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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236화 (236/916)

236화. 실력의 향상

시간이 흐르자 인내심이 바닥난 금골사왕이 소리 없는 포효를 지르며 연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금골사왕은 입을 벌려 주위 공간까지 살짝 일그러뜨리는 두꺼운 금색 광선을 뿜어냈다.

그러자 연나는 등 뒤의 뼈 날개를 펼쳐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하지만 금골사왕이 연나를 쫓아 빠르게 고개를 쳐들자 광선도 방향을 틀었다.

연나는 공격을 피해내지 못하고 금색 광선에 정통으로 맞았고, 마치 강풍에 휩쓸리는 낙엽처럼 멀리 날아갔다.

금골사왕은 공격을 적중시켰다는 사실에 놀란 듯 두 영혼의 화염을 들썩였다. 그리고 날아가는 연나를 그림자처럼 쫓아가며 아가리를 쩍 벌렸다.

바로 그때, 힘없이 날아가던 연나가 갑자기 허공에서 몸을 멈추었다. 그리고 검은빛이 터져 나오는 곤봉을 세게 던졌다.

곤봉은 검은 번개처럼 날아가더니 금골사왕의 입으로 들어가 뒤통수를 뚫고 나왔다.

쾅!

금골사왕의 머리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머리에 있던 영혼의 화염은 곤봉에 찔려 흩어져버렸다.

금골사왕의 거대한 몸이 아래 있는 못으로 힘없이 추락했다.

천천히 하강하는 연나 역시 가볍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하얀 뼈 갑옷에 균열이 생겼으며 기운도 많이 약해져 있었다.

연나가 팔을 휘두르자 검은 곤봉이 다시 손으로 돌아왔다.

멀리서 연나의 승리를 본 해골군단은 각자 무기를 휘두르며 소리 없는 환호성을 질렀다.

* * *

보름 후, 황량한 검은 사막.

연나가 이번에는 보라색 해골과 맞붙어 싸우고 있었다.

보라색 해골은 연나와 비슷한 정교한 갑옷을 입고 있었으며, 머리에는 화려한 보석들이 박혀 있는 금색 왕관을 쓰고 있었다. 손에는 은색 삼지창을 든 채였다.

해골의 보라색 영혼의 화염에는 은색이 조금 섞여 있었으며, 약간이지만 천위의 위엄이 느껴지는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 금색 해골은 조금만 더 강해진다면 해골황자(皇者)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흰색과 보라색 빛이 허공에서 수시로 충돌했다. 천둥소리와 같은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쾅!

두 빛이 다시 한 번의 충돌한 후 뒤로 튕겨져 나가며 거리를 벌렸다.

곧 하얀 빛이 흩어지며 그 속에 있는 연나의 모습이 드러났다. 하얀 갑옷은 군데군데 파괴되어 있었고, 등 뒤의 뼈 날개도 절반 가까이 잘려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심각한 피해는 입지 않은 것 같았다.

맞은편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보라색 해골은 분노한 듯 보라색 영혼의 화염을 들썩였다. 해골이 들고 있는 은색 삼지창은 두 동강이 났고, 갑옷의 가슴 부위는 강한 공격을 받았는지 파괴되어 있었다.

“그 무기는 내려놓고 정정당당하게 겨루자!”

보라색 해골이 말했다.

연나는 보라색 해골의 말을 들은 척 만 척하며 곤봉에서 검은 빛을 뿜어냈다.

순식간에 주위로 퍼져나간 검은 빛이 보라색 해골과 연나를 포함한 주위 수십 장의 범위를 전부 뒤덮었다.

표정이 딱딱하게 굳은 보라색 해골이 검은빛의 범위 밖으로 몸을 날리려 했다. 그러나 벌써 바로 앞까지 다가온 연나가 곤봉을 휘둘렀다.

쾅! 쾅! 쾅!

거대한 타격음이 소나기가 퍼붓듯 빠르게 연달아 울려 퍼졌다.

잠시 후, 검은 빛이 천천히 흩어지며, 전신의 갑옷이 파괴되고 절단된 삼지창에 복부를 꿰뚫린 연나의 모습이 드러났다.

보라색 해골은 검은 곤봉에 머리를 꿰뚫린 채 바닥에 고꾸라져 있었다. 그 옆에는 보라색 빛이 주위 사방으로 흩날리고 있었다.

