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화. 습격
후새뢰와 여의는 내려오자마자 거점에 있는 통천선교의 사람에게 발각되었다.
“겁도 없이! 너희는 누구냐?”
거점에는 통천선교의 제자들이 주둔하고 있었는데, 그들 대부분은 후천 무인이나 술사였다. 그밖에 선천의 경지에 있는 우두머리가 있었는데, 약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후새뢰와 여의 두 사람은 서하대륙에서 수년을 지내며 실력이 상당히 늘어 있었다. 그들은 빠른 시간 내에 거점에 있는 통천선교 사람들을 다 쓸어버렸고, 내친김에 제사까지 지냈다.
이후 두 사람은 거점에 있는 영석을 망설이지 않고 챙겼다.
“석 형, 이건 선천의 우두머리 몸에서 찾아낸 건데, 그 안에 이 부근의 영석 채굴 거점이 기록되어 있어요.”
후새뢰와 여의는 옥간 하나를 가져다 석목에게 건넸다.
석목은 그것을 받아들고는 들여다보지도 않고 물었다.
“남은 거점들을 소탕하자는 뜻이야?”
그러자 후새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통천선교의 악행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서 되갚아주고 싶습니다.”
“좋아. 얼마든지 그렇게 하도록 해. 나도 통천선교가 저지른 일이 눈에 거슬리니까.”
석목은 그렇게 말하며 옥간을 후새뢰에게 던져주었다.
“감사합니다, 석 선배님.”
후새뢰가 대답했다.
* * *
반나절 후, 푸른빛이 어느 골짜기에 반짝하며 떨어졌다.
이어서 그 안에서 석목 일행이 나타났다. 그 골짜기도 옥간에 기록되어 있는 영석 채굴 거점 중 하나였다.
골짜기에는 십여 개의 큼직한 건물들이 우뚝 서 있었고, 갱도 역시 족히 십여 개는 되어 보였다. 가끔 어떤 사람이 그 안을 드나드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여기는 규모가 꽤 크네요.”
후새뢰가 골짜기의 상황을 보며 말했다.
세 사람은 반나절 동안 이미 다섯 개의 거점을 파괴했고, 이번이 마지막으로 남은 곳이었다.
“그래, 선천 경지에 있는 자가 너댓 명은 되는 걸 보니 여기가 통천선교의 핵심 거점인가 보군.”
여의가 신식으로 살펴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후새뢰가 몸에서 회색빛을 발하며 곧바로 움직이려 했다.
순간 석목이 손을 들어 후새뢰의 앞을 가로막았다.
“잠깐 기다려!”
골짜기의 가장 큰 갱도 안에서 크기가 칠팔 장쯤 되는 마차가 네 마리의 말에 끌려서 천천히 나오는 게 보였다.
그 마차는 노란색 천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영력의 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니 법기가 틀림없었다.
마차 주변에는 부문이 새겨져 있었는데, 옅은 빛을 반짝이는 것으로 보아 보통 물건이 아닌 듯했다.
마차 옆에는 자주색 옷을 입은 청년이 말에 올라 앉아 있었다. 그는 선천 경지에 있는 무인이었다.
“갈(葛) 형, 가시는 길에 호위를 부탁합니다. 최근 교주께서 더욱 독촉하셔서 이 영석들을 반드시 이십 일 안으로 종파에 보내야 합니다.”
자주색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심각한 얼굴로 그 청년에게 말했다.
“방 형, 안심하고 맡기십시오.”
그 청년은 자신 있다는 표정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말이 끝나자 청년이 손을 흔들어 골짜기 밖으로 나갔다. 그의 뒤로 삽십 명쯤 되는 무리가 마차를 호송하며 따랐다.
석목 일행은 골짜기 위의 공중에서 아래 상황을 지켜보며, 두 사람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
“마차 위에 법기가 덮여 있지만, 그 아래 있는 건 다 영석이에요. 엄청나게 많네요.”
여의가 눈을 반짝이며 흥분한 듯 말했다.
석목 역시 영석을 실은 마차가 천천히 골짜기를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눈이 반짝였다. 그러나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여의와 후새뢰는 약간 조급한 듯 눈앞의 마차를 보면서 골짜기를 빠져나갔다.
