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화. 칠성주선진(七星誅仙陣)
자옥 도인이 속으로 주저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백석 도인이 갑자기 소매를 걷어붙이며 나섰다.
“자옥 어르신, 대진은 이미 완성되었으니 시간을 더 끌 필요가 없습니다.”
“좋아.”
자옥 도인의 대답에 뒤에 있던 두 사람도 재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에 들어가도록 해라.”
자옥 도인의 지시에 백석 도인은 다른 두 명의 지계 강자와 함께 금색 비차를 타고 흩어졌다.
동시에 금색 옷의 남자 뒤에 남색 옷을 입은 세 명의 지계 도인이 나타났고, 그들 뒤에는 세 대의 금색 비차와 십여 명의 선천 도인들이 있었다.
자옥 도인을 제외한 일곱 명의 지계 도인들은 총 마흔아홉 명의 선천 무인을 데리고 일곱 개 방향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자신을 오조라고 칭한 금색 옷의 남자를 포위하듯 둘러쌌다.
일곱 명의 지계도인이 모두 자리를 잡자 지계 강자의 우두머리가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적홍색의 돌 방패가 생겨났다.
그 방패는 투명하지 않았고 주위에서 붉은빛을 냈는데, 그 모습이 상당히 괴이하게 보였다.
“돌격하라!”
일곱 명의 지계 도인이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일곱 개의 붉은 방패가 붉은빛을 내뿜으며 하늘로 날아가더니 오조의 위쪽으로 십여 장 떨어진 곳에 모였다.
우르르! 쾅쾅!
동림성의 지면이 격렬하게 흔들렸고, 당황한 백성들도 선인들을 더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듯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갑자기 집들이 흔들리면서 담이 무너지는 바람에 적지 않은 이들이 그대로 깔려 죽었다.
“큰일 났어요! 빨리 성 밖으로 도망가세요!”
누군가의 외침에 수만 명의 사람이 앞 다투어 성 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 서로 밀치며 넘어져서 깔려 죽은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성 입구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도 입구가 이미 삼 장 너비의 거대한 검으로 철저히 봉쇄된 것을 보고, 두려움에 떨었다.
사실 성문 쪽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동림성 전체에서 일곱 자루의 거대한 검이 땅을 뚫고 올라와 칼끝이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그 검의 재질은 붉은 영패의 재질과 일치하는 듯했고, 온통 붉은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칠성주선진, 하늘을 봉하라!”
자옥 도인이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붉은 검들에서 갑자기 빛이 솟아오르며 양쪽으로 퍼졌고, 붉은빛들은 점점 커지더니 한데 합쳐졌다.
일곱 개의 빛은 일곱 개의 검 중간에서 합쳐졌고, 그것은 일곱 개의 병풍처럼 아래위가 연결되어 동림성 전체를 에워쌌다.
이어 일곱 명의 지계 강자 손에 쥐여진 붉은 영패가 붉은 빛을 뿜어냈다. 그 빛은 탑의 꼭대기에서 나오는 것처럼 위에서부터 뿜어져 내려와 검이 만들어낸 빛과 빈틈없이 합쳐졌다.
윙!
이때 종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 빛의 반구가 만들어져 땅에서 하늘에 이르기까지 동림성을 모두 봉쇄해버렸다. 칠성주선대진이 마침내 완성된 것이다.
하지만 오조는 통천선교의 대진이 완성되는 것을 막을 생각도 없다는 듯, 거드름을 피우며 지켜보고만 있었다. 마치 적들이 대진을 만들어 맞서려는 상대가 자신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기라도 한 것 같은 태도였다.
한편 이 모든 광경을 목격한 동림성 백성 중에서 많은 이들이 이성을 잃고, 붉은빛을 향해서 미친 듯이 돌진했다.
그런데 그들이 빛에 다다른 순간 어떤 저항도 없이 그 안으로 가볍게 들어가버렸다.
이어 빛 쪽으로 달려오던 백성들은 그 모습을 보고 하나같이 발걸음을 멈췄고, 그들은 입을 크게 벌리고 극심한 공포에 빠져 있었다.
빛 속으로 뛰어든 사람들은 손발을 몇 번 허우적거리더니 그대로 힘없이 땅에 고꾸라졌는데, 그들은 모두 분홍색 해골이 되어 있었다. 몸의 살과 피가 하나도 남지 않고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남은 백성들은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에 맥없이 털썩 주저앉아서 통곡했고, 백성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하늘에 떠 있는 통천선교 무리는 누구 하나 이를 개의치 않았다. 그들은 그저 진 안에 갇힌 금색 옷의 남자, 오조를 냉랭하게 주시할 뿐이었다.
