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화. 천외(天外)의 방문객 (2)
금색 옷의 남자는 우성 쪽은 보지도 않고 두 손가락을 겹쳐서 허공에서 흔들었다. 그러자 금빛이 떠올라서 우성의 뒤통수를 향해 날아갔다.
우성은 뒤에서 무언가 습격해오는 걸 감지하고 재빨리 몸을 돌려 한 손으로 초식을 행했다. 그러자 푸른빛이 번쩍하더니 이 척 정도 되는 청동 방패가 나타났다.
청동 방패에서 푸른빛이 감돌더니 허영이 나타났고, 수 척 크기의 자주색 외뿔을 가진 사자였다. 그것은 시뻘건 입을 크게 벌리고 지계 강자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거대한 사자의 몸에는 자주색 빛이 돌고 있었고 네 발은 나는 듯했다.
사자는 머리에 있는 외뿔에서 자주색 빛을 번쩍이며 날아오는 금빛을 받아쳤다.
챙!
그 두 빛이 서로 부딪치는 기세가 대단해서 석조건물 전체가 크게 진동했다.
쿵!
잠시 뒤 자주색 빛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흩어졌다. 그러나 금빛은 끄떡도 하지 않고 그대로 날아가서 청동 방패를 뚫어버렸다. 불꽃이 튀어 오르면서 푸른 방패가 조금씩 사라졌다.
펑!
우성은 그 거대한 힘에 의해 날아가 문틀에 세차게 부딪쳤고, 영기의 방패는 이미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방패를 쥐고 있던 왼손은 이미 마디마디가 끊어져서 무력하게 늘어져 있었다.
금색 옷의 남자는 일격에 우성을 죽이지 못하자 다시 두 손을 내밀었다.
순간 금빛이 번쩍이더니 순식간에 우성의 머리 앞까지 다다랐고, 우성이 손을 쓸 시간도 없이 빛은 빠르게 그의 미간을 파고들었다.
펑!
우성의 머리는 잘 익은 수박처럼 터져버렸다.
그 광경을 본 통천선교의 제자들은 질겁하며 너나 할 것 없이 문 쪽으로 도망쳤다.
그러자 금색 옷의 남자가 천천히 법진 제단에서 내려와서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예닐곱 개의 반달형 금빛이 마치 순간 이동하듯 그들의 뒤에 나타나더니, 반짝이며 각각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금빛이 사라지자 제자들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그들은 마치 무엇인가에 갇힌 것처럼 그 자리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팡! 팡! 팡!
곧이어 제자들의 몸은 전부 폭발해서 갈기갈기 찢어졌고, 온 사방이 피범벅이 되었지만 금색 옷을 입은 남자의 몸에는 조금도 튀지 않았다.
노란 옷의 남자는 코를 찡긋하더니 석조건물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칠흑 같은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는 잠시 무언가를 읊조리더니 팔을 들어 허공에 일격을 가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솟아올랐다.
금빛에 둘러싸인 다락방 크기만 한 주먹의 허영이 날아오르더니, 허공의 어느 부분을 가격했다.
번쩍!
금빛 허영이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을 막아내면서 크게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하늘에 갑자기 만 가닥의 빛이 찬란하게 나타났고, 밤하늘의 산봉우리를 감싼 뿌연 빛이 떠올랐다.
그 흰 빛의 표면에는 부문이 빽빽하게 떠올라서 나부끼고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이리저리 움직이는 뱀처럼 빛 위에서 쉼 없이 움직였는데, 그것에서는 놀랄만한 영기가 뿜어져 나왔다.
* * *
뱀 같이 꿈틀거리는 흰 빛 표면의 부문들이 잇따라 금색 권영으로 몰려들었고, 그것들은 금빛 권영을 집어삼킬 듯한 소리를 냈다.
부지직!
그 순간, 금색 권영이 빠르게 어두워지면서 사라졌다.
이어 부문들도 흩어졌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흰 빛도 모습을 감췄다.
밤하늘은 다시 고요해졌다.
“이곳처럼 외진 성역에 이런 법진이 있다니 흥미롭군.”
금색 옷의 사내가 눈빛을 반짝이며 중얼거렸다.
금색 옷의 사내는 두 눈에서 금빛을 반짝이며 옷자락을 흔들었다. 그러자 그의 뒤에서 금빛이 솟아오르며 수십 장 이상 되는 금색 뱀의 허영이 떠올랐다.
한데 합쳐진 금색 뱀의 허영은 머리와 꼬리를 흔들며 하늘 위로 솟구쳐 올랐다.
