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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212화 (212/916)

212화. 정도를 지나치다

나 전주가 두 손을 휘두르자 갑자기 몇 배로 커진 고리가 검영의 앞을 막았다.

쾅!

고리와 검영이 공중에서 충돌했다.

고리가 빙글빙글 회전하며 나 전주에게 돌아왔다. 공격을 막아낸 대신 고리가 뿜어내는 검은 빛은 이전보다 상당히 약해져 있었다.

바로 그때, 나 전주의 옆을 스치고 지나간 붉은 빛이 그의 뒤에 있는 한해거주를 향해 날아갔다.

놀란 나 전주가 그것을 막으려 했으나 보라색 검의 공격에 저지당했다.

콰콰쾅!

엄청난 소리와 함께 한해거주가 거세게 흔들렸다. 동시에 한해거주의 한쪽에서 세찬 불길이 일더니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한해거주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했고, 표면의 보호막은 곧 사라질 것처럼 빠르게 어두워졌다.

배의 제자들이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날아올랐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 배를 버리고 탈출한 것이다.

그러자 여도사가 차가운 표정으로 두 팔을 흔들었다. 그녀의 소매 속에서 수많은 침들이 쏘아져 날아갔다.

이어 비명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한해거주의 보호에서 벗어난 제자들은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여도사의 침을 맞고 죽었다.

배에서 그 광경을 지켜본 제자들은 이제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쾅!

한해거주에 붉은 빛이 한 번 더 충돌하며 불길이 더욱 거세졌다.

한해거주가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결국 보호막이 흩어져 사라졌다. 수많은 명월교의 제자가 거센 불길에 까맣게 타서 재가 됐으며, 거대한 선체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옆으로 기울어 물속에 잠겼다.

바다 속에서 두 개의 붉은 빛이 날아올라 여도사에게 돌아갔다. 그것들은 두 자루의 작은 망치로, 강력한 기를 뿜어내는 한 쌍의 영기였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나 전주가 포효하며 한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몸 앞에 검은 연기가 솟아올랐고, 새의 울음소리와 함께 십 여 장 크기의 검은 뼈 새가 연기 사이에서 나타났다.

그 새는 두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보라색 영혼의 화염이 있었다. 바로 지계의 실력을 가진 사령생물이었다.

잠시 허공을 선회하던 거대한 새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도사를 내려찍으며, 동시에 크게 벌린 입에서 검은 연기를 뿜어냈다. 비린내를 풍기는 그 연기에는 극독이 함유되어 있었다.

도사는 보라색 진기의 보호막을 형성해 검은 연기가 피부에 닿는 것을 막았다. 그러는 동시에 보라색 검이 날아가서 새의 발을 베었다.

깡!

도사는 몸을 세차게 떨며 뒤로 몇 장이나 날아갔다. 하지만 보라색 검에 한쪽 발을 잘린 새의 피해가 더 컸다.

“이곳의 세 척은 우리에게 맡기고 앞쪽의 배들을 쫓아라. 절대 사교의 무리들이 도망치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 이곳을 해결하면 바로 도우러 가겠다!”

기품 있는 도사가 막 뒤따라온 청년 도사에게 소리쳤다.

앞쪽에 있는 세 척의 배는 이미 수백 장 떨어진 곳까지 멀어져서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가까이 있는 배를 공격하려던 청년 도사는 고개를 끄덕인 후, 푸른 베틀 북을 타고 빠르게 날아갔다.

먼저 출발한 세 척의 한해거주에 타고 있던 이들은 멀리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통천선교의 사람이다!”

“그들이 어떻게 여기에 나타났지?”

배에 타고 있는 시합 참가자들은 일체의 정보를 차단당했던 터라, 통천선교와 천마종이 서하고국에 침입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바로 그때, 푸른빛이 번개처럼 빠르게 날아왔다.

놀란 석목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등 뒤의 운철흑도를 쥐었다.

배를 인솔하던 회색 옷을 입은 여인이 독기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한해거주가 침몰되어 이백 명의 정예 제자가 목숨을 잃었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여인이 분노에 찬 소리를 지르며 한 손가락을 뻗었다. 그러자 허공에 붉은 비단이 나타나 푸른빛을 향해 날아갔다.

마치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처럼 생긴 그 비단은 흡사 흉악하게 날뛰는 화룡처럼 보였다.

푸른빛이 움직임을 멈추자 청년 도사의 모습이 나타났다.

청년 도사가 냉소를 머금은 채 주문을 외우자 그의 손에 하얀 빛이 감도는 흰 채찍이 나타났다.

