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화. 역전
노란 옷을 입은 남자가 물러서지 않고 끊임없이 가격을 높였다. 가격은 순식간에 영석 육십만 개까지 올라갔다.
그러자 경매장이 점점 소란스러워졌다.
두 사람이 그저 영석이 남아돌아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고, 정신탑에서 무언가 특별한 점을 발견한 게 분명해보였기 때문이다.
‘설마 저것이 파손된 법보라도 되는 것인가?’
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일부 재력이 있는 이들은 가격 경쟁에 참여하려 했지만, 아직은 조금의 망설임이 남았는지 일행들과 귓속말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때 나른한 목소리의 주인이 돌연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팔십만! 저것은 내가 갖겠네. 자신의 재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달려 들다가는 패가망신하게 될지도 모르네.”
그러자 노란 옷을 입은 남자는 그 말에 압도된 것처럼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마음이 살짝 동했던 이들조차도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결국 정신탑은 영석 팔십만 개라는 고가에 낙찰되며 경매가 종료되었다.
경매장은 흥분한 사람들로 인해 떠들썩했다.
경매에서 수확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한동안 이야깃거리로 삼을만한 일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나른한 목소리의 주인이 있는 특별석 쪽을 빈정대는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그는 설령 파손된 법보라고 해도 영석 팔십만 개의 가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견 씨 성의 여인도 얼굴을 가린 채 사람들에 섞여서 조용히 영선각을 나섰다.
“가도 좋다.”
석목은 하얀 영패를 노란 옷을 입은 남자의 품속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그 남자는 멍청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특별석을 나섰다. 그는 곧 인파에 섞여 들어갔다.
영선각을 나선 남자는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더니 멍청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곧 무언가를 떠올리고 옥천각 방향으로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영선각의 방 안에서는 종수가 감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결과가 어때?”
방에 들어온 석목이 물었다.
종수는 그를 보자마자 마치 어린아이처럼 펄쩍펄쩍 뛰었다.
“낙찰가의 총합이 영석 사백팔만 개에 근접해요. 방금 경매가 끝난 옥천각에서 들려온 소식에 따르면, 그쪽은 영석 사백만 개에 조금 미치지 못한대요.”
얼굴이 살짝 상기된 종수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잘됐네.”
석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흥분한 종수는 무언가 더 말하려다가 갑작스럽게 어지러움을 느끼고 비틀거렸다.
“괜찮아?”
놀란 석목이 다급히 종수를 부축하며 물었다.
“괜찮아요……. 며칠간 너무 무리했나 봐요.”
종수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자 창백했던 안색이 천천히 돌아왔다.
“수아, 그동안 정말 고생했어.”
석목이 말했다.
“참, 우리 물건을 절반 가까이 사들인 그 사람은 어디 있나요? 가서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겠어요.”
문득 그 남자가 생각난 종수가 급하게 물었다.
“그는 문밖에 있으니 조급해하지 마. 내가 부를게.”
석목이 담담하게 웃으며 밖을 향해 들어오라 말하자, 문이 열리며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이 걸어 들어왔다.
그를 본 종수가 멍한 표정을 짓더니 곧 밝게 웃었다.
그 자는 바로 후새뢰였다.
“목 어르신, 종 아가씨.”
후새뢰가 석목과 종수에게 인사를 했다.
“그랬군요. 어떻게 된 건지 이해했어요…….”
종수는 석목과 후새뢰를 번갈아 보며 전후사정을 빠르게 이해하고 말했다.
“모든 일이 오라버니의 계획대로였군요. 저는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이긴 줄 알았어요.”
종수가 조금 어두운 표정으로 덧붙였다.
“수아, 왕서곤이 암암리에 조 장로의 편을 드는 만큼 이 시합은 처음부터 불공정했어. 대비를 하지 않았다면 보나마나 우리가 패했을 텐데, 그건 너무 억울하잖아.”
