않았습니까.”
“아, 깜빡할 뻔했군요.”
석목은 멋쩍게 웃으며 옥부를 들고 법력을 살짝 주입했다.
“응?”
그 순간 석목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의 시선은 회색 옷을 입은 소년에게 꽂혀 있었다. 그는 겨우 열일곱 살 정도로 매우 젊어 보였다.
“풍리!”
석목은 깜짝 놀랐다.
과거 풍성에서 작별한 이후, 그가 천마종에 갔을 뿐만 아니라 마양대전에 참가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는 시선을 돌려 옆에 적힌 이름을 보았다.
풍무….
보아하니 무언가 알 수 없는 수를 쓴 풍리가 가명을 사용해 마양대전에 참가한 것 같았다. 분명 남에게 알리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 테니, 다음에 만나게 되면 꼭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설마 풍무를 아나요?”
서노자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어째서 물어보는 것이죠?”
석목이 반문했다.
“만약 이 자에 대해 알고 있다면 그 정보를 영석 천 개에 사고 싶습니다.”
서노자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전에 알고 지내던 친구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사람을 착각한 것이었습니다.”
석목이 웃으며 둘러댔다.
서노자는 그런 석목을 유심히 보더니 말했다.
“그렇군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석목은 서노자의 시선을 모른 척하고 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한 뒤 밖으로 나갔다.
상점 주인이 다급히 따라 나와서 직접 석목을 배웅했다.
한편 서노자는 창가에서 멀어지는 석목의 모습을 보며 하얀 옥간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통천선교에서 내린 지명수배령이었다.
“정말 특이한 남자로군.”
혼잣말을 중얼거린 서노자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잠시 후, 응접실의 문이 열리며 상점 주인이 다시 들어왔다.
“서 대사님, 유안이 찾아왔습니다.”
상점 주인이 말했다.
“알겠다. 곧 갈 테니 우선 이 번 응접실로 안내해라.”
서노자가 말했다.
“예.”
대답을 하는 상점 주인의 목소리에는 무언가 원한이 살짝 담겨 있었다.
“보광각에서의 일을 아직 마음에 두고 있느냐?”
서노자가 물었으나, 상점 주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명월교가 그날 입힌 피해에 대한 보상을 했고 상회의 고위층이 용서했으니 이미 끝난 일이다. 우리 천오상회의 원칙을 잊지 말거라. 세속의 분쟁에 끼어들지 말고 모든 것에서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 편견이 너의 판단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해라.”
서노자는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 속에는 경고의 뜻이 담겨 있었다.
“알겠습니다.”
상점 주인이 공경하게 말하고 물러났다.
서노자도 석목이 남긴 두 법기를 챙겨 방을 나갔다.
* * *
다른 응접실에서서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잘생긴 청년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바로 유안이었다.
곧이어 문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서노자가 들어왔다.
“유 전주,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오래 기다리게 했군요. 죄송합니다.”
유안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무슨 일로 온 것이죠?”
유안의 맞은편에 앉은 서노자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전에 부탁했던 일 때문입니다.”
유안이 웃음을 거두며 말했다.
서노자는 이어지는 그의 말을 기다리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가 몇 년 전 의뢰했던 한해거주 스물다섯 척은 준비가 되었습니까?”
유안이 물었다.
“거의 준비가 됐습니다. 계획대로라면 반년 뒤 제작을 마칠 수 있을 겁니다.”
서노자가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유안이 아무 말 없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서노자가 물었다.
“제가 이번에 온 것은 보름 안에 물건을 받을 수 있을지 묻기 위해서입니다.”
유안이 말했다,
그러자 서노자는 즉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한해거주는 영기입니다. 필요한 재료를 찾기도 힘들고 제작하는 과정 역시 매우 복잡하죠. 우리는 이미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앞당길 수는 없어요.”
“저도 제 요구가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바뀌어서 한해거주의 사용 시기를 앞당겨야 할 수도 있어요. 수량을 스무 척으로 줄이고 이전 총액의 삼 할을 더 드릴 테니 부탁드립니다.”
유안이 말했다.
“좋습니다. 스무 척이라면 가능할 것 같군요.”
서노자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유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제 일을 하는 것 뿐입니다.”
“그럼 보름 후에 다시 오겠습니다.”
유안은 인사를 한 뒤 바로 떠났다.
“무슨 일로 왔는데 이렇게 빨리 떠나는 거죠?”
상점 주인이 문을 열고 들어와 물었다.
“한해거주의 제작을 앞당겨달라고 하더군.”
서노자가 유안의 요구와 조건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상점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지금쯤이면 상회본부에 그 정도 수량은 준비되어 있을 것이었다.
서노자가 중얼거렸다.
“역시 쉽지 않은 사람이야. 모든 것이 그의 계산 안에 있는 것 같아. 동방세천에게 이런 제자가 있었다니, 어쩌면 정말로 이 국면을 해쳐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