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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계지문-306화 (306/916)

306화. 죽었다 다시 살아나다

숨을 고른 석목은 운철흑도를 앞에 두고 미친 듯이 기뻐했다.

연나도 날아와서 석목 옆에 자리를 잡았다.

석목은 연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연나, 가르쳐줘서 정말 고마워!”

연나는 석목을 보고 고개를 흔들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참, 네 상처가 깊으니 이 수혼을 먼저 쓰도록 해.”

석목은 상처가 가득한 연나의 몸을 보고는 급히 허리춤에 있는 수혼 주머니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연나의 영혼의 화염이 반짝였고, 그녀는 수혼 주머니를 입에 가져다 대고 흡입했다.

수혼 주머니에서 십여 개의 빛이 나왔는데, 그중 몇 개는 유독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석목이 이전에 죽인 지계 요수의 혼이었다.

연나는 기뻐하며 십여 개의 빛을 빨아들였다.

그녀의 몸에서 은색 빛이 반짝이면서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었고, 상처 입은 날개도 자연스럽게 치유되었다.

석목은 이를 지켜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유안의 시체를 보더니 그곳으로 갔다.

유안의 시신 옆에서 검은색 벽돌이 옅은 빛을 내고 있었다.

석목은 기뻐하며 명월교의 보물인 추선대를 주워 들려 했다.

그 순간,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유안 머리의 미간 쪽에 새겨진 초승달에서 회색빛이 떠오르더니 추선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추선대에서 회색의 빛이 눈부시게 빛나더니 순식간에 주위로 퍼졌다.

근처에 있던 석목은 맹렬한 공격을 받은 듯 저만치 나가떨어졌다. 그는 십여 장을 날아간 뒤에야 땅에 떨어졌고, 창백한 얼굴로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석목은 깜짝 놀라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연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이변에 매우 놀란 듯했다.

이어서 더욱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다.

추선대에서 나온 회색빛이 머리 없는 유안의 시체를 감쌌는데, 그 시체가 빛 사이에서 휘청거리며 일어난 것이다.

치치칙!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유안 몸통의 머리가 잘려나간 목 부분에서 핏줄기가 휘날리더니, 순식간에 십 여 장의 거리를 가로질러 날아갔다. 그것은 땅에 떨어져 있던 유안의 머리와 연결되었다.

휙!

유안의 머리가 날아오더니 몸통에 다시 붙었다.

일련의 상황은 석목과 연나가 반응할 새도 없이 번개처럼 빠르게 이루어졌다.

추선대가 유안의 머리 부분으로 날아가 주위를 맴돌며 빛을 발했다. 그리고 은회색의 기체를 뿜어냈다.

그 기체는 액체처럼 묵직해 보이면서 금속 같은 광택이 났는데, 무거운 위압감과 짙은 사형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만년시기(万年尸氣)!”

연나가 눈을 크게 뜨며 경악했다.

“저건 또 뭐야?”

석목이 물었다. 그러나 연나는 석목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곧바로 은빛 그림자가 되어 유안을 공격했다.

그녀가 손에 든 운철흑곤을 맹렬하게 휘둘렸다.

십여 장 크기의 운철흑곤이 검은 그림자를 흩뿌리며 유안에게 날아갔다.

그러자 추선대는 이를 인지한 듯 회전하는 속도를 더 높이며 검은빛을 발산했다. 굵고 검은빛이 날아오르더니 운철흑곤과 부딪쳤다.

쾅!

이어 굉음이 울려퍼졌다.

곤봉의 검은 빛이 약해지더니 연나의 몸도 형체가 없는 힘에 의해 뒤로 몇 발자국 밀려났다.

그 순간 은회색 기체가 반짝이며 유안의 몸속으로 들어갔고, 유안의 몸이 순간 은회색으로 빛났다.

유안의 머리가 좌우로 흔들거리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잘려나갔던 목의 상처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어둡던 눈빛의 정기는 다시 회복되어 있었고, 피범벅이 된 머리칼을 휘날리는 모습이 매우 흉측해보였다.

석목은 경악했다. 머리가 잘려나간 시체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말로만 들어오다가 직접 목도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곧이어 더욱 아연할만한 광경이 펼쳐졌다.