이어 채찍의 길이가 늘어나면서 다가오는 붉은 비단을 향해 날아갔다.

쾅!

두 영기가 두 마리 구렁이처럼 공중에서 서로 뒤엉켜 엎치락뒤치락하기 시작 다.

“사교의 무리들아, 얌전히 죽음을 받아들여라!”

도사가 소리쳤다. 이어 그의 몸에서 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등 뒤에 거대한 사람의 모습을 한 법상이 나타났다.

법상은 한 손에는 도를, 다른 한 손에는 검을 들고 있었다.

청년 도사가 은색 장창을 뽑아들더니 여인에게 달려들었다. 은색 장창의 끝이 떨리는 듯하더니 수십 개의 창영이 생겨나 여인의 전신을 덮었다.

동시에 그의 법상이 가장 가까운 한해거주를 향해 도검을 휘둘렀다.

바로 그때, 여인의 몸 앞에 회색 연기가 솟아오르더니, 양 손에 각각 검은 단창을 들고 있는 금색 해골이 나타났다. 금색 해골은 단창을 휘둘러 청년 도사의 창영을 순식간에 전부 파괴했다.

바로 그때, 머리 뒤에 반월 모양의 환영이 생겨난 여인이 두 손으로 빠르게 수인을 맺었다. 그러자 거대한 회색빛의 그물이 나타나 한해거주를 덮었다.

쾅! 쾅!

법상의 공격에 맞은 빛의 그물은 불안정하게 반짝였다. 그러나 결국에는 공격을 전부 막아냈다.

“현월술사(弦月术士)!”

표정이 굳어진 청년 도사가 발아래의 푸른 북을 타고 두 번째 한해거주를 향해 날아갔다.

여인은 해골에게 법상을 상대하도록 한 뒤 자신은 도사를 서둘러 뒤쫓았다.

휙! 휙! 휙!

도사의 은색 창에서 연달아 쏘아져 나간 하얀 빛의 기둥들이 두 번째 한해거주를 향해 날아갔다.

여인이 다시 한차례 수인을 맺자 거대한 회색빛의 그물이 하얀 빛의 기둥 앞을 막아섰다.

쾅! 쾅! 쾅!

도사의 공격은 이번에도 회색빛의 그물에 가로막혔다.

그대로 두 번째 한해거주를 지나친 도사는 세 번째 한해거주를 향해 날아가며 다시 하얀 빛의 기둥들을 발사했다.

이를 악 문 여인의 머리 뒤쪽 반월에서 강력한 빛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반월이 초승달 모양으로 변하는 동시에 바다 위에 수백 장 크기의 거대한 타원형 그물이 형성됐다. 그 그물은 한해거주 세 척을 한꺼번에 감쌌다.

그러나 여인의 안색은 창백했다. 술법을 시전하느라 체내의 법력을 거의 대부분 소모했기 때문이다.

그때, 첫 번째 한해거주 안에서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석목의 손에서 하얀빛이 반짝였다. 곧 그의 손에는 누런색 장궁과 검은 화살이 나타났다.

* * *

“하하! 고작 하급 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경지 하락을 마다하지 않다니, 정말 멍청하구나!”

청년 도사가 말했다.

그러나 여인은 숨을 몰아쉬면서도 전혀 물러날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녀는 검은 쇠자를 꺼내들고 도사를 노려보았다.

한해거주에 탄 명월교 제자들이 그 모습을 보고 고성을 질렀다.

“방 전주, 우리는 신경 쓰지 마세요!”

“맞습니다. 저희도 저 비겁한 자식을 무찌르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그러자 청년 도사가 비웃으며 말했다.

“사교도들이 죽을 때가 되니 위선을 떠는구나. 오늘 이곳에서 너희는 모두 죽을 것이다.”

여인이 청년 도사를 노려보며 말했다.

“말끝마다 우리 명월교를 사교라고 하는 너희 통천선교는 어떠냐. 선계의 의지를 받들어 이단을 제거한다는 핑계를 대지만, 사실은 우리 서하고국의 영석 광맥을 노리고 우리를 전멸시키려는 것이 아니냐!”

“하하, 사교를 박멸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일 뿐이다. 너희 같은 사교 무리는 본래부터 영석 광산을 가질 자격이 없었으니 안심하고 죽도록 해라!”

청년 도사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그의 은색 장창이 수십 장 길이에 이르는 은색 교룡의 환영으로 변해 회색빛의 그물을 향해 돌진했다.