사실 통천선교 무리가 오조에게 말을 건 것은 진법의 완성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이제 칠성주선대진이 완성된 이상, 자옥 도인도 더는 그와 말을 섞을 필요가 없었다.
“칠성주선진, 검도(劍屠)!”
수십 명의 선천 제자들이 각자 법결을 시전했고, 그들이 내뿜은 빛이 유성처럼 진의 빛 안으로 들어가자, 붉은빛이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붉은빛 아래 일곱 자루의 검은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빛을 반짝였고, 곧이어 뱀 형상의 부문이 떠올랐다.
“검기(劍起)!”
선천 제자들이 일제히 소리치자 하늘이 진동했다. 그러나 혼란의 한가운데 놓인 백성들은 울먹이며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무수한 뱀 형상의 부문이 일곱 자루의 검에서 발사되었고, 공중에서 광채를 발하는 예리한 검의 허영으로 변했다. 그 검의 끝은 가운데 있는 오조를 향해 있었다.
삽시간에 빽빽하게 들어선 검의 허영이 천군만마처럼 맹렬한 기세를 뿜으며 오조에게 날아들었다.
이때 오조는 입가에 냉소를 띄우며 양손을 모았다. 그러자 금색 옷이 흔들리면서 그의 몸에서 금빛이 나오더니, 원형의 빛을 만들어서 몸 전체를 감쌌다.
곧이어 수많은 검의 허영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왔다.
탕! 탕! 탕! 탕!
금속이 서로 맞부딪치는 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수백 개의 검의 허영이 원형의 금빛에 부딪혀 튕겨나갔고, 검의 허영은 모두 그 빛을 뚫지 못하고 약간의 흠집을 냈을 뿐이었다.
그러나 금빛을 뚫지는 못했다 해도 사방에서 수천 개가 날아오는 검의 허영은 수적으로 우세했고,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파괴력을 지닌 공격인 건 분명했다.
육안으로 분간하기 힘든 무수한 검영이 한데 모여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내면서 사방에서 검영이 계속 쏟아졌다. 그러자 오조를 둘러싼 금빛의 막이 걷잡을 수 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머리카락 같은 미세한 균열들이 금빛의 막에 수없이 생겨났다.
“계속 공격해라!”
금빛의 막이 곧 무너질 것 같은 조짐을 보이자, 자옥 도인이 번개처럼 두 눈을 번쩍이며 큰 소리로 명령했다.
선천 제자들은 체내의 진기가 대부분 소진되어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옥 도인의 말을 듣자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법결을 시전했다.
빛들이 유성처럼 붉은빛 속으로 들어가서 일곱 개의 거대한 검 표면에 부문이 떠올랐고, 다시 수많은 검영이 나타나 빛을 반짝이며 오조를 향해 날아갔다.
타닥!
오조를 감싸고 있던 금빛 막은 계속되는 공격에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남아 있던 검영들이 잇따라 균열을 뚫고 들어와서 오조를 공격했다.
하늘에서 검광이 빛을 내며 마구 쏟아지자 오조의 금색 옷이 찢어졌다. 몇 개인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검영이 보호막을 잃은 오조에게 날아갔고, 오조가 공격당하는 것을 본 통천선교의 무리는 모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손뼉을 치며 자축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제자 중 일부는 힘이 다해서 버티지 못하고 금색비차 위로 나동그라졌다.
선천의 제자들과 다르게 일곱 명의 지계 도인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들은 핏빛 영패를 들고 법결을 바꾸어가며 진을 유지했다.
곧이어 금빛이 흩어지면서 검광도 사라지자, 모든 이의 눈이 일제히 하늘로 향했다. 그 순간 통천선교 무리의 얼굴에서는 방금 전의 희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허공에는 여전히 오조가 꿋꿋이 서 있었다.
그의 금색 옷은 여기저기 찢어져 있었지만, 몸에는 어떤 치명상도 입은 것 같지 않았다.
오조는 고개를 숙여서 갈기갈기 찢어진 금색 옷을 보더니 인상을 썼다. 그리고 그것을 찢어버리자 금빛으로 번쩍이는 몸이 드러났다.
금빛이 감도는 몸은 금색의 부채꼴 비늘로 뒤덮여 있었고, 그것은 갑옷이라기보다는 몸에서 자라난 것 같았다.