우르르! 쾅쾅!
갑자기 하늘이 갈라질 것처럼 격렬하게 진동했다.
금색 뱀은 허공에 숨겨져 있던 흰 빛과 부딪치며 불처럼 뜨거운 금빛을 쏟아냈고, 금색과 흰색의 두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주변 하늘을 환하게 비추었다.
흰 빛 표면에 있는 부문들이 잇따라 금색 뱀의 머리로 모여들었지만 그 강력한 힘은 곧 사라졌고, 모든 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울부짖는 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고,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빛이 밤하늘에서 별처럼 흩어졌다.
“이 성역은 너무 황폐해서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화신(化身)의 상처가 낫지 않는구나. 하지만 이곳 성역에서는 금단(金丹) 후기의 실력으로도 충분하군.”
금색 옷을 입은 남자가 금색 뱀의 법상을 거두고 혼잣말을 했다.
이어서 그는 눈을 감고 눈동자를 몇 번 굴리더니, 다시 눈을 뜨고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곧바로 희미한 모습으로 하늘에 떠올라 등 뒤에서 금빛을 반짝이며 먼 곳으로 날아갔다.
비래봉의 전송진에 이변이 생긴 것, 그리고 금색 옷을 입은 사내가 통천선교의 제자들을 몰살한 것은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벌어진 일 같았지만, 사실은 불과 열 호흡 안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사내가 떠난 지 일각이 채 되지 않았을 때, 태화산맥 주봉 방향에서 몇 줄기의 빛이 허공에 떠올랐다.
빛은 땅에 내려온 후 사라졌는데, 그 정체는 남색 팔괘 문양의 옷을 입은 중년의 도인 몇 명이었다. 그중 두 명이 근처에 있는 석조건물로 향했다.
남은 사람 중 우두머리는 준수한 외모에 소나무 문양이 있는 고검(古劍)을 메고 있었는데, 땅에 착지하자마자 다시 하늘로 오르며 말했다.
“귀류대진을 파괴한 걸 보니 이 자는 적어도 천위 경지의 실력자가 분명하다.”
그때 석조건물로 향했던 두 명의 중년 도인이 돌아왔다.
“자옥 어르신, 비래봉을 지키던 우수한 제자 여덟 명이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떨어져 죽었고, 시신은 찾지 못했습니다. 우성 역시…….”
흰 피부에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긴 얼굴의 도인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며 우두머리에게 고했다.
“뭐라고! 그가 어떻게 이곳에 있었다는 말이냐?”
외모가 준수한 중년의 도인이 말했다.
그러나 그는 검은 머리카락의 도인 뒤에 있는 둥근 얼굴의 도인이 머리가 깨진 시신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성큼성큼 걸어가 그것을 받아들었다.
“우성……. 어떤 놈이 나의 애제자에게 이런 잔인한 짓을 했단 말인가! 내 반드시 원한을 갚아줄 테다! 그놈의 뼈를 부수어서 가루로 만들어줄 것이야!”
자옥 도인이 애제자의 시신을 안고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말했다.
“자옥 어르신, 상심하실 때가 아닙니다. 지금 강한 적이 침입해 있고, 스승님께서는 수련 때문에 아직 나오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니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어르신께서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증오에 마음이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흰 얼굴에 검은 머리카락의 도인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자옥 어르신. 그 자는 아직 그리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볼 때 그 자는 최소 천위의 경지에 오른 자입니다. 지금은 황룡 어르신과 형천 어르신이 계시지 않고, 수장께서는 아직 나오지 않으셨으니 섣불리 추격하다가는…….”
둥근 얼굴의 도인이 덧붙였다.
“자네 둘의 말에 일리가 있군.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곳을 격파한 것을 보면 보기 드문 실력자인 게 분명하다. 청목 사제, 육이임견(六耳壬犬)을 가지고 오게.”
“네, 다녀오겠습니다.”
청목 도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백석 사제는 스승께 이 일을 보고하고, 원명 사매는 봉마전에 가서 제자들을 데려고 우리와 합류하도록.”
자옥 도인은 둥근 얼굴의 자색 옷를 입은 도인과 옆에 있는 미모의 여자 도인에게 분부했다.
세 사람은 명령을 받들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나머지는 나와 승선전에 가서 전송진에 이상이 없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자옥 도인은 그렇게 말하며 근처 석조건물 방향으로 날아갔다.
* * *
수일 후 저녁 무렵, 동주 반도 대제국의 풍성.
