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계지문-272화 (272/916)

272화. 마지막 경매

한편 그 시각 옥천각.

조 장로가 들고 있는 옥패 위에 뜬 화면에는 영선각의 경매 물품 목록과 낙찰가가 나열되어 있었다.

“총 낙찰가가 영석 백십만 개에도 미치지 못하다니.”

여인이 경멸하듯이 웃은 뒤 옥패를 챙겨 넣었다.

“그쪽에 심어놓은 이의 말에 따르면, 영선각에는 아직 상급 부적이 상당량 남아 있다고 합니다. 전반부의 상황을 봤을 때 그것만으로도 큰 금액으로 거래될 겁니다.”

조 장로의 옆에서 녹색 옷을 입은 여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흥! 그건 나도 알아. 그들의 경매품 목록 중에서는 성석을 제외한 다른 물건은 신경 쓸 필요 없어. 영선각의 상황을 빈틈없이 감시하고 모든 동향을 빠짐없이 내게 보고해.”

조 장로가 말했다.

* * *

영선각에서는 잠깐의 휴식시간이 지나고 경매가 다시 시작됐다.

처음으로 나온 물건은 사람의 머리만한 크기의 녹색 나무토막이었다.

그 나무토막은 나이테가 굉장히 뚜렷하게 보였고, 녹색 빛을 뿜어냈다. 멀리서도 느껴질 정도의 강력한 목속성 영력이 담겨 있었다.

“이것은 백 년에 한 번 보기조차 어렵다는 전설의 신왕목(神王木)입니다. 저희 영선각에서 아주 공들여서 얻은 것으로, 목속성 영기를 제련하는데 필요한 뛰어난 재료입니다. 시작가는 영석 삼만 개입니다.”

고력이 말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안목이 뛰어난 사람들은 그 신왕목이 굉장히 진귀한 물건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실력 있는 영기 제작자에게 맡긴다면 어쩌면 상급 영기까지도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

시작가는 삼만 영석으로 비교적 낮은 편이었지만, 진귀한 물건들이 낮은 가격에 나오게 되면 오히려 평균적인 수준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삼만 오천!”

특별석 쪽에서 즉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만!”

이어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오만!”

진귀한 물건답게 신왕목의 가격은 금세 십만 영석까지 치솟았다.

장내는 점점 시끌벅적해졌다. 현재 가격을 경쟁하고 있는 이들은 전부 양쪽의 특별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었다.

“영석 십만 개에 팔리다니. 저들은 정말 돈이 많은가보군.”

“그야 당연하지. 특별석에 앉을 수 있는 이들은 모두 각지의 세력 내에서도 이름난 사람일텐데, 어디 우리 같은 사람들이랑 비교나 할 수 있겠나?”

“십일만!”

그때 한 노인의 목소리가 특별석 쪽에서 들려왔다. 그 자는 영월동의 곁에 있던 회색 옷을 입은 그 노인이었다.

십일만이라는 높은 가격이 나오자 순간 장내가 적막에 휩싸였다.

“십오만!”

잠시 다른 반응을 기다리던 고력이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는 순간, 살짝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그 목소리가 처음에 상급 부적을 영석 십만 개에 낙찰 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은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 * *

“정말 엄청난 재력이에요. 저 자는 대체 누굴까요?”

종수가 나른한 목소리의 주인을 보며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서 참석자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는 옥패를 꺼냈다.

“우전…….”

종수는 그 자의 이름을 곧 찾아냈다. 그러나 생소한 이름이었기에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누구인지는 알 필요 없어. 물건만 고가에 팔면 돼.”

석목이 담담하게 말했다.

“잠시 후에 제가 직접 가서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어요.”

종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어서 후반부 경매의 두 번째 경매품이 올라왔다. 그것은 전반부의 은색 장창과 비교해도 등급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 영기인 은색 채찍이었다.

몇 차례 경쟁이 오고간 뒤 누군가 영석 사만 개를 불렀다.

“육만!”

그때, 이번에도 나른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장내의 사람들의 굳은 표정으로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특별석 쪽은 진법에 둘러싸여 있어서 그 안쪽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세 번째 경매품은 열 장의 상급 부적이었다.