연나는 복부에 꽂힌 삼지창을 힘을 줘서 뽑아냈다. 연나가 입을 벌리자 보라색 빛들이 연나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연나의 몸에 난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파괴된 갑옷도 자동으로 복구되기 시작했다.

보라색 해골의 영혼의 화염을 전부 흡수하고 나자, 연나의 몸과 갑옷은 전부 회복되었으며 기운도 이전보다 상당히 강해져 있었다.

연나는 기존의 모습을 되찾은 뼈 날개를 펼쳐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연나가 어느 산의 비탈길 근처에 착륙하자 사령군단을 이끌고 대기 중이던 무야가 다급히 다가왔다.

“가자!”

이어 연나가 팔을 휘두르며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주인님……. 최근 계속 이동하며 전투를 벌이고 있는데, 도대체 목적지가 어디죠?”

금색 뼈 갑옷을 입고 금색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대검을 들고 있는 무야의 모습은 이전보다 상당히 강력해 보였다.

한동안 적응을 거친 무야는 이전보다 훨씬 유창하게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물건을 되찾으러 간다!”

연나는 담담하게 대답한 뒤,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 * *

밝은 달빛이 지면을 비추는 일강성의 밤.

석목은 언덕 꼭대기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달빛을 흡수하고 있었다.

채아는 지루했는지 옆의 돌 위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중이었다.

그때 석목의 머리 위 성운에서 다섯 번째 별이 밝게 빛나는 한편, 강력한 법력이 뿜어져 나왔다.

한참 후 눈을 번쩍 뜬 석목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뒤이어 허공에 십여 장 크기의 붉은 구름이 나타났고, 구름이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언덕 위를 덮자 주위의 온도가 급상승했다.

그 순간, 석목의 머리 뒤 성운에서 반짝하고 별빛이 쏘아져서 붉은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붉은 구름이 격렬하게 요동치더니, 그 안에서 일 척 정도 크기의 화염에 휩싸인 바위들이 언덕 위로 비처럼 쏟아졌다.

쾅! 쾅! 쾅!

커다란 소리가 연달아 울리며 화염에 휩싸인 돌조각들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잠시 후 허공의 붉은 구름이 흩어지자, 절반 가까이 파괴된 언덕에는 뜨거운 열기와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유성화우(流星火雨)를 거의 완벽하게 익힌 것 같네. 과연 상급 화속성 술법다운 엄청난 위력이야!”

잠에서 깨어난 채아가 칭찬했다.

석목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탄월식과 연나가 준 녹색 꽃 덕분에 온신술 14단계의 끝자락에 도달해 있었고, 이제 마지막 15단계도 멀지 않은 것 같았다.

현재 석목은 단전 내 법력의 소용돌이가 기부와 동일하게 점점 농밀해지고 있었다. 또 6급에 가까운 화속성 원소 친화력을 가지고 있어서 화속성 상급 술법을 익힐 수 있게 되었다.

유성화우는 화원경에 기록된 상급 화속성 술법이었는데, 직접 시전을 해보니 상급 술법답게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조절한 석목이 다시 눈을 뜨며 한 손을 휘두르자, 허공에 수십 장의 부적이 생겨났다.

석목이 눈을 찌푸리자 동공이 금색으로 변하는 동시에 허공에 파동이 일었다. 그리고 수십 개의 보이지 않는 사슬이 체내에서 쏘아져 나와 부적과 연결됐다.

뒤이어 부적들이 보이지 않는 힘에 끌려 온 하늘에 흩뿌려지는가 싶더니, 일제히 연기가 피어오르는 작은 언덕을 향해 날아갔다.

콰르릉!

수십 장의 부적이 각양각색의 빛을 뿜어내며 동시에 폭발하자, 폭풍이 일며 흙과 돌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수십 장 높이의 언덕이 유성화우와 부적의 폭발에 의해 대부분 사라졌으며, 남아 있는 부분도 새까맣게 타버렸다.

석목은 강풍에 옷을 펄럭이며 미소를 지었다.

석목은 온신술의 단계가 높아지며 정신력도 크게 증가했다. 또 통천어령결도 5단계까지 수련해 동시에 서른두 개의 공혼법련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공혼법련으로 부적을 조종하여 공격하는 방법은 그가 최근에 생각해낸 것이었다.

석목이 방금 사용한 부적은 모두 초급 부적이었다. 만약 서른두 장을 전부 중급 부적으로 바꿔서 동시에 폭발시킨다면 설령 지계의 존재라고 해도 버티기 힘들 것이었다. 만약 고급 부적을 일부 섞어 넣는다면 지계후기의 존재도 한 번의 방심으로 중상을 입을 수 있었다.