쾅!

빛의 그물은 면적이 넓은 대신 방어 능력은 그만큼 부족했고, 도사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파괴되었다.

그와 동시에 여인은 안색이 하얗게 질리며 비틀거렸다.

순식간에 몇 장 거리를 다가온 도사가 여인을 향해 가차 없이 은색 장창을 찔러왔다.

여인은 급하게 몸을 뒤로 날렸지만, 술사인 그녀의 움직임은 은색 장창보다 느릴 수밖에 없었다. 몸이 창에 꿰뚫릴 위기에 처한 그녀의 얼굴에 절망이 떠올랐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명월교 제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배 안에는 선천무인과 성계술사가 상당수 있었지만, 그들은 지계의 존재 앞에서는 더없이 나약한 존재일 뿐이었다. 게다가 해상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그 순간, 배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해도 너무하는구나!”

그와 동시에 검은 빛 한 줄기가 엄청난 속도로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순간 청년 도사는 웃음을 거두고 공격을 멈추며 몸을 옆으로 피했다. 그는 몇 장 떨어진 곳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도사의 왼팔에는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으며, 상처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누구냐!”

도사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살기등등하게 소리쳤다.

청년 도사의 질문에 돌아온 것은 대답이 아닌 금색의 검이었다. 마치 바다 속에서 솟아오르는 교룡처럼 날아오른 검은 청년 도사를 향해 수십 개의 검영을 날렸다.

검영이 지나간 곳에는 금색 빛의 궤적들이 남았다.

“금전검!”

청년 도사는 자신을 공격한 영기가 과거에 죽은 사형의 것이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보았다.

휙! 휙!

도사가 금전검의 주인을 미처 찾아내기도 전에, 검은 화살 두 개가 그를 향해 날아왔다.

깜짝 놀란 도사는 밝게 빛나는 발아래의 북을 탄 채 허둥지둥 몸을 피했다. 그는 미리 대비를 하고 있어 가까스로 화살을 피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금전검이 다시 날아들었다.

“이런!”

도사는 문득 상대가 한해거주 안에 숨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사가 뒤로 물러나며 황급히 손을 뻗자, 은색 채찍이 반짝이며 그에게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여인의 붉은 비단이 빛을 강하게 뿜어냈다. 비단은 은색 채찍을 더욱 강하게 조이며 놓아주지 않았다.

도사는 고개를 돌려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여인도 차갑게 웃으며 그를 마주보았다.

“젠장!”

도사의 움직임은 빨랐지만 금전검보다는 느렸다. 유성처럼 빠르게 날아온 금전검이 금세 도사를 따라잡았다.

펑!

도사는 진기를 주입한 창을 휘둘러 날아오는 금전검을 쳐냈다.

그 순간, 어느새 도사의 뒤에 나타난 석목이 칠흑같이 검은 흑도를 휘둘렀다.

재빨리 몸을 돌린 도사는 은색 장창을 가로로 베며 공격을 맞받아쳤다.

깡!

도와 닿는 순간 진기를 빼앗긴 장창의 위력이 대폭 감소했고, 결국 도사는 힘에서 밀리고 말았다.

그러나 지계의 강자답게 도사의 대응은 매우 민첩했다. 그는 상대의 괴력을 이용해 뒤로 물러난 뒤 전신에 견고한 진기의 보호막을 둘렀다. 그리고 손을 뻗어 금색 해골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법상을 불러들이려 했다.

하지만 석목은 도사가 법상을 소환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상급 풍영부를 사용해 빨라진 움직임으로 도사를 그림자처럼 바짝 쫓았고, 검은 비늘에 덮인 두 주먹으로 십여 개의 권영을 쏟아 부었다.

괴수화를 해서 지계무인에 근접한 실력에 대력마원탈태결의 힘이 더해진 권영의 위력은 두려울 정도였다. 소박해 보이는 권영 하나하나에는 상급 법기의 일격에 상응하는 위력이 담겨 있었다.

퍽! 퍽! 퍽!

도사는 진기의 보호막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힘에 의해 튕겨져 날아갔다. 그는 곧 발아래의 북과 함께 바다 속으로 추락했다.

그와 동시에 진기의 주입이 끊긴 도사의 법상도 흩어져 사라졌다.

석목은 도사를 쫓아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콰르릉!

곧이어 물 아래에서 두 마리 교룡이 난동이라도 피우듯 수면이 격렬하게 요동치며 거대한 소용돌이가 일었다. 바다 속에서 천둥 같은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으나, 누구도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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