반쯤 강시화됐던 유안의 몸이 완전히 강시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의 몸에는 은회색의 비늘이 자랐고 얼굴색은 청회색으로 변했으며, 시커먼 색이 된 팔에서는 검붉은 혈관이 꿈틀거리며 검은 기운을 뿜어냈다.

핏빛 장발이 아니었다면, 눈앞의 강시가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였던 유안과 동일한 존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었다.

조금 전보다 더 공포스러운 기운이 유안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강시가 된 이후 그의 힘은 더 강해져 있었다.

안색이 변한 석목의 손바닥에 땀이 흥건해졌다.

“석목……. 정말 이럴 줄은 생각도 못했다. 내가 지금까지 너를 너무 우습게 봤어!”

유안이 석목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후!”

그가 입으로 옅은 은색의 불꽃을 만들어냈다.

석목은 유안의 두 눈에서 이는 은색 불꽃을 보고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 불꽃은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았다.

“네가 추선대에서 조용히 잠자고 있던 만년시기를 깨웠으니, 이제 우리 둘 다 돌아갈 곳은 없어졌다.”

유안이 차갑게 말하며 한걸음 내딛었는데, 그의 모습이 희미해지더니 곧 보이지 않았다.

석목은 주저 없이 옆으로 몸을 틀었다.

푹!

무언가 찌르는 소리와 함께 피가 쏟아졌다.

석목은 수 척 떨어진 곳에서 나타났는데, 백지장처럼 하얀 얼굴로 한 손으로는 허리를 잡고 있었다. 그의 옷은 찢어진 채였고, 깊은 상처에서 선혈이 흘러내렸다.

석목은 재빠르게 반응했지만, 유안의 움직임이 워낙 빨라서 온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갑자기 상처에서 찌릿한 느낌이 전해졌다. 아마도 유안의 발톱에 맹독이 묻어 있는 것 같았다.

유안은 조금 전 석목이 서 있던 곳에 나타나 있었다. 그의 짐승 같은 발톱에 석목의 피가 묻어 있었다.

그는 피 묻은 손을 코 앞에 대고는 깊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마치 도취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감탄하면서 말했다.

“순수한 기혈이다!”

석목은 녹색의 부적을 꺼내서 허리에 난 상처에 붙였다.

유안은 석목의 허리에서 녹색의 빛이 발하는 것을 보았다. 그의 두 눈에서 은색 불꽃이 일었지만, 석목의 행동을 막지는 않았다.

석목은 겉으로는 침착한 듯 보였으나, 사실 마음은 초조하고 무거웠다. 지금 유안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없이 천위의 경지에 다다랐다. 속도나 힘 등에서 이미 석목을 능가하고 있었다.

석목은 한숨을 깊게 내쉬고는 운철흑도를 꽉 쥐었다.

촤악!

그때 은빛 그림자가 석목의 옆을 스치더니 유안에게 날아갔다. 검은 곤봉이 모습을 드러내며 폭풍우처럼 유안의 머리를 가격했다.

“어서 피해!”

연나의 목소리가 석목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쾅! 쾅! 쾅!

검은 곤봉이 유안의 몸을 가격하자 주위의 지면에서 검은빛이 올라왔다. 귀청이 멀어버릴 것 같은 굉음이 나면서 사방에서 먼지가 일어나 휘날렸다.

석목은 순간 멍해졌다. 연나의 몸 주위에서 은빛이 감돌고 있었는데, 얼마나 재빠르게 움직이는지 마치 불꽃에 달려드는 은빛 불나방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석목의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다.

“꺼져라!”

먼지 속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어 눈부신 회색빛이 불꽃처럼 피어났다.

잠시 후 은빛 그림자가 먼지 속에서 공중회전을 하며 날아가더니, 이십여 장 떨어진 곳에 커다란 구덩이를 만들며 떨어졌다.

구덩이에 있는 연나의 가슴 부분 갑옷에 금이 가서 아래쪽의 가슴뼈가 드러나 있었다. 갈비뼈는 거의 으스러진 상태였다.

연나는 눈에서 영혼의 화염을 반짝이더니, 마치 탄환처럼 다시 날아올랐다. 그리고 몸의 상처를 신경도 쓰지 않고 유안을 향해 돌진했다.

“빨리 가라니까!”

연나의 목소리가 석목의 머릿속에서 다시 들려왔다. 다급함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석목은 쓴웃음을 지었다.