후반부의 경매에 나오는 물건은 하나같이 귀중한 물건들뿐이었다.

하지만 장내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분노로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른한 목소리의 주인이 시도 때도 없이 울리 퍼지며, 각종 재료와 단약, 영기 등을 상식을 벗어난 고가에 낙찰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후반부에 나온 물건들 중 무려 삼분의 일 정도를 챙겨갔다.

게다가 그 자의 존재 때문에 다른 경매품도 크든 작든 모두 정상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됐다.

경매가 마지막을 향할수록 분위기는 점차 달아오르고 있었다.

노란 옷을 입은 남자가 탁자 위에 녹색 나무상자를 올려놓았다.

“설마…… 저것은…….”

“경매가 거의 끝나가는 상황에 나온 것이니 분명…….”

장내의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모두의 예상이 맞습니다. 다음은 바로 여러분이 학수고대하던 현명화입니다!”

고력이 상자를 열자 안에서 세 송이의 녹색 꽃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짜 현명화야!”

순간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이전에 옥천각에서 개최한 소규모 경매에서 현명화가 나타난 뒤로, 법력을 대폭 늘려주는 이계의 보물이 창욱성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었다.

경매장의 사람들은 주먹을 꽉 쥐고 앞 다투어 가격을 불러댔다.

결국 현명화 세 송이는 영석 십구만 개에 회색 옷을 입은 노인에게 낙찰됐다.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나른한 목소리의 주인은 현명화의 경매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어서 나오는 물건 역시 이번 경매에서 손꼽히는 귀중한 물건입니다.”

고력이 그렇게 말하며 주먹만 한 크기의 나무 상자를 꺼냈다.

상자 안에는 엄지손가락 정도 크기의 성석이 들어 있었다.

“이것이 무엇인지는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성석의 시작가는 영석 이십만 개입니다.”

고력이 말했다.

사령계와의 공간의 통로를 유지시켜주는 성석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이곳에 아모도 없었다.

“이십만!”

한 여인이 즉시 외쳤다. 그녀는 특별석에 있던 견 씨 성의 여인이었다.

“이십이만!”

다른 누군가가 곧바로 외쳤다.

옥천각에서는 조 장로가 경매장 안쪽의 통로에 서서, 옥패에 시시각각 떠오르는 글자들을 보고 있었다.

“영선각의 상황은 어떠냐?”

왕서곤이 천천히 다가오며 말했다.

“숙부, 오셨군요!”

조 장로가 급하게 인사했다.

왕서곤이 손을 흔들며 예의 차릴 필요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영선각의 후반부 실적이 어째서인지 갑자기 좋아졌어요. 끊임없이 고가에 물건들이 낙찰되어서 낙찰가의 총합이 영석 삼백만 개에 근접했어요.”

조 장로가 말했다.

“옥천각은 어떻지?”

“현재 낙찰가의 총합은 영석 삼백삼십만 개에요. 영선각 쪽에서 마지막으로 나올 성석은 많아봐야 영석 사십만 개에 거래될 거예요. 능염정은 벌써 가격이 영석 오십만 개까지 올라갔으니, 절대 영선각에게 지지 않을 거예요.”

조 장로가 득의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재 옥천각의 경매장에서는 능염정의 가격 경쟁이 격렬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바로 그때, 조 장로가 반짝이는 옥패를 들여다보더니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숙부, 영선각의 성석이 영석 삼십구만 개에 낙찰됐어요.”

“잘됐구나.”

그 말을 들은 왕서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순간, 경매장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육십만!”

그와 동시에 경매장이 적막에 휩싸였다.

그 광경을 본 조 장로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 * *

같은 시각, 영선각의 경매장.

특별석에 있는 견 씨 성의 여인이 성석을 건네받았다.

경매장에 모인 사람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러분, 경매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경매의 마지막 물건을 소개하겠습니다!”

고력이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모두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분명 목록 중에서 가장 가치 있는 물건은 성석이었던 것 같은데?”