석목이 말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종수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라버니의 말이 맞아요. 제가 너무 순진했나 봐요. 그런데 그 물건들을 다 낙찰 받으려면 영석이 최소 백만 개는 필요했을 텐데, 그렇게 많은 영석은 어디서 난 거예요?”
종수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러자 후새뢰가 미소를 짓더니 그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과거 석목과 종수가 유풍곡을 떠난 뒤, 후새뢰는 유풍곡의 단주로 모습을 바꾸었다. 그리고 석목이 미처 챙기지 못한 의뢰 물품, 그리고 유풍곡의 단주가 오랜 세월 축적해온 물건들을 전부 빼돌렸다. 그는 그것들을 분산 판매해서 많은 영석을 얻고 난 뒤, 창욱성에 와서 석목과 몰래 접촉했다.
“최근 두 달 동안 부적을 팔아서 모은 영석까지 모두 후새뢰에게 건네서 이 정신탑을 낙찰 받았어. 경매에서 낙찰 받은 물건 중 대부분은 내가 위탁한 물건이었기 때문에, 비싸게 낙찰을 받았어도 상회에 건넨 수수료를 제외하면 커다란 손실은 없었어.”
석목이 웃으며 말했다.
“오라버니, 어째서 저에게 사전에 말해주지 않은 거예요? 저도 도울 수 있었잖아요.”
종수가 물었다.
“이 일이 아니더라도 너는 그동안 충분히 바빴잖아. 게다가 왕서곤이나 조 장로가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으니 이 일에 최대한 관여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어. 참, 후새뢰는 역용술을 사용해 경매에 참여했으니, 아무리 천오상회라 해도 우전이라는 사람에 대해 어떤 단서도 찾아내지 못할 거야.”
석목이 말했다.
종수는 석목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 정말 고마워요. 경매를 위해 많은 물건을 내주고 밤낮으로 쉬지 않고 부적을 제작하더니, 마지막에는 이렇게 많은 영석까지…….”
“능천봉에 갈 자격만 얻을 수만 있다면 그 정도의 일은 별것도 아니야. 게다가 큰 공을 세우면 회장이 나타난다고 했으니, 요족 특사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회장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때가 되면 내가 반드시 너를 자유롭게 해줄게!”
석목이 확고한 말투로 말했다.
만약 종수가 동굴에서 석목을 처음 만났을 때 그런 말을 들었다면 객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의 말에 확실히 믿음이 갔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그에게는 지금 백만 개에 달하는 영석이 있었다. 그 정도의 액수는 천오상회에서도 적지 않았다.
아직 감동이 가시지 않은 종수가 무언가 말하려고 할 때, 문 밖에서 지배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종 장로님, 왕 부회장이 한연각의 대전에서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종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오라버니,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어요!”
* * *
한연각의 대전에는 여러 명의 사람이 앉아 있었다.
주석에 앉은 부회장 왕서곤은 환한 얼굴로 아랫자리에 앉은 종수와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부분 말은 그가 했고, 종수는 듣는 쪽이었다.
종수는 웃으며 왕서곤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매우 의아함을 느끼고 있었다. 예상 외로 왕서곤의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조 장로와 왕서곤의 관계가 보통이 아닌데, 자신이 승리하자 그가 기분이 좋아진 연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잇따라 대전에 들어온 상회의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잠시 뒤 조 장로가 뒤늦게 도착했다.
조 장로는 대전에 들어오자마자 종수의 맞은편에 앉았고, 그녀는 좋지 않은 표정으로 말없이 종수를 쳐다봤다.
그녀는 경매가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득의양양했다. 그러나 영선각에서 영기를 하나 더 내놓아서 일거에 역전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 소식은 마치 청전벽력과도 같아서, 조 장로는 분노에 울화통이 터질 뻔했다.
조 장로는 종수의 차분한 모습을 보자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의 고운 얼굴에 그늘이 졌다.