‘도망가라고? 어디로?’

여기는 사령계였다. 그는 이전 세계로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도 모를뿐더러, 추선대처럼 이곳의 기운을 차단해줄 법보도 없었다. 잠시 동안이라면 이를 악물고 버틸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 결코 오랜 시간 살아남을 수는 없었다.

또한 지금 유안의 실력을 볼 때, 자신이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석목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단전의 진기를 끌어올렸다. 손에 쥐여진 운철흑도가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검은 검광을 내뿜었다.

눈이 금빛으로 변한 석목이 뛰어올라서 유안이 있는 곳으로 내달렸다.

운철흑도가 진동하더니 열세 개의 검영을 만들며 유안을 덮쳤다.

연나는 석목의 행동을 보고 눈에서 영혼의 화염을 반짝였다. 하지만 뭐라고 말을 하지는 않고 손에 들고 있는 검은 곤봉을 유안을 향해 휘둘렀다.

두 사람이 연합하여 공격하니 유안도 일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애송이들이! 천위의 힘이 어떤 것인지 오늘 이 자리에서 보여주마!”

유안은 분노해서 울부짖으며 회색빛을 뿜어냈다. 어마어마하게 강한 힘이 몸에서 흘러나왔다.

석목과 연나는 그 힘에 의해 수십 척이나 멀리 날아가 버렸다.

유안은 한 손으로 검은빛을 모아 기다란 검은 낫을 만들어냈다. 그 낫에서는 검은빛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유안의 몸이 번쩍이더니 갑자기 석목 앞에 나타났다. 검은 낫이 짙은 검은색의 거대한 그림자를 만들며 석목을 향해 내리꽂혔다.

석목은 크게 놀랐고, 이제 와서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그는 운철흑도를 머리 위로 휘둘렀다.

검과 낫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먼지가 정신없이 휘날리고 석목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두 손으로 운철흑도를 받쳐 든 채, 소리를 지르며 유안의 검은 낫에 저항했다.

곧 그의 몸이 마치 기둥이 박히듯 허리춤 아래까지 땅 속으로 들어가 박혀버렸다.

유안은 잔인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한 손으로는 낫을 들고 석목의 움직임을 봉쇄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 석목의 가슴을 가격했다.

석목은 두 다리에 힘을 주어 위로 올라오려 애썼지만, 검은 낫이 위에서 누르고 있어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그때 잔인한 웃음소리와 함께 유안의 시커먼 주먹이 엄청난 힘으로 가격해왔다.

그 순간 은빛 그림자가 반짝이더니 연나가 석목 앞을 막아섰다. 운철흑도는 어디에 두었는지, 그녀는 갑옷으로 뒤덮인 두 팔을 교차해서 위로 들어 올렸다.

유안의 주먹이 연나의 두 팔을 매섭게 가격했다.

퍽! 우지직!

연나의 두 팔을 감싸고 있던 은색 갑옷이 순식간에 부서져 나가면서, 맑고 투명한 팔 뼈가 드러났다.

연나는 가녀린 두 뼈를 몸 앞에 교차한 채로 죽을힘을 다해 유안의 주먹을 막아냈다.

우지직!

연나의 팔 뼈에 빠르게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연나는 영혼의 화염을 반짝이며 입을 벌렸다. 그러자 입에서 형태 없는 음파가 날아올라 지척에 있는 유안의 얼굴을 가격했다.

유안은 미간을 찌푸리며 얼굴에서 회색빛을 내뿜었다. 곧 그의 얼굴 앞에 반투명한 보호막이 쳐졌다.

형태 없는 음파는 보호막에 부딪히자 마치 천적을 만난 듯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원래 너는 살려두려 했는데,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같이 죽어라!”

유안은 냉소를 띠면서 석목을 누르고 있던 검은 낫을 높이 들어 연나를 향해 비스듬히 내리쳤다.

쾅!

굉음과 함께 연나의 갑옷이 사방으로 튀었다. 낫에 베인 연나의 몸은 거의 두 토막이 났다.

그러나 연나가 날아가는 순간 갑자기 그녀의 입에서 검은빛이 뿜어져 나왔고, 그것은 번개처럼 유안을 찔렀다. 바로 운철흑곤이었다.

그 순간 운철흑곤은 기묘한 빛을 내며 날카롭게 변했는데, 마치 검은 단총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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