푸른 돌이 깔려 있는 길에 석양이 희미하게 비쳤다. 길 양쪽의 붉은 벽돌과 녹색 기와 위에서 때때로 눈부신 빛이 반짝였다.
석목은 주위의 익숙하면서도 간혹 낯선 풍경을 감상하며 길을 걷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차분하고 여유 있어 보였지만, 사실 그는 속으로 한탄하며 한숨을 쉬었다.
처음 풍성에 온 채아는 그곳의 풍습과 사람들에게 매료되었고, 재잘거리며 끊임없이 이것저것 물어왔다.
지금의 풍성 거리는 이전과 다르게 번화했으며, 타지에서 온 사람이 많았다.
하늘은 어두워졌지만 거리에는 여전히 수레와 말이 많았고,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는 다소 격앙된 듯 고함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고, 간혹 말의 긴 울음소리도 섞여 있었다. 주점이나 음식점마다 많은 사람으로 붐볐고 점원들이 가게 안을 바쁘게 오가는 것도 보였다.
석목은 다소 의아했지만, 개의치 않고 계속 걸었다. 그의 기억에 따르면 유풍무관까지 가려면 세 개의 거리를 지나야 했는데, 도중에 금 씨 가문의 저택을 지나야만 했다.
이각 뒤, 석목은 금 씨 저택 앞을 지나다가 대문 앞이 시끌벅적한 것을 보았다.
넓은 처마 아래에는 빨간 초롱이 줄지어 걸려 있었고, 이전에는 굳게 닫혀 있었던 대문이 활짝 열린 채였다. 그 안에는 하인처럼 보이는 이들이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내일이 혼수를 보내는 날인데, 가마들이 잘 준비되었는지 확인해 보았느냐?”
“이 숙부님, 걱정 마세요. 상자 열 개를 아무 문제없이 잘 실어두었습니다. 내일 해가 뜨면 바로 혼수를 보낼 거예요.”
“너는 평소에도 분별없는 행동을 하곤 하지 않느냐? 이번에는 중요한 일이니만큼, 그르쳤다가는 어르신께서 가만두지 않으실 게야.”
“명심하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 * *
“석두, 여기가 네가 말한 금 씨 가문의 저택이야? 그런데 혼수를 보낸다는 게 뭐야?”
채아는 고개를 옆으로 빼서 금 씨 집안의 하인들을 보며 궁금한 듯 물었다.
“아마도 누가 혼인을 하려나 봐.”
석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는 본래는 진이모와 여동생 석옥환을 만날 생각이었다. 그러나 금 씨 집안이 혼사를 치르느라 바쁜 것 같아서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길모퉁이를 돌아 곧장 유풍무관 방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여창해가 있었다.
여창해는 쉰 살을 넘겨서 머리가 희끗희끗했지만, 수년 전 후천 후기의 경지에 올라서 풍성에서의 지위가 높아져 있었다. 유풍무관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지금 그의 정신은 또렷했고, 기력도 십 년 전보다 더 좋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석목 덕분이었다. 만약 그때 석목에게 고원단 몇 개를 얻지 못했다면, 평생을 가도 그의 실력이 향상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옛날에 석목은 후천 공법을 수련해도 진기를 모을 수 없는 석후폐맥이라는 판정을 받았었는데, 그런 그가 다시 만날 때마다 성장하는 모습은 스승을 무척 놀라게 했다.
“석목, 몇 년 보지 못한 사이에 실력이 더 많이 늘었구나. 지금은 아마도 선천 후기……. 아니, 선천 중기에 도달했겠지?”
여창해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석목을 보면서 복잡한 심경이 되어 주저하며 물었다.
그는 풍성의 유명한 무술사범이었지만, 선천 초기의 실력을 가진 무인도 먼발치에서 몇 번 봤을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석목이 일부러 기운을 거두어들이지 않았음에도, 그는 당연히 석목의 경지를 간파할 수 없었다.
“여 사부님, 과찬이십니다. 저는 그저 운이 좋아서 기회를 얻었을 뿐이에요. 당시 사부님이 제게 무술을 가르쳐주신 덕분에 제가 진정한 무인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석목이 웃으며 말했다.
“선천의 실력이 되었다니, 만약 당시 순맥을 찾던 사자가 이 일을 알게 되면 땅을 치고 후회할지도 모르겠어.”
여창해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며 웃었다. 그의 말 속에는 비난과 자조가 섞여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쁨과 자부심이 묻어 있기도 했다.
“사실 그분에게도 감사합니다. 만약 그분이 아니었으면 제가 지금처럼 될 수는 없었을 거예요.”
석목은 여창해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