“이런 한심한 놈들, 싸움을 크게 벌여놓고는 겨우 이 정도밖에 못하나?”
오조가 말했다.
우르르! 쾅쾅!
오조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늘을 진동시키는 굉음이 그의 머리 위에서 울려 퍼졌고, 그가 위를 보니 하늘에서 어마어마한 자주색 번개가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칠성주선진, 뇌락(雷落)!”
자옥 도인의 목소리는 천둥소리에 묻혀서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일곱 명의 지계 강자의 손에 들린 핏빛 영패가 한데 얽혀 서로 빛을 냈다.
오조는 두 손을 재빠르게 맞댄 후 하늘을 향해 뻗었고, 순간 그의 두 손바닥에서 금빛이 밝게 빛났다.
그 금빛은 그리 강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곧 사방으로 퍼지며 거대한 금색 그물망을 형성했다.
위세가 대단해 보이는 자주색 번개는 이 금빛 망 속에 갇혀버렸고, 마치 대어가 그물망에 포위된 듯,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쾅!
번개는 오조를 공격할 겨를도 없이 하늘에서 그대로 갈라져 버렸다.
이어 거대한 번개가 갈라지면서 흩어진 작은 빛들이 허공에서 이리저리 떠돌았다.
오조는 금색 장발이 흐트러지고 몸에 작은 상처들이 나 있었지만, 주위를 떠도는 작은 번개 따위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어……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백석 도인은 입을 크게 벌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하수인에 불과하군. 아무리 몸부림을 쳐봐야 이 정도밖에 안 돼.”
오조가 말했다.
곧 그의 몸에서 금빛이 밝게 빛나더니, 원래도 우람했던 그의 몸이 수 장 높이로 커져서 금색 거인이 되었다.
오조는 족히 육 장에 이르는 몸을 반쯤 굽히고, 오른손을 허리춤에 대고는 주선진의 빛을 흘겨보며 힘을 모으더니 그 빛을 향해 산처럼 큰 주먹을 날렸다.
붉은색의 빛 앞에 틈이 생기더니 그 안이 칠흑같이 어두워졌고, 오조의 오른손은 그 빛의 막을 뚫지도, 팔이 백골이 되지도 않았다. 그저 막 앞의 공간을 가격할 뿐이었다.
윙!
붉은 빛의 막이 격렬하게 흔들리면서 귀청을 찢을 듯한 소리를 냈다. 오조가 가격한 부위에서부터 물결 같은 원형의 파문이 출렁였다.
밖에서 칠성주선진을 치고 있던 통천선교의 지계 강자들은 비틀거리면서 선혈을 토해냈다.
금색비차에 있는 선천급 제자들의 상황은 더욱 처참했다. 그들은 눈과 코, 귀, 입 등 일곱 개의 구멍에서 모두 피를 흘리더니 결국 혼절해버렸다.
주선진의 빛의 막은 파괴되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유지하고 있던 수십 명의 선천 제자가 쓰러지는 바람에 훨씬 어두워졌다.
오조는 한 방을 날린 후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가 주선대진을 무너뜨리지 못한 것을 보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자옥 도인도 점차 평정을 되찾았다.
“저 자는 천위 후기의 실력자다. 칠성주선진으로 그를 가두긴 했지만 죽이기는 힘들 것 같군. 여기서 그를 도망가지 못하게 잡아놓고, 사부님께서 오시길 기다리자.”
자옥 도인은 다른 지계 도인에게 은밀히 말을 전했다.
“나를 가둔다고? 웃기는군!”
오조는 자옥 도인의 말을 들은 듯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자옥 도인은 속으로 뜨끔하며 입을 다물었다.
“준비운동은 이걸로 마쳤으니, 이제 제대로 붙어보지.”
말을 마친 오조의 주위로 공기가 격렬하게 진동하면서 그의 몸에서 금빛이 흘러나왔고, 그와 동시에 오조의 몸의 형태가 점점 모호해졌다.
자옥 도인은 오조의 금빛 몸이 조금씩 길어지고, 머리 모양도 변하는 것을 보았다.
“악!”
긴 허공을 가르는 용의 울부짖음 소리가 들려오자 자옥 도인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눈앞에는 금발의 사내는 온데간데없고, 대신 몸 길이가 십여 장이 넘는 금색 교룡이 있었다.
“금색 교룡!”
자옥 도인은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난 듯 얼굴이 창백해졌다.