“모두 모였으니 좋은 소식을 하나 선포하겠네. 이번 창욱성 대규모 경매의 낙찰가는 영석 총 팔백일만 개로, 작년의 두 배에 달한다네. 회장을 대신해 큰 공을 세운 그대들에게 감사를 표하네.”
왕서곤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장내에 모인 사람들은 그 소식을 듣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 상회의 규칙에 따라 경매에 공헌한 사람들은 포상을 받게 되는데, 그 금액은 경매의 실적에 비례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는 작년보다 더 풍부한 포상을 받게 될 것이다.
그때 갑자기 조 장로가 말했다.
“종 장로, 애썼습니다. 이번 경매에 들인 돈이 적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종수가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죠?”
“흥, 모르는 척하는 겁니까? 영선각에서 경매에 내놓은 물건들의 본래 가치가 어떤지는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아무런 수작도 부리지 않고 그렇게 높은 가격에 팔리는 것이 가능할 리가 있습니까?”
조 장로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현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이번 경매가 요족 특사의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자리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조 장로의 말은 확실히 도가 지나친 발언이었다.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가격을 경쟁해 낙찰을 받는 경매인 만큼, 낙찰가가 시장에서 유통되는 가격과 꼭 부합하지는 않는 법입니다. 게다가 낙찰가와 일 할의 수수료를 인도받는 모든 과정에서 상회의 현장 감독이 이루어졌는데, 제가 무슨 수작을 어떻게 부렸다는 말입니까?”
종수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말했다.
“영선각의 경매품 중 삼분의 일에 해당하는 양을 한 사람이 사갔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마지막에 나온 그 영기까지 그가 엄청난 가격에 낙찰 받았죠. 그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입니까?”
조 장로가 말했다.
“그 신비로운 사람에 대해서는 저 역시 매우 궁금합니다. 분명 상회에서 사람을 보내 조사했을 것 아닙니까? 만약 상회에서조차 알아낸 것이 없다고 하면, 저라고 해서 알 방도가 있을까요?”
종수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조 장로가 분노한 표정으로 종수를 노려보며 무언가 말하려고 했다. 그 순간 왕서곤이 끼어들었다.
“둘 다 그만하게. 중요한 것은 상회의 이익이 아니겠나. 이번 경매에서 큰 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의 공 덕분이네. 특히 종 장로, 처음으로 경매를 주관했음에도 이렇게 뛰어난 성적을 보이다니 정말 감탄했네.”
왕서곤은 말을 하며 눈짓으로 조 장로를 제지했다.
“그럼 약속에 따라 요족의 삼 대 부족에 파견되는 요족 특사의 자리는 종 장로에게 부여하겠네. 출발은 한 달 뒤라네.”
왕서곤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그 말을 들은 종수가 몸을 일으켜 인사하며 말했다.
“참, 종 장로. 그 석목이라는 자는 어째서 함께 오지 않았나?”
왕서곤이 물었다.
“그는 상회의 사람이 아닌 저의 친구일 뿐이라, 이런 장소에 오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종수가 말했다.
“하하, 그랬군. 내게 제안이 하나 있는데, 종 장로가 그에게 전해줄 수 있는가?”
왕서곤이 물었다.
“말씀하세요.”
종수가 말했다.
“그가 상회에 객경장로로 가입해주었으면 한다네. 그렇게 된다면 종 장로가 요족의 영토로 갈 때 그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네.”
왕서곤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종수가 대답했다.
왕서곤은 종수와 몇 마디를 더 나눈 뒤 회의의 종료를 선포했다. 종수를 포함한 모두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숙부님…….”
종수가 떠나자 조 장로가 애원하는 눈빛으로 왕서곤을 바라보았다.
“많은 혜택을 줬는데도 패배한 것은 너다. 나를 원망하지 말거라.”
왕서곤은 차갑게 말을 내뱉은 뒤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갔다.
“종수…….”
조 장로가 이를 갈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