그때 석목은 가볍게 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후새뢰, 그리고 여 형. 요 몇 년간 두 사람에게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그 말에 후새뢰와 여의의 안색이 변했다.
“석 형, 그게 무슨 뜻이죠?”
여의가 다급히 물었다.
석목은 말없이 손을 흔들어서 두 개의 진주 법기를 꺼냈다. 바로 후새뢰와 여의의 혼이 담긴 금신주(禁神珠)였다.
석목이 주문을 외우며 손을 흔들자 법기들의 위에 두 개의 빛이 나타났다. 그것은 반짝이더니 곧바로 두 사람의 몸으로 들어갔다.
후새뢰와 여의는 속박되어 있던 신혼의 일부가 몸속으로 돌아온 것을 느끼고 매우 기뻐했다.
석목이 다시 손을 흔들자 그의 손에 금색의 단창과 적홍색의 장검이 나왔다. 석목은 그것들을 두 사람에 나누어주었다.
두 무기는 각자 빛을 내며 영기를 뿜어냈는데, 등급이 상당히 높은 것이었다.
여의와 후새뢰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멍하니 석목을 바라보았다.
“나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제는 두 사람과 함께 하지 못할 것 같군요. 오늘부터 두 사람은 자유이니 이 영기를 선물로 주겠습니다.”
여의와 후새뢰는 석목의 말을 듣고 안색이 변했다.
“석 형,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여의가 다급하게 물었다.
그들이 보기에 석목은 은혜든 원한이든 잊지 않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실력도 뛰어난, 만나기 쉽지 않은 좋은 주인이었다. 여의는 그 사실을 깨닫고 석목을 따르기로 한 것이었고, 실제로 그는 석목을 통해 많은 것을 얻으며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일에 대해서는 두 사람이 알아봐야 좋을 게 없습니다. 정말로 위험한 일이니 괜히 말려들기 전에 얼른 떠나는 게 좋을 거예요.”
석목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후새뢰와 여의는 석목이 호수처럼 평온한 석목의 표정을 보고, 그가 이미 마음을 정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면서 탄식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죠?”
석목이 물었다.
후새뢰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는 풀이 죽은 듯했지만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이 서하고국은 제 고향과 같은 곳이니 여기에 남겠습니다. 비록 통천선교와 정면으로 맞붙을 수는 없겠지만, 그들이 뜻대로 하도록 둘 수는 없죠.”
후새뢰의 단호한 대답에 석목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후 형 같은 열정까지는 없습니다. 우선 동주대륙을 돌아보고, 그 뒤에는 아마도 서하대륙으로 돌아올 겁니다. 서하대륙의 자원이 동주대륙보다는 훨씬 풍부하니까요.”
여의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두 사람 모두 계획이 있으니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 거점은 둘에게 맡기죠. 아까 영석을 운반하던 놈들은 내가 처리하겠습니다. 언젠가 또 만납시다.”
석목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몸을 돌렸다. 그는 회색 그림자가 되어 마차가 향하는 곳으로 날아갔다.
후새뢰와 여의는 석목이 멀리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심경이 무척 복잡한 표정이 되었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 * *
며칠이 지났다.
산 사이에 펼쳐진 광활한 평지에서 이삽십 명쯤 되는 무리가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자주색 옷을 입고 상투를 틀었으며, 커다란 마차를 호송하는 중이었다.
그중 평범한 생김새에 까무잡잡한 피부를 지닌 청년이 있었다. 그는 마차 뒤에서 빠르게 걷고 있었다.
마차 주위의 호위들은 월관을 쓰고 말에 탄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걷는 중이었다. 말의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이었지만, 피부가 까만 청년은 헐떡거리거나 얼굴이 상기되지도 않았다.
“로이, 며칠 새에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반나절을 걸어도 피곤한 기색이 없다니.”
까만 피부의 청년 옆에 있던 키 크고 마른 남자가 헐떡거리며 말했다.
“하하, 오늘 아침에 기공 수련을 하는데 뭔가 깨달음이 온 것처럼 정신이 맑아졌어요.”