“설마 성석보다도 귀한 물건이 있다는 사실을 내가 놓친 건가?”

“말도 안 돼. 사전에 공지된 물건은 전부 나온 것 같은데.”

사람들은 모두 다시 자리에 앉았고, 도대체 어떤 물건이 나올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이 물건은 여러분이 받은 경매 물품 목록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의뢰받은 뒤에, 성석과 이것 중 무엇을 마지막 경매 물품으로 내놓을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고력이 말하는 사이에 누군가가 노란색 비단에 덮인 작은 쟁반을 가져와서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고력이 노란 비단을 걷어내자 반 척도 채 되지 않는 크기의 백색 탑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탑은 매우 작고 정교했다. 은은한 하얀 빛을 뿜어내는 부문이 가득 새겨져 있는 모습이 범상치 않아보였다.

하얀 탑에 매료된 사람들의 경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몇몇 사람은 질문을 던지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고력의 설명을 기다렸다.

“이것을 보시는 것은 모두 처음일 테니 조금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이것의 이름은 정신탑으로, 상급 영기입니다.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집중력을 높여주어서 수련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요. 다른 효과는……. 하하, 비밀로 하겠습니다.”

고력의 말이 끝나자마자 장내는 사람들의 질문 공세로 소란스러워졌다.

경매품을 소개할 때는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것들을 제외하면, 경매사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경매품의 정보와 용도를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것이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시키는 방법이었다. 특히 이런 경매의 마지막에 나오는 경매 물품이라면 비싼 가격에 팔기 위해서 더더욱 과장해서 말하곤 했다.

하지만 고력은 정신탑이 상급 영기라는 것 외에는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집중력을 높여준다? 그런 어정쩡한 특성만으로는 그 가치와 실용성은 중하급 공격 영기보다 떨어졌다. 일부 법기나 영기 중에서 등급이 높다 해도 기능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실제적인 가치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비록 사람들은 여전히 호기심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물건에 흥미를 잃은 뒤였다.

“정신탑의 시작가는 영석 이십만 개입니다.”

사람들의 반응을 이미 예상한 듯, 잠시 침묵을 지키던 고력이 입을 열었다.

영석 이십만 개는 성석의 시작가와 같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주위를 둘러보기만 할 뿐,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영석 이십만 개라면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모두가 가치를 알고 있는 성석이라면 몰라도, 구체적인 용도조차 알지 못하는 영기를 사들이기 위해 그 정도의 금액을 내놓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사람들은 주위의 특별석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특별석에 있는 사람들 정도는 되어야 영석 수십만 개를 지불할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정신탑을 향해 정신력을 발산했다.

퉁!

정신력이 무형의 부드러운 벽에 충돌해 튕겨져 나왔다.

“이십만!”

순간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이 미간을 치켜 올리면서 외쳤다.

그러자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모두 누군가가 정말로 가격을 부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 나른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십오만!”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선례가 있었던지라 크게 이상하게 보지는 않았다.

“이십육만”

노인이 잠시 망설이다가 떠보듯이 가격을 조금 높였다.

“삼십만!”

그 즉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인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더 이상 나서지 않았다. 경매장은 순간 침묵에 휩싸였다.

노인은 정신탑이 도대체 무슨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흥미가 있었다. 무언가 굉장히 특별한 기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직감은 들었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만약 너무 많은 돈을 썼는데, 실상 별다른 기능이 없다면 낭패를 볼 게 뻔했다.

바로 그때, 특별석에서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삼십오만!”

노란 옷을 입고 있는 그 남자는 마치 꼭두각시처럼 생기 없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하얀 영패를 들고 있는 석목이 앉아 있었다.

그 남자의 머리 뒤에는 반투명한 정신력의 실이 뻗어 석목과 이어져 있었다.

“사십만!”

나른한 목소리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울렸다. 영석 몇 만 개 정도는 별 것도 아니라고 여기는 듯한 태도였다.

“사십오만!”

석목이 손을 흔들자 노란 옷을 입은 남자가 다시 가격을 불렀다.

“사십팔만!”

“오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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