“석두, 너무 요란해! 주위에 결계를 펼쳤다고는 하지만 곧 날이 밝아서 누군가 볼지도 몰라. 어서 떠나자.”

어디선가 날아온 채아가 석목의 어깨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다가 말했다.

석목은 고개를 끄덕인 후 언덕 아래로 내려가 거처로 돌아갔다.

잠시 후, 석목은 저택에 도착했다.

“석두, 벌써 일 년 넘게 이 성에만 머물고 있으려니 지루해죽겠어. 지금 네 실력이라면 오규를 만나더라도 무사히 도망칠 수 있지 않아?”

채아가 투덜거렸다.

“안 돼. 지계중기가 상대라면 어떻게 해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계후기는 힘들어. 하물며 일족의 우두머리인 오규는 분명 비장의 수단이 있을 텐데, 무사히 도망갈 수 있을 리가 없어.”

석목이 말했다.

“연나님이 나서주면 정말 좋을 텐데.”

채아가 말했다.

“그만 생각해. 주위나 둘러보고 와서 무슨 일이 있으면 좀 알려줘.”

“그럼 이곳에서 얼마나 더 머물러야 하는 거야?”

채아가 살짝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물었다.

“성주가 현재 상황에 대해 야만족 고위층에 전달했거나 다른 해결책을 강구해놓았을 거야. 소문이 퍼져 다른 요족들이 이 방법을 흉내 낸다면 야만족의 입장에서는 좋을 것이 없을 테니, 상황이 지속되도록 방치할 리 없어.”

석목이 말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그럼 성의 상황을 살피고 올게.”

채아가 그렇게 말하며 하늘로 날아갔다.

방 앞에 도착한 석목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최근 들어 연나가 영석을 요구하는 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며칠 뒤면 연나가 다시 영석을 가지러 올 것이기 때문에, 그 전에 미리 준비해놓아야 했다.

하지만 덕분에 진묘계에 녹색 꽃을 상당히 많이 모을 수 있었다.

* * *

이틀 후, 오후.

석목은 거처를 나서 예납목의 상점으로 향하다가 주위 사람들을 보며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일 때문인지 거리의 많은 사람이 주루 등 사람이 많은 곳을 향해 다급히 모여들고 있었다.

“석두, 어째 성 안의 사람들이 뭔가 이상한 것 같지 않아?”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채아가 물었다.

“확실히 조금 이상하네.”

석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그는 이미 예납목의 가게 앞에 도착해 있었다.

“나는 부적을 팔고 있을 테니 그 사이에 무슨 일인지 좀 알아봐.”

석목이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알았어.”

채아가 대답을 한 뒤 날아갔다.

석목은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손님이 몇 명 있었으며, 예납목은 계산대 뒤에 서 있었다.

“이곳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찾는 물건이 있습니까?”

가게에 들어온 석목을 발견한 예납목의 눈에 기쁜 기색이 스쳤다. 그러나 그는 절대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말했다.

“요수의 재료를 사고 싶습니다. 원하는 수량이 많은데 좀 저렴한 가격에 받을 수 있나요?”

석목이 말했다.

“당연하지요. 별실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지요.”

예납목은 고개를 끄덕인 뒤 점원에게 가게를 맡기고, 석목과 함께 안쪽의 방으로 들어갔다.

별실에 도착한 예납목이 팔을 휘두르자 사면의 벽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하더니 결계가 펼쳐졌다.

“앉으시죠.”

예납목이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방금 전에 두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는 다른 사람들에게 석목의 신분을 숨기기 위한 암어였다.

“이번에 가져온 것들입니다.”

석목이 부적을 한 뭉치 꺼내 건넸다.

부적을 받아 든 예납목은 상급 부적이 저번보다 더 많은 것을 확인하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

중급 부적보다 훨씬 희소한 상급 부적은 가치가 굉장히 높아서, 거래를 했을 때 이윤이 많이 남았다.

“고생하셨습니다. 이번엔 상급 부적이 상당히 많군요. 약속했던 가격에 따라 영석이 총 이만 천 개입니다.”

이곳에 오기 전 미리 계산을 해둔 석목은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기다리세요.”

밖으로 나갔다가 금세 되돌아온 예납목이 석목에게 작은 주머니를 건넸다.

주머니의 안쪽에는 딱 맞는 수량의 중급 영석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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