까만 피부의 청년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키가 크고 마른 남자는 말없이 가던 길에 집중했다.
이 까무잡잡한 청년은 바로 석목이었다. 그는 이전에 후새뢰를 통해 변용술을 배웠는데, 그것을 이용해 며칠 전 영석을 운반하는 무리 속에 잠입한 것이다.
마차는 이미 서하고국을 벗어나서 육산왕조의 영토에 진입한 참이었다.
그때 석목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으음?”
어느 산에 가까워지자 그는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어떤 기운을 감지했다.
‘육산왕조의 땅 안에서 누가 통천선교의 물건을 약탈하려고 하는 건가?’
석목은 약간 놀라서 신식으로 수십 리 안팎을 살펴보았다.
그는 얼굴을 찌푸리다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는데, 그 안에는 약간의 기쁨도 섞여 있었다.
마차는 이미 산길 입구에 도착해 있었다. 선두에 있는 자주색 옷차림의 잘생긴 청년이 눈살을 찌푸리며 산길 주변을 살폈다.
슈욱!
청년이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붉은빛이 산길 옆에서 잔영을 만들며 빠르게 날아와서 그를 공격했다.
얼굴색이 변한 청년은 재빠르게 땅으로 몸을 날려서 그 붉은빛을 피했다.
쉬이익!
붉은 빛이 검은 말을 내리치자 말의 건장한 체구가 그대로 두 동강이 나면서 선혈이 하늘로 솟구쳤다. 죽음에 임박한 말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붉은 빛은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그 청년에게 날아갔다. 그 순간 그 빛의 정체가 붉은 비검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검의 기운이 붉은 빛을 뿜어내며 유성처럼 빠르게 청년을 공격했다.
민첩하게 바닥에 내려선 청년이 손에 자주색 군도를 꺼내들었다. 검은 환영을 만들어내며 붉은 빛을 막았다.
챙!
자주색 군도가 정확하게 비검을 막아내자 그 주위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청년의 몸이 떨리면서 뒤로 몇 보 밀려났지만, 붉은 검도 튕겨져 날아갔다.
“습격이다!”
무리 중 누군가가 그제야 적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아채고 허둥댔다. 그러자 청년이 크게 소리쳤다.
“당황하지 말고 맞설 준비를 하라!”
그때 산의 절벽 쪽에서 검은 인영들이 날아서 내려오는 게 보였다. 그들은 족히 오륙십 명은 되는 듯했는데, 모두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몸놀림을 보니 하나같이 실력이 예사롭지 않았다.
청년은 긴장으로 얼굴을 굳히며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려고 했다.
그때 누군가의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그 기합의 주인공은 검은 옷의 인영들 사이에서 내려오고 있었는데, 몸의 굴곡을 보니 여자였다. 비록 얼굴은 두건에 가려져 있었지만, 두 눈만 보아도 상당히 아리따운 여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여인이 청년을 향해 돌진했다. 둘의 몸이 채 닿기도 전에 검은 채찍이 맑고 큰 소리를 내며 청년에게 날아갔다. 그것은 독사처럼 빠르고 눈부시게 화려한 잔영을 만들어냈다.
크게 놀란 청년은 품에서 무기를 꺼낼 겨를도 없이 옆으로 굴러서 위험한 채찍을 피했다.
하지만 그가 숨을 돌릴 새도 없이, 검은 옷의 여인이 가는 허리를 돌리며 긴 채찍을 독사처럼 휘둘렀다. 동시에 다른 쪽에서 붉은 비검이 날아들어서 청년은 양쪽에서 협공을 받게 되었다.
청년의 얼굴에서 약간의 두려움이 비쳤다. 그러나 그는 크게 포효하며 자주색의 기운을 뿜어냈다. 그의 얼굴은 약간 혼미한 듯했고, 손에 쥐고 있는 검으로 검영을 만들어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그러자 검은 옷의 여인은 콧방귀를 뀌며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기다란 채찍에서 검은 빛이 나오더니 순식간에 두 배로 커져서 둥근 채찍의 그림자를 만들었고, 청년의 검영은 그 그림자에 둘러싸였다.
청년과 여인은 한동안 살기등등